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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안금조(碧眼金雕) 2-7

碧眼金雕 2004. 10. 18. 09:34 Posted by 비천호리

곤륜산(昆侖山) 옥주봉(玉柱峰), 깊어 가는 가을의 차가운 바람이 계곡 밑에서 불어오고, 봉우리에는 눈꽃이 어지럽게 날리고 있다.
바싹 마른 나뭇가지 매달린 방울방울 빛나는 얼음구슬이 아름다운 빛을 반사하여 깊어가는 가을의 햇빛을 더욱 부드럽게 보이게 하고 있다. 양광(陽光)과 석광(雪光)이 서로 어울리는 하루다.
새하얀 낭떠러지 뒤로는 죽 늘어선 비첨(飛첨)이 낭떠러지 아래로 비스듬히 꽂혀 있고 붉은 담장에 녹색 기와가 길게 이어져 있는데 난간에 새긴 조각으로 보아 이곳은 바로 사원인 듯 하다.
아무래도 산 위가 평지보다는 찬 기운이 빨리 오는지라 이 깊은 가을의 곤륜산 위에 몇 송이 매화가 새 꽃술을 터뜨렸고, 약간 이르게 핀 꽃잎이 맑은 향기를 뿜고 있다.
은은한 향기가 흐르는 가운데 한 가닥 거문고 소리가 한 건물에서 흘러나와 냉매(冷梅)를 휘감고 도니 맑은 거문고 소리가 마치 천상의 소리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듯 하다.
건물 안에는 은빛 수염을 날리며 붉은 얼굴에 긴 눈썹에 갈색 장포를 입은 노인이 가부좌를 하고 앉아 있고 그의 앞쪽에는 작은 향로가 놓여 있다.
향로에서는 모락모락 향이 피어올라 천천히 한 가닥씩 공기 중으로 퍼져가고 있고 그 곁에는 자그마한 검은 빛 상이 있는데 그 위에 옛 맛을 그대로 풍기는 옥금(玉琴)이 놓여 있다.
거문고에 열 손가락을 천천히 움직이자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소리가 현(弦)에서생겨나창 밖으로 퍼져 나간다.

 

노인의 얼굴에 기쁜 빛이 점점 번지면서 열 손가락의 놀림이 갈수록 빨라지더니 마지막에 열손가락으로 일제히 누르자 큰 소리가 나며 건물 밖의 가산(假山)이 흔들거리다가 끝내는 무너져 내려 가루가 되고 만다.
그가 허허 웃으며 일어나 말했다.
"아이고 시원해라. 장공(藏空) 그 늙은 대머리가 죽지 않았다면 나의 '천음보금(天音寶琴)'이 이렇게 대단한 위력을 가진 것을 직접 보았을테지, 그랬다면나하고 내기한걸 당연히 후회했을 것이다! 흐흐!"
'잔곡(殘曲)'을 연성했으니 천하의 화상이란 화상은 하나씩 죽게 될 것이다.
이 대머리들이 누구를 데리고 와서 나한테 맞서는지 어디 한번 볼까?"
그가 자기의 백발을 만지더니 말했다.
"쳇! 그자가 나를 곤륜에 3년 동안 가두어 둔다고! 흥! 삼일만 있으면 한 달 기한의 약속 날짜가 다되니 너희들 냄새나는 화상놈들 그때는 어디로 도망가는지 두고보자."
그가 문을 열고 소리쳤다.
"어이! 이리 오너라!"
소사미(小沙彌)가 대답하고 오더니 허리를 굽혔다.
"신군께서 무슨 분부가 있으십니까?"

노인이 눈을 치켜 뜨고 말했다.
"네 대머리를 보니 혐오스럽다. 넌 나이가 어린데 왜 화상 짓을 하고 있느냐?
삼일 내에 너희 장문인이 돌아오지 않으면 불을 질러 절을 태우고 너희 화상들을 모두 죽여버리기로 한 것을 기억하고 있거라"

 

