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안금조(碧眼金雕) 3-1

碧眼金雕 2004. 11. 8. 09:23 Posted by 비천호리

제3장 설산삼마(雪山三魔)
 
눈꽃이 날리고 삭풍(朔風)이 매서운 가운데 곤륜산에는 사흘동안 내린 눈이 두텁게 쌓여 있다.
옥허궁 앞의 고정(古鼎)은 여전히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고 푸른 소나무는 눈의 무게에 눌려 휘어져있다.
소나무 아래에 있는 돌 의자 두 개는 깨끗이 청소가 되어 있고 한 무리의 화상들이 청석(靑石) 위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있다.
네 개의 포단(蒲團)이 땅에 깔려 있고 두 돌 의자에는 수 십개의 죽첨(竹簽)이 놓여 있는데 물기가 채 마르지 않은 것으로 보아 막 베어온 대나무라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종소리가 울리자 본무선사의 비단을 기워 만든 가사가 절문 앞에 나타나고 담월, 수월, 경월 세 분 노화상이 그 뒤를 따르고 있는데 뜻밖에 석지중은 홍포백발(紅袍白髮)의 칠절신군과 함께 나왔다.
칠절신군이 허허 웃으며 말했다.
"아이야 우리 각자 한 판씩 겨루자. 누구든지 세 시진(時辰) 안에 상대방이 설치한 진을 풀어내지 못하면 진 것으로 하자. 네 생각은 어떠냐? 쓸데없이 시간 낭비하지 말자."
석지중이 머리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시지요. 전배(前輩)께서 먼저 시작하십시요."
칠절신군이 좌정(坐定)한 후 죽첨을 손에 쥐고는 말했다.
"우리 동시에 펼치고 서로 자리를 바꾸는 것이 어떠냐?"
석지중이 한 주먹 가득 쥔 죽첨 중 하나를 땅에 꽂으면서 말했다.
"그래도 전배께서 먼저 하시지요?"
칠절신군이 밝게 웃으며 말했다.
"좋다! 내가 먼저 시작하지."

 
그가 죽첨 한 개를 잡더니 신중한 얼굴로 땅에다 점선을 긋기 시작한다.
종횡으로 엇갈리는 무수한 선이 그의 손에 따라 그려지는데 어떤 것은 꼬불꼬불하게 돌고 어떤 것은 똑바르다.
그가 오른손을 빠르게 놀리며 걸음을 옮기자 죽첨 하나 하나가 점선을 따라 땅에 꽂히더니 순식간에 석지중 주위 일장 방원(方圓)을 가득 메워 석지중을 가운데 가두었다.
그는 마지막 한 개의 죽첨마저 다 꽂자 숨을 돌리고는 청석에 돌아가 가부좌를 하고 앉아 조용히 석지중을 바라보았다.
석지중은 눈 앞에서 칠절신군이 바람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빤히 보고 있었는데 순식간에 자기가 진(陣)에 둘러싸이고 사방이 끝없이 아득해 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입술을 깨물고 눈썹을 찌푸리며 천천히 오행팔괘(五行八卦)를 계산했다.
그의 머리 속에는 한심수사가 그에게 가르쳐준 괴이한 진식과 일반적인 진법 등 모든 것이 스쳐갔다.
한 잔의 차를 마실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본무선사가 감고 있던 눈을 뜨고 석지중을 바라보았으나 석지중도 눈을 감고 가부좌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바로 다시 눈을 감았다.
청석 위에 가부좌를 하고 있던 이대제자(二代弟子)들은 긴장하여 석지중을 바라보고 있었다. 고인 물 같은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는 그들도 절 전체 승려들의 목숨이 걸린 이 내기에는 저절로 마음에 동요가 일었던 것이다.
두 시진이 지났으나 석지중이 여전히 눈을 감고 앉아 있자 칠절신군이 약간의 의기양양한 기색을 보이며 손뼉을 치고 말했다.
"소화상, 술과 안주를 가져와라..."
그말이 끝나기 전에 그는 석지중이 두 눈을 번쩍 뜨고 웃으며 돌 의자로 걸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의 몸이 진 안에서 한 바퀴 돌더니 발로 어지럽게 땅을 밟는데 물러나기도 하고 나아가기도 하다가 갑자기 몸을 이쪽으로 뒤집더니 날 듯이 빠르게 죽진 안에서 걸어 갔다.
칠절신군이 저도 모르게 소리를 쳤다.
"아이고! 이 총명한 놈 같으니라구!"
 
