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잔곡삼궐(殘曲三闕, '잔곡' 세 곡)
석지중이 천둥처럼 대갈일성하자 한 줄기 금광이 벼락처럼 쏘아졌다.
과영(戈影)이 어지러이 뿌려지니 금빛이 찬란했다.
석지중이 크게 소리를 내지르면서 좌장을 날리는 동시에 오른손의 금과로는 "용유대택(龍游大澤)" 일초를 펼쳐 찬란한 금빛을 뿌리며 천독랑군의 가슴 앞 요혈을 찔러 갔다.
"멋진 솜씨다!"
천독랑군이 소리치며 몸을 돌려 번개처럼 빠르게 다섯 손가락으로 비스듬히 잘라왔다.
"팍!"
그의 일장이 석지중의 손목을 때렸고 그 순간 금과를 다시 빼앗아 갔다.
그러나 석지중이 좌장(左掌)으로 힘껏 쳐낸 반야진기가 짓쳐들고 있었다.
천독랑군이 단단히 버티고 서서 우장에 경력을 모아 쳐냈다.
석지중은 천독랑군의 우장이 갑자기 시커멓고 굵게 변하며 비린내를 띤 차가운 기경이 쳐오는 것을 느끼고 숨을 멈춘 채 경력을 가중해 십성의 반야진기를 모두 쏟아냈다.
순간 그의 두 눈썹이 치켜 올라가며 옷자락이 부풀어 올랐다.
"펑..."
벼락치는 소리가 울리며 지붕이 강한 힘을 받자 부서진 기와와 부러진 대들보가 자욱한 먼지를 뿌리며 떨어져 내렸다.
삽시간에 실내가 부연 먼지로 가득 차버렸다.
석지중이 묵직한 신음을 토하며 세 걸음 밀려나 벽에 기댔다.
눈앞이 어질어질해지며 바로 가슴이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먼지 속에서 천독랑군은 석지중의 강력한 반야진기에 얻어맞고는 거꾸로 몇 척을 날아 땅에 쓰러졌다.
그런 후 '왁' 선혈을 한 입 가득 토해내고 미처 핏자국을 닦을 틈도 없이 문 쪽으로 굴러 떨어지는 대들보를 피했다.
그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시노귀(柴老鬼), 금기(琴技)를 정말 완전히 익혔구나, 금방 탄주한 것이 뭐냐?"
원래 그의 손끝이 석지중에게 막 닿았을 때 상대의 거센 힘에 매우 놀라기는 했지만 받아 낼 수 있을 거라는 가늠이 들었으므로 십성의 공력을 끌어올려 정면으로 부딪히려고 했었다.
그러나 그가 경력을 끌어 올렸을 때 몇 군데 주맥(主脈)에서 경력이 올라오지 않을 줄이야...
그제서야 비로소 조금 전 칠절신군이 퉁겨낸 금음이 자기의 심맥을 튀게 했다는데 생각이 미쳤고 때문에 칠절신군에게 소리를 질렀던 것이다.
온 방안이 먼지로 가득 차 있었으므로 그는 말을 마친 후 참지 못하고 기침을 한번 했다.
칠절신군이 말했다.
"노독(老毒), 나의 '잔곡' 두 번째 곡을 더 맛보겠느냐?"
천독랑군이 노해서 소리쳤다.
"네가 먼저 내 독물 맛을 봐야 할거다!"
그가 오른 손을 흔들자 푸른 별 모양의 물체가 점점이 쏟아져 섬전 같이 빠르게 칠절신군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쏘아졌다.
순간 날카로운 외침이 울리고 상관완아가 말했다.
"당신..."
하지만 즉시 다른 사람에게 입을 틀어 막혔는지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다른 쪽 벽에 있던 상관부인이 초조한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로 물었다.
"완아, 괜찮느냐?"
칠절신군이 벼락같이 소리쳤다.
"이 따위 물건은 치워라!"
콰르릉 기경이 거세게 쏟아지며 자욱한 먼지 사이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피처럼 붉은 홍포 차림의 칠절신군이 흰 수염을 바람에 올올이 날리며 맹렬하게 쌍장을 휘두른 것이었다.
그의 현문진기(玄門眞氣) 솜씨가 시전되자 천독랑군이 던졌던 작은 뱀들은 바로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는데 알고 보니 푸른색으로 번뜩이던 물체들은 뱀의 눈이었던 것이다.
천독랑군이 괴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다시 내 무영지독(無影之毒)을 구경할 테냐!"
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칠절신군의 얼굴색이 변하며 대갈했다.
"내 검강을 받아랏!"
칠절신군이 허리를 약간 굽혀 옥금 속에서 길이가 한 척 가량 돼 보이는 단검을 꺼내 휘두르자 한 가닥 푸르스름한 광권(光圈)이 녹색 먼지를 뚫고 전광석화처럼 천독랑군에게 부딪혀 갔다.
천독랑군이 차갑게 코웃음을 치는 순간 "창!" 두 자루 곡척(曲尺)이 부딪히며 불꽃이 번쩍였다. 그가 벌써 8초 16식을 쳐냈던 것이다.
신형을 바람처럼 움직이며 두 사람이 서로 20여초를 공격했지만 승패를 가리지 못하고 있는 중에 먼지가 점차 가라앉으며 실내가 밝아지기 시작했다.
이 때 상관부인은 앵두 같은 입술을 살짝 가리고 묘한 기색을 띤 채 믿음이 가득 찬 눈빛으로 번개처럼 공격하고 있는 칠절신군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문 가까운 벽쪽에는 석지중이 상관완아를 단단히 붙잡은 채 좌장을 가슴 앞에 들어 공격에 대비하면서 방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두 기인의 치열한 싸움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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