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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잔칠정 하권 6

천잔칠정(天殘七鼎) 2023. 3. 28. 23:03 Posted by 비천호리

제13장 용비봉무(龍飛鳳舞)

언사군이 오른손을 쭉 뻗었으나 잡을 수 없었다. 그러나 끝내 위홍영을 붙잡지 못한다면 아마도 평생에 한으로 남을 수밖에 없어서 그가 다급해져 대갈일성(大喝一聲) 하자 "팍"하는 맹렬한 소리가 나더니 돌연 칠정강기가 관통되어 두 손 열 손가락의 맥문이 모두 뚫리고 강기가 그의 체내를 번개치듯 한 바퀴 돌았다. 언사군이 갈고리 같이 구부린 다섯 손가락으로 번개같이 위홍영의 등 뒤쪽 옷자락을 걸어 잡았다.
이때 황의 소년은 이미 위남우와 서로 일검을 교환했는데 검광이 휘몰아치는 사이에 두 사람의 신형이 나뉘어 땅으로 떨어졌다.

둘의 신형이 채 땅에 떨어지기 전 황의 소년은 벌써 언사군이 위홍영을 붙잡아 올린 것을 힐끗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가 알기로는 위홍영을 던진 각도와 장중(場中) 사람들이 서 있던 위치로 볼 때 설령 위남우가 조금 전 언사군이 서 있던 곳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절대로 위홍영을 잡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가 이곳에 도착했을 때 언사군이 한쪽에 서 있는 모양을 보고 이류 인물로 알았는데 의외로 언사군의 무공이 그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의 마음이 변해 지금은 강적이 위남우에서 곧 언사군으로 바뀌었고 신형이 땅에 닿기 전 장검으로 언사군의 배심(背心)을 찔렀다.
언사군은 칠정강기가 갑자기 전신에 소통되자 너무나 기뻤다.
등 뒤에서 검풍이 다가오자 언사군은 미간을 찡그리며 긴 휘파람 소리와 함께 위홍영을 내려놓고 몸을 돌렸고 뒤이어 칠정강기를 쳐냈다.
황의 소년이 장검으로 공격하다 돌연 휘파람 소리를 듣고 움찔하는데 앞에서 비길 데 없이 거대한 힘이 가슴을 짓눌러왔다.

그가 눈빛을 번뜩이고 속으로 코웃음을 치며 전력을 다해 오른손 장검을 튕겨내자 검광이 하늘에 가득 일어나 언사군의 두 손이 쳐낸 장세(掌勢)를 맞이했다.
갑자기 한줄기 일곱 색깔 무지개가 나타나 황의 소년을 휘말자 신음소리를 내며 황의 소년이 연신 뒤로 물러나는데, 무지개가 그 황의 소년 수중의 장검을 빠르게 휘감아 진동시키자 장검이 산산조각이 나서 떨어졌다.
언사군이 처음으로 신공을 시전하자 장내에 있는 사람들 가운데 놀라 안색이 변하지 않는 자가 없었다. 장내에 있는 사람들 각자가 자기의 무공을 헤아려봐도 이렇게 높은 공력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황의 소년이 얼이 빠져 한참을 서 있다가 한동안 언사군을 쳐다보고는 입가에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웃음을 띤채 몸을 돌려 탑 아래로 달려갔다.
위남우가 차갑게 웃고 신형을 번뜩 날려 그 황삼 소년을 쫓아가며 말했다.
“이렇게 쉽게 도망치지 못할걸!”
황의 소년이 냉랭하게 길게 웃었다.
검과 장(掌) 두 번의 대결에서 그는 위남우가 전해들은 명성보다 많이 못하고 자기와 비교해도 기껏해야 백중지간(伯仲之間)일 뿐이라고 여겼다.
그가 몸을 돌려 장(掌)으로 공격하자 네 손이 서로 맞서며 붉고 누런 두 줄기 기주(氣柱)가 서로 교차하는데 황의 소년이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위남우가 재차 냉소를 흘리며 쌍장을 가슴 높이로 들어 밀어내 전력으로 그 황의 소년을 자기의 손 아래 격패(擊敗) 시키려고 하였다.

황의 소년도 절대로 무공이 낮은 자가 아니었고 그가 위남우와 정면으로 붙어도 겨우 반 수 뒤질 뿐이어서 이때는 기왕 이렇게 된 바에야 물러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위남우의 장세가 도달했을 때 몸을 날려 빠져나왔다.
그가 탑 바깥으로 뛰어내려 몸을 뒤집는 사이에 벌써 3층이었고 다시 몸을 솟구치자 이미 탑 아래에 도달했고 이어서 몸을 날려 떠나갔다.