석지중이 웃는 얼굴로 죽진(竹陣)을 걸어 나오며 말했다.
노선배님, "황하구곡진(黃河九曲陣)"과 "구구귀원진(九九歸元陣)"을 서로 합쳐서 이 진을 만드셨군요. 여든 한 번째 죽첨에서 파진을 시작해야 맞더군요."
그가 다시 진 안으로 들어가 죽첨 하나를 뽑아들고 나오며 말했다.
"지금은 전체 진식(陣式)이 깨뜨려졌습니다."
칠절신군이 의혹에 차서 석지중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 어디에서 그 방법을 배웠느냐?"
석지중이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가부(家父)이신 한심수사께서는 평생 각종 진법을 연구해오셨습니다. 이제 제가 진법을 펼쳐 보겠습니다. 이 진법은 '십절대진(十絶大陣)'이라고 합니다."
그가 죽첨(竹簽)을 들어 칠절신군의 주위 땅에 가득 꽂아나가자 순식간에 눈밭에는 높낮이가 다른 죽첨들이 종횡으로 교차하면서 가득 펼쳐졌다.
석지중이 이마의 땀을 닦고 웃으며 본무선사에게 말했다.
"칠절신군은 정말 귀재(鬼才)입니다. 그가 두 진법을 거꾸로 배치하는 바람에 저는 옛날 진법으로 알고는 정신을 차리기 어려웠습니다."
그가 돌 의자에 무릎을 꿇고 앉아 정신을 가라앉히고 천천히 체내의 진기를 밀어내 단전에서 시작해 임독양맥(任督兩脈)을 지나 몸안에 두 바퀴 운행하였다.
동굴에 들어간 그날 저녁부터 시작하여 그는 사흘 밤낮으로 차갑고 뜨거운 두 기류에 교대로 단련되고 곤륜 사대고승이 수 십년 동안 수련한 목숨같이 중한 내력으로 혈도를 소통시켜 주어 임독양맥이 통하게 되었으며 "옥향응로비파"의 신비한 효능을 모두 흡수하여 단지 사흘만에 비할데 없이 심후(深厚)한 내가고수(內家高手)가 되어 동굴에서 나왔던 것이다.
이 때 그의 장엄한 모습은 안으로 갈무리되고 온몸에서 옅은 안개 같은 흰색 기체가 한 겹 발산되어 몸을 감싸고 돌고 얼굴과 피부에서는 한 겹의 투명하고 맑은 빛이 나타나는 것이 마치 옥을 쪼아 만든 사람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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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칠언시(七言詩)의 조상(老祖宗)
秋風蕭瑟天氣凉   草木搖落露爲霜.  
群燕辭歸鵠南翔    念君客遊多思腸.  
慊慊思歸戀故鄕    君何淹留寄他方 
賤妾耿耿守空房   憂來思君不敢忘
不覺淚下沾衣裳    援琴鳴絃發淸商  
短歌微吟不能長    明月皎皎照我床  
星漢西流夜未央    牽牛織女遙相望  
爾獨何辜限河梁


가을바람 소슬(蕭瑟)하고 날씨 서늘하니
초목은 흔들려 잎이 지고 이슬은 서리가 되네.
제비 떼 작별하여 귀로에 오르고 기러기는 남쪽으로 날개를 젓는다.
객지에 떠도는 그대를 생각하니 애가 끓는구나
고향에 돌아가기를 못내 바라면서도
그대는 타향 어느 땅에서 그리 오래 머무르시나
나 홀로 외로이 빈 방을 지키자니 (근심이 일며) 그대 생각 차마 잊을 수 없어
나도 몰래 옷자락이 눈물에 젖네
거문고의 현을 퉁겨 청상곡(淸商曲)을 연주해봐도
짧은 노래 가냘픈 소리 오래가지 못하네
밝은 달빛 내 침상을 환하게 비추고
은하수 서편에 기우는데 밤은 아직 다하지 않는구나
견우 직녀가 멀리서 서로 바라보기만 하듯이
무슨 죄를 지었기에 그대 홀로 하량(河粱)에 서 있나요?

