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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5.01.08 벽안금조(碧眼金雕)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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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5.01.04 벽안금조(碧眼金雕) 4-4

천잔칠정(天殘七鼎)

천잔칠정(天殘七鼎) 2007. 5. 22. 18:56 Posted by 비천호리

천잔칠정(天殘七鼎)의 저자는 백홍(白虹)이고 1961년 청화서국(淸華書局)에서 출판되었다. 청화서국은 1950년대 말에 창립되었으며 진보기(陳葆祺)가 발행인이었고 신대서점(新台書店)이라는 소설대여점으로 시작하였다. 후에 무협서적을 출판하면서 책 뒤쪽 표지에 출판자를 청화서국으로, 인쇄자를 청화서국인쇄소로 표기했으나 책의 속표지에는 신대서점 간행이라고 적었기 때문에 이런 사정을 모르는 사람은 두 출판사로 오인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같은 곳이다.

1960년대 초에 신대서점은 두 번에 걸쳐 십이만원(十二萬元)의 상금을 걸고 무협작품 공모전을 열었는데 많은 응모자가 몰려들었다. 비록 우수한 무협신예를 발굴하지는 못했지만 거액의 당선상금으로 인해 상관정(上官鼎), 남상야수(南湘野叟), 진청운(陳靑雲), 전가(田歌), 백홍(白虹), 난립(蘭立), 효풍(曉風), 냉풍(冷風), 이운생(履雲生), 구양운비(歐陽雲飛) 등이 앞뒤로 참여하였고, 장기간에 걸쳐 작품을 써냈다.

백홍은 그 중 한 사람으로 섭홍생(葉洪生), 임보순(林保淳) 두 분 선생이 쓴 대만무협소설발전사(臺灣武俠小說發展史)에 실린 설명에 따르면 백홍의 소설은 천잔칠정(天殘七鼎, 1961년), 후혈록(吼血錄, 1962), 칠취삼합검(七聚三合劍, 1962년), 혈하거(血河車, 1963년), 연혼종(煉魂鐘, 1963년), 신검천궁(神劍天弓, 1964년) 및 비운축월록(飛雲逐月錄) 등이 있다. 문필이 범속치 않았으나 아쉽게도 일가를 이루지는 못했다.

※ 소일萧逸의 칠보금룡七步擒龍(3권,1984년 7월)으로 나온 서여판瑞如版은 백홍의 천잔칠정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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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안금조(碧眼金雕) 4-6

碧眼金雕 2005. 1. 8. 23:56 Posted by 비천호리

평량성(平凉城) 서쪽, 공동산이 구름을 뚫고 높이 솟아있다.
산허리부터 구름에 가려 있어 얼마나 높은 산인지 보이지 않는다.
깊어 가는 가을의 서북방, 고원은 창망(蒼茫)하기만 하다.
마른 풀들이 하늘을 가리고 있고 낙엽이 땅에 가득한데 가을 바람이 쓸쓸하게 느껴진다.
바람이 휙 불어오자 모래먼지가 가득 몰려오고 낙엽도 조각조각 공중으로 날아 오른다.
제각기 공중에서 오랫동안 맴돌던 낙엽들은 한참이 지나서야 비로소 땅에 떨어진다.
마차 한 대가 동남쪽에서 오고 있다.
말이 움직이는데 따라 어지럽게 울리던 방울 소리가 마을을 빠르게 지나 공동산 아래에 도착해서야 비로소 멈추었다.
흰 두건을 두르고 검은 색 웃옷을 입은, 상복차림의 여인이 마차에서 내렸다.
그녀는 공동산 입구로 걸어가 세워져 있는 석비(石碑)에 침을 한번 뱉고는 몸을 날려 산으로 올라갔다.
그녀가 막 움직인 그때 동남쪽에서는 한 무리의 말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뒤쪽으로 먼지를 가득 날리며 달려오는 말발굽 소리에 땅이 흔들릴 정도였다.
산아래 도착한 걸 보니 10여 필의 쾌마(快馬)다.
말을 타고 있는 사람들 모두 똑같이 머리에 흰 두건을 하고 삼베 옷을 입고 있었다.
그들은 마차를 발견하자 큰 소리로 외치며 일제히 산 위를 향해 달려갔다.
산길은 미끄러워 올라가기가 매우 어려웠으나 머리에 흰 두건을 쓴 여인은 평지나 다름없이 날 듯이 빠른 걸음으로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녀는 서릿발처럼 차가운 안색을 하고 있었다.
본래 말쑥했을 얼굴이 해쓱해진데다가 눈에서는 사나운 눈빛을 내뿜고 있어 마치 아무 때나 사람을 씹어먹을 것 같이 매우 무섭게 보였다.
입술을 꼭 다물고 고개를 들어 흰 구름 뒤, 산 정상에 층층이 늘어선 금빛 찬란한 도관(道觀)을 잠시 바라보다 걸음을 더욱 빨리 해 산 위로 올라갔다.
그녀는 벼랑 사이를 지나 석판이 깔린 길에 도착했다.
석판 길은 1촌(寸)이 넘는 눈이 쌓여 있고 길 가운데는 도사 둘이 서 있었다.
효건(孝巾)을 쓴 그 여인이 걸음을 멈추고 차가운 시선으로 두 도인을 한번 쳐다본 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시 위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왼쪽에 서있던 도사가 한 손을 들며 물었다
"무량수불(無量壽佛), 여시주께서 공동파에 가시려고..."
그 여인이 냉소하며 말했다.
"나는 서량파(西凉派) 장문이 오봉검(五鳳劍) 서우(徐芋)다. 너희들 장문 노도사는 지금 이곳에 있느냐?"
그 말을 듣고 도인이 놀라 말했다.
"서량파 장문인은 철장금도(鐵掌金刀) 홍월(洪越)이지 않소? 어찌..."
오봉검 서우가 스산하게 한번 웃었다.
"철장금도 홍월은 너희들 공동파 여섯 검수에게 합공당해 이미 죽었다.
너희들 장문인에게 알려라. 나 서우가 지아비의 원수를 갚으러 왔다고."
두 도사들이 서로 한번 쳐다본 후 무엇인가를 던지자 유성포 하나가 공중에서 터졌고 불꽃을 뿌리며 떨어졌다.

