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나쁜 예(惡例)를 처음 시작한 기신양소사(奇神杨小邪)

1980년 전후로 문천행(文天行)은 와룡생의 이름을 붙인 6권짜리 무헙소설 기신양소사를 출판했는데, 판매량이 매우 많은 것을 보자 얼마 지나지 않아 재판을 낼 때는 원작자는 이량(李凉)!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이량이 무협소설에 첫번째 출현한 것이지만 당시 출판사 외에는 그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인터넷 용등세기서고(龙腾世纪书库)에서는 그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이량, 동해대학(東海大學) 경제학과 출신으로 라스베가스카지노연구소에 근무했다. 일찍이 영화에 투자하고, 직접 각본과 연출에 참여했으며 유머무협을 창조해 홍콩, 대만, 대륙에서 인기를 끌었고 각 편의 원고료가 백만 위안 이상에 달하는 가장 잘 팔리는 작가 중 한 명이다. 현재 TAIDE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며 부동산, 금융, 보석, 교육오락사업 경영에 정통한 기업전문인재이다. 그는 소설에 대한 마음을 억제할 수 없어서 다시 집필했는데 이는 무협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크게 기쁜 소식(福音)이다. 그의 작품에는 기업전망론(企业前瞻论), 외계인(外星人), 미치코의 유혹(美智子的诱惑) 및 기신양소사(奇神杨小邪) 등 10여편이 있으며 특히 그의 유머무협 시리즈는 흥미진진하고 해학적이어서 재미가 있다. 바로 김용의 말처럼 유머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최고의 매개물이다. 이량은 천재형에 속하는 사람으로 그의 글은 활발하고 생동감이 있으며 제재의 선택은 매번 정곡을 찌르고 지구력도 놀랍다. 10년 동안 비즈니스 경험을 쌓은 후 새로이 집필을 하니 반드시 다시 선풍을 일으킬 것이다.

이 소개는 매우 과장되고 실제와 부합하지 않으며 의도적으로 과장한 광고성 글이기는 하지만 그의 경력이 다양하고 창작 영역 또한 매우 광범위하다는 것을 대략적으로 알 수도 있다. 글에서 말하는 '흥미진진하고 해학적이어서 재미있다'는 것은 그 무협 창작의 일관된 스타일이다. 다만, 이런 유머가 꼭 독자들에게 '가르침(领教)'을 주는 것은 아니다.

기신양소사부터 이량은 우스꽝스럽고 해학적인 스타일로 따로 일가를 이루었는데 그의 필치로 묘사된 양소사는 일자무식(目不识丁)으로 배운 것도 없고 재주도 없으며(천리소창天理昭彰, 누보불상屡报不爽마저도 천리초초千里迢迢, 누보불상屡报不爽으로 이해한다). 무공은 쓸모가 없지만(기껏해야 스스로 창안한 낭자삼초浪子三招를 쓸 줄 안다), "도망가는 무공(跑功)"은 천하제일이다. 주사위 내기를 좋아하고 도박 요령에 정통하며 교활하고 약삭빠르고, 격식에 구애받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하며(嬉笑怒骂), 걸핏하면 세 글자로 된 욕설(三字经)을 하는, 완전한 건달이다. 이는 분명히 김용의 녹정기에 나오는 위소보(韦小宝)를 모방한 것이고, 양소사에게 '만독불침(万毒不侵)'만 추가했을 뿐이다. 책 전체의 내용은 양소사가 강호를 떠돌아다니며 기괴하고 약삭빠른 방법으로 각양각색(三教九流)의 인물들과 '뒤섞이는' 것을 대강의 줄거리로 삼고 있으며, 가끔은 '의협심을 발휘하여 의로운 일을 하며(行侠仗义)', 때때로 강호의 여인들과 끝없는 애정의 다툼을 벌인다.

(참고) 天理昭彰, 屡报不爽 : 하늘은 정의를 주관하므로 선악이 그에 따른 응보를 받는데 조금도 어긋나지 않는다.