조비(曹丕)의 <연가행 燕歌行> 두 수(首)중 하나

 
2. 함께 백량체(柏梁體) 시를 읊다독자는 혹시 '위문제(魏文帝) 조비(曹丕)의 시(詩)가 김용소설에 나왔던가?' 하는 의문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답은 당연히 '나오지 않았다'이다.

오히려 황용(黃蓉)이 죽었다는 영지상인(靈智上人)의 말에 속은 황노사(黃老邪)가 울다가 웃다가 하면서 조비의 친동생인 조식(曹植)의 애도사(哀悼辭) 두 수(首)를 노래하는 장면이 나오는데(射雕英雄傳 제24회 '기사오유(騎鯊敖遊: 상어를 타고 놀다)*'를 보라), 완안홍렬(完顔洪烈)의 일행 중에서는 양강(楊康) 만이 미쳐버린것 같은황노사가 무엇을 노래하는지 알아본다.

그렇다면 현존하는 가장 초기의 칠언시(七言詩)인 조비의 이 한 수의 시가 김용의 무협소설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기억력이 좋은 독자는 이 시를 한 두 번 낭송해 보면 <의천도룡기 倚天屠龍記>의 회목시와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사실 알고 보면 둘 다 백량대체(柏梁臺體)이고 사용하였고 운각(韻脚) 또한 칠양운(七陽韻)이다.
조비의 이 <연가행>은 모두 합쳐 15구(句)로 여성의 어조로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진솔하게 표현했다.

<의천도룡기> 회목 40구는 백량대체시인데, <연가행>과는 10구가 운각이 똑같아 김용이 작품을 쓸 때 조비의 시에서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대략적으로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天涯思君不可忘 세상을 아무리 떠돌아도 그대 생각 잊을 수 없네 <의천도룡기 제1회>
憂來思君不敢忘 (근심이 일며) 그대 생각 차마 잊을 수 없네 <연가행 제8구>
조비의 시 중의 여성은 차마 잊을 수 없다(不敢忘)고 하지만, 그것은 단지 근심이 일자 비로소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소동사(小東邪) 곽양(郭襄)은 잊을 수 없어서 천하를 떠돌지만 그렇게 해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武當山頂松柏長 무당산 정상에는 송백(松柏)이 자라네 <의천도룡기 제2회>
短歌微吟不能長 짧은 노래 가냘픈 소리 오래가지 못하네 <연가행 제11구>조비 시의 長은 길고 짧다 할 때의 長이고 김용 시의 長은 자라다(生長)는 뜻의 長이다.
송백(松柏)은 장삼봉을 가리킨다.

誰送氷來仙鄕 누가 얼음배를 선향(仙鄕)으로 보냈나? <의천도룡기 제7회>
慊慊思歸戀故鄕 고향에 돌아가기를 못내 바라면서도 <연가행 제5구>조비의 시 전체는 여성이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을 묘사했는데 '겸겸(慊慊)'은 마음이 흡족하지 못한 상태를 말한다.

김용의 시는 소설의 내용과 조화를 이루어 그려낸 인물들의 정경(情景)을 더욱 다양하게 만든다. 선향(仙鄕)은 북극권 안 활화산이 있는 작은 섬을 가리키는 것으로 장교주(張敎主)가 태어난 곳이다.

七俠聚會樂未央 칠협(七俠)이 모두 모이니 기쁨이 다하지 않는구나
<의천도룡기 제9회>
星漢西流夜未央 은하수 서편에 기우는데 밤은 아직 다하지 않는구나
<연가행 제13구>
미앙(未)은 시경(詩經) 소아(小雅) 정료(庭燎) 편의 전고(典故)를 인용한 것이며 전체 시는 다음과 같다.