위남우는 일장이 허공을 치고 황삼 소년이 떠나는 것을 보고 숨을 한번 들이마시고는 아무 말 없이 몸을 돌려 언사군과 언사군 곁의 위홍영을 바라봤다.
언사군은 곁눈으로 위홍영을 한번 보고는 돌연 자기와 위홍영이 너무 가까이 서 있다고 느끼자 귓불이 뜨거워져서 오른쪽으로 두 걸음 떨어졌다.
위홍영은 큰 변고를 겪었는데도 여전히 매우 차분한 듯했고 그녀의 얼굴에 엷은 분홍색만 조금 떠올랐을 뿐, 두 눈은 오히려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언사군이 슬쩍 한번 본 후 곧 고개를 숙이고는 감히 다시 쳐다보지 못했다.
위홍영은 매옥과 매우 닮았는데 모습이 똑같을 뿐만 아니라 풍격, 거동도 매옥과 다른 곳이 한 군데도 없었다.
그는 위홍영과 매옥 사이에 드러난 모습이 어떻게 다른지 생각해 내지 못했지만 그의 곁에 있는 사람은 확실히 위홍영이지 결코 매옥이 아니었다. 그는 마음속으로 탄식만 했다.

위남우가 위홍영에게 걸어가며 물었다.
“누나, 무슨 일로 왔어요?”
위홍영이 살짝 웃으며 말했다.
“엄마가 돌아가실 때 나한테 너를 보살피라고 하셨잖아, 너 왜 말을 안 듣는 거냐, 별것 아닌 일로 다른 사람과 다투지 말아라”
위남우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좋아! 더 이상 소란 피우지 않을께요, 데려다줄까요?“

언사군이 눈빛을 약간 들어 바라봤다. 위홍영은 정말 좋은 사람이고 위남우는 본래 악인이지만 위홍영의 말을 이렇게 순순히 따르다니, 이건 정말 그로서는 생각조차 못했던 일이었다.
그는 위남우가 왜 이러는지는 몰랐지만 이로 인해 위남우에게 일말의 호의가 생겨났다.
다만 위남우는 특별히 좋은 점은 없지만 여전히 매우 무서운 사람이었다.
위홍영이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사람이 나를 구해줬는데 나는 아직 감사도 드리지 못했구나“
위남우가 급히 말했다.
”누나가 걱정할 필요 없어요. 친구니까 이따가 내가 대신 고맙다고 할께“

위홍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언사군은 측후방에서 위홍영과 비스듬하게 서 있어서 그녀의 표정이 어떤지 볼 수 없었다.
그의 마음에 어떤 생각이 떠올라 갑자기 몸을 돌려 위홍영에게 물었다.
”위 아가씨, 제가 한 가지 일을 좀 상의하려는데 도와주실 수 있는지요?“
위홍영이 언사군을 잠깐 응시하는데 눈에는 아리송하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잠시 후 웃으며 말했다.
”무슨 일인지 말씀해 보세요“
위남우가 옆에서 눈빛을 반짝이고 있지만 여전히 얼굴에는 웃음을 띤 채 서 있었다.

운청지는 줄곧 위홍영을 응시하면서 때로는 위남우와 언사군의 얼굴에 시선을 떨어뜨렸다.
돌연 그녀가 위홍영에게 물었다.
”위 아가씨, 무공이 괜찮은데 영사(令師)는 누구시죠?“
위남우의 눈썹이 살짝 위로 올라가며 얼굴에서 웃음기가 조금 사라졌고 위홍영은 어리둥절해 웃으며 말했다.
”이분 아가씨는 무슨 말을 하는 거죠, 저는 무공을 전혀 못해요!“
언사군은 갑자기 마음에 충격을 받고 눈을 들어 위홍영과 위남우 두 사람을 한번 쓸어봤다. 이때 위남우의 안색은 회복되었고 위홍영의 표정은 자연스러워 조금도 꾸미는 기색이 없어 언사군은 천천히 눈을 내리깔고 눈빛을 거두었다.

위홍영이 미소를 머금고 막 입을 열려고 하는데 운청지가 차갑게 코웃음 치며 말했다.
”위 아가씨, 이러는 건 다른 사람을 너무 업신여기는 거 아닌가요!“
위남우가 운청지를 쏘아보는데 잠깐 눈빛에 살기가 드러났다 사라졌다.
그가 차분하게 말했다.
”누나는 원래부터 무공을 배운 적이 없소이다. 운 아가씨는 하필이면 꼭 누나를 몰아붙여야겠소?“

위홍영이 웃으며 말했다.
”내 동생이 말한 건 사실이예요.“
운청지는 믿지 못해 두 사람을 한번 바라보았다.
그녀는 만약 위홍영이 무공을 할줄 안다면 그녀를 속일 필요가 없다는 건 믿었다. 그러나 위홍영이 무공을 펼치는 것을 본 적은 없어도 위홍영의 형태(形態)로 볼 때 위홍영은 훌륭한 무공의 기초를 갖추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언사군의 마음속에도 운청지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위홍영의 그런 진지한 눈빛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위홍영의 표정과 태도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진지해서 위홍영이 말한 모든 것을 믿지 않을 수 없었고 더 이상 의심을 품을 수 없었다.
위홍영이 미소를 머금고 언사군에게 물었다.
”어떤 일인지 얘기해 보세요,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꼭 도울께요“
언사군이 웃으며 말했다.
”가사(家師)이신 을목도주와 사백 몇 분이 어디로 갔는지 불분명합니다. 가능하다면 그분들의 행방을 찾을 수 있도록 위 아가씨가 도와 주십시오“
위홍영이 ”아!“ 하고는 말했다.
”나는 영사(令師)의 일을 몰라요. 그렇지만 이후에 알아보고 그대에게 알려줄까요?“
언사군이 웃으며 말했다.
”영제(令弟)는 알고 있소이다. 위 아가씨가 도와주시려면 영제에게 물어보면 됩니다“