소사미가 합장하며 말했다.
"아미타불, 신군께서는 어떤 분부가 있으십니까? 조사께서 약정한 기일은 한 달이고, 그 한 달 안에는 꼭 몸에 칠성(七星)이 있는 사람을 찾아내실 것입니다.
기일이 되어도 찾아내지 못하면 그때는 신군께서 하고 싶은 대로 하실 수 있을텐데 지금 성질을 내셔서 무엇하시겠습니까?
칠절신군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삼일만 지나면 제일 먼저 너부터 죽이겠다. 흥! 지금은 좋은 술과 안주를 갖고 오고 말에게도 먹이를 잘 먹여라!
소사미가 대답하고 고개를 돌려 절 쪽으로 걸어가는데 마치 행운유수(行云流水)처럼 순식간에 대나무 숲을 지나 전원(前院)으로 왔다.
중년화상 하나가 그를 맞으며 말했다.
"청송(靑松), 그가 또 뭘 해달라고 하더냐?"
청송이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사숙님, 칠절신군이 좋은 술과 안주를 빨리 갖고 오라고 합니다. 그리고 말도 잘 먹이라고 합니다."
중년화상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렇다면 청풍(淸風)에게 재료와 술을 빨리 준비하고 그 한혈보마(汗血寶馬)도 배불리 먹이라고 해라. 안 그랬다가 그가 또 성질을 부려 산문(山門) 앞에 있는 다른 돌사자마저도 때려 부숴버릴지 모른다."
그가 탄식을 하며 말했다.
"아! 본문에서 반야진기가 실전(失傳) 된 후 다시는 도가(道家) 현문정기(玄門正氣)인 '강기'를 당해내지 못하고 있으니! 사부님께서는 그 칠성지인(七星之人)을 찾아 내셨는지 모르겠구나"

청송이 말했다.
"사조(師祖)님께서는 조사(祖師)님이 남기신 게시(偈示)에 따라 동북쪽으로 그 '칠성조원(七星朝元)'을 가진 사람을 찾으러 가신다고 했는데 그 사람이 무슨 칠성(七星) 인가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게다가 그가 곤륜에 오게 될지도..."
중년화상이 말했다.
"청송아, 쓸데없는 말 늘어놓지 말고 빨리 청풍에게 말을 먹이라고 하고 주방에 가서 신군이 달라고 한 술과 안주를 갖고 가거라"
청송이 대답하며 주방으로 달려가자 중년화상은 손에 염주를 들고 천천히 산문으로 걸어갔다.
대전을 지나자 다섯 촌 깊이의 발자국 두 개가 청석(靑石)에 남아 있고, 절 앞 길 석판(石板)에는 두 사람이 팔을 벌려야 안을만한 큰 정(鼎) 하나가 비스듬히 꽂혀 있는데 반은 땅속으로 들어가고 나머지 반만 땅위에 나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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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안금조(碧眼金雕) 2-6

碧眼金雕 2004. 10. 14. 11:47 Posted by 비천호리

석지중이 설련을 세 알만 먹고 두 알은 남기며 말했다.
"이 두 알은 영목대사께서 드시도록 하십시오. 대사님께서 설련을 주셔서 감사..."
담월대사가 말했다.
"영목은 벌써 본문의 상처 치료약을 먹었으니, 공자께서 너무 염려하실 필요 없습니다.
이 두 알도 마저 드십시오."
그는 석지중이 설련을 삼키기를 기다려 우장(右掌)을 석지중의 등뒤 "금문혈(禽門穴)"에 대고는 말했다.
"공자, 정신을 편안히 하시오, 제가 공자 몸에 약효가 퍼지도록 돕겠소이다."
석지중이 급히 무릎을 구부려 땅에 앉아 운기하기 시작했다.
그는 한 줄기 열기가 등뒤에서 전해져 체내에 돌아다니는 진기를 하나 하나 단전으로 돌아가도록 이끄는 것을 느끼자 더욱 마음을 가라앉히고 정신을 집중하였다.
잠시 후 그의 뺨이 점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담월대사가 기뻐하며 말했다.
"그가 익힌 것도 정종내공(正宗內力)일 줄은 생각 못했는데, 정말 하늘이 곤륜을 돕는구나!"
그의 눈빛이 번쩍하며 공동삼자가 도망하려는 것을 언뜻 보게 되자 대갈했다.
"돌아와라!"