 

바로 이때 산 아래에서 삼베옷을 걸친 10여명의 경장대한이 일제히 달려왔다.
오봉검 서우는 그들을 발견하자 매섭게 소리쳤다.
"당신들은 무엇 때문에 이곳에 왔소? 내가 뭐라고 명령했지?"
"형수님!"
앞장 선 중년 사내가 포권하며 말했다.
"사형이 공동파 나쁜 놈들에게 암산을 당해 돌아가셨고, 우리 서량 일맥의 존망이 위태로운 지경인데 제자들이 구차하게 목숨만 이어간다면 어찌 다른 사람을 볼 낯이 있겠습니까? 우리들이 함께 원수를 갚을 책임이 있는데 형수님 혼자 힘으로 그들을 어찌 당해내겠습니까?"
오봉검이 눈시울을 붉히며 처연하게 말했다.
"찬문(贊文), 그대는 사형이 가장 아끼던 사제인데, 내가 조만간 우리 서량파가 망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 것을 어찌 몰라주는가? 그러나 지아비를 죽인 원수를 갚지 않을 수는 없으니 나는..."
유찬문이 눈물을 닦은 후 검을 뽑아들고 뛰어나가며 소리쳤다.
"저희들이 산 위로 올라가 장문인의 원수를 갚도록 해 주십시요."
검광이 번쩍 스치며 연속 삼검을 쪼개내 광풍 같은 기세로 한 도사의 머리를 베어버렸다.
순간 선혈이 그의 온몸에 뿌려졌지만 그는 미친 듯이 웃으며 검을 비스듬히 당겨 놀라 어쩔줄 모르는 다른 도사마저 베어버렸다.
선혈을 돌길에 가득 뿌리며 시신이 눈 위에 넘어졌다.
오봉검 서우가 발을 발을 구르다 이미 어쩔 수 없는지라 앞장서 위쪽으로 달려갔다.
"흐흐!"
순간 얼음 구덩이에서 나온 것처럼 차가운 웃음소리와 함께 바람에 긴 수염을 날리며 비단옷을 걸친 도사가 10장 밖에서 몸을 날려오고 있었다.
그가 대갈했다.
"감히 공동파에 와서 행패를 부리는게 누구냐? 나 옥뢰도인(玉雷道人)이 여기 있다."
서우가 대답하기 전에 유찬문이 고함을 질렀다.
"사형의 목숨을 갚아라!"
그가 검을 뿌려내자 검화가 뻗치며 은광(銀光)이 점점이 뿌려졌다.
맹렬하고 빠르게 일검을 공격한 것이었다.
"흥!"
노도사의 눈이 횃불처럼 빛났다.
그가 두 걸음을 움직여 피한 후 오른 손을 뻗어 상대방의 검식을 따라 손바닥을 검인(劍刃)에 붙이고 대갈일성했다.
순간 검광이 번쩍하고 피가 사방으로 뿌려지는데 유찬문의 비명이 들렸다.
그의 몸이 둘로 베어지며 비명횡사하고 만 것이다.
옥뢰도인의 발검(拔劍)과 공격이 섬전처럼 빨라 상대방이 피할 여지도 없이 일검을 베어내 즉시 유찬문을 죽여버린 것이다.
그가 눈을 부릅뜨고 노성을 터뜨렸다.
"누가 다시 내 일검을 받겠느냐?"
그가 긴 수염을 표표히 날리며 비스듬히 검을 들고 서서 형형한 눈빛을 뿜어내니 서량파의 사람들 모두가 자기도 모르게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그가 가라 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들 무엇 때문에 우리 공동파에 왔느냐" 본문 검법의 매서움을 모른단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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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안금조(碧眼金雕) 4-5