위홍영이 어리둥절해서 위남우에게 물었다.
”언 소협이 묻는 일에 대해 너는 알고 있니? 알고 있으면 응당 언 소협에게 알려드려야지, 언 소협은 네 좋은 친구라고 하지 않았어?“
위남우가 잠깐 주저하다 웃으며 말했다.
”그의 사부 을목도주의 행방은 나도 분명히 알고 있지는 못하지만 대략은 알고 있어요“
운청지가 차갑게 말했다.
이 일은 당신도 질질 끌 필요 없어요. 동해 을목도주는 이미 막북(漠北)으로 갔는데 어찌 당신이 잘 모를 수 있다는 거요?”

언사군이 마음에 충격을 받고 몸을 돌려 운청지에게 말했다.
"운 아가씨 가사께서 왜 가셨는지 아십니까? 저에게 좀 알려줄 수 있나요?"
운청지가 차분하게 말했다.
"아마도 소협의 바람을 저버릴 것 같군요. 이 일은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말을 마치고 위남우와 위홍영을 바라봤다.
위남우가 웃으며 말했다.
"을목도주와 그녀의 사형 네 사람은 함께 멀리 막북에 갔소. 아마 을목도주의 딸 때문일 것 같은데 그밖의 사정은 나도 모르오."

언사군에게서 "아!"하는 소리가 흘러 나왔다.
그리고 사소운의 모습이 그의 마음에 떠올라 천천히 고개를 수그렸다.
위남우는 미간을 찡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언사군이 머리를 들어 또 위남우에게 물었다.
"그 외에도 북령선생 등 사람들의 행방을 알고 싶은데 위공자께서 알려 주실 수 있겠소?"
위남우가 태연하게 웃으며 위홍영에게 말했다.
"누나! 나는 북령선생이 누군지 몰라요."
말을 마치고 또 웃었다.
위홍영이 위남우를 응시하다가 물었다.
"정말이야? 정말 몰라?"
위남우가 머리를 숙이며 말했다.
"몰라요"
위홍영이 위남우를 한참 쳐다보다 자신도 고개를 숙였다가  잠시 후 머리를 들고 언사군에게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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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잔칠정 하권 5