 

공동삼자가 그의 위세에 눌려 거북하게 웃으며 도망하는 포기했는데, 바로 이때 밤바람에 종소리가 전해오며 길에 등불 두 개가 나타나고 이어서 또 두 개씩 모두 스물 네 개의 등불이 천천히 다가오고 왔다.
영수대사가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장문사존(掌門師尊)께서 오셨습니다."
여태 입을 열지 않고 있던 영경대사가 이때 품에서 금령(金鈴)을 꺼내어 "딩당" 두 번의 소리를 내며 말했다.
"장문사존께서 납시었습니다."공동삼자가 놀라 얼굴색이 변했다.
그들은 곤륜의 장문인 본무(本無) 노선사(老禪師)가 이렇게 많은 제자를 거느리고 야강에 올 줄은 몰랐는데 이렇게 기세 당당하게 행차하는 것을 보고는 놀라 눈을 크게 뜨고 그 천천히 오고 있는 스물 네 개의 등불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잠시 후 스물 네명의 화상이 앞에 도착했다.
가운데 네 명의 화상은 가마를 들고 있는데 그 위에 비단 가사를 걸친 비쩍 마르고 긴 눈썹에 가부좌를 하고 앉아 있는 노화상이 있었다.
그가 바로 곤륜의 장문인 본무 노선였던 것이다.
본무선사도 석지중의 가슴에 난 일곱 개의 붉은 사마귀를 보자마자 놀람을 금치 못하여 두 눈에서 갑자기 광채를 내뿜으니 마치 밤하늘에 빛을 뿌리고 있는 두 개의 별빛을 연상케 했다.
그가 입을 열어 말했다.
"담월, 사부님의 말씀이 맞았느냐? 하늘에 감사해야겠구나. 하루의 기한이 지나기 전에 사부님께서 말씀하신 사람을 만났으니 칠절신군이 이번에는 이유 없이 다시 행동를 시작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가마에서 내리며 합장했다.
"공자, 몸이 편치 않으니 가마에 오르시지요."
담월대사가 숨을 내쉬며 말했다.
"장문인, 그의 상세가 육성(六成) 가량 좋아졌으니 사형께서 "도인대법(渡引大法)"을 펼쳐치료해 주십시요."

 

석지중이 일어서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저 석지중 장문인의 하문(下問)에 깊이 감사 드리지만 감히 여러 대사님께 수고를 끼치지 못하겠습니다."
본무대사가 말했다.
"석공자, 곤륜에 한번 왕림해 주실 수 있는지요?, 노승도 공자의 상세를 치료해 드리겠습니다."
석지중이 말했다.
"노선사께서 말씀하신 칠절신군이 벌써 귀산(貴山)에 와 있습니까?"
본무선사가 탄식하는 어조로 말했다.
"아! 불문에 불행이 닥쳤습니다. 몸에 절예를 익혀 천하에 적수가 없는 그 마두가 끝내 천하 불문의 제자를 모조리 죽이겠다고 하는데도 노납은 재주가 모자라 막아내지 못하고 공자의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구려."

석지중이 정신을 잃은 영목대사를 보고는 의연히 말했다.
"좋습니다. 대사님과 함께 곤륜에 가 칠절신군의 절예를 한번 구경해야겠습니다."
"아미타불!"
본무선사가 불호(佛號) 외며 말했다.
"공자 가마에 오르시지요."
석지중이 말했다.
"제게 보따리가 있는데 그걸 가지고 와서 가겠습니다."
본무선사는 석지중이 보따리를 풀어 그의 손에 들자 함께 가마로 갔다.
방울소리가 울리고 등불이 바람에 흔들리며 성을 향해 움직였다.

담월대사가 얼이 빠져 있는 공동삼자에게 말한다.
"귀파 장문인에게 안부 전해주시오!"
그가 두루마기를 펼치고 천마(天馬)가 하늘을 가로지르듯 스물 네 개의 등불을 따라 사라졌다.
달빛은 물처럼 흐르는데 밤바람이 스치자 청사장은 한바탕 삭삭 소리를 낸다.
밤은 점점 차가워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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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안금조(碧眼金雕) 2-5

碧眼金雕 2004. 10. 13. 16:59 Posted by 비천호리

석지중은 호기(豪氣)가 솟아 크게 말했다.
"석지중이 죽지 않는다면 장래 곤륜을 위해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하지만 자기 몸에 입은 중상에 생각이 미치자 조용히 말했다.
"아! 다만 제 체내의 폐부가가 이미 부서져 살 수가 없습니다."
영목대사가 대갈일성, 삼장(三杖)을 쳐내며 말했다.
"시주, 조금만 버티면 폐파(弊派)의 장문인께서 도착할 것이오."
"아!"
말하는 중에 그의 미간에 또 일검을 맞고 몸이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창송자가 검결(劍訣)을 끌며 장검을 찌르자 "팍" 소리를 내며 영목대사의 어깨에 박혔다.
영목대사가 무거운 신음을 흘리며 선혈을 한 입 토하더니 선장을 휘두르자 창송자 수중의 장검이 두 토막이 나서 땅에 떨어졌다.