千里迢迢 : 길이 아득히 멀다


그는 이러한 위소보 스타일의 인물로 양소사가 위세를 부리다(杨小邪发威), 소소강호(笑笑江湖), 주정꾼 임소도(酒狂任小赌), 강호의 한 개구쟁이(江湖一担皮), 신투소천(神偷小千), 기묘한 도적 정소구(妙贼丁小勾), '장난꾸러기 소활보(淘气小活宝), 꼬맹이 대영가(小鬼大赢家) 등 일련의 "유머" 작품을 창작했는데 책의 제목에서 그 스타일과 내용을 대략적으로 알 수 있다. 김용이 무협소설에서 위소보를 창조한 것은 사실상 '무협을 전복'하려는 의도를 함축하고 있어서 웃고 떠들며 장난치는 가운데 깊은 반어적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무협 창작 중 일반적인 형태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량은 오히려 '변칙을 평상으로 삼아(以变为常)' 일부러 멍청한 척하며 능청스럽게 웃음을 자아내 위소보의 겉모습만 취하고 그 정신은 빠뜨림으로써 위소보를 망쳤을 뿐만 아니라 1980년 이후의 무협소설을 깊은 진흙탕에 빠뜨렸고 아직까지도 발을 뺄 수 없게 만들었다.

이량의 글은 본래 이해될 듯 말 듯한데도(似通非通), 기를 쓰고 '虽'(재수없이), '恨号(매우 좋다)', '한(很好)', '杀米威'(무슨 말), '马盖'(무슨, 客家语), '代志'(볼일), '阴沟里去'(영어, English) 등과 같은 여러가지 현대적인 속담과 방언을 섞어 '웃음을 주는 결과'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여 종종 사람들(오랜 독자들)로 하여금 영문을 모르게 만들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요즘 젊은이들이 이런 '명확한 목적이 없고 이치에 맞지 않는' 소설에 떼를 지어 모여들면서 이량의 소설이 크게 유행하고 있다.

'기신양소사'에서는 비록 양소사로 하여금 여인들과 시시덕거리며 장난을 치고 곳곳에 정을 남기도록 하지만, 색정과 관련된 묘사는 거의 없어서 그런대로 비교적 정숙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왕 그런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은 만큼 점점 저속해지는 것은 피할 수 없었고 이량은 이후의 소설에서 자신을 억제하지 못하고 점차 색정을 띠게 되었다. 예를 들어 매우 패도적인 남자(超霸的男人) 가운데 두 단락의 묘사는 정말 필묵을 더럽히는데 권력의 반면교사의 교재로 인용한다.

그녀는 팔로 더욱 껴안았다. 그는 자연히 동체 위에 엎드리게 되었다! 민감한 부위에 밀착되자 그녀는 이미 흥분해 있었다!  그녀는 키스를 하면서 그를 침대로 끌어당겼다. 그녀는 하체를 그에게 끊임없이 비벼댔다! 곧바로, 그는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고 소형제(小兄弟)가 화를 내며 눈을 부라렸다. 그러자 그녀는 숨이 막히는듯 입술을 벌리고 헐떡였다. 오래지 않아, 그는 그녀를 발가벗겼고 즉시 그녀의 속 바지가 이미 태반이 젖었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건강하고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열정적이며, 게다가 오랜 사랑이 지금 폭발했기 때문에 사랑의 액이 삼협(三峡)의 거센 물결처럼 끊임없이 넘쳐났다!
    
곧, 그는 기꺼이 말에 올랐고, 그녀는 대범하게 손님을 맞아 들였다.
  
또 한참이 지나자, 그녀는 계속 부들부들 떨었다! 그녀는 쉬지 않고 응워아휴 소리를 내었다! 그는 기뻐서 어쩔 줄 모른다! 그는 격산타우(隔山打牛) 식으로 바꿔 계속해 나간다.

또 반 시진도 채 지나지 않아, 그녀는 이미 흐물흐물해졌다! 그녀는 신음소리를 내며 계속 오빠를 부른다! 그녀는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그녀는 비오듯 땀을 흘린다! 떨리는 몸뚱이가 더욱 매혹적이다!
    
