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안금조(碧眼金雕) 4-6

碧眼金雕 2005. 1. 8. 23:56 Posted by 비천호리

평량성(平凉城) 서쪽, 공동산이 구름을 뚫고 높이 솟아있다.
산허리부터 구름에 가려 있어 얼마나 높은 산인지 보이지 않는다.
깊어 가는 가을의 서북방, 고원은 창망(蒼茫)하기만 하다.
마른 풀들이 하늘을 가리고 있고 낙엽이 땅에 가득한데 가을 바람이 쓸쓸하게 느껴진다.
바람이 휙 불어오자 모래먼지가 가득 몰려오고 낙엽도 조각조각 공중으로 날아 오른다.
제각기 공중에서 오랫동안 맴돌던 낙엽들은 한참이 지나서야 비로소 땅에 떨어진다.
마차 한 대가 동남쪽에서 오고 있다.
말이 움직이는데 따라 어지럽게 울리던 방울 소리가 마을을 빠르게 지나 공동산 아래에 도착해서야 비로소 멈추었다.
흰 두건을 두르고 검은 색 웃옷을 입은, 상복차림의 여인이 마차에서 내렸다.
그녀는 공동산 입구로 걸어가 세워져 있는 석비(石碑)에 침을 한번 뱉고는 몸을 날려 산으로 올라갔다.
그녀가 막 움직인 그때 동남쪽에서는 한 무리의 말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뒤쪽으로 먼지를 가득 날리며 달려오는 말발굽 소리에 땅이 흔들릴 정도였다.
산아래 도착한 걸 보니 10여 필의 쾌마(快馬)다.
말을 타고 있는 사람들 모두 똑같이 머리에 흰 두건을 하고 삼베 옷을 입고 있었다.
그들은 마차를 발견하자 큰 소리로 외치며 일제히 산 위를 향해 달려갔다.
산길은 미끄러워 올라가기가 매우 어려웠으나 머리에 흰 두건을 쓴 여인은 평지나 다름없이 날 듯이 빠른 걸음으로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녀는 서릿발처럼 차가운 안색을 하고 있었다.
본래 말쑥했을 얼굴이 해쓱해진데다가 눈에서는 사나운 눈빛을 내뿜고 있어 마치 아무 때나 사람을 씹어먹을 것 같이 매우 무섭게 보였다.
입술을 꼭 다물고 고개를 들어 흰 구름 뒤, 산 정상에 층층이 늘어선 금빛 찬란한 도관(道觀)을 잠시 바라보다 걸음을 더욱 빨리 해 산 위로 올라갔다.
그녀는 벼랑 사이를 지나 석판이 깔린 길에 도착했다.
석판 길은 1촌(寸)이 넘는 눈이 쌓여 있고 길 가운데는 도사 둘이 서 있었다.
효건(孝巾)을 쓴 그 여인이 걸음을 멈추고 차가운 시선으로 두 도인을 한번 쳐다본 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시 위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왼쪽에 서있던 도사가 한 손을 들며 물었다
"무량수불(無量壽佛), 여시주께서 공동파에 가시려고..."
그 여인이 냉소하며 말했다.
"나는 서량파(西凉派) 장문이 오봉검(五鳳劍) 서우(徐芋)다. 너희들 장문 노도사는 지금 이곳에 있느냐?"
그 말을 듣고 도인이 놀라 말했다.
"서량파 장문인은 철장금도(鐵掌金刀) 홍월(洪越)이지 않소? 어찌..."
오봉검 서우가 스산하게 한번 웃었다.
"철장금도 홍월은 너희들 공동파 여섯 검수에게 합공당해 이미 죽었다.
너희들 장문인에게 알려라. 나 서우가 지아비의 원수를 갚으러 왔다고."
두 도사들이 서로 한번 쳐다본 후 무엇인가를 던지자 유성포 하나가 공중에서 터졌고 불꽃을 뿌리며 떨어졌다.

 

바로 이때 산 아래에서 삼베옷을 걸친 10여명의 경장대한이 일제히 달려왔다.
오봉검 서우는 그들을 발견하자 매섭게 소리쳤다.
"당신들은 무엇 때문에 이곳에 왔소? 내가 뭐라고 명령했지?"
"형수님!"
앞장 선 중년 사내가 포권하며 말했다.
"사형이 공동파 나쁜 놈들에게 암산을 당해 돌아가셨고, 우리 서량 일맥의 존망이 위태로운 지경인데 제자들이 구차하게 목숨만 이어간다면 어찌 다른 사람을 볼 낯이 있겠습니까? 우리들이 함께 원수를 갚을 책임이 있는데 형수님 혼자 힘으로 그들을 어찌 당해내겠습니까?"
오봉검이 눈시울을 붉히며 처연하게 말했다.
"찬문(贊文), 그대는 사형이 가장 아끼던 사제인데, 내가 조만간 우리 서량파가 망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 것을 어찌 몰라주는가? 그러나 지아비를 죽인 원수를 갚지 않을 수는 없으니 나는..."
유찬문이 눈물을 닦은 후 검을 뽑아들고 뛰어나가며 소리쳤다.
"저희들이 산 위로 올라가 장문인의 원수를 갚도록 해 주십시요."
검광이 번쩍 스치며 연속 삼검을 쪼개내 광풍 같은 기세로 한 도사의 머리를 베어버렸다.
순간 선혈이 그의 온몸에 뿌려졌지만 그는 미친 듯이 웃으며 검을 비스듬히 당겨 놀라 어쩔줄 모르는 다른 도사마저 베어버렸다.
선혈을 돌길에 가득 뿌리며 시신이 눈 위에 넘어졌다.
오봉검 서우가 발을 발을 구르다 이미 어쩔 수 없는지라 앞장서 위쪽으로 달려갔다.
"흐흐!"
순간 얼음 구덩이에서 나온 것처럼 차가운 웃음소리와 함께 바람에 긴 수염을 날리며 비단옷을 걸친 도사가 10장 밖에서 몸을 날려오고 있었다.
그가 대갈했다.
"감히 공동파에 와서 행패를 부리는게 누구냐? 나 옥뢰도인(玉雷道人)이 여기 있다."
서우가 대답하기 전에 유찬문이 고함을 질렀다.
"사형의 목숨을 갚아라!"
그가 검을 뿌려내자 검화가 뻗치며 은광(銀光)이 점점이 뿌려졌다.
맹렬하고 빠르게 일검을 공격한 것이었다.
"흥!"
노도사의 눈이 횃불처럼 빛났다.
그가 두 걸음을 움직여 피한 후 오른 손을 뻗어 상대방의 검식을 따라 손바닥을 검인(劍刃)에 붙이고 대갈일성했다.
순간 검광이 번쩍하고 피가 사방으로 뿌려지는데 유찬문의 비명이 들렸다.
그의 몸이 둘로 베어지며 비명횡사하고 만 것이다.
옥뢰도인의 발검(拔劍)과 공격이 섬전처럼 빨라 상대방이 피할 여지도 없이 일검을 베어내 즉시 유찬문을 죽여버린 것이다.
그가 눈을 부릅뜨고 노성을 터뜨렸다.
"누가 다시 내 일검을 받겠느냐?"
그가 긴 수염을 표표히 날리며 비스듬히 검을 들고 서서 형형한 눈빛을 뿜어내니 서량파의 사람들 모두가 자기도 모르게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그가 가라 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들 무엇 때문에 우리 공동파에 왔느냐" 본문 검법의 매서움을 모른단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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