碧眼金雕 2005. 1. 8. 00:10 Posted by 비천호리

본무선사는 석지중이 살아있는 것을 보자 크게 기뻐했다.
그리고 지붕이 무너지고 기둥이 부러진 정경을 본 후 바삐 물었다.
"지중 사제,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석지중이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사형께 아룁니다. 조금 전 천독랑군이 상관부인의 뒤를 밟아 이곳에 왔었다가 칠절신군과 충돌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아!"
본무선사가 놀라 말했다.
"상관부인도 오고 천독랑군도 왔다니 무슨 일일까? "
그가 집안으로 들어서자 상관부인이 맞아 나오며 말했다.
"선사가 장문이시오?"
그녀가 흰 명주천 한 조각을 품에서 꺼낸 후 말했다.
"이 명주 천에 있는 무늬를 좀 봐주시겠어요?"
본무선사가 눈살을 찌푸리며 천을 받아들어 한번 본 후 고개를 저었다.
"무엇을 나타내는 건지 노납은 모르겠습니다. 서장 고문(古文) 같기는 합니다만..."
그리고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확실치는 않습니다."
상관부인이 실망해서 명주천을 받아들고는 칠절신군에게 말을 돌렸다.
"제 마차가 산 밑에 있어요. 함께 공래로 가시려오?"
칠절신군이 손으로 옥금을 어루만지면 고개를 흔들었다.
"혼자 가시오! 다만 떠나기 전 그대에게 한 가지 권고할 게 있소."
상관부인이 의아한 시선으로 칠절신군을 바라봤다.
칠절신군이 말했다.
"여인이 권력욕이 너무 많으면 좋지 않소, 내 눈에 그대는 마치 기어이 천하제일 고수가 되려고 하고 있는 것 같소."
상관부인이 얼굴에 노기를 띠고 물었다.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이요?"
칠절신군이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당신의 무공이 이미 나보다 못하지 않은데도 숨기고 있고 게다가 여전히 그 뜬 구름 같은 붕성의 보물을 얻으려고 하고 있다니, 아! 그것 때문에 나중에 분명히 당신 목숨을 잃게 될거요."
상관부인이 노기 가득한 한 마디를 내뱉었다.
"시륜(柴倫), 죽고 싶은가?"
칠절신군이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충언(忠言)이 귀에 거슬리니 무슨 말을 더 하겠는가..."
상관부인이 얼굴에 살기를 가득 띤 채 번개처럼 빠르게 칠절신군의 머리 위 "백회혈(百會穴)"을 수장(手掌)으로 쳐갔다.
석지중이 깜짝 놀랐지만 손을 써 구하기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
그러나 상관부인이 칠절신군의 백발에 손끝이 닿는 순간 다시 빠르게 수장을 거두어 들이는 것이 석지중의 눈에 보였다.
상관부인이 한스럽게 발을 한번 구르더니 여전히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관완아를 안고 몸을 날려 옥허궁을 떠나갔다.
칠절신군이 천천히 고개를 들고 중얼거렸다.
"20년 전에 이미 정이 끊어졌는데 아아! 어찌하여 이곳에 다시 왔는가..."