그녀의 눈물어린 눈은 그래서 더욱 심금을 울린다! 또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마침내 선물을 주었다. 두 사람은 마침내 물과 젖처럼 서로 잘 융합되었다!


이 두 단락의 문장은 소리, 동작, 자세, 성기관이 모두 나와 분명히 이미 "정색(情色)"의 범주를 넘어 음탕한 "색정(色情)" 무협(武侠)의 풍조를 시작한 것이다

1963년에 이르러 사마령이 제강쟁웅기(帝疆争雄记)에 쓴 미염부인(美艳夫人)은 한층 더하다. 한 번의 찌뿌림과 한 번의 웃음(一颦一笑)이 모두 사람의 마음이 쏠리고, 피가 끓게 만든다! 홍분간과(红粉干戈, 1965년)에서는 유정식골파(柔情蚀骨派)가 펼치는 온유(温柔)한 함정을 실감나게 묘사했다. 그리고 분향논검편(焚香论剑篇, 1966년)에서는 적신교주(赤身教主) 화예부인(花蕊夫人)과 요혼(摇魂), 탕백(荡魄) 두 선자의 미공(媚功)을 묘사하면서 인성 가운데 칠정육욕(七情六欲)의 약점을 십분 활용하여 심리를 공격하는 것을 상책으로 삼았다(攻心为上). 과연 '혼백을 흔드는(摇魂荡魄)' 힘을 가졌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에로틱한(情色) 묘사 가운데 뛰어난 문장이다.

정욕에 몸부림치는 장면의 묘사에 관해서는 예를 들면 금부도(金浮图, 1965년)에서 설릉(薛陵)이 백영(白英)의 유혹에 직면하는 부분(제32~33장)을 썼는데 처음에는 두 사람이 맨몸으로 서로 껴안고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했으나 난잡한 정도에는 이르지 않는다. 그후 주공명(朱公明)이 방에 들어와 백영을 능욕하고, 설릉은 한쪽에 숨어 있다가 그들의 운우지성(云雨之声)을 듣게 되자 정욕이 끓어오른다. 마지막에 백영이 설릉을 유혹하려 하고 설릉은 도덕규범(天理)과 사적 욕망이 내면에서 충돌(天人交战)하는 상태에 빠져 겨우 버티다 거의 무너질 지경에 이르게 된다. 그 중 주공명은 이루 다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음란하고 사악한데, 백영은 정욕에 빠져 스스로 헤어나지 못하고, 설릉 내심의 정욕과 이성의 충돌이 뒤섞여 상당히 유혹적인 정욕의 분위기를 만들었으나 요염하되 음란하지 않고 방종하지만 방탕하지 않다. 사마령은 직설적으로 정욕에 사로잡힌 선정적인 동작을 쓰지 않고, 순전히 줄거리의 안배에 이용하기 위해 당사자의 감각기관을 자극하는 장면을 써서 가히 무협소설가 중에서 가장 정색 묘사에 뛰어났던 대가라고 할 수 있다.

대만의 무협소설에 에로틱한 부분이 없지는 않았고, 더욱이 이전의 보수적인 사회 환경 하에서는 '외설적'이라는 어느정도의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단편적인 묘사인 만큼 기껏해야 표현스타일의 꾸밈에 불과해 살짝 언급만 하고 침대 위의 일에 대해서는 절제하여 그 한계를 엄수(嚴守)하였으며, 또한 줄거리 전개 상 음란하고 사악함(淫恶)과 선량함이라는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한 설정인 경우가 많다. 대체로 이러한 정색 묘사의 주요 대상은 모두 강호에서 음탕하기로 유명한 여마(女魔)나 음란한 여자(淫娃)로서 자색(姿色)으로 남자의 환심을 사고(以色事人), 수 많은 미남자를 노리개로 삼아 하고 싶은 바를 제멋대로 하며 명예와 절조의 귀중함을 전혀 알지 못한다. 명백히 이는 무협소설 가운데 여협(正)과 요녀(反) 이미지의 대비를 형상화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무협소설 가운데 여협(女侠)은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명대(明代) 추지린(邹之麟)의 여협전(女侠传), 서광(徐广)의 이협전(二侠传), 풍몽룡(冯梦龙)의 정협(情侠) 이래 여협의 이미지는 전통적인 절개가 굳은 여자(贞女)와 열녀(节妇)로 엄격히 한정되어 있었으며, 그 중에 협을 행한 많은 기녀들이 있기는 해도 '사랑'이나 그밖의 더 높은 수준의 이상(예컨대 국가, 민족 같은)에 대한 추구를 통해 그들과 정절(贞节) 사이의 충돌을 중화했다.

