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무선사는 석지중이 살아있는 것을 보자 크게 기뻐했다.
그리고 지붕이 무너지고 기둥이 부러진 정경을 본 후 바삐 물었다.
"지중 사제,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석지중이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사형께 아룁니다. 조금 전 천독랑군이 상관부인의 뒤를 밟아 이곳에 왔었다가 칠절신군과 충돌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아!"
본무선사가 놀라 말했다.
"상관부인도 오고 천독랑군도 왔다니 무슨 일일까? "
그가 집안으로 들어서자 상관부인이 맞아 나오며 말했다.
"선사가 장문이시오?"
그녀가 흰 명주천 한 조각을 품에서 꺼낸 후 말했다.
"이 명주 천에 있는 무늬를 좀 봐주시겠어요?"
본무선사가 눈살을 찌푸리며 천을 받아들어 한번 본 후 고개를 저었다.
"무엇을 나타내는 건지 노납은 모르겠습니다. 서장 고문(古文) 같기는 합니다만..."
그리고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확실치는 않습니다."
상관부인이 실망해서 명주천을 받아들고는 칠절신군에게 말을 돌렸다.
"제 마차가 산 밑에 있어요. 함께 공래로 가시려오?"
칠절신군이 손으로 옥금을 어루만지면 고개를 흔들었다.
"혼자 가시오! 다만 떠나기 전 그대에게 한 가지 권고할 게 있소."
상관부인이 의아한 시선으로 칠절신군을 바라봤다.
칠절신군이 말했다.
"여인이 권력욕이 너무 많으면 좋지 않소, 내 눈에 그대는 마치 기어이 천하제일 고수가 되려고 하고 있는 것 같소."
상관부인이 얼굴에 노기를 띠고 물었다.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이요?"
칠절신군이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당신의 무공이 이미 나보다 못하지 않은데도 숨기고 있고 게다가 여전히 그 뜬 구름 같은 붕성의 보물을 얻으려고 하고 있다니, 아! 그것 때문에 나중에 분명히 당신 목숨을 잃게 될거요."
상관부인이 노기 가득한 한 마디를 내뱉었다.
"시륜(柴倫), 죽고 싶은가?"
칠절신군이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충언(忠言)이 귀에 거슬리니 무슨 말을 더 하겠는가..."
상관부인이 얼굴에 살기를 가득 띤 채 번개처럼 빠르게 칠절신군의 머리 위 "백회혈(百會穴)"을 수장(手掌)으로 쳐갔다.
석지중이 깜짝 놀랐지만 손을 써 구하기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
그러나 상관부인이 칠절신군의 백발에 손끝이 닿는 순간 다시 빠르게 수장을 거두어 들이는 것이 석지중의 눈에 보였다.
상관부인이 한스럽게 발을 한번 구르더니 여전히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관완아를 안고 몸을 날려 옥허궁을 떠나갔다.
칠절신군이 천천히 고개를 들고 중얼거렸다.
"20년 전에 이미 정이 끊어졌는데 아아! 어찌하여 이곳에 다시 왔는가..."
그가 석지중에게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네가 익힌 불문 '반야진기'가 대단히 위력이 있기는 하지만 날카롭기는 현문의 '강기'만 못할 것이다. 내 그래서 네게 강기공력을 전수해 주겠다. 네 타고난 자질로 보아 장래 나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석지중이 공손하게 말했다.
"제가 비록 무상(無上)의 절예를 익힌 것은 아니지만 노선배님의 강기공부를 배우고 싶지는 않습니다."
칠절신군이 말했다.
"이건 네게 화산 사대신통과의 약속을 대신해 달라고 부탁한데 대한 대가이지 다른 조건이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석지중이 말했다.
"제가 원하지 않으면 어떤 조건도 억지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제가 원하면 근본적으로 어떤 조건도 필요 없습니다.
내년 봄에 반드시 화산에 가 그 악인들을 제거하겠습니다."
"흠--"
칠절신군이 한참동안 곰곰이 생각하더니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한혈보마를 줄테니 네가 타고 다니거라. 이건 받을 수 있겠지?"
이때 본무선사가 나서서 말했다.
"아미타불, 신군과 본문의 일이 이미 마무리가 되었는데, 어찌하여 다시 중원 사문사로(邪門四老)와의 일에 끌고 들어가십니까?
그 사대신통의 사문절예(邪門絶藝)가 독특한 경지에 이르러 있는데 지중이 어찌 당해낼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신군께서..."
칠절신군이 그전과는 달리 어조(語調) 약간 억제하여 말했다.
"유령대제가 다시 출현했으니 너희들 화상들이 막아낼 수 있을 것 같은가?
기왕에 내가 설산삼마를 건드려 놨으니 끝까지 처리를 해야겠지.
하물며 이 녀석은 자질이 극히 뛰어나니 무슨 의외의 일을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화상! 안심해도 된다."
석지중이 말했다.
"천하무술이 비록 여러 가지 많기는 하지만 그 요지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소제가 이번 곤륜에 온지 보름밖에 안되긴 해도 여전히 집안일이 마음에 걸립니다. 사형, 소제가 하산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시지요."
본무선사가 머리를 끄덕였다.
"신군과 이야기가 다 끝나면 산을 내려가거라."
칠절신군이 말했다.
"내 이곳 수화동원(水火同源) 풍뢰동(水火同源)에서 유령대제의 '명공강(冥空降)' 사공(邪功)을 막아낼 무공을 수련했으면 하는데, 화상 어째 허락을 해 주겠소?"
본무선사는 사부의 유언에 생각이 미치자 화들짝 놀라 생각했다.
"만약 유령대제가 다시 강호에 나서면 오로지 칠절신군만이 본문에 떨어질 재앙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는 바빠 고개를 끄덕여 그렇게 하도록 했다.
칠절신군이 감개에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
"보마(寶馬)는 용사한테 주랬다고, 앞으로 강호인들은 위풍당당한 한 젊은이의 활약을 보게 되겠구나."황혼이 내리며 시각을 알리는 북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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