 

그가 석지중에게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네가 익힌 불문 '반야진기'가 대단히 위력이 있기는 하지만 날카롭기는 현문의 '강기'만 못할 것이다. 내 그래서 네게 강기공력을 전수해 주겠다. 네 타고난 자질로 보아 장래 나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석지중이 공손하게 말했다.
"제가 비록 무상(無上)의 절예를 익힌 것은 아니지만 노선배님의 강기공부를 배우고 싶지는 않습니다."
칠절신군이 말했다.
"이건 네게 화산 사대신통과의 약속을 대신해 달라고 부탁한데 대한 대가이지 다른 조건이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석지중이 말했다.
"제가 원하지 않으면 어떤 조건도 억지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제가 원하면 근본적으로 어떤 조건도 필요 없습니다.
내년 봄에 반드시 화산에 가 그 악인들을 제거하겠습니다."
"흠--"
칠절신군이 한참동안 곰곰이 생각하더니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한혈보마를 줄테니 네가 타고 다니거라. 이건 받을 수 있겠지?"
이때 본무선사가 나서서 말했다.
"아미타불, 신군과 본문의 일이 이미 마무리가 되었는데, 어찌하여 다시 중원 사문사로(邪門四老)와의 일에 끌고 들어가십니까?
그 사대신통의 사문절예(邪門絶藝)가 독특한 경지에 이르러 있는데 지중이 어찌 당해낼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신군께서..."
칠절신군이 그전과는 달리 어조(語調) 약간 억제하여 말했다.
"유령대제가 다시 출현했으니 너희들 화상들이 막아낼 수 있을 것 같은가?
기왕에 내가 설산삼마를 건드려 놨으니 끝까지 처리를 해야겠지.
하물며 이 녀석은 자질이 극히 뛰어나니 무슨 의외의 일을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화상! 안심해도 된다."
석지중이 말했다.
"천하무술이 비록 여러 가지 많기는 하지만 그 요지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소제가 이번 곤륜에 온지 보름밖에 안되긴 해도 여전히 집안일이 마음에 걸립니다. 사형, 소제가 하산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시지요."
본무선사가 머리를 끄덕였다.
"신군과 이야기가 다 끝나면 산을 내려가거라."
칠절신군이 말했다.
"내 이곳 수화동원(水火同源) 풍뢰동(水火同源)에서 유령대제의 '명공강(冥空降)' 사공(邪功)을 막아낼 무공을 수련했으면 하는데, 화상 어째 허락을 해 주겠소?"
본무선사는 사부의 유언에 생각이 미치자 화들짝 놀라 생각했다.
"만약 유령대제가 다시 강호에 나서면 오로지 칠절신군만이 본문에 떨어질 재앙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는 바빠 고개를 끄덕여 그렇게 하도록 했다.
칠절신군이 감개에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
"보마(寶馬)는 용사한테 주랬다고, 앞으로 강호인들은 위풍당당한 한 젊은이의 활약을 보게 되겠구나."황혼이 내리며 시각을 알리는 북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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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안금조(碧眼金雕) 4-4

碧眼金雕 2005. 1. 4. 19:32 Posted by 비천호리

상관부인은 석지중의 안색에 기쁨과 분노가 계속 교차하는 것을 보고 의아해서 말했다.
"뭐하는 건가?"
석지중이 웃으며 그 말에 대답은 하지 않고 외투를 벗어들고 말했다.
"상관부인, 따님이 추울텐데 이걸 덮어주시죠."
상관부인은 석지중이 이렇게까지 대담하게 자기 면전에서 방자하게 행동할 줄 몰랐는지 놀라 두 눈이 동그래졌다.
"너..."
석지중이 웃으며 말했다.
"제가 조금 전 따님 체내의 독액을 몸밖으로 몰아냈는데 지금 아마 한기(寒氣)가 들겁니다..."
석지중에게 다른 뜻이 전혀 없고 꾸며내는 행동이 아닌 것 같자 상관부인은 안심하고 석지중이 던져준 장포로 상관완아를 덮어주었다.
딸의 불그스레 윤기가 도는 작은 얼굴을 보자 자신의 얼굴을 만지며 속으로 탄식했다.
"아! 완아가 이렇게 빨리 컸구나, 나도 이제 늙었구나."
그녀가 칠절신군에게 시선을 돌려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사람이 신이 아닌데 어찌 감정을 억제할 수 있겠는가?
그렇지만 정(情)이라는 글자 하나에 천하의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쓰라림을 맛보았던가?
이 사람은 마흔 살이었을 때 백발이 되었으니, 아! 정 때문에 애가 타고, 정 때문에 번뇌하고..."
그녀는 자신의 젊은 시절을 회상하며 몰래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젊었을 때 제멋대로 했던 것이 지금까지 한을 남기는구나.
완아가 내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하려면 내가 좀 더 신중해야한다."