벌써 날이 샜는가, 아직 한 밤중인데 뜰에서 화톳불이 활활 타오르네. 여러 제후들 조정에 드니 방울소리 딸랑 딸랑 (
夜如何其? 夜未央 庭燎之光 君子至止 鸞聲將將)   

벌써 날이 샜는가, 아직 날이 새려면 멀었는데 뜰에서 화톳불이 타고 있네. 여러 제후들 조정에 드니 방울소리 딸랑 딸랑 (夜如何其? 夜未艾庭燎晢晢* 君子至止,鸞聲哕哕)

벌써 날이 샜는가, 이제 막 날이 새려고 하는데 뜰에서 화톳불이 깜박이네. 여러 제후들 조정에 드니 그 깃발이 보이네 (夜如何其? 夜鄕晨 庭燎有煇 君子至止 言觀其旗)정료(庭燎)는 조정에 밝혀 놓은 큰 화톳불이다. 캄캄한 밤이 아직 반도 지나지 않았는데 온밤을 지새워야하니 괴롭구나!
시에서 일을 잘 해내지 못한 사람은 주선왕(周宣王)이고 이 성실 근면한 서주(西周) 중흥(中興)의 왕은 아들 주유왕(周幽王)을 잘 가르치지 못하였고 그 뒤의 일은 독자들 모두가 잘 알 것이다. 손자 평왕(平王) 때가 되어서 주 왕실은 동쪽으로 천도할 수 밖에 없었고 이로써 춘추시대가 시작된다.

성한(星漢)은 하늘의 은하(銀河)이고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여 너무나 지루한데 긴 밤은 끝나지 않으니 너무나 비참하구나!
서한(西漢)에 장락궁(長樂宮)과 미앙궁(未央宮)이 있었는데 합쳐서 「장락미앙(長樂未央)」이라 했다.
김용의 시에서는 장취산(張翠山)이 무당에 돌아옴으로써 모두가 잠깐동안 기쁨을 누리게 된 것을 낙미앙(樂未央)을 써서 형용한 것이다. 그러나 백일동안 고운 꽃이 없듯이 비극은 너무나 빨리 찾아온다.

百歲壽宴肝腸 백세 생일잔치가 간장이 끊어지듯 슬픈 자리로 변하네<의천도룡기 제10회>
念君客遊思斷腸 객지에 떠도는 그대를 생각하니 애가 끓는구나 <연가행 제4구>
 
비통함은 사람의 애가 끊어지게 만든다.
김용은 공동파의 <칠상권보 七傷拳譜> 총결(總訣)에서도 칠양운을 사용한다.
「오행(五行)의 기(氣)는 음양(陰陽)이 섞여 있어 심장을 손상시키고 폐를 상하게 하며 간장을 끊고, 원기를 소모시켜 정신이 흐려지게 하며 삼초(三焦)가 역류하여 혼백마저 날아오르게 한다」 (의천도룡기 제21회를 보라)

百尺高塔任回翔 백척 높은 탑에서 날아 내리다 <의천도룡기 제27회>
群燕辭歸雁南翔 제비 떼 작별하여 귀로에 오르고 기러기는 남쪽으로 날개를 젓네 <연가행 제3구>
같은 것은 난다(翔)는 것이며 조비의 시는 해마다 때를 놓치지 않고 남쪽으로 돌아가는 기러기의 본성-신의를 지키는-을 묘사했다.
김용의 시에서는 「하늘을 나는 사람(空中飛人)」을 그렸는데 이는 과장된 것이다.

육대 문파의 여러 사람들은 지구의 인력에서 자유롭지 않았고 멸절사태(滅絶師太)는 일부러 고집을 부려 목숨을 버린다.

四女同舟何所望 네 여자가 같은 배를 타고 바라는 바가 무엇인가? <의천도룡기 제27회>
牽牛織女遙相望 견우 직녀가 멀리서 서로 바라보기만 한다 <연가행 제14구>
견우와 직녀는 일년에 한번씩 만나지만, 무기(無忌) 오빠의 네 「어린 여자 친구」는 모두들 「장부인(張夫人)」이 되기를 바란다.