 

바로 이때 멀리서 긴 휘파람 소리가 들리며 세 인영(人影)이 날 듯이 달려왔다.
그 세 사람의 인영이 아직 도착하기 전에 맑은 휘파람 소리가 십장(十丈) 밖에서 울리며 공중에서 검은 그림자가 용이 날아 오르는 기세로 날아왔다.
인영은 다섯 번 크게 호(弧)를 그리며 쏘아진 화살처럼 면전(面前)에 도착했다.
영목대사가 얼핏 보고는 기뻐 "사숙님!"하고 부르짖었다.
그러나 몸과 마음의 힘이 다해 이미 제대로 서있지 못하고 쓰러지는데 마침 석지중의 몸 위로 포개졌다.
나타난 사람의 이런 기세에 놀라 공동삼자의 동작이 약간 늦어졌는데 갑자기 눈앞이 흐려지며 장영(掌影)이 빽빽하게 솟아올랐다.
그들이 아직 변초(變招) 하기도 전에 벌써 손목이 울리며 장검이 손에서 빠져나갔다.
긴 눈썹이 뺨까지 늘어진 희끗희끗한 수염의 노화상이 손에 두 자루 장검을 들고 서릿발 같은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노화상이 눈빛이 엄한 눈빛으로 쌀쌀하게 코웃음을 치며 두 손에 힘을 쓰지 않은 것 같은데 두 자루 장검이 몇 조각으로 토막나 땅에 떨어졌다.
그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우리 곤륜제자와 공동파가 무슨 원한이 있느냐? 세 사람이 하나를 공격하여 상처를 내다니, 흥! 너희들 장문인 옥허진인(玉虛眞人)이 이렇게 가르치더냐?"
비운자가 우물거리며 말했다.
"대사께서는..."
노화상이 말했다.
"노납(老衲)은 담월(曇月)이다"

 

공동삼자가 자기들도 모르게 찬 기운을 한 모금 들여 마셨다.
당연히 그들은 곤륜의 담월대사는 곤륜파에서 장문인을 제외하고는 첫 번째 고수인데다 악을 원수처럼 미워하여 옛날 청해(靑海)에 있을 때 혼자서 청해십흉(靑海十凶)을 몰살하고 시달목분지(柴達木盆地)에서 횡포한 짓을 일삼던 마적떼 70여명을 하룻밤 사이에 모조리 없애버려 서북(西北) 지역 전체를 놀라게 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이 듣기에 그일 이후 담월은 장문인에게 면벽십년(面壁十年)의 명령을 받았고, 그 십년이 아직 다 차지 않았는데 어찌하여 하산하게 되었는지 알지 못하였다.
그들이 놀라고 의아해하고 있는 그때 중년승인 세 사람이 면전에 도착하여 담월을 향해 허리를 굽히고 머리를 조아렸다.
담월이 소리쳤다.
"영수(靈水), 영경(靈鏡)! 너희 사제를 부축해라"
두 화상이 대답하며 영목대사를 일으켜 세우자 석지중이 신음하며 일어나 앉았다.
담월대사가 석지중의 몸을 보더니 저절로 심장이 뛰며 놀라 소리쳤다.
"칠성조원(七星朝元)! 과연 그 사람이 여기에 있었구나!"
그가 허리를 숙이며 합장했다.
"아미타불(阿彌陀佛), 몸은 괜찮으시오? 공자!"
석지중이 머리를 끄덕였다.
"영목대사님은 어떻습니까?"
담월대사가 말했다.
"그는 괜찮소. 죽지는 않을 겁니다. 관심 가져주셔서 고맙소이다"
그가 곁눈질로 공동삼자를 보며 노해 말했다.
"너희들이 그에게 상처를 입혔느냐?"

