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잔칠정 상권 5

천잔칠정(天殘七鼎) 2023. 2. 17. 19:20 Posted by 비천호리

말을 마치고는 그가 신형을 일으켜 우장(右掌)으로 가볍게 언사군을 한번 누른 후 천룡사 세 개를 주워들고는 여섯 사람에게 말했다.
“빈도(貧道)는 한 걸음 먼저 가겠소이다, 이 천룡사 세 개는 내가 가져가 천산파에 돌려주겠소”
말하면서 그가 오른손을 들자 오륙백 근이나 되는 고정이 가볍게 들렸고, 신형이 번뜩 움직이는 사이에 벌써 대전을 나가 사라져 버렸다.
언사군은 무극자의 일장에 눌리자마자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는데 전신이 마치 얼음 굴에 떨어진 것처럼 참을 수 없는 극심한 추위를 느꼈다. 바로 공동파의 절한장(絶寒掌)에 격중된 것이다.
만약 천잔수가 눈을 감기 전에 백년 수위(修爲)의 내력을 언사군의 몸에 넣어주지 않았다면 이때 언사군의 목숨은 벌써 끝이 났을 것이었다.
아미파 공운사태는 무극자와 줄곧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무극자가 한 순간에 일곱 개 고정 가운데 장인(掌印)이 가장 또렷한 한 개를 빼앗아 가자 저도 모르게 “흥”하고 비웃음을 표했다.
그리고 언사군을 슬쩍 보니 무극자의 그 장력은 일장으로 언사군의 목숨을 빼앗기에 충분한, 참으로 음험하고 악독한 수법이었다. 그녀는 무극자가 언사군을 죽인 죄를 칠파에게 분담(分擔) 시키려한다는 것을 분명히 알았다.
“그렇지만 이것도 좋다.”
그리고는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고 신형을 일으켜 그녀도 언사군에게 일장을 치고는 고정 하나를 잡아 몸을 날려 대전 밖으로 사라졌다.
나머지 다섯 사람은 두 사람이 이미 사라진 것을 보았다. 무당파 송골도장이 더 참지 못했다.
“무당파는 무림정종(武林正宗)인데 어찌 다른 파의 뒤에 처질 수 있겠는가?”
그도 몸을 일으켜 언사군을 한번 툭 치고는 세 번째 고정을 들고 사라졌다.
언사군의 신형이 흔들거렸다. 그는 더 이상 지탱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지만, 여전히 두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만에 하나라도 살아 돌아올 수만 있다면 그때는 반드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원수를 갚아 주겠다.
비록 그것이 완전히 불가능한 것을 그 역시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라도 해야만 겨우 정신을 잃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점창파의 장문인 칠보추혼검 희곤지도 몸을 일으켰다. 점창파는 검술에서 일절(一絶)이라고 자부해왔지만 만약 지금 천잔수가 남긴 무공을 얻을 수만 있다면 무림을 영도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것은 그가 밤낮으로 기구(祈求) 하던 것이었다.
그가 몸을 일으켜 일장(一掌)을 친 후 네 번째 고정을 들고 갔다.
언사군의 두 눈이 흐릿해지며 목구멍에 단 느낌이 나더니 선혈을 한 입 토해냈다.
곤륜파의 금검수사 강천우와 화산파 장문인 쇄일장 하치설 이인(二人)이 동시에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금검수사가 한 걸음 빨랐고, 두 사람은 다섯 번째, 여섯 번째 고정을 가지고 갔다.
언사군은 연달아 이장(二掌)을 맞자 가슴 속이 한바탕 떨리고는 곧바로 의식을 잃고 땅에 쓰러졌다.
해천대사가 묵묵히 그곳에 앉아 하나 남은 고정과 땅에 드러누운 어린아이를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소림파의 명예는 결코 어느 한 사람에 의해 훼손되도록 용납할 수 없다. 이보다 더 무서운 일을 한다고 해도 그것이 소림파의 명예를 지키는 일이라면 그는 여전히 기꺼이 할 것이다."
그가 느릿하게 몸을 일으켜 언사군의 곁으로 다가가 일장을 쳐내렸다.
돌연, 한 가지 생각이 그의 뇌리를 스쳤다.
마치 언사군이 또 “이건 모살이다!”라고 부르짖는 것 같았다.
그의 마음에 어두운 그림자가 번뜩 스쳐 가는 순간 막 쏟아내던 장력(掌力)을 억지로 거둬들이려고 했지만 이미 늦고 말았다. 일부분의 장력이 언사군을 격중하자 언사군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비록 그가 천잔수가 주입해준 백년 내력을 받았다고 하더라고 칠대문파 장문인에게 차례로 장력을 맞고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던 것이다. 그는 다시는 움직이지 않았다.
해월대사의 얼굴에서 땀이 떨어졌다. 그가 돌연 생각했다.
“나는 출가인 아닌가! 소림파의 명예를 잃을지언정 어떻게 이런 일을 한다는 말인가, 천하에 대해, 내 양심에 대해 어찌 떳떳할 수 있겠는가?”
선심(善心)이 사라지면 제악(諸惡)이 닥친다. 절대로 한번 잘못한 것을 다시 잘못하지 마라(萬萬不可一錯再錯), 악(惡)을 하나 덜 행하면 그것은 바로 선을 하나 더 쌓는 것이니(少做一惡即是多積一善).
이런 생각을 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몸을 낮춰 하얗게 변한 언사군의 안색을 보고, 언사군의 맥박을 잡아보자 자신의 힘으로는 구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늠 가벼운 탄식을 하며 품속을 더듬어 자금단(紫金丹) 한 알을 꺼내 언사군의 입에다 넣어주고는 생각했다.
“이렇게 하면 세 시진 안에는 죽지 않을 것이다. 고인(高人)에게 발견되면 혹시라도 목숨을 구할 수도 있겠지" 비록 이런 종류의 희망은 가능성이 매우 낮기는 하지만 그렇더라도 자기의 한 점 마음을 표시하는 것이었다.
그런 후 얼굴을 돌려 고정을 보았다.
“이 고정에는 천잔수의 절세무공이 간직되어 있다. 만약 사도(邪道)의 사람이 얻게 되면 그 뒷일은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
그는 신형을 일으켜 그 고정(古鼎)을 들고 표연(飄然)히 대전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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