무협소설에서 여협의 이미지는 매우 많은데 소용녀(小龙女) 같은 고결하고 세속을 초월함(高洁出尘), 황용(黄蓉)의 총명하고 영리함(聪明伶俐), 임영영(任盈盈)의 완곡하고 깊은 정(温婉深情), 단목부(端木芙)의 슬기롭고 영리함(智巧灵慧), 심하림(沈霞琳)의 천진무구함(天真无邪), 심벽군(沈璧君)의 애처롭고 가련함(楚楚可怜) 같을 수도 있고, 또한 풍사랑(风四娘)의 호방하고 활달함(豪迈旷放), 화미랑(花媚娘)의 문아(文雅)한 정취와 요염함, 곡한향(谷寒香)의 치욕을 견딤(含垢忍耻), 운산화(云散花)의 제멋대로임(纵情任性) 같을 수도 있다. 다만 거의 모두 긍정적인 시각으로 묘사하여 음란함(淫佚), 방탕함(放荡), 무절제함(纵欲), 경박함(风骚) 등의 줄거리와는 어떤 관련이 있을리가 없다. 후자의 경우처럼 개방적인 여협이라 하더라도 풍사랑은 걸핏하면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몸을 씻는 것을 좋아했다. 화미랑은 몸매를 드러내는 옷차림에 행동거지가 교태롭고, 곡한향은 용색(容色)을 팔아 몸과 무공을 바꿨으며 운산화는 젊은 여자로서 적적하여 일찍이 여러 남자와 관계가 있었다고 하지만 작가는 기껏해야 독자들로 하여금 현실과 동떨어진 허튼 생각에 빠지도록 할뿐, 결코 그녀들을 독자들의 눈앞에 과도하게 '노출'시키지 않았는데 하물며 침대에서 얽히는 어떠한 묘사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풍사랑의 활달함, 화미랑의 진정, 곡한향의 굳은 의지, 운산화의 자각은 바로 저자가 단정하지 않고 예법을 지키지 않는 행위를 약간 꺼려함으로써 애써 표현해낸 주요한 성격이다.

상대적으로 음란하고 방탕한 상황은 고룡의 다정검객무정검(多情剑客无情剑) 중의 임선아(林仙儿), 사마령의 무도·연지겁(武道·胭脂劫) 가운데 사부인(谢夫人) 같은 소설 속 부정적(여성) 인물에게 많이 생긴다. 이들은 반대되는 배역을 묘사함으로써 긍정적인 배역인 여협(女侠)을 표현하기 위해 부각시킨 사파 인물이며 환주루주 이래로 관례가 되어 왔다. 하지만 대만 무협소설가들 사이에서는 더욱 진일보한 것 같다. 예를 들어 임선아의 음탕하고 잔인함에 대한 묘사는 고룡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도모하는 마음(企图心)이 지나치게 강하고,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나운 여자(女强人)"들을 비판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이고, 사마령이 사부인의 음욕에서 살인을 일삼는데까지 발전한 충동을 쓴 것은 '정욕'과 '폭력'의 관계에 대해 더 심도 있는 설명을 하기 위해서이다. 주제와 연결되는 이와 같은 묘사는 의심할 여지 없이 이야기의 구조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비록 이러한 정색의 묘사가 일부 민감한 독자의 눈으로 보면 정욕을 불러 일으킬 수 있지만, 이는 결코 작가의 취지가 아니며 이로써 독자를 끌어들이려는 것은 더욱 아니다. 심지어 몇몇 작가들은 원래 있을 수 있는 정색 장면까지도 애써 피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사마령은 옥구사(玉钩斜) 제1장에서 공손원파(公孙元波)와 가기(歌妓) 소도(小桃)가 본래 침대 밑에서 같이 즐기는 장면이 있을 수 있는데도, 작가는 "우리 진영에 참가하는 모든 이들은 한 집안 사람이 되므로 예가 아니고 법도를 벗어난(非礼越轨) 행위를 엄히 금하고 있다. 바꿔말하면 우리는 더 이상 남녀 관계로 가서는 안된다"고 하여 애써 분위기를 희석시킨 것이 단적인 예이다. 대만 무협소설에서 볼 수 있는 다음과 같은 노골적인 글은 사람들이 뺨을 붉히고 혼비백산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러자 북쌍(北双)의 크고 건장한 남자 특유의 기운이 풍기는 몸도 양지처럼 하얀 젊은 부인(少妇)의 몸뚱이처럼 완전히 드러났다.
이어 한바탕 음양 육박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오래, 아니 아주 오래...
아주 오래...
북쌍은 힘든 소처럼 헐떡이고 온몸에서 힘이 빠졌다 …
젊은 부인은 쾌락이 극치에 달해 연신 음탕한 소리를 지른다…