 

공동삼자는 석지중이 도대체 어떤 내력이 있는 인물이어서 곤륜의 두 번째 고수인 담월이 이처럼 공손하게 대하는지 알지 못해서 저도 모르게 서로 얼굴을 쳐다봤다.
담월대사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너희들은 갈갈이 찢어 죽여야 마땅하다. 허허! 오늘 다시 살계(殺戒)를 열어야 할 것 같구나."
공동삼자의 얼굴에 공포의 기색이 솟아나며 얼굴이 흙색으로 변하여 한 걸음 물러났다.
석지중이 일어서며 말했다.
"대사님! 지금 대사님께서 그들을 죽일 필요 없습니다. 저는 장래 그들 공동파 사람들이 오늘보다 더 심하게 다치고 죽게 하겠다고 맹세했습니다!"
담월대사는 석지중의 전신이 떨리는 것을 보고는 놀라 말했다.
"아, 제가 공자의 상세에 정신을 쏟지 못한 점을 용서하십시오."
그가 손을 품에 넣어 청황색 환약 다섯 알을 꺼내며 말했다.
"공자, 이 설련지보(雪蓮之寶)를 드십시오. 제가 치료를 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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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안금조(碧眼金雕) 2-4

碧眼金雕 2004. 10. 13. 14:44 Posted by 비천호리

전신이 등의 상처 때문에 미미하게 떨렸으나 그는 여전히 꿋꿋하게 우뚝 서 있었다.
비운자가 냉소하며 말했다.
"우리가 정말로 너를 못 죽일 줄 아느냐? 흥!"
그의 장검이 한 무더기 원을 그리며 석지중을 베어왔다.
바로 그 전광석화 같은 찰나, 커다란 고함소리가 육장 밖의 길에서 전해오며 세찬 바람이 휙 몰아치고 한 사람의 인영이 유성보다 빠르게 날아왔다.
비운자가 약간 놀라 검광을 떨어뜨리자 벌써 그 사람이 앞쪽에 나타났다.
그가 약간 주춤거리며 장검을 뻗자 "창"하며 장검이 갑자기 뻗어온 선장(禪杖)과 부딪혔다.
한 무더기 불꽃이 튕기며 손목이 저려 비운자는 하마터면 장검을 놓칠 뻔했다.
그가 크게 놀라며 한 걸음 물러나 정신을 집중하여 보니 가사 차림에 염주를 가슴에 늘어뜨린 덩치 큰 화상이 사람팔뚝 굵기 만한 선장을 손에 들고 자기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가 숨이 들이마시며 말했다.
"알고 보니 곤륜(昆侖) 영목대사(靈木大師) 이시구려, 대사께서 무슨 일로..."
영목대사는 비운자를 제쳐두고 눈을 돌려 석지중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이 석지중의 가슴에 닿은 순간 마치 철추(鐵錘)에 등을 세게 얻어맞은 것처럼 전신이 떨리며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쳤다.
"아! 칠성조원(七星朝元)!"
공동삼자도 영목대사를 따라 시선을 돌리자 엷은 달빛 아래 석지중의 희디흰 가슴에 밤하늘의 북두칠성 모양으로 늘어선 7개의 붉은 사마귀가 똑똑히 보였다.
그들이 의아해 하며 말했다.
"어찌 저렇게 이상한 사마귀가 났지?"
영목대사가 공손한 얼굴로 석지중을 향해 합장(合掌)하며 말했다.
"빈승이 늦었습니다. 소협(少俠)께서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빈승이 지금 시주의 지혈(止血)해 드리겠습니다."
그의 몸이 바람처럼 선회하며 벌써 약을 꺼내 오른손으로는 선장을 땅에 꽂아 놓고 석지중에게 약을 바르기 시작했다.
젖빛 달빛이 석지중을 비추자 피를 많이 흘린 그의 얼굴이 더욱 희게 보이며 온몸은 마치 옥을 쪼아 만든 것 같고, 눈처럼 흰 피부에 난 일곱 개의 선명하고 붉은 큰 사마귀가 더욱 사람의 시선을 자극하였다.
석지중의 몸에서 발산되는 한 가닥 신비한 기운에 취해 공동삼자 세 사람 모두 멍하니 서있다가 영목대사가 석지중의 상처에 약을 다 바르고 나자 비로소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

 

