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잔칠정 상권 4

천잔칠정(天殘七鼎) 2023. 2. 17. 19:19 Posted by 비천호리

언사군이 깜짝 놀라 칠인을 살펴보니 도사 두 명, 속인(俗人) 세 명, 승려 한 명, 비구니 한 명이었다.
바로 당금 중원 칠대문파의 장문인들이었던 것이다.
칠인은 책상다리를 하고 앉는데 마치 언사군을 보지 못한 듯이 한다.
가장 오른쪽 흰 머리에 흰 눈썹의 노승이 가볍게 탄식한 후 말했다.
”우리 칠인이 한 걸음 늦는 바람에 천산칠검이 천잔수의 손에 죽고 말았구려.“
말은 꺼낸 사람은 다름 아닌 소림파(少林派) 장문인 해월대사(海月大師)였다.
그가 말을 막 마치자 제일 왼쪽의 공동파(崆峒派) 장문인 무극자(無極子)가 차갑게 말했다.
”그렇소, 우리가 그들과 약속한 시간보다 한 시진(時辰) 늦게 도착했소이다.“
해월대사가 놀라 말했다.
”뭐라고요, 이보다 한 시진 더 일찍 오기로 그들과 약속했다고요?“
무극자가 말했다.
”바로 그렇소이다.“
그가 천잔수의 시신을 한번 쳐다보았다. 그는 천잔수가 천산칠검과 한꺼번에 죽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단지 천산칠검이 천잔수에게 중상을 입히도록 하고 그 다음에 자기들 칠인이 다시 손을 쓰면 그거야말로 큰 공(大功)이 아니겠는가 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무림에서 오래전 사라진 천룡사(天龍梭)가 천산칠검의 수중에서 나타날 줄이야!
해월대사는 곧바로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그가 다른 다섯 문파의 장문인을 훑어보니 오인(五人)의 얼굴에는 별다른 표정이 없다. 그제서야 원래 이렇게 된 일이었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미파(蛾嵋派) 장문인 공운사태(空雲師太)가 느릿하게 말했다.
”지금 천잔수는 죽었어도 무공은 이 일곱 개의 고정에 남겨 두었소“
이렇게 말하면서 그녀가 장중(場中)의 사람들을 쓱 한번 보니 고개를 숙이고 깊은 생각에 빠져 있는 해월 대사를 빼고는 나머지 다섯 명은 모두 호시탐탐(虎視眈眈) 일곱 개의 고정을 바라보고 있었다.
언사군이 한쪽에서 크게 소리쳤다.
”이 고정들은 그 어르신이 내게 남겨 줬어요“
그가 이렇게 한번 외치자 그 자리에 있는 칠인은 일제히 깜짝 놀랐다.
공동파의 무극자가 앉아 있는 곳이 언사군과 가장 가까웠다. 그가 신형을 살짝 움직여 언사군을 몸 옆으로 끌고 왔다.
언사군이 고개를 쳐들고 굴하지 않는 태도로 그를 쏘아보았다.
무극자가 뜨끔하여 입가에 냉소를 머금으며 여섯 사람에게 말했다.
”이 일은 우리 칠대문파의 장문인들만이 알고 있어야 합니다.“ 라며 여섯 사람을 하나씩 쳐다봤다. 일곱 사람은 모두 중원 큰 문파의 장문인인데 설마 이 일이 세상에 전해졌을 때의 나쁜 결과를 모른단 말인가?
일곱 사람은 언사군을 응시하며 얼굴에는 모두 짙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공동(崆峒), 무당(武當), 소림(少林), 아미(峨嵋), 곤륜(崑崙), 점창(點蒼), 화산(華山) 중 그 어느 일파가 자기의 무림에서의 명성을 지키지 않으려고 하겠는가?
설령 해월대사라고 할지라도 소림파의 명예를 위해서는 목전(目前)에는 단지 언사군을 희생시키는 길만이 남은 것이었다.
언사군이 두 눈으로 공동파 무극자, 무당의 송골도장(松骨道場), 아미파의 공운사태(空雲師太), 곤륜파의 금검수사(金劍秀士) 강천우(姜天羽), 점창파 칠보추혼검 희곤지(姬昆池), 화산파 장문인 쇄월장(碎月掌) 하치설(夏致雪), 마지막으로 소림 해월대사(海月大師) 등 칠파 장문인들을 둘러보았다.