그러나 1980년 이후 사회적 풍조가 크게 개방적이 되면서 전반적인 상황에 급격한 변화가 나타났다. 이량(李凉)의 "맹목적인 행동(盲人瞎马)"의 인도 아래, 무협 소설은 차츰 방문좌도(旁门左道)로 나아갔고 점점 더 수습할 수 없게 되었다!

(참고) 맹인할마(盲人瞎马) : 맹인이 눈먼 말을 타다.
세설신어·배조(世说新语·排调)의 盲人骑瞎马, 夜半临深池(맹인이 눈먼 말을 타고 한밤 중에 깊은 못에 다다르다)에서 나온 말로 맹목적인 행동이나 매우 위험한 처지를 비유한다.

대만의 무협소설은 1980년대가 되자 독자가 급감하면서 출판상황이 예전보다 크게 나빠졌고,  일부 출판사들은 생계를 유지하고 젊은 독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출판윤리와 무림협의를 저버리고 완전히 사람들의 비위에 맞춰 '선정(煽情)적'인 무협 시리즈를 출시했다. 일순간 골목의 도서대여점에는 무협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실제로는 색정(色情, pornography)으로 독자를 유인하는 무협소설들이 넘쳐나게 되었다. 그 해독이 끝없이 퍼져 가히 설상가상(雪上加霜)이라고 할만해 무협소설의 몰락을 더욱 가속화했다.

1. 무협 소설 속의 "성적(情色)"인 묘사

   무협소설 가운데 '성적인'(erotic) 묘사는 일찌감치 구파 무협에서 단서를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환주루주의 촉산검협전 제12회 '대낮에 공공연하게 음란한 짓을 하고, 다비웅(多臂熊)은 담장 너머로 색정의 소리를 듣는다. 캄캄한 밤에 적과 내통한 배반자를 제거하고 협녀 선관(禅关)은 대도(大盜)를 섬멸한다'(白日宣淫, 多臂熊隔户听春声;黑夜锄奸, 一侠女禅关歼巨盗)에서는 자운사(慈云寺)의 화상(和尚) 지통(智通)과 여자 비적(女飞贼) 양화(杨花)의 음란한 짓을, 제205회 '매영(魅影)은 빙혼(冰魂)을 깨뜨리고, 반짝이는 신광(神光)은 꽃비처럼 뿌려진다. 불등(佛灯)이 성화(圣火)를 날리고 불법(佛法)의 환상적 세계는 금주(金蛛)로 변한다'(魅影爆冰魂, 滟滟神光散花雨;佛灯飞圣火, 昙昙幻境化金蛛)에서는 흑축(黑丑)과 향성낭자(香城娘子) 사춘아(史春娥)의 간통을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전자는 아래와 같은 정도이고,