천잔칠정(天殘七鼎) 2023. 3. 28. 08:31 Posted by 비천호리

위남우도 왜 언사군이 돌연 목전의 정세에 대해 마치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은지 그 이유를 기괴하게 여겼다.
그가 언사군을 한 번 쳐다본 후 눈을 돌려 웃으면서 운청지에게 말했다.
"운 아가씨, 너무 개의치 마시오. 우리 둘 사이의 일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는데 지금 다른 사람 개입 없이 우리끼리 해결하기를 원하시오?"
운청지는 위남우가 왜 별안간 자기들 두 사람이 다시 마무리 짓자는 말을 꺼내는지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녀가 위남우를 향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것이 가장 좋지!"
개자영은 가슴이 뜨끔했다.
그는 위남우가 이렇게 될 줄 생각하지 못했던지라 마음 속에 전율이 일었다.
그가 이곳에 올 때는 가슴 속에 큰 뜻이 가득해 장차 할 일이 있다고 여겼었는데 지금은 돌연 자신의 생사가 다른 사람의 손에 달려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위남우가 개자영에게 눈빛을 돌리자 개자영은 그가 곧바로 자기를 상대하려는 것을 알고 즉시 말했다.
"지금은 당신 둘이서 사사로이 결정해서는 아니되오"
하하하!
위남우가 웃으며 말했다.
"천잔칠정이 얼마 전에 무림을 온통 흔들어 놓긴 했지만 천잔칠정 상의 그 일곱 개 장인(掌印)의 비밀을 알 수 있는 사람은 없소이다."
그가 언사군을 한 번 쳐다보고는 말을 계속 이어갔다.
"그런데 칠정강기는 생각을 못했지. 현재 해천검급은 이미 출현했소. 해천검급에는 심오한 비밀이 없어서 이걸 얻으면 곧바로 검술의 최고 경지를 익힐 수 있소이다. 그러니 이 분 남강의 고수가 멀리서 온 것도 이상할 것은 없소만 아마 해천검급은 그리 쉽게 손에 넣을 수는 없을거요"
그가 숨을 한번 들이마시고 개자영을 응시하며 말했다.
“당신 몫을 받으려면 그건 아주 쉽소, 내 백초(百招)만 받을 수 있다면 바로 가능하지”
개자영이 숨을 한번 들이쉬고는 크게 웃었다.
“좋다. 최근 출도해서 무림에 명성을 떨치고 있는 청년 고수를 내 한번 시험해 보겠다”
위남우가 웃었다.
그는 이미 전력을 기울여 개자영을 여기서 죽이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개자영이 심호흡을 하고 정신을 집중해 공격에 대비했다.
위남우가 장내를 한번 쓸어보는데 그의 얼굴에 갑자기 붉은빛이 돌고 두 눈에서 예리한 살기를 쏘아냈다.
언사군은 본래 탑 안에 있는 위홍영에게 관심을 쏟고 있었는데 이때 위남우의 이런 모습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 자신도 경험이 있는데 위남우는 이때 이미 살심(殺心)이 일어 마침 독문의 혈마공(血魔功) 가운데 취기성홍(聚氣成紅)의 절정사공(絶頂邪功)을 시전하고 있었던 것이다.
개자영은 위남우의 이러한 모습을 보고 속으로는 겁이 났지만 대갈(大喝)하며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의 장검이 한줄기 긴 무지개를 만들어 위남우를 쓸어갔다.
위남우는 눈에서 살기를 번뜩이며 쌍장을 교차한 채 몸을 날려 빈손으로 위를 향해 맞이해 갔다.
운청지의 눈빛이 미세하게 빛났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위남우가 감히 적을 이렇게까지 얕보는 것이 기괴했다.
그녀는 빈손으로 개자영의 검초를 받는 건 자신도 감히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위남우가 쌍장을 쳐내고 두 사람이 공중에서 연속 5초를 교환하자 개자영 수중의 장검은 위남우에 의해 쪼개져 땅에 떨어졌다.
개자영이 공포에 질려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그 자신도 위남우에 의해 단 5초 만에 검을 잃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는 놀라 도망가려는 생각밖에 없었다.
이때 위남우의 얼굴색은 매우 흉악하게 변했고, 굵직해진 목소리로 개자영에게 말했다.
“지금 도망가려고 하는가?”
개자영이 빈손으로 위남우를 응시하며 눈에서 놀라움과 공포의 기색을 드러냈다.
위남우의 신형이 번개처럼 개자영에게 짓쳐 들었다.
개자영은 석일(昔日) 한 시기를 주름잡았었지만 지금은 막다른 길에 몰린 양처럼 최후의 몸부림을 치려고 했다.
그가 노갈을 터뜨리며 쌍장을 한번 눌렀다 올리며 곧바로 위남우의 가슴팍을 쳐갔다.
위남우의 목구멍에서 기괴한 소리가 나며 그가 쌍장으로 비스듬히 개자영을 치자 개자영이 몸을 떨며 비틀비틀 두 걸음을 물러나 앞으로 구부리고 선혈을 한입 가득 뿜어냈다.
이어서 탑 꼭대기의 가장자리까지 2, 3보를 더 물러났다.
위남우는 막 재차 공격하여 개자영을 없애버리려던 참이었다.
이때 돌연간 날카로운 비명이 탑 안에서 들려오자 바로 위남우의 안색이 변해 비틀거리며 두 걸음 물러났는데 얼굴은 이미 하얗게 변해 있었다.