東西永隔如參商 삼(參)과 상(商)처럼 동서의 끝으로 영원히 헤어지다 <의천도룡기 제30회>
援琴鳴絃發淸商 거문고의 현을 퉁겨 청상곡(淸商曲)을 연주하다 <연가행 제10구>
 
조비 시의 상(商)은 5음 가운데 하나인 상(商)이다.
한 맺힌 규방의 여자가 스스로 거문고를 연주하여 자기에게 들려주지만 연주하면 할수록 우울한 기분이 나아지지 않는다.


김용 시의 상(商)은 하늘의 별인데, 상(商)과 삼(參)은 하나가 뜨면 하나가 지기 때문에 영원히 서로 만나지 못한다.
김용은 소소(小昭)가 머나먼 페르시아에 가는 것으로 처리했지만 여운을 남겼다.
바람기 있고 은혜를 저버리는 무기(無忌) 오빠가 총교주(總敎主)를 맞아와 첩으로 삼을까?

잠시동안은 <사대협 (査大俠)이 새로 고친 세 번째 판(新三版)에서 바꾸었는지 어쨌는지 알 수 없으므로> 독자 스스로의 결정에 맡겨진 셈이다.

新婦素手裂紅裳 신부(新婦)의 희고 매끈한 손이 붉은 치마를 찢네 <의천도룡기 제34회>
不覺淚下沾衣裳 나도 몰래 옷자락이 눈물에 젖네 <연가행 제9구>
신부(新婦)의 부(婦 fu)는 월음(광동지방 발음)으로는 「抱 bao」이다.


주 장문인(周 掌門人)은 성사(成事)를 눈 앞에 두었다가 조씨(趙氏) 요녀(妖女)가 혼례장에서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실패하고 만다.

구판(舊版) <의천도룡기>에서 주 장문인에 대한 결말은 출가(出家)하여 비구니가 되고 무기 오빠가 아미파의 장문인 직을 이어 받는데, 이건 영호충(令狐沖)이 여승들의 두목,「뜨거운 몸(熱身)」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수정 2판(修訂二版)에서는 끝 부분에서 지약(芷若)이 다시 나타나 조민(趙敏)과 무기 오빠를 두고 다투자 무기 오빠가 「건곤대나이(乾坤大나移)」신공(神功)을 펼쳐 둘 사이를 조정함으로써 일부양처(一夫兩妻)의 상황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누가 언니가 되고 누가 동생이 될지는 다시 다투어야 할 것이다.
새로 고친 세 번째 판(新三版)에서는 어떻게 될까?

君子可欺之以方 군자는 인정에 맞는 방법으로는 속일 수 있다 <의천도룡기 제38회>
君何淹留寄他方 그대는 타향 어느 땅에서 그리 오래 머무르시나 <연가행 제6구>
의천도룡기의 方과 연가행의 方은 같지 않다.
조비 시의 方은 방향(方向), 지방(地方) 할 때의 방이고, 자기에게 묻지만 자기가 답할 수는 없어서 장래 「양심(良心)없는 사내」가 집에 돌아 왔을 때 직접 마주하고 묻는 것으로 남겨 두어야 한다.

김용 시에서는 맹자(孟子)에 나오는 전고(典故)를 썼는데 '인품이 방정(方正)하다' 할 때의 方이다.
* 어머니가 '아름다운 여자가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 속이더라도 군자는 믿어줘야 한다'(원문: 君子正宜被美貌女子所欺)고 임종시에 당부했지만 결국은 쓸모가 없었던 것이다.

출처: 詩詞金庸(http://jinyong.ylib.com.tw/works/v1.0/works/poem.htm)(역자 주)
마지막 부분은 제가 가지고 있는 의천도룡기 원문의 구판, 신판 어디에도 그런 내용이 나오지 않는데 이 글의 원작자가 다른 판본을 본 것이지 알 수 없습니다.