누가 알았겠는가? 그녀가 속옷을 벗은 후 일신의 옥처럼 흰 살을 드러냈는데 정말로 피부가 하얗고 매끄러우며 살결이 부드럽고 은근히 슬프게 우는 듯 몹시 요염한 모습일 줄. 저도 모르게 음심(淫心)이 크게 발동하여 방장(方丈)의 자격으로 1등을 차지했다. 그 여자는 피부가 희고 고운데다 매우 음탕하기까지 해 뒤쫓는 사이에 사이에 묘하기 그지없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후자의 묘사는 비록 비교적 노골적이기는 하지만, 단지 정황에 따른 안배로서 여체와 복숭아꽃이 서로 대비를 이룬 "에로틱한 광경(春光)"을 표현하였을 뿐이다.

요부(妖妇)는 본래 타고난 절색으로 이때 온몸에 걸친 것을 다 벗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육감적인 옆구리와 눈처럼 하얀 사타구니, 옥같은 젖가슴과 가는 허리 그리고 일체의 미묘한 곳까지 남김없이 드러냈다.

또 그렇게 알맞게 찔데는 찌고 빠질데는 빠졌으며 들어가고 나온 곳이 적당하고, 살과 뼈대가 균형이 잡혀 있다. 몸매가 아름답고 훤칠하며 원만하고 매끄럽지 않은 곳이 단 한군데도 없다. 게다가 만발한 복숭아꽃이 배경이 되고 옥과 같이 희고 고운 살결에 노을이 비쳐 하얀 몸에 빛이 흐르니 사람의 얼굴과 꽃이 활짝 핀 광경이 어우러져 요염하기 짝이 없다. 요부는 짐짓 꾸미는데 뛰어나 아름다운 눈으로 추파를 던지며 원망하는 듯, 화를 내는 듯하며 주위를 둘러보니 교태가 넘쳐난다.


이 두 단락의 텍스트는 물론 눈길을 끌지만 살짝 언급하는데 그쳤다. 저자는 주로 상황을 만들어 내는데 중점을 둔 것일뿐 결코 색정적인 장면을 과장해서 묘사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촉산검협전은 선(仙)과 마(魔)의 싸움을 이야기의 핵심으로 삼았고, 선과 마의 구별을 흔히 정욕(情欲)의 억제와 방종에 두고 있어서 정도의 수심양성(修心养性)과 도덕규범을 드러내기 위해 일부러 사마외도(邪魔外道)의 방종한 정욕과 비교하였다. 저자는 독자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면서도 스스로 절제하여 결코 음욕이 생기도록 유인하려고 성애(性爱)를 자세히 묘사하지는 않았다.

대만의 무협 작가 가운데 초기의 사마령, 제갈청운, 상몽규(向梦葵)부터 조금 늦은 고룡, 독고홍에 이르기까지도 에로틱한 묘사 부분은 많이 있다.

그 중 사마령은 특히 빼어난 사람으로서 성적인 분위기가 넘치는 장면의 배치와 남녀간의 감정을 살아 움직이듯 생생하게 그려내어 가히 '독보적'이라 할만하다. 예를 들어, 오루거사(吴楼居士, 최초의 필명)의 데뷔작인 관락풍운록(关洛风云录) 제22회에서는 화호(火狐) 최위(崔伟)가 묘강을 탐험하다 차녀(姹女) 음상(阴棠)의 무리인 유화(榴花)가 차녀미혼대법(姹女迷魂大法)을 시전해 그의 조카 최염명(崔念明)을 성적으로 유혹하는 장면을 훔쳐보는 것을 묘사하는데, 사람의 마음이 끌리고 성적 환상이 끊임없이 이어지도록 만든다.