이들은 전부 무림의 명망 있는 큰 파들인데도 지금 이런 종류의 일마저 하려고 하다니!
칠인은 언사군이 두 눈으로 둘러보자 모두 일종의 말로 꺼내기 어려운 불편함을 느꼈다.
무극자가 차갑게 두 번 웃더니 언사군을 곁눈질로 흘깃 보고는 말했다.
”천룡사, 단연히 천산파에 돌려줘야겠지!“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천산칠검이 이 천룡사를 믿고 한 시진을 일찍 오는 바람에 이렇게 되고 말았는데 당연히 우리들이 동정할만하지!“
말을 마치고 또 차갑게 두 번 웃었다.
나머지 여섯 명은 마음속으로 확실히 알게 되었다. 무극자의 이러한 생각은 분명히 여섯 사람이 장래 강호 상에서 이렇게 말해야 한다는 것을 알리고 있다는 것을! 그렇지 않으면 칠대파의 영예를 보전할 수 없다고!
언사군이 일곱 사람을 보면서 그중 단 한 사람도 그가 살아서 산을 내려 가도록 놔둘 자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일은 급해져 봐야 소용없는 것이다. 일곱 사람 가운데 누구라도 최고의 고수가 아닌 자가 없는데 그는 겨우 여덟 아홉 살짜리 어린아이 아닌가, 그중 아무라도 손만 꿈쩍하면 그를 없앨 수가 있었다.
무극자는 여섯 사람이 아무말이 없는 것을 보고는 또 차갑게 한번 웃으며 말했다.
”이 일곱 개의 고정에 천잔수가 남겨 둔 무공이 있으니 당연히 다른 사람이 갖고 가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소이다. 우리 일곱 파가 하나씩 보관하는 것을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언사군은 자신이 반드시 죽을 것을 알고서 화가 나 말했다.
”이 도둑놈들아!“
일곱 사람이 이 말을 듣고 일제히 마음이 울렸다.
무극자가 냉소하며 왼손에 조금 힘을 가하자 아픔으로 인해 언사군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무극자가 음산하게 웃었다.
”이 어린애가 천잔수가 이 고정 일곱 개를 자기에게 줬다고 말했소이다. 그렇다면 이 애는 자연히 천잔수의 제자인데, 여섯 분은 어찌할 생각이시오?“
일곱 사람의 마음이 또 흔들렸다.
모살?(謀殺, 모략을 꾸며 죽이다)
칠파 장문인들은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일이 만약 강호 상에 전해지면 칠파 중 누가 강호에 발을 붙일 수 있을 것인가!
무극자가 언사군을 가운데로 밀어 넣는 김에 그의 아혈(啞穴) 짚고 여섯 사람에게 말했다.
”여섯 분이 생각해 내지 못하겠다면 내게 한 가지 방법이 있소이다.
언사군이 대전의 중앙에 서서 두 눈으로 일곱 사람을 훑어 보고는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
한 줄기 눈물자국이 그의 뺨에 또 나타났다.
죽는 건 별거 아니다. 다만 팔황신마가 부모님을 죽였는데도 영원히 복수를 할 수 없게 되다니!
무당파 송골도장이 말했다.
“도형(道兄)에게 고견(高見)이 있으시면 말씀해보시오!”
무극자가 살짝 웃으며 말했다.
“우리 칠파가 각자 고정 하나씩 가집시다. 단지 누가 먼저고 누가 뒤일지 정하기 어려우니 칠인이 출수(出手)해서 먼저 이 아이를 격중하는 사람이 먼저 가져가는 것이 낫겠소이다. 여러분 이 생각이 어떻소?”
여섯 사람은 아무 말이 없었다.
무극자가 크게 한바탕 웃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하기로 결정되었소!”
그의 마음속에는 일찌감치 계산이 서 있었는데, 고정 가운데 하나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이렇게 되어 자기가 이 일장(一掌)을 깨우치면 공동파는 곧바로 무림의 영수(領袖)가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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