언사군은 위홍영이 탑 안에 있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 비명 소리는 분명히 위홍영이 낸 것이라고 생각해 깜짝 놀랐다. 그의 눈앞에 위홍영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는 곧바로 탑 안으로 뛰어들려고 했지만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미친 듯한 웃음소리와 함께 담황색(淡黃色) 인영이 탑 꼭대기로 날아왔다.
언사군은 한눈에 위홍영이 그 사람 옆구리에 끼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위남우는 다가온 사람이 누군지 분명해질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벌써 덮쳐가며 쌍장으로 전력을 다해 나타난 사람을 쳤다.
미친 듯한 웃음소리 가운데 두 사람의 장력이 서로 부딪히며 붉은색과 누런색 두 줄기 기주(氣柱)가 하늘을 뚫고 솟아오르고 나타난 자의 신형이 위홍영을 낀채 똑바로 섰다.
위남우는 한 번의 공격으로 이기지 못하자 즉시 검을 뽑아 들고 나타난 자를 차갑게 쳐다봤다.
언사군도 약간은 놀랐는데 위남우의 이때 얼굴은 청백색(靑白色)으로 무섭게 변해 조금 전 그가 개자영을 죽이려고 할 때의 안색이라 할지라도 이렇게까지 흉칙하지는 않았다고 할 정도였다.
그가 다시 나타난 자를 보니 그는 황삼(黃衫)을 걸친 소년이었다. 나이는 26, 7세 정도에 불과했지만 얼굴에는 차갑고 오만함이 가득하여 마치 장내에 있는 어떤 사람도 안중(眼中)에 없는 듯했다.
언사군은 그자와 비교하면 위남우의 공력이 반 수 정도 높다는 것을 알았지만 위남우는 막 혈마공 가운데 취기성홍 일식(一式)을 사용했고, 취기성홍은 진력을 가장 많이 소모하는 무공인데다 또한 위홍영이 상대방 수중에 있어 위남우의 마음에 거리낌이 있었기 때문에 공력이 크게 감소하였던 것이다.
황삼 소년은 위남우가 자기를 어찌지 못하는 것을 보고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천하에 명성을 날리는 남우 공자도 이 정도에 불과하다니, 아무래도 허명(虛名)을 누리고 있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구나!”
위남우가 냉랭하게 말했다.
“너는 누구냐?”
그는 출도 이래 적수를 만난 적이 없는건 말할 것도 없고 그의 백초를 받아낼 수 있는 사람도 거의 만나지 못했었다. 하지만 오늘 하룻밤 사이에 이렇게 많은 고수들이 잇달아 나타나는 것을 보고 절로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거기에 위홍영까지 다른 사람 손에 떨어져 있어 일시적으로 그는 결정을 할 수가 없었다. 
황삼 소년이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내가 누구냐고? 너는 알 필요 없다."
운청지가 옆에서 차갑게 말했다.
"종남(終南) 낙양홍(樂羊紅)! 너는 정말로 천하에 너를 아는 사람이 없을 줄 아느냐?"
그리고 가소롭다는 듯 "흥" 코웃음을 쳤다.
낙양홍이 약간 놀랐는지 한동안 운청지를 쳐다본 후 말했다.
"나 낙양홍을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구나."
말하면서 오만하고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위남우가 숨을 한번 들이마시고 낙양홍에게 느릿하게 말했다.
"빨리 누나를 내려놓아라! 너도 이름 없는 자가 아닌데 무공을 모르는 사람을 이렇게 대하다니!"
낙양홍이 한동안 운청지를 노려보더니 말했다.
"아가씨 성이 임(林) 씨인가?"
운청지가 냉랭한 어조로 말했다.
"낙양홍, 세상에서 너 혼자만 잘났다고 안하무인으로 굴지 마라. 당금 천하에는 고수(能人高士)가 별처럼 많다. 너는 아직 많이 멀었다."
낙양홍의 안색이 살짝 변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위남우는 검집에서 적홍검을 뽑아든 채 화가 치밀어 두 눈을 치켜뜨고 즉시 검으로 낙양홍을 죽이려고 하였다.
낙양홍이 냉소하며 말했다.
"내가 탑을 오를 때 한걸음 한걸음 걷고 있는 것을 보고 데리고 올라왔다. 그녀가 기왕 네 누나라면 어쩔 수 없이 탑 아래로 돌려보내야겠구나"
말을 하면서 오른손을 휘둘러 위홍영을  되는대로 탑 아래로 던져버리고 이어서 한순간도 틈을 주지 않고 담황색의 검을 뽑아들어 전력으로 위남우를 공격했다.
위남우는 분노에 차 휘파람을 불며 낙양홍에게 검을 날렸지만 검세가 낙양홍에게 저지당하자 전력을 다해 낙양홍에게 돌진할 수밖에 없었다.
위홍영은 언사군이 있는 자리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탑 바깥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운청지 등의 사람들은 모두 멀리 떨어져 있어서 도울 수가 없었다.
언사군은 다급해서 몸을 날려 위홍영에게 뛰어들었다.
그러나 곧바로 자신의 두 손 열 손가락이 굳어버렸다는 생각이 떠오른 순간 가슴이 오싹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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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잔칠정 하권 4

