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잔칠정 상권 3

천잔칠정(天殘七鼎) 2023. 2. 17. 19:17 Posted by 비천호리

그는 사정이 이렇게 돌연히 발생할 줄, 그리고 강기의 반진지공(反震之功)이 효과가 없을 줄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그의 신형이 한 차례 가볍게 떨렸는데, 이미 등 뒤의 영대, 지당, 명문 3대 혈문이 그 암기에 격중되어 버린 뒤였다.
그의 얼굴색이 파리하게 변했다. 등 뒤로 손을 돌려 암기 하나를 뽑아 보니 그 암기는 금빛이 반짝이고 길이는 약 5촌(五寸) 이었다.
과연 틀림없구나, 바로 오래전에 사라진 무림의 천룡사(天龍梭)가 천산칠검의 수중에서 나타날 줄이야, 게다가 자기의 교만이 지나쳐서 이런 운명에 처할 줄이야!
하늘의 뜻이냐! 아니면 운명인 거냐!
천산칠검도 깜짝 놀랐다.
그들은 천잔수가 천룡사에 등 뒤 3대혈을 격중당한 뒤에도 여전히 꼿꼿이 서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칠인은 감히 더 생각하지 못하고 일제히 검을 곧추세워 공격해 들어갔다.
천잔수는 갑자기 변고를 당해 중상을 입은 상태에서 칠인이 재차 공격해오는 것을 보자 노갈(怒喝 분노의 외침)을 터뜨리며 공중으로 신형을 띄워 평생 동안 거의 쓴 적이 없는 천잔장법(天殘掌法)을 시전했다. 비명 소리와 함께 천산칠검의 몸뚱아리가 일제히 날아올랐다. 천잔수의 필적할 자 없는 절세장력에 격중되어 땅에 거꾸로 떨어져 숨이 끊어졌다.
일장(一掌)으로 칠인을 죽여버린 후 천잔수의 입가에는 한 가닥 경멸의 웃음기가 배어났다.
그리고 암암리에 생각했다.
”당금 천하무림의 실력이 겨우 이 정도였구나, 내 일장으로 칠인을 즉석에서 쳐 죽일 수 있으니“
이런 생각을 하는데 배심(背心)에서 한 바탕 통증이 느껴지고 한 오라기 형용하기 어려운 기색이 그의 얼굴에 나타났다. 그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나 천잔수가 이렇게 죽는단 말인가?, 이렇게 소리 소문 없이? 내 일신의 절세무공은 나를 따라 사라지고?“
그가 두 눈으로 대전 안을 쓸어보니 언사군이 대전의 한 귀퉁이에 서 있었다. 바로 전의 그 일막(一幕)에 놀라 얼이 빠진 채 말없이 선 채로.
하지만 천잔수는 그를 본 것이 아니었다. 그의 시선은 대전의 왼편에 있는 일곱 개의 고정(古鼎)에 떨어졌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는 죽음을 맞기 일보 직전에 일신의 절세무공을 남겨 두어 후인(後人)으로 하여금 이 세상에 천잔수의 십분의 일에 미치는 사람조차 단 한 사람 없었다는 것을 알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그가 생각에 빠져 있는데 등 뒤로부터 다시 통증이 전해지자 다시 미미하게 미간을 찌푸렸다.
언사군은 얼이 빠져 한쪽에 있다가 한참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천잔수를 바라보니 그의 등에는 여전히 금색의 암기 두 개가 박혀있고, 그 외에도 피에 젖은 구멍이 하나 있는데 선혈이 뚝뚝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천잔수는 그것은 전혀 마음에 두지 않은 듯 때마침 온 정신을 쏟아 대전 한편에 있는 일곱 개의 고정(古鼎)을 바라보고 있었다.
갑자기 천잔수의 신형이 가벼운 바람에 날리듯이 일곱 개의 고정 곁을 번쩍 스쳐 가더니 다시 돌아와 원래 자리에서 가부좌를 틀었다. 일곱 개의 고정이 우~웅 소리를 내며 일곱 가지 서로 다른 울림을 토했는데 그 소리가 하늘 끝까지 울려 퍼졌다. 고정에는 일곱 개의 분명하면서도 깊이가 다른 장인(掌印, 손바닥 도장) 불쑥 나타났다. 고정 하나에 하나씩 장인이 찍혀 있었다.