 
◇ 회목(回目)
장회소설(章回小說)의 매회마다 붙어 그 회의 내용을 개괄하는 표제
◇ 하량(河梁)
절친한 사이였던 한(漢)의 이릉(李陵)과 소무(蘇武)가 함께 흉노(匈奴) 땅에 십 여년간잡혀 있다가 소무가 먼저 귀국하게 되어 하량(河梁)이란 곳에서 헤어질 때 이릉이 지어준송별 5언시의 첫 구인 "手上河梁" 에서 온 말로 하량(河梁)이란 강가의 다리를 말함.
◇ 백량대(柏梁臺)중국의 한무제가 장안(長安)의 서북쪽에 지은 누대◇ 백량체(柏梁體)한무제가 백량대 위에서 군신을 모아 놓고 짓게 한 칠언련구(七言聯句)의 한시(漢詩)가하나의 체(體)로서 자리잡게 되었는데, 이것을 백량체(柏梁體)라고 함.◇ 연구(聯句)
두 사람 이상이 한 구씩 주고 받으면서 계속 써 내려간 시. 매 구마다 운을 사용한다.漢武帝와 신하들이 柏梁臺에서 唱和한데서 비롯함.

◇ 운각(韻脚)
시나 부(賦)의 끝 구(句)에 붙이는 운자(韻字)

<倚天屠龍記 新版 回目>
第01回 天涯思君不可忘
第02回 武當山頂松柏長
第03回 寶刀百煉生玄光
第04回 字作喪亂意彷徨
第05回 皓臂似玉梅花装
第06回 浮
北溟海茫茫

第07回 誰送氷舸來仙鄕
第08回 窮發十載泛歸航
第09回 七俠聚會樂未央
第10回
百歲壽宴肝腸
第11回 有女長舌如利槍
第12回 針其膏兮藥其肓

第13回 不悔仲子逾我墻
第14回 當道時見中山狼
第15回 奇謀妙計夢一場
第16回 剝極而復參九陽
第17回 靑翼出沒一笑揚
第18回 倚天長劍飛寒芒
第19回 禍起蕭墻破金湯
第20回 與子共穴相扶將
第21回 排難解紛當六强
第22回 群雄歸心約三章
第23回 靈芙醉客綠柳庄
第24回 太極初傳柔克剛
第25回 擧火燎天何煌煌
第26回 俊貌玉面甘損傷
第27回 百尺高塔任回翔
第28回 恩斷義絶紫衫王
第29回
四女同舟何所望
第30回 東西永隔如參商
第31回 刀劍齊失人云亡
第32回 寃蒙不白愁欲狂
第33回 簫長琴短衣流黃
第34回
新婦素手裂紅裳
第35回 屠獅有會孰爲殃
第36回 夭矯三松郁靑蒼
第37回 天下英雄莫能當
第38回
君子可欺之以方
第39回 秘兵書此中藏
第40回 不識張郎是張郎

(참고) 孟子 萬章章句上 二章故君子可欺以其方, 難罔以非其道. 彼以愛兄之道來, 故誠信而喜之, 奚僞焉?

군자는 인정 맞는 방법으로 속일 수는 있어도 도리에 어긋나는 거짓말로는 속일 수가 없는 것이다. 그가 형을 사랑하는 도리로써 대해왔기 때문에 참으로 믿고서 기뻐한 것이다. 어찌 거짓이 있었겠는가?

벽안금조(碧眼金雕) 2-13

碧眼金雕 2004. 10. 26. 14:57 Posted by 비천호리

본무선사가 말했다.
"이 동굴은 지혈(地穴) 가운데 있어 저 바위를 경계로 이쪽은 불처럼 뜨겁고 저쪽은 얼음처럼 차갑다네. 조금 있다 사제가 바위 중앙에 앉아 저 수화(水火)가 동시에 엄습하는 것을 견디며 나무에 열린 비파 세 개를 복용하면 우리들이 사제의 혈도가 소통되도록 하여 영약의 약효가 풀리도록 돕겠네."
석지중이 그 말에 따라 그 바위 위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자 과연 그의 왼쪽편은 한기가 엄습하고 오른쪽은 화로 안에 있는 것처럼 뜨거워 한편으로는 부들부들 떨고 한편으로는 열이나 비할 데 없이 참아내기 어려웠다.
본무선사가 소리쳤다.
"포원수일(抱元守一)하여 기를 단전에 가라앉히고 물과 불의 기운을 조절하여라.
물로써 물의 기운을 취하고, 불로써 불의 기운을 덮어라..."
석지중이 그 말에 따라 체내의 진기를 서로 조절하여 천천히 체내에 두 바퀴 돌리자 조금 전의 한기와 열기가 서로 부딪히던 현상이 크게 줄어들었다.
그리하여 눈을 뜨자 바로 앞에 있는 "오향응로비파"의 잎이 천천히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본무선사와 나머지 세 노승은 이때 석지중을 에워싸고 앉아서 모두 담홍색의 잎이 누런색으로 변하여 떨어지는 것을 주시하고 있었다.

