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 무슨 개방구 같은 계율이냐, 그건 모두 냄새나는 화상들이 배부르고 종일 할 일이 없으니까 그럴 듯 하게 만들어낸 게지. 얘야, 너 나를 따라 가자. 우리 다섯 번 겨룰 필요도 없이 내 이 중들을 그냥 놓아주마."
칠절신군이큰 소리로 말하며 안쪽에서 걸어 나왔다.
본무선사가 차갑게 칠절신군을 쳐다보며 석지중에게 말했다.
"너는 스승님의 여섯 번째 제자다. 지금 너의 세 사형에게 인사를 하거라."
그가 가장 앞쪽에 단정히 앉아 있는 세 노화상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사람들이 너의 셋째 사형 담월(曇月), 넷째 사형 수월(水月), 다섯째 사형 경월(鏡月)이다."
세 노 화상이 합장하며 말했다.
"소사제(小師弟), 본파에 들어온 것을 축하하네, 아미타불."
석지중이 말했다.
"세분 사형들께서 많이 가르쳐 주십시오."
그가 몸을 돌려 칠절신군에게 말했다.
"저는 다시 곤륜제자의 신분으로 가사 장공대사를 대신하여 선배님과 다섯 가지를 겨루려고 합니다. 저는 첫 번째를 진법(陣法)으로 겨루고 싶은데 선배님 생각은 어떠신지요?"
칠절신군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석지중을 노려보다가 한참 후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좋다! 정말 좋은 인재로구나! 본무가 어떻게 너를 찾아냈는지 모르겠구나. 허허 아주 좋아."
석지중의 준수한 얼굴이 약간 붉어지며 말했다.
"선배님의 칭찬을 받게 되어 영광입니다. 단지 이 진법의..."
칠절신군이 말했다.
"네가 나하고 진법을 겨뤄보겠다고? 좋아! 그렇다면 각자 세 가지 진법을 펼치고 각 진법은 삼일을 기한으로 하여 만약 그 안에 깨뜨리지 못하면 지는 것으로 하자. 어떠냐?"
석지중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게 하신다면 아주 좋습니다. 그럼 선배님께서 먼저 한 가지를 펼치십시오."
칠절신군이 밝게 웃으며 말했다.
"너희 화상들은 전부 꺼져라!"
본무선사가 합장하며 말했다.
"아미타불, 사제와 신군의 시합은 사흘 후에 시작하면 안되겠습니까? 제가 아직 소사제에게 해줄 이야기가 있습니다."
칠절신군이 장포를 한번 떨치고 본무선사를 바라본 후 말했다.
"좋아! 우리 사흘 후에 다시 겨루자!"
말이 끝나자 붉은 그림자가 번쩍하더니 벌써 바람처럼 사라졌다.본무선사가 말했다.
"저 마두는 줄곧 마음이 독랄하고 수법이 잔인하여 그의 손에 죽지 않은 사람이 없었는데 왜 너에게는 이렇게 잘 해주는지 정말 모르겠구나. 내 생각에 저 마두가 머물 가능성이 팔할은 될 것으로 보이는구나.
그가 손을 한번 저으며 말했다.
"너희들은 계속해서 저녁 과업을 하고 있거라. 담월, 수월, 경월 너희들은 나를 함께 가자."
그가 말했다.
"소사제는 나를 따라 방장실(方丈室)로 가자."
본무대사가 소매자락을 휘저으며 방장실로 가자 담월, 수월, 경월 세 대사도 말없이 그 뒤를 따라 갔고 석지중도 옷차림을 바르게 하고 뒤를 따랐다.
가산(假山)을 하나 돌아 정원을 지나자 바로 방장실이었고 소사미 둘이 허리를 굽히며 베로 된 가리개를 들어올렸다.
석지중은 노선사를 따라 방안으로 들어섰다.
바깥은 눈꽃이 날리고 있지만 방안에는 각로(脚爐)가 활활 타오르고 있고 두터운 담요가 바닥에 깔려 있어서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고 있었다.
본무선사가 책상다리를 하고 평상에 앉자 경월이 석지중에게 말했다.
"사제, 책상다리가 습관이 되지 않았으면 그냥 편하게 앉아도 좋아"
석지중이 말했다.
"전 책상다리 해도 괜찮습니다. 사형, 마음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본무선사가 숨을 한번 들이쉬고는 말했다.
"본문은 계지노조(戒持老祖)께서 대설산(大雪山)을 넘어 이 산에 오셔서 우리 곤륜파를
세운 이래 유장(悠長)하고 순후(純厚)한 내경(內勁)과 독특한 경공신법(輕功身法)으로 무림에서 영예를 누려왔다.
비록 소림(少林), 무당(武當), 화산(華山), 아미(峨嵋)의 네 파가 이전부터 있어왔으나 우리 곤륜은 여태 구대문파(九大門派) 가운데 하나였다.
다만, 중원에서 멀리 떨어진 관계로 무림에는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았을 뿐이다.
그가 안색을 엄숙하게 하고 말했다.
"그러나 무학의 도(道)는 끝없이 넓어서 본문이 불문정종(佛門正宗)이기는 하지만, 외진 묘강(苗疆) 지역과 해외 여러 섬 그리고 서장 땅 각지에 이인(異人)들이 적지 않고,
넓디넓은 강호 전체에는 더더구나 기인이사(奇人異士)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파(派)마다 자기만의 절예(絶藝)가 있고 문(門)마다 비전(秘傳)되는 법문(法門)이 있는데 칠절신군이 절정의 지혜로 일곱가지의 절세지학(絶世之學)을 깨우친 것은 전체 중원을 놓고 말한다 해도 그 외에는 다른 어떤 사람도 이루지 못한 일이다.
게다가 그의 내가현문 '강기' 조예는 더욱 놀라웠기 때문에 선사께서는 임종 전에 이 산 뒤쪽 협곡(峽谷)에서 천년 묵은 '오향응로비파(五香凝露枇杷)' 한 그루를 찾아내어 이를 뒷산 '수화동원풍뢰동(水火同源風雷洞)'에 옮겨 심음으로써 물과 불에 단련되고 산천의 정화를 흡수하도록 하셨던 것이다..."
'碧眼金雕'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벽안금조(碧眼金雕) 2-12 (0) | 2004.10.26 |
---|---|
벽안금조(碧眼金雕) 2-11 (0) | 2004.10.26 |
벽안금조(碧眼金雕) 2-9 (0) | 2004.10.21 |
벽안금조(碧眼金雕) 2-8 (0) | 2004.10.20 |
벽안금조(碧眼金雕) 2-7 (0) | 2004.1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