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안금조(碧眼金雕) 3-3

碧眼金雕 2004. 11. 15. 20:23 Posted by 비천호리

바로 이때 산 아래에서 묵직한 신음소리와 참혹한 비명이 울리며 회백색 그림자 셋이 산 위로 날아 왔다.
석양 아래 세 노인이 흰 수염을 저녁바람에 날리며 나타나더니 온통 바둑판에 정신이 팔려 있는 고송 아래 여러 사람들을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석지중의 이마에서는 끊임없이 땀이 떨어지고 있었고 심신이 너무나 지쳐 손가락까지도 미미하게 떨고 있었다. 그러고도 꽤 오랫동안 망설인 후에야 두 손가락에 끼고 있던 검은 돌을 내려놓았다.
칠절신군이 흥얼거리며 흰 돌을 집어 들어 막 놓으려고 하는데 바둑판에 있는 돌들이 거센 회오리바람에 쓸려 가버리고 말았다.
그가 벌컥 화를 내며 고개를 들자 그 세 노인이 석판 길에 나란히 서서 이쪽 편을 차가운 시선으로 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가 몸을 일으키며 미친 듯이 웃어 제쳤다.
"어떤 놈들이 간덩이가 부어 감히 내 앞에서 방자하게 구는가 했더니 설산삼마(雪山三魔) 너희들이었구나"
그가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이 어르신은 평생 내 앞에서 거들먹거리는 놈들을 가장 싫어했다. 너희들 오늘 살아서 돌아가지 못할 줄 알아라!"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장포(長袍)가 부풀어오르며 차가운 코웃음 소리와 함께 양쪽 소매를 뿌려내자 두 줄기 예리하고 눈부신 기경(氣勁)이 소매 속에서 날아 갔다.
설산삼마는 칠절신군의 얼굴에 푸른 빛이 도는 것을 보자마자 수염과 머리카락이 모두 곤두설 정도로 크게 놀라 육장(六掌)을 일제히 뻗어내자 기경이 겹쳐지며 산과 같은 기세로 뿜어져 나왔다.
"쾅!"
커다란 소리가 나자 설산삼마가 무거운 신음을 토하고 몸이 기울어지며 두 걸음 뒤로 물러나는데 청석(靑石) 위에는 일시에 세 촌 깊이의 발자국 열 두 개가 새겨졌다.

 

칠절신군의 얼굴이 서릿발처럼 차가워지며 어깨를 움직이지도 않고 공중으로 일장을 날아올라 청석판 한가운데 떨어졌다.
그가 차갑게 말했다.
"너희 셋의 힘을 합쳐도 나의 일초 '강기'를 받아내기는 받아내기는 어렵지. 다시 내 '천산장법(千山掌法)' 맛을 보거라!"
석양 아래 그의 신형이 공중을 날자 무수히 많은 흰 장영(掌影)이 줄기줄기 차가운 호선을 뿌려내며 삽시간에 설산삼마를 그 안에 가두었다.
본무선사의 안색이 바로 변하며 말했다.
"칠절신군의 '천산장법'은 확실히 천하제일이다. 만약 우리들이 함께 맞선다면 오십초는 받아낼 것이지만 각자 나서면 열초를 버티지 못할 것이다."
석지중이 천천히 일어서며 말했다.
"칠절신군의 이런 절예가 어찌 천하제일이 아닐 수 있겠습니까? 장문인까지도 이렇게 인정하시는데..."
본무선사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중원은 넓고 기인이사(奇人異士)가 별처럼 많은데 우리들의 이런 재주는 얼마나 하찮은 것이냐..."
설산삼마가 괴이한 소리를 내며 끊임없이 이어지는 장영(掌影) 안에서 미친 듯이 날뛰자 기경이 계속 소용돌이 쳤다.
장초(掌招)가 마치 누에가 실 뽑듯이 계속 이어지자 놀랍게도 매우 빠른 속도로 열세가 반전되기 시작했다.
세 사람의 행동이 절묘하게 어울리자 커다란 위력이 발휘되어 괴이한 장풍이 쏟아져 나와 칠절신군의 공세를 막아냈다.

 

칠절신군도 매우 놀라 길게 휘파람을 뽑으며 사지(四肢)를 한 마리 거미처럼 펼쳐 무수한 환영을 그려내 휩쓸어 갔다.
설산삼마의 인영이 갑자기 흩어지더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면서 여섯 개의 손을 겹쳐 위로 뒤집으며 공중에서 떨어지는 칠절신군을 쪼개갔다.
"퍽", "퍽" 몇차레 장풍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나고 곧 설산삼마 모두가 땅에 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는데 상투가 풀어지고 온통 백발이 땅에 흩어져 있었다.
칠절신군이 엄한 기색으로 땅에 쓰러져 있는 설산삼마를 응시하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이 합수연격(合手連擊) 수법을 어디에서 배웠느냐? 너희들 배후에 누가 있느냐?"
설산삼마가 천천히 일어나서 손으로 가슴을 만지는데 창백한 얼굴로 견디지 못하고 입을 벌려 선혈을 한 무더기 토해냈다.
눈 쌓인 땅이 금새 분홍색 자국이 나타나 눈밭에 점점이 붉은 꽃이 핀 것 같았다.
설산노마(雪山老魔)가 칠절신군을 한번 노려보고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네가 며칠 전에 때려서 상처를 입힌 정풍(鄭風)이라는 젊은이는 원래 내 제자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사람의 수양아들이 되었는데 바로 그 사람이 우리를 보냈지"
칠절신군이 머리를 들어 오랫동안 하늘을 본 후 물었다.
"그 사람이 누구냐?"

 

설산노마가 말없이 칠절신군을 주시하다가 한참 만에야 네 글자를 뱉어냈다.
"유령대제(幽靈大帝)--"
석지중은 칠절신군이 움찔하는 것이 분명히 보이자 고개를 돌려 본무노선사를 보았다.
충격을 받아 전신이 흔들리며 눈에서는 공포의 기색을 드러내는 본무선사를 보자 석지중도 저도 모르게 놀라 생각했다.
"어떤 사람이 감히 대제(大帝)라고 칭할 수 있을까? 게다가 유령대제(幽靈大帝)라니?"
칠절신군이 한동안 멍해 있다가 갑자기 앙천광소(仰天狂笑)하며 오른손 두 손가락을 가지런히 하여 말했다.
"네가 유령대제를 들먹거리면 내가 겁먹을 줄 아느냐? 내 지금 너희들을 없애 버리겠다."
설산삼마는 칠절신군이 팔을 검 삼아 공격하려는 것을 보자 크게 놀라 황급히 뛰어올라 흩어졌다.
설산노마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네가 우리를 죽이면 곤륜파는 평지(平地)로 변할 것이다.
대제의 방법은 네가 알 것이다. 그가 이일과 관련되는 사람 중 하나라도 놓아줄 것 같으냐?"
석지중이 천천히 걸어서 다가가며 말했다.
"진작 죽었어야 할 너희 같은 극악(極惡)한 인간들이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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