점차 향기가 짙어지며 사람을 취하게 하더니 마침내 비파 세 개가 점점 투명하게 빛나면서 구슬처럼 동그래졌다.
본무 노선사가 양미간의 눈썹을 비스듬하게 날리며 낮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입을 벌려라!"
그가 큰 소매를 경쾌하게 펼쳐 한 가닥 부드러운 기경(氣勁)으로 세 개의 비파열매를 감싸 석지중의 입안으로 넣어주었다.
입에 들어가자 시원해지며 향기가 코를 찔러 사람을 취하게 할 지경이었다.
석지중은 달콤한 비파가 입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녹는 것을 느끼고는 그것을 꿀꺽 삼켰다.
한 줄기 열기가 단전에서 치솟아 몸을 태울 듯이 뜨거워지자 그가 놀라서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본무선사가 불호를 외치자 즉시 네 손바닥이 석지중의 몸에 있는 네 군데 요혈(要穴)에 붙어왔다.
동굴 안은 정밀(靜謐)한데, 이때 "옥향응로비파"는 천천히 말라가더니 마침내 쓰러져 연못에 떨어졌다..."

 

< 제2장 칠성조원(七星朝元)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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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안금조(碧眼金雕) 2-12

碧眼金雕 2004. 10. 26. 11:46 Posted by 비천호리

창망(蒼茫)한 야색(夜色)이 내린 가운데 차가운 바람이 그들의 옷자락을 훑고 지나간다. 첩첩산중 산봉우리에는 흰눈이 가득 쌓여 있는데 눈 내린 땅에 생긴 엷은 몇 개의 발자국이 뒤쪽 골짜기로 이어져 있지만 잠깐 사이에 눈꽃이 내려 그 자리를 메꿔버린다.
석지중이 담월에게 부축되어 눈밭에서 날듯이 빠르게 달리는데 큰 소맷자락을 몇 번 휘젓는가 싶더니 그림자마저 순식간에 어둠속에 사라져 버린다.
잠시 후 그들은 한 계곡에 도착했다.
"계곡 안이 바로 그 수화동원풍뢰동이니 모두 조심하시게. 동(洞) 안에는 아홉 개의 길이 있지만 단지 하나만이 '은액영천(銀液靈泉)'이 모인 작은 연못과 통하고 그 연못 가에 '옥향응로비파'가 심어져 있네."
본무 선사가 말한 다음 갑자기 오른쪽으로 방향을 돌려 작은 동굴 안으로 들어가니 그림자가 흔들리며 다른 세 사람도 모두 따라 들어갔다.

"뒷쪽에 누군가가 미행하고 있어서 그렇게 말한 것이고 실은 이곳이 풍뢰동이네"
석지중이 물었다.
"칠절신군이 따라 왔을까요? 제가 동굴 입구에 진식(陣式)을 펼칠 수 있으니 사형께서는 돌멩이 아홉 개를 저에게 집어 주십시오."
담월이 말했다.
"미행자는 칠절신군이 아닐 것이네. 만약 그가 우리를 미행했다면 우리에게 발각되지 않았을 테니까, 미행자는 분명히 다른 사람일거네. 지금 때가 거의 다 되지만 않았다면 도대체 누가 곤륜에 몰래 잠입했는지 내가 나가서 보고 올텐데 말이야."
석지중이 수월대사가 주워온 돌멩이 아홉 개를 받아 동굴 입구에 진을 치기 시작하더니 잠시만에 배치를 다 끝냈다.

 

수월대사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
"사제, 지금 펼친게 무슨 진(陣)인가?"

