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년대에 번역본 8권짜리로 나오지 않았나 하는데 얼마 전 원문을 발견했습니다.
3권 가운데 각 권의 앞 부분 일부만 볼 수 있습니다.
원저자는 백홍(白虹)이며, 소일(蕭逸)의 칠보금룡(七步擒龍)으로 출판된 적도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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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잔칠정(天殘七鼎)
상권(上卷)
제1장 천외칠검(天外七劍)
우뚝선 기이한 봉우리 폭포수 흩뿌리고
(奇峯陡立瀉飛泉)
연하(煙霞)는 고동(古洞) 앞 샘물 가렸네
(掩映煙霞古洞泉)
취죽(翠竹)과 창송(蒼松)이 어울려 서로 물들었는데
(翠竹蒼松同點染)
흰 구름 깊은 곳엔 진선(眞仙)이 산다네
(白雲深處隱眞仙)
하늘색이 밝아오면서 솟아오르는 아침 해가 회안봉(廻雁峰) 산허리의 흰 구름을 비추고 있다. 열 두세살쯤 돼 보이는 한 남자아이가 흰 구름 속에서 기어 나와 숨을 헐떡이며 두 눈을 크게 뜨고 산꼭대기의 큰 고찰(古刹)을 올려 보았다. 그의 얼굴에 놀라움과 기쁨이 교차하는 표정을 드러나더니 잠시 멈췄다가 다시 산꼭대기로 기어갔다. 고찰은 아침 햇살 가운데 묵묵히 우뚝 솟아 있다. 고요하게 조그만 기척도 없는 것이 절 안에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고찰 앞으로 걸어간 남자아이는 한동안 망설이며 두 눈을 감고 아무 말 없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두 줄기 눈물이 흘러 나와 그의 두 뺨으로 흘러내렸다. 그는 한참 후에야 비로소 두 눈을 크게 뜨고 천천히 돌계단을 올라 대전(大殿=本堂)으로 걸어갔다.
대전에는 한 백발노인이 문을 향해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있다가 그 남자아이가 걸어 들어오는 것을 차가운 눈길로 무표정하게 바라본다.
그 남자아이는 눈물을 훔치고 노인을 보면서 천천히 꿇어앉았다. 노인이 차가운 시선으로 아이를 바라보다 느릿하게 말했다.
“무공을 구하려고 온 것이냐?”
한 자 한 자가 매우 또렷하게 말하여 그 목소리가 대전을 맴돌아 대전에는 은은하게 살벌한 기운으로 가득 찼다. 남자아이가 머리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말을 인정한 것이다. 노인이 입가에 달갑지 않아 하는 웃음을 띠며 느릿하게 말했다.
“너의 부모님이 모두 다른 사람에게 죽임을 당했고, 너는 무공을 배워서 원수를 갚으려는 거지?”
말을 마치고 또 가볍게 “흥” 코웃음을 쳤다. 남자아이가 고개를 들고 눈물을 머금은 채 말했다.
“저 언사군(言士軍), 어르신께서 은혜를 베푸시어 제자로 거두어주시기를 간구합니다.”
노인이 언사군이라고 불리는 남자아이를 바라보니 맑고 빼어난 얼굴은 이미 점점이 눈물 자국으로 얼룩져 있었다. 그가 차갑게 말했다.
“네가 내 성벽(性癖)을 모르느냐? 네가 떠나지 않는다면 곧바로 내 손 아래 죽을 것이다.”
언사군이라는 그 남자아이는 처연히 웃더니 그래도 의연(毅然) 하게 말했다.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르신께서 저를 제자로 거두기를 원치 않으시면 저도 죽는 길 밖에는 없습니다.
어르신 손에 죽는 것이 차라리 통쾌할 것 같습니다.”
말하면서 얼굴에는 굳건한 기색이 드러났지만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되었다. 노인이 차갑게 코웃음치며 말했다.
“왜 네가 죽는 길 밖에는 없다는 게냐? 네 원수가 누군데?”