천잔칠정(天殘七鼎) 2023. 3. 27. 08:05 Posted by 비천호리

“네가 만약 검으로 묘패방에게 상처를 입히면 내가 장래 밀종 일문을 완전히 없애버릴 것이다.”
말을 마치자 운청지의 답을 기다리지 않고 몸을 움직였다.
장검이 기이하게 움직이는 사이에 적홍검이 긴 무지개로 변해 개자영을 쓸어갔다.
개자영은 위남우 안중에는 자기가 없다는 것을 알았는데, 지금은 이름 모를 소녀가 돌연 나타나 그를 돕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때 그는 갑자기 담력이 커져서 검집에서 장검을 뽑아 옆으로 돌며 비스듬히 위남우의 검세를 맞이했다.
운청지는 위남우의 말을 듣고 화가 치밀어 올라 노갈(怒喝)을 터뜨리며 수중의 장검으로 묘패방을 공격했다.
묘패방은 명을 받들어 막아섰고 검을 내밀어 맞설 수밖에 없었다.
탑 꼭대기에 있는 네 사람은 모두 절세고수여서 손을 쓰자 즉시 검기가 날아 무지개처럼 그곳을 휘감았다.
언사군은 네 사람의 손 쓰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저절로 무거워졌다.
만약 그의 두 손이 못쓰게 되지만 않았어도 이때 저들과 똑같이 위세를 날리고 있지 않겠는가!
그는 두 손이 불구가 된 이후 꾸준하게 칠정강기(七政罡氣)를 익혀왔고 예전에 천잔수가 남겨준 무공과 체내의 금룡내단 도움을 얻어 공력 진전 속도가 매우 빠르기는 했어도 여전히 손목의 막힌 맥문을 뚫을 방법이 없어 두 손에 칠정강기를 전혀 모을 수가 없었다.
언사군이 혼자 탑 가에 서서 깊은 생각에 잠겨 장내를 바라보니 개자영과 묘패방 두 사람 모두 어쩔 수 없이 수비만 하고 있는데 게다가 한 걸음 한 걸음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돌연간 앞쪽에서 먼지를 피워 올리면서 마차 한대가 치달아 왔다.
이때 언사군은 자기를 향해 동쪽에서 붉은색 해가 떠올라 더욱 분명하게 볼 수 있었다.
날듯이 들판을 댤리는 마차를 보자 언사군은 한 눈에 바로 위홍영이라는 것을 알아 보았다.
그는 왜 위홍영 마저 달려 왔는지를 몰라 놀랐다.
언사군의 정신이 약간 분산된 바로 그때 장내의 형세는 크게 변해 있었다.
그가 장내를 다시 주시했을 때 묘패방과 개자영 두 사람이 나란히 위기를 맞고 있었는데 위남우는 한쪽 발로 개자영 수중의 장검을 차서 날려버리고 검을 돌러 운청지를 공격했다.
운청지가 긴 휘파람을 한 번 불고 몸을 날려 어검술을 펼치자 장검이 한 줄기 검기를 뿌리며 하늘에 걸친 긴 무지개처럼 비스듬히 묘패방과 위남우 두 사람을 공격했다.
위남우는 운청지가 어검술로 맞서는 것을 보고 화가 치밀어 올라 휘파람을 불고 묘패방과 함께 몸을 돌려 전력을 다해 운청지에게 반격을 가했다.
개자영은 마음이 약간 안정되자 장검을 주워들었다.
운청지는 위남우, 묘패방 두 사람과 필사적으로 싸우고 싶지는 않아서 크게 한번 숨을 들이 마시고 몸과 검을 분리한 후 검을 휘둘러 두 사람의 공세를 막아내고 그 기세를 따라 날아 올라갔다.
이때 언사군은 장 내에 있는 사람들보다 마음이 더 긴장되어 있었다.
바로 그때 위홍영의 마차가 탑 아래 도착했고 위홍영은 고개를 들어 위를 한 번 쳐다보고 급히 탑안으로 뛰어들었다.
언사군은 그녀가 분명 탑 위로 올라오려 할 줄 알았기 때문에 마음이 급해졌다.
이곳 상황이 긴박해서 그가 몸을 뺄 수 없었지만 그래도 절대로 위홍영이 위로 올라오게 놔둬서는 안될 일이었다.
그녀가 일단 탑 꼭대기에 오르면 다른 건 말할 필요도 없이 탑 꼭대기의 강한 바람에도 날려 떨어질 것이 분명했던 것이다.
위남우는 이때 위홍영이 도착한 것을 전혀 모른 채 머릿속에 무수한 생각을 떠올리고 있었지만 그것은 모두 이길 수 있는 방법 뿐이었다.
지금 그가 유일하게 원하고 있는 것은 승리뿐이었다.
위남우와 묘패방 두 사람이 검을 거두고 물러서자 장중(場中)의 형세는 2대 2 대치 국면으로 변했다.
운청지와 개자영은 어쩔 수 없이 함께 서 있었다.
위남우는 현재 쌍방이 대치하는 형세가 되었고 어느 한쪽이 승리를 거둘 가능성도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이때는 날이 이미 밝았기 때문에 그는 단지 시간을 끌어 묘패화(苗佩化), 묘패덕(苗佩德) 두 사람이 도착하기만 하면 즉시 장중의 우세를 장악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슬쩍 웃고는 길게 숨을 한 번 들이 쉬었다.
운청지는 개자영과 단지 3척 거리에 나란히 서 있었다. 그녀는 진심으로 개자영 같은 사람과 한 곳에 있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은 이런 상황을 어쩔 수 없었다. "흥" 그녀가 코웃음을 치며 언사군을 한 번 훑어봤다.
위남우는 운청지가 언사군을 쳐다보는 것을 보자 즉시 마음이 긴장되면서 만약 언사군이 어느 한 쪽편을 들게 되면 목전의 형세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언사군에게 자기를 돕게 하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하니 가장 좋은 건 언사군이 관여하지 않고 운청지를 돕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그가 웃으면서 말했다.
"남강(南㢾)에서 온 사람도 분명 해천검급을 얻으려고 왔을 것이요. 그런데 지금 무엇 때문에 우리가 싸우고 있는거요?"
개자영이 위남우의 말을 듣고 뭘하려고 그러는지 몰랐다.
그는 운청지가 그와 힘을 합치려고 하지 않는 것을 벌써 눈치채고 있었다.
그가 한참을 망설이다 말했다.
"해천검급의 일은 천하무림이 다 알고 있는데다 그것이 숨겨진 곳은 바로 이 장춘탑이오. 나는 다른 사람이 도착하기 전에 우리가 힘을 합쳐 먼저 취(取)하는 것이 좋다고 보는데 어떠시오?"
위남우의 본래 의도는 언사군을 몰아붙여 떠나게 하려는 하려는 것이지 어찌 개자영과 협력해서 해천검급을 취하려는 생각이 있겠는가?
그는 개자영의 말을 듣고 차갑게 웃을뿐 아무말도 하지않았다.
운청지가 가벼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해천수가 익힌 검술의 대부분은 우리 밀종에서 흘러 나온 것이니 해천검급은 반드시 우리 밀종이 회수해야 한다. 당신에게 무슨 자격이 있겠느냐?"
개자영이 그 말을 듣고 노기가 치밀어 올라왔다.
그는 수염과 머릿카락이 모두 허연 나이였으나 운청지는 기껏해야 스무살 정도의 소녀인데 이렇게까지 그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은 것이다.
그가 비웃음을 띠고 말했다.
"너 혼자 힘으로 할 수 있겠느냐?"
언사군은 옆에서 마음이 급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위홍영이 올라온다면 그때는 어찌해야 할까?
이곳은 백운장에서 위남우가 국면을 제어할 수 없었던 때와는 달라서 위홍영이 위험에 처하지 않을거라고 보증할 수 없었다.
운청지는 몇 차례 눈짓으로 이 일에 참여하도록 언사군에게 표시했으나 그는 마치 마음 속에 다른 속셈이 있는 듯 그녀의 눈빛에 대해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지절로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아져 냉랭하게 말했다.
"나 혼자면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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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잔칠정 하권 3