창송자가 나머지 두 사람을 한번 바라보고는 말했다.
"영목대사, 이 사람은 우리들의 원수요. 대사는..."
영목대사는 그들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리지 않고 엄숙한 얼굴을 하고 말했다.
"지금부터 그는 본파의 귀빈이시오, 어떤 사람도 그에게 무례해서는 안되오!"
비운자가 말했다.
"그는 곤륜의 제자가 아닌데 왜 곤륜파의 보호를 받는단 말이요? 설마..."
눈석자가 손에 든 장검을 떨쳐 "웅" 소리를 내고 말했다.
"영목, 당신이 공공연히 본문과 적이 되려하다니, 우리들이 당신을 없애지 못할 줄 아느냐?"
영목대사의 안색이 굳어지며 말했다.
"불문(佛門)의 겁난(劫難)은 이 시주가 있어야 풀 수 있소, 그대들이 무슨 말을 하더라도 본문은 손을 뗄 수 없소이다."
눈석자가 차갑게 코웃음을 치며 몸을 날렸다.
검광을 빠르게 뿌려내며 오검(五劍)을 공격해오는데 검식(劍式)이 무지개처럼 영목대사를 덮쳐갔다.
영목대사가 두 가닥 긴 눈썹을 찌푸리며 승포(僧袍)를 가지런히 하는 동시에 한 손으로는 연속 육장(六掌) 쳐나가고 오른 팔로는 선장을 휙휙 바람소리가 나도록 휘둘러 자기와 석지중을 보호했다.
검은 빛이 날리며 세 자루 장검을 몸 앞에서 막아냈다.
그들은 눈 깜박할 사이에 이십 오초(二十五招)를 교환했다.
공동삼자의 세 자루 장검이 검망(劍網)을 형성하자 세 사람의 검식이 긴밀하게 어울리며 갈수록 압력이 세져 영목대사가 선장과 장풍을 모두 펼쳐도 대적할 수가 없었다.
그의 이마에 땀방울이 솟아나며 승포가 완전히 젖어들었다.
석지중은 영목대사가 등의 상처에 약을 발라준 후 가부좌를 하고 앉아 스스로 운공요상(運功療傷) 하여 체내의 흩어진 진기를 단전에 모으려고 했다.
그러나 그가 계속하여 완전히 익히지 못한 '반야진기'를 펼쳤으나 상처가 폐부(腑肺)에 까지 미쳐 경맥(經脈)안의 진기를 모을 수가 없었다.

 

그는 스스로 헛수고임을 알게되자 쓴웃음을 지으며 눈을 떴다.
아직 상황을 분명히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는데 얼굴에 물이 몇 방울 떨어졌다.
그가 고개를 들어 보니 영목대사의 머리 전체에 굵은 땀방울이 솟아나 있고 숨을 헐떡거리며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기는 했으나 이를 악물고 의연하게 선장을 휘둘러 자기가 검풍에 다치지 않도록 보호하고 있었다.
눈앞에 펼쳐진 그 선명한 화면이 그의 마음 속에 깊이 각인되며 전신의 피가 저절로 끓어올랐다.
"대사님, 그냥 가십시오. 저를 돌보실 필요 없습니다.
영목대사가 말했다.
"시주께서는 그런 말 마시오. 빈승은 결단코 시주와 함께 생사를 같이 하겠소. 저들이 시주를 죽이려면 먼저 빈승을 없애야 할 것이오."
눈석자가 미친 듯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당신을 먼저 죽이겠다."
영목대사가 말하느라 정신이 분산된 틈을 타서 눈석자가 장검을 휘두르자 검끝이 튀어나오며 영목대사의 늑골 아래에 한 줄의 검상을 내었다.영목대사가 노갈(怒喝)을 터뜨리며 광풍폭우가 몰아치듯 끊임없이 쳐나가자 선장의 그림자가 하늘에 가득 찼다.
곤륜의 장법(杖法) "풍마십이식(풍魔十二式)"이 시전되자 남쪽을 가리키는 듯 하나 북쪽을 때리고 동쪽으로 옮기는 듯 하다가 서쪽을 때리며 위풍당당하게 팔장(八杖)을 펼쳐냈다.
석지중은 늑골 아래에서 피가 물 흐르는 것처럼 쏟아지는데도 사력을 다해 자기를 보호하는 영목대사를 보고 저절로 눈자위에 눈물이 가득 차 말했다.
"대사님, 왜 이러십니까? 저는 이럴만한 가치가 없습니다..."
영목대사가 밝게 웃으며 말했다.
"빈승이 사력을 다했다는 것을기억하여 장래 우리 곤륜을 돌봐준다면 시주를 위해 죽을만한 가치가 있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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