언사군이 머리를 들고 말했다.
“팔황신마(八荒神魔) 입니다.”
노인이 달갑지 않은 듯 입꼬리를 씰룩였다. 마치 그의 눈에는 팔황신마가 하찮은 인물인 것만 같았다.
하지만 당금(當今) 천하에 팔황신마 희무잠(姬毋潛)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된다는 말인가? 제자 하나를 거둬 그에게 복수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 것인가? 아마도 자기 한 사람 밖에는 없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그는 거만하게 웃었다.
그가 언사군을 한번 쓱 훑어보고는 생각했다.
“이 아이가 아주 사랑스럽기는 하다만, 그래도 내가 스스로 정해 놓은 규칙을 지키려면 쳐 죽일 수밖에 없겠구나”
언사군이 눈을 들어 그 노인을 바라보았다. 그의 어린 예지력으로도 노인이 무엇을 하려는지 알아챌 수 있었다. 그가 천천히 몸을 일으켜 늠연(凜然)하게 섰는데 조금도 두려운 기색이 없었다.
노인이 양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가 마음 속으로 생각하는 일을 눈앞의 저 아이가 알 수 있다는 것이 그를 조금 놀라게 하였다.
그의 마음속으로 한 줄기 시기하는 마음이 스치자 언사군을 죽이려는 마음이 더 굳어졌다. 막 손을 들려고 하는 순간 돌연 다른 소리가 그의 귓속으로 전해지며 그의 주의를 돌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언사군에 대한 행동을 멈추고 눈을 들어 대전의 문쪽을 바라보았다.
가볍게 옷자락이 날리는 소리와 함께 등에 검을 멘 일곱 명이 대전 안에 표연(飄然)히 날아내렸다. 언사군은 약간 놀랐지만, 즉시 이 일곱 명이 무얼 하러 왔는지 생각하고는 본능적으로 천천히 대전의 한쪽으로 물러났다.
그 일곱 명은 대전 안을 한 차례 훑어보는데 언사군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대전 안에 그 노인과 언사군 말고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칠인(七人)의 얼굴에는 저도 모르게 미미한 놀라움이 떠올랐다.
노인이 한번 차갑게 웃고는 두 눈으로 일곱 사람을 쓸어보고 입을 열었다.
“천산칠검(天山七劍)이 오늘 여기 이른 건 이 노인네를 없애려는 건가?”
말을 마치자 가소로운 듯 입가에 다시 웃음기가 돌았다.
천산칠검이 일제히 흥! 코웃음을 쳤다.
일곱 사람은 자부심이 매우 높아 이번에 그들은 당금 천하에서 가장 무공이 고강(高强)한 천잔수(天殘叟)에게 맞서려는 중원 칠대문파(七大門派)의 초대를 받았던 것이다. 그들은 일부러 반걸음 늦게 도착했는데 뜻밖에도 칠파의 인물들이 그 자리에 없었던 것이다. 일곱 사람은 속았다는 것을 알았지만 천잔수가 그들을 이렇게까지 경멸하는 말을 듣자 참지 못하고 마음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천산칠검 중 우두머리가 냉소하며 말했다.
“천잔수, 정사(正邪)를 구분하지 못하는 당신을 일찌감치 무림 사람 가운데 제거할 뜻이 있었다.
천잔수가 낭랑하게 대소(大笑)하더니 한참 지나 웃음을 거두며 말했다.
”무림 사람 가운데 일찍이 나를 제거할 뜻이 있었다고? 그렇다면 너희 일곱은 속은 거 같은데.
다른 사람한테 속아서 여기 와 제일진(第一陣)이 되겠구나“
천산칠검이 그제야 두려워하며 아직 말도 꺼내지 못했는데 천잔수가 또 크게 웃었다.
”너희들 일곱 명이 출도(出道)한 이래 천산파의 위세가 칠대문파를 능가했다고 들었다. 너희 일곱의 무공이 도대체 어떤지 오늘 내가 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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