천잔칠정(天殘七鼎) 2023. 3. 27. 08:03 Posted by 비천호리

묘패방이 차갑게 웃었다. 비록 그의 일검은 허탕을 쳤지만 오른발로는 언사군의 발끝을 밟아갔다. 그때 언사군이 오른발 끝을 튕기자 신형이 날아오르며 곧바로 5층 탑 위에 내려섰다. 묘패방이 몸을 날려 쫓아가는데 언사군이 반쯤 신형을 뽑아 올려 공중에서 한 번 발길질을 하고는 비스듬히 날아 두 발로 쓸어가자 마침맞게 묘패방의 가슴을 차게 되었다.
묘패방은 언사군에게 이런 일초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크게 놀라 곧이어 검을 휘둘러 언사군을 베었다. 언사군이 웃으면서 4층으로 떨어져 내렸으나 묘패방은 전력을 다해 검을 휘두르느라 몸은 이미 탑 바깥에 나와 발이 허공을 딛게 되었는데 이때 그는 30장 이상의 공중에 떠 있었다.
그의 몸이 쏜살같이 떨어져 내리는데 만약 이대로 지면에 떨어지면 그건 너무 체면을 구기는 일이었다. 게다가 이렇게 높은 곳이라 진기를 끌어올려 몸을 안정시키려면 검을 버려야만 비로소 가능했다.
그는 매우 화가 났지만 전력을 다해 바깥으로 이장(二掌)을 쳐냈다. 그렇게 해도 발을 딛게 되었을 때는 이미 2층 탑의 가장자리가 되었다. 그러나 언사군의 신형은 섬전처럼 탑 꼭대기로 곧바로 치솟았다.
묘패방이 노기를 머금은 채 다시 몸을 날려 쫓아 올라갔다.
묘패방이 바짝 뒤쫓아오자 언사군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탑꼭대기에 올라서면 즉시 성고만리(聲翱萬里)의 절정 경공신법으로 탑 아래로 뛰어내려 묘패방이 자기와 동시에 떨어져 내릴 수 있는지를 보려고 했다.
그가 숨을 들이마시고 정신을 집중해서 진기를 끌어올려 탑 꼭대기로 곧장 올라서자마자 그림자 하나가 번뜩 움직였다. 언제인지 몰라도 위남우가 몰래 탑 꼭대기에 올라와 있는 것을 보고 그는 깜짝 놀랐다.
위남우가 언사군을 바라보며 차갑게 웃었다. 그와 동시에 묘패방도 도달했는데 그는 이번에는 언사군을 뒤쫓지 않고 공중에서 아래를 공격하는 방법으로 바꿔서 장감으로 일장 남짓이나 되는 긴 무지개를 일으키며 세차게 언사군을 공격했다.
언사군은 위남우가 탑 꼭대기에서 나타난 것을 보자 많이 놀라서 자기도 모르게 진기가 살짝 흩어졌다. 운청지도 위남우가 예상치 못한 틈을 타 장춘탑에 오를 줄 모르고 있다 크게 놀랐다. 그녀는 지금 쫓아가도 이미 늦었다는 걸 알았지만, 그래도 탑 꼭대기로 몸을 솟구쳐 올라가는 수밖에는 없었다.
언사군은 위험한 상황에 처하자 도리어 진정되었다. 그가 고개를 들어 보니 위남우는 마치 개입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처럼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그는 두 눈썹을 약간 찡그리며 위험을 무릅쓰고 몸을 뒤집어 탑 아래로 뛰어내렸다.
위남우는 언사군이 이렇게까지 담이 클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가 앞쪽으로 2척을 나아가 눈을 들어 언사군이 떨어져 내린 곳을 바라보았다.
장춘탑은 높이가 50장에 달해 언사군이 이런 상황에서 떨어지면 죽지는 않는다고 해도 중상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묘패방은 본래 검으로 아래쪽을 공격하려고 했으나 이때는 언사군이 탑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그도 위험을 무릅쓰고 공격할 생각은 없어서 할 수 없이 검을 거둬들이고 탑 꼭대기에서 뛰어내렸다.
언사군의 몸이 떨어져 6층에 이르렀는데 탑 안에서 한바탕 큰 웃음소리가 들리면서 한 인영(人影)이 불쑥 나타나 단번에 언사군의 배심(背心)을 붙잡더니 탑 꼭대기 쪽으로 던지고는 그 뒤를 따라 올라간다.
위남우는 마음속으로 약간 놀랐다. 탑 안에 아직도 어떤 사람이 숨어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언사군은 탑 꼭대기로 던져지자 예상하지 못한 이 시각, 이 장소에서 한 사람이 끼어드는 것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가 몸을 돌려 탑 꼭대기에 내려선 사람을 보니 백발에 하얗게 센 수염을 한, 키가 크고 여윈 사람으로 차갑운 인상이었는데 얼음처럼 차가운 두 눈은 위남우와 묘패방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묘패방이 두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누구신가 했더니 원래 묘강일수(苗疆一叟) 개자영(介子嬰) 형(兄)이었구려!, 개 형께서 무슨 일이 있어서 묘강에서 여기까지 달려오셨소이까?”