그는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한쪽 휘장을 들고 실내를 훔쳐보았다. 이 침실 안의 등불은 모두 분홍색으로 주변의 정교한 가구에 비쳐 꿈결같이 아름다운 분위기로 변했다...불빛이 뚜렷하게 비치며 그녀의 몸매는 날씬하면서도 풍만했으며, 가슴의 하얀 두 봉우리가 자유롭게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그녀가 침대에서 내려와 갑자기 노기를 다 거두고는 요염한 웃음을 지으며 손에 잡히는대로 좁고 긴 붉은 비단을 집어들더니, 돌연 휘둘러 무수한 동그라미를 말아 올리는데 정말 보기가 좋았다. (중략) 찰나 간에 최위는 눈이 어지러워지고 심장은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러나 유화의 풍만한 두 봉우리가 위 아래로 흔들리고 허리 부분이 뱀처럼 좌우로 마구 도는 것이 보이는데 매끈하고 훤칠한 두 다리는 유혹하는 듯, 떠보는 듯하고 묘처(妙处)가 사라졌다 나타났다 하였다. 거기에 입으로 부르는 노래소리가 곁들여지자 실로 넋을 빼앗고 뼈를 녹여 목숨을 빼앗길 정도로 유혹적이었다. 매우 기이하게도 그녀가 노래하며 춤추자, 홀연 악기의 음탕한 소리가 약해지며 눈에 갑자기 온갖 꽃이 찬란해졌다! 원래는 한 명이던 유화가 이때는 수천 명으로 변해 각자 천마의 춤(天魔之舞)을 추고 있었다. 음탕함이 뼛속까지 스며드는 그 교태는 사람의 혼백마저 뒤흔들었다. (중략) 최위의 욕념이 끓어올라 자제하기 어려워진 바로 그때, 침대 위의 최염명은 이미 몸을 돌려 두 눈으로 불을 뿜을 듯이 유화를 응시하고 있었다. 여러가지 악기 소리가 갑자기 높아지더니 홀연 연주와 노래 소리가 모두 멎고 동시에 유화가 부드럽고 아름다운 동작으로 발끝을 돌려 최염명의 몸 위에 털썩 엎어지자, 온 방 안의 천마미녀들이 삽시간에 사라졌다. 하늘에는 붉은 빛이 번뜩이고, 그 기다란 붉은 비단이 사뿐히 날아내리고 있었다.

이것은 1958년 사마령이 데뷔할 때 쓴 에로틱(情色)한 시험작으로서 그 가운데는 정경(情景)이 있고, 나녀(裸女)가 있고, 가무가 있고, 분위기가 있다. 비록 춘의(春意)가 완연하기는 해도, 마음껏 표현했지만 지나치지 않으며(乐而不淫) 경물 묘사와 감정 토로가 융합(情景交融) 되었고 뛰어난 필치로 훌륭하게 묘사(妙笔生花) 하였다. 독자는 이야기의 흐름상 그래야 한다고 느낄뿐 작가가 의도적으로 색정을 과장한다고 여기지는 않을 것이다.

벽안금조(碧眼金雕) 6-5

碧眼金雕 2024. 10. 9. 22:01 Posted by 비천호리

그의 뒤에는 서있던 얼굴이 검고 키가 큰 철탑 같은 대한이 그 목소리를 듣고 대답했다. 두 개의 부들부채만한 쌍장(雙掌)을 펼치고 날렵하게 몸을 돌리며 열 손가락을 구부려 비할바 없이 빠르게 공래삼로를 붙잡았다.
철우의 무쇠같은 두 손이 합쳐지자 세 노인은  한마디도 내뱉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져 죽었다.
그 철우라고 불리는 대한은 손을 툭툭 털며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성큼성큼 걸어 윈래 자리로 돌아왔다.
그 영준한 젊은이는 읍(揖)을 한 번하고 홍마 위에 있는 동방평에게 말했다.
"세매(世妹), 우형(愚兄)이 늦어서 놀라게 했구나. 미안하다".
동방평은 코웃치고 말했다.
"누가 당신에게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라고 했나요? 이렇게 많은 사람을 죽이다니!"

그 젊은이는 조금도 거슬려하지 않고 대범하게 웃었다.
"그래, 우형(愚兄)이 쓸데없이 참견했군! 세매, 놀랐구나!"
동방평이 '퉤' 침을 뱉었다.
"누굴 당신의 세매라고 해요?, 서문(西門錡), 당신, 좀 점잖게 구세요!"
그녀가 말고삐를 한 번 당기자 홍마가 석지중 쪽으로 달려왔다.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이봐요. 이제 가야죠!"
석지중이 물었다.
"저 사람은 유령 대제의 아들이요?"