천잔수가 원래의 자리에 몸을 떨어뜨리고는 두 눈으로 그의 걸작(傑作)인 그 일곱 개의 장인을 응시했다. 그의 입가에 득의양양(得意揚揚)한 미소가 떠올랐지만 얼굴은 더욱 창백해졌다.
그렇지만 그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이 세상에 누가 나와 같은 이런 고강한 무공을 가지고 있고, 누가 이런 총명함과 재지(才智)를 갖추고 있어서 내가 남긴 일곱 개의 장인 가운데의 무공을 터득할 수 있을까?
일곱 개 고정의 비밀을 얻을 수 있으면 바로 당세 제일의 고수가 될 것이다.“
생각하면서 입가에 다시 살짝 미소를 지으며 또 생각했다.
”아마도 나에게 미칠 자가 아무도 없겠지“
돌연 그의 사념(思念)이 언사군에게 미쳤다.
그 어린아이, 앞서 그의 모든 거동(擧動) 전에 그의 마음을 알아챘던 아이
그가 눈길을 돌려 언사군의 몸에 시선을 떨어뜨렸다.
언사군은 천잔수가 이렇게 자기를 쳐다보는 것을 알자 천천히 걸음을 옮겨 천잔수에게 걸어갔다.
천잔수가 놀라 생각했다.
”이 언사군이라는 어린아이가 또 내 마음을 알아챘다는 말인가?“
그의 마음속에 분명치 않은 시기심이 올라왔다.
언사군은 천잔수의 앞에 이르자 또 천천히 꿇어앉았다.
천잔수의 눈빛이 가볍게 번뜩이고 마음속으로는 흥-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이 아이의 총명과 재지도 내 아래가 아니다. 그렇지만 나는 곧 세상을 떠날거고 이 아이는 아직 어린 나이다. 정말로 세상에 어떤 사람의 총명과 재지가 나를 넘어설 수 있다는 말인가?”
한 가닥 승복할 수 없는 마음이 올라왔다.
그는 언사군을 응시하면서 입가에는 서서히 웃음을 짓기 시작했다.
그가 언사군에게 말했다.
“너, 무공을 배우길 원하느냐?”
언사군이 머리를 들어 천잔수를 바라보고는 또 천천히 머리를 숙였다.
천자수가 언사군을 보며 언사군의 마음에 생각하는 일을 추측했다.
“이 아이는 여전히 매우 인자한 마음을 가지고 있구나, 무공을 언급하니 바로 천산칠검에 생각이 미치다니”
그가 느릿하게 말했다.
“아이야, 너는 나를 보고도 죽음을 면했는데 이건 근 10년 래에 유일한 예외다. 지금 노부(老夫)는 너를 죽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왼쪽 편에 있는 저 고정 일곱 개를 너에게 주겠다. 그렇지만 노부는 너를 제자로 거둘 수는 없구나, 저 고정 위의 각자 깊이가 다른 일곱 개의 장인(掌印)을 이후에 너 스스로 천천히 체험(體驗)해 보거라”
언사군이 엎드려 절을 하며 말했다.
“어르신 감사합니다.”
천잔수가 잠시 침묵한 후 또 말했다.
“저 고정에는 절세의 무공이 있다. 만약 네가 터득할 수 있다면 원수를 갚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히 천하제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말을 마치고 손을 뻗어 언사군의 천령개(天靈蓋)를 어루만졌다.
언사군은 전신이 크게 떨리는 것을 느꼈는데 곧바로 한 가닥 뜨거운 기운이 그의 온몸을 뚫고 들어오더니 단전에 이르렀다.
언사군은 단지 한 가닥 뜨거운 기운이 전해지자 온몸이 이전에는 그랬던 적이 없는 정도로 시원해지는 것을 느꼈다. 놀랍고 기뻐 천잔수를 바라보는데 그의 얼굴에 감격이 가득하여 말했다.
“어르신, 제가 무공을 성취하면 반드시 어르신을 위해 복수를 해드리겠습니다.”
말을 마쳤는데 천잔수의 이마에 땀이 흐르고 전신을 한번 떨더니 곧바로 숨이 멎어 버렸다“
무림 백년 이래 천하제일의 기인이 이렇게 허망하게 세상을 떠나 버린 것이다. 고정(古鼎) 일곱 개만 남기고!
언사군이 천천히 몸을 일으켜 고정 쪽으로 걸어가려고 하는 순간 또 다시 칠인의 인영(人影, 사람의 모습)이 대전 안에 날아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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