언사군이 그 백발노인을 한번 보고 속으로는 놀랐다. 나타난 자는 묘강일수 개자영으로 오랫동안 묘강에 거주하고 있었는데 오늘 중원에 들어온 것을 보니, 사방의 마두들이 모두 중원에 들어왔다는 조승지(趙勝之)의 말이 결코 허튼소리가 아니었구나!
이때 운청지도 이미 탑 꼭대기에 도착해서 노기를 품고 위남우를 노려보았다.
개자영이 코웃음을 치며 묘패방에게 말했다.
“오랫동안 묘형(苗兄)을 남해패왕으로 여겼는데 지금 일개 어린애의 명을 따르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소”
묘패방의 안색이 살짝 변하고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
“수 십년 동안 보지 못한 사이에 개 형의 백독금사장(百毒金沙掌)이 크게 진전되었나 보오, 나 묘패방이 가르침을 좀 받아봐야겠소”
그 말과 함께 그의 신형이 벌써 움직역 쌍장을 가슴 높이로 밀어내 개자영을 곧바로 공격했다. 개자영이 냉랭하게 장소(長笑)하며 몸을 왼쪽으로 번뜩 기울이며 단장(單掌)으로 묘패방의 공세를 맞이했다.
쌍방의 장세가 부딪히자 즉시 금색과 홍색의 두 줄기 기주(氣柱)가 서로 말리면서 하늘로 치솟았고 두 사람의 신형이 섬전처럼 움직이는 사이에 서로 위치가 바뀌었다.
개자영의 눈빛이 번뜩이며 약간의 움직임이 있었다.
묘패방의 공력이 자기 아래가 아닌데 뜻밖에도 일개 소년의 명령을 받는 것을 생각하면 필시 그 사람에게 뛰어난 무공이 있겠지!
그가 숨을 들이마시며 곁눈질로 위남우를 바라봤다.
위남우는 뒷짐을 지고 서 있었다.
조금 전 개자영이 묘패방에게 한 말은 그를 깔보는 것이어서 그는 묘패방에게 냉랭하게 말했다.
“패방! 좀 쉬어라, 내가 이 남강(南疆)에서 온 고수를 만나볼 테니!”
묘패방이 살짝 몸을 굽히며 말했다.
“예, 사숙님!”
하고는 그 말을 따라 뒤로 물러났다.
위남우가 뒷짐지고 있던 손을 풀고 개자영을 쳐다봤다.
개자영은 두 눈이 위남우의 눈빛을 마주치자 저도 모르게 오싹한 기운을 느꼈다.
위남우의 두 눈에 살기가 가득했던 것이다.
그는 묘패방이 위남우를 사숙이라고 부르는 것을 듣고 속으로 이미 반쯤은 기가 죽었다.
묘패방과 그는 나란히 명성을 떨치고 있는 사람인데 묘패방이 일개 소년의 명을 따른다는 것을 듣고는 묘패방이 조금은 허명을 가진 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막상 맞붙어 싸워보니 묘패방의 공력은 자기보다 못하지 않았다.
위남우가 개자영을 향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당신이 기왕 이곳에 왔으니 내가 보기에 굳이 묘강으로 돌아갈 필요가 없겠소. 중원의 경치가 묘강보다 훨씬 나으니 여기 머물러야지!”
개자영이 눈썹을 찡그리며 아직 입을 열기도 전에 옆에 있던 운청지가 냉랭히 말했다.
“위남우, 우리 둘 사이의 일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먼저 끝을 내고 나서 다른 것을 얘기하시지!”
위남우의 눈빛이 번뜩이더니 고개도 돌리지 않고 묘패방에게 말했다.
“패방!, 네가 운청지의 백초를 먼저 받고, 내가 이 묘강 사람을 해결한 후 다시 얘기하자”
묘패방이 나지막하게 대답하고 몸을 옆으로 하여 운청지를 마주했다.
운청지가 담담히 웃으면서도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위남우! 그를 써서 나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시오, 당신은 먼저 조수를 잃을거요!”
위남우는 비록 속으로 묘패방이 운청지의 검에 다치는 것이 부담스럽기는 해도 개자영이 이렇게 우쭐대는 것을 보자 이미 개자영과 고하를 가리기로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그는 백초 이내에 개자영을 장춘탑에서 떨어뜨릴 수 있다고 계산하고 곁눈으로 운청지를 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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