동방평이 고개를 끄덕이며 못마땅하다는듯이 말했다.
"아버지의 세력을 믿고 한 때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이 무슨 대수인가요? 이봐요! 가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어요."
"잠깐만, 그에게 몇 마디 물어보겠소."
그는 돌아서서 은전 선생에게 말했다.
"당신은 동해에서 왔으니 한심수사(寒心秀士)의 행방을 알고 있겠지?"
은전선생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나는 네가 누구를 말하는지 모르겠다."
석지중은 두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당신은 그 검법을 누구한테 배운거요?"

은전선생은 석지중을 차갑게 쏘아보며 말했다.
"너는 천산파의 어떤 사람이냐?"
석지중이 눈에서 차가운 빛을 쏟아내며 단호하게 말했다.
"천산신응(天山神鷹)이 멸신도에서 처한 상황을 말하지 않으면, 곧바로 당신을 토막토막 내 버리겠다.!"
은전선생 같이 좀체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도 자기도 모르게 상대방의 눈에 드러난 차가운 빛에 놀라 진저리를 쳤다
그는 숨을 들이마시며 긴장된 신경을 진정시키고, 몸에서 흘러나오는 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빠져나갈 궁리를 계속했다.
석지중은 상대방이 여전히 대답하지 않는 것을 보고는 화가 치밀어 올라 크게 소리쳤다.
"당신이 더 모르는 체하면, 나는 바로..."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곁에서 스윽 바람소리가 나며 그 서문기가 벌써 그의 곁에 다가와 말했다.
"형장(兄丈), 안녕하시오!"
석지중은 곧바로 천산에서 멸신도의 세 대제자가 곳곳에 시신이 널리고 피가 도랑을 이루도록 만든 짓을 목격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증오심으로 줄곧 멸신도를 살육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때문에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서문기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채 본문의 천산신응과 멸신도의 연관성과 행방을 캐묻기만 했던 것이다.
이때 서문기가 조용히 도착했는데, 이런 경공은 그를 섬뜩하게 했고, 방금 그 소리 없이 수십 명을 죽였던 무공에 주의하게 되었다.

그가 고개를 돌려보니 서문기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이 보였는데, 비스듬히 날리는 검미(劍眉)와 얇고 붉은 입술은 그 웃음을 더욱 멋드러지게 만들었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형장, 안녕하시오!"
서문기가 미소지으며 말했다.
"칠절신군 노전배님은 건강하시죠? 소제(小弟) 서문기, 영사(令師)께 문안 인사드리오..."
석지중이 말했다.
"당신이 바로 유령대제의 아들이오?"
그리고 잠시 멈췄다가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소생은 결코 칠절신군의 제자가 아니오!"
서문기가 어리둥절해 하며 말했다.
"아! 원래 형장은 시륜 노전배의 제자가 아니었구려. 형장의 성함이 어떻게 되시오?"
석지중이 대답했다.
"소생은 석지중이오."
동방평이 견디지 못하고 말했다.
"이봐요! 그 사람하고 이야기하지 마세요! 그 사럄 아주 나쁜 놈이예요!"
서문기의 얼굴빛이 한 번 변했다가 금세 웃음을 되찾으며 말했다.
"세매, 하필 석형 앞에서 나를 빈정거릴 필요가 있느냐? 허허! 이번에 너는 백부(伯父) 어르신 몰래 뛰쳐나욌는데, 아마 석형이..."
동방평이 질책하는 투로 말했다.
"내가 나오면 뭐 어때서요, 당신과 무슨 상관이 있어요?"
석지중이 미안해하며 말했다.
"평평! 당신은…."
동방평은 언뜻 서문기의 눈에 표독한 기색이 스치며 음험하게 석지중 등뒤로 손을 드는 보자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서문기, 암산하려고 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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