석지중이 말했다.
"이것은 삼원화일구곡진(三元化一九曲陣)으로 아홉에서 다시 아홉의 변화가 생겨 여든 한가지의 문호(門戶)가 생깁니다.
사형께서 생각해 보십시오.
이 조금만 동굴 입구에 여든 한 가지 길이 있으면 이 동굴을 찾을 가능성은 당연히 더욱 적어질 것입니다. 사흘 안에는 분명히 다른 사람에게 발각되지 않을 것입니다.
운월대사가 허허 웃으며 말했다.
"사제처럼 어린 나이에 진법에 대해 이렇게 조예가 있을 줄은 정말 생각 못했네."

그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동굴 밖에서 노인의 음성이 들렸다.
"어! 그 대머리들이 어디로 갔지? 풍아(風兒)야, 이 계곡 안에 화산 동굴이 하나 있는데 그 동굴 안에는 또 냉천(冷泉)이 있어서 수화동원(水火同源)을 이루므로 영초(靈草)와 선약(仙藥)이 자랄 수 있다고 알고 있단다.
그 영초를 구해서 너에게 복용시켜 너를 사문(邪門) 제일고수(第一高手)로 만드려고 여기 온 것인데..."
말소리가 잠시 멈추더니 사나운 고함소리 가운데 칠질신군의 그 미친 듯한 웃음소리가 바람을 타고 전해왔다.
"나 칠절신군이 여기 있는데 설산노마(雪山老魔) 너 정도가 덕을 보려고 하느냐?
곤륜산에서 꺼져라!"
본무선사가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설산삼마(雪山三魔) 가운데 누가 왔는지 몰라도 다행히 칠절신군과 마주쳤구나. 이번에 그는 좋게 끝나지 않겠구나."
과연 그 늙은 목소리가 소리쳤다.
"늙은 귀신아, 남의 일에 참견하지 마라. 나중에 우리 설산삼마를 만나게 되면..."
칠절신군의 노한 목소리가 들렸다.
"너 이 멍청한 녀석아 아직도 곤륜에서 꺼지지 않는단 말이지, 내 일장(一掌)을 쓰게 되면 너의 늙은 목숨도 끝장나고 말 것이다. 내 '강기' 재주를 맛보고 싶으냐?'

설산노마의 노성(怒聲)이 사라져가며 칠절신군의 광소(狂笑) 소리가 계곡에 메아리쳤다.
본무선사가 말했다.
"설산노마는 분명히 상처를 입고 도망했을 것이다. 뜻밖에도 그가 사문 제일고수를 하나 만들려고 하다니, 지금 천하에는 마(魔)는 기세가 높고 도(道)는 침체해 있어서 사도(邪道)의 사람이 너무 많구나."

 

그는 한숨을 쉬며 동굴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울퉁불퉁 어지러운 바위들을 지나자 종유석이 늘어진, 밝은 불빛이 빛나는 동굴에 도착했다.
석지중이 머리를 들어 살펴보자 동굴 천정에 "수화동원(水火同源)" 네 글자가 크게 새겨져 있고 투명한 종유석 기둥들이 담담한 인광( 光)을 반사하여 동굴 전체가 희미한 남색(藍色)으로 빛나고 있었다.

벽 가까운 곳에 사람 머리높이 만한 작은 나무가 심어져 있는데 줄기와 가지가 모두 담홍색(淡紅色)을 띠고 있고 담홍색 잎 아래 등황색 열매가 달려 있었다.
나무뿌리 쪽은 은색(銀色) 샘물이 눈을 시원하게 하는 빛을 뿌리며 출렁이고 있는데 바위 밖으로 넘치지는 않고 있었다.
석지중이 언제 이런 기이한 광경을 본적이 있었겠는가?
그는 놀라서 샘물과 암석 위에 뿌리를 내린 그 작은 나무를 주시하고 있었다.
본무선사가 말했다.
"이것이 바로 '옥향응로비파' 다. 완전히 익게되면 투명하게 변하고 맑은 향기가 사방에 퍼지는데 그때 복용할 수 있다."
말하면서 그 샘물 쪽으로 걸어갔다.
석지중도 따라서 한 걸음 내딛었는데 그가 몇 걸음 걷자 실내가 마치 불처럼 뜨겁게 느껴져서 참기 어려워지고 머리에서 땀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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