 

실내가 한참동안 고요하게 유지되다 꽤 시간이 흐른 후 칠절신군이 눈을 떴다.
입고 있는 홍포가 완전히 검은 색으로 변하였고 앉은 자리 주위도 독액에 부식된 것이 보였다.
그의 시선이 상관부인에게 닿자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당신 아직 있었구려! 가버린 줄 알았소."
상관부인이 말했다.
"몸은 좀 어때요?"
칠절신군이 말했다.
"노독물의 독공이 정말 대단하오. 내가 먼저 '잔곡'으로 호신진기를 깨뜨리지 않았다면 그의 음양쌍척(陰陽雙尺)"을 그렇게 빨리 무너뜨리지 못했을 거요.
당년 태산(泰山) 장인봉(丈人峰)에서 만났을 때에는 천초를 겨루고도 그를 이기지 못하다가 다행히 검강을 사용해서 비로소 한 초를 이길 수 있었소.
생각도 못했소. 20년이 지나고 그가..."
상관부인이 말했다.
"평생동안 고집불통에 오만하기만 하더니 그대도 부상을 입을 때가 있었군요.
지금 당신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으니 제가 있는 공래산 와운곡(云谷)에 가서 요양하는 것이 차라리 낫겠어요..."
칠절신군이 상관부인을 응시하다 느릿하게 말했다.
"당신 말이 맞소. 중독된 상태로 보아 49일간 밤낮으로 공력을 운행해야만 독을 완전히 몰아낼 수 있을 것 같소.
하지만 20년 전 와운곡에 들지 못하게 거절당했을 때 하룻밤 사이에 검은머리가 백발로 변해버렸소. 그때 다시는 그곳에 가지 않겠다고 맹세를 했었다오..."
그가 한숨을 쉬고 말했다.
"게다가 내가 유령대제 수하의 사람을 상하게 했으니 그들이 곤륜 화상들을 그냥 두지 않을 것이오. 그래서 나는 곤륜에 머물러야만 하오. 당신이 갖고 왔던 그 금과는..."
상관부인이 웃으며 말했다.
"벌써 두 금과에 새겨져 있는 무늬모양을 다 베껴놨어요. 여기 화상들이 돌아오면 좀 물어봐야겠어요."

 

석지중이 듣자하니 상관부인이 가지고 있던 금과는 분명히 가짜였지만 그 사실을 알릴 수는 없고 해서 계속 칠절신군만 바라보았다.
칠절신군이 흰 수염을 날리며 말했다.
"얘야, 넌 내가 50년 동안에 겨우 발견한 훌륭한 근골을 갖고 있다. 본래는 내가 배운 모든 것을 너에게 전해주려고 했다. 하지만 3년 후 나하고 비검(比劍) 약속이 있으니 전수해 주려해도 네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을 잘 안다.
그래서 내 너한테 한마디하면, 3년 뒤에 다시 겨룰 때는 내 잔곡 세 소절을 다 들어보거라..."
석지중이 꿋꿋하게 머리를 끄덕였다.
"3년 후 오늘, 제가 반드시 노선배님의 '잔곡'을 경청하겠습니다."
칠절신군이 말했다.
"나와 사대신통이 내년 봄에 만나기로 약속을 했었다.
그렇지만 지금 사도(邪道)가 발흥(勃興)하는 형세를 보니 한시바삐 수련을 더 하지 않으면 무림에 발을 디딜 수가 없게 생겼다.
얘야, 내 너한테 한가지 부탁할 일이 있는데..."
석지중이 말했다.
"그게 무언지요?"
"나 대신 내년 봄 화산(華山) 청운협(靑云峽)에 가서 사대신통을 제거해다오!"
칠철신군이 말했다.
이런 말이 있다.
"이제삼군사신삼도(二帝三君四神三島) 일월은휘천하불소(日月隱耀天下不笑)"
석지중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노래 같기도 하고 게송(偈頌) 같기도 한데 무슨 뜻입니까?"
칠절신군이 말했다.
"이제삼군사신삼도는 늙어 죽지도 않고 있는 우리들 몇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만약 이들이 강호에 나타나면 어떤 사람도웃으려고 생각도 할 수 없고 심지어 해와 달마저도감히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다는 뜻이다."
석지중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말했다.
"동해 멸신도가 삼도 중 하나이지요?"
칠절신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른바 삼도라고 하는 건 해남도(海南島), 멸신도(滅神島), 기석도(崎石島) 이렇게 세 섬을 가리킨다. 이 삼도는 모두 스스로 일파(一派)를 이루고 있어 각자 특이한 무공으로 강호에 이름을 떨치고 있단다. 어! 너 멸신도하고 무슨 일로 연루되어 있느냐?"
석지중이 고개를 흔들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몸을 일으켜 본무선사를 맞으러걸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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