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무선사가 놀랍고 기뻐 말했다.
"소사제! 정말 '반야진기(般若眞氣)'를 연성했구나! 사제, 소사제가 이미 반본환허(反本還虛)의 경지에 도달했구려"
"아미타불!"
담월이 합장하며 말했다.
"우리 곤륜이 이제부터는 크게 빛날 것 같습니다."
해 그림자가 점점 정오에 가까워지자 엷은 햇살이 퍼졌다.
이때 석지중이 숨을 토해내며 눈을 뜨더니 자신이 펼친 '십절대진'에 시선을 돌렸다.
"어!"
그가 놀라 말했다.
"그가 어떻게 네 개 관문이나 통과했지? 벌써 방법을 찾아냈을까?"
칠절신군은 평생을 진법에 깊이 빠져 살았고 칠절(七絶)중 일절(一絶)로 자처했으니 자연히 독특한 데가 있었다.
그래서 비록 그 '십절고진'을 한번도 본적은 없었지만 이치에 따라 계산하면서 네 곳의 관문을 깨뜨렸던 것이다."
칠절신군이 앙천광소(仰天狂笑) 하면서 큰 걸음으로 걸어나왔다.
"내 이 진을 깰 수 없으니 이번 겨루기는 네가 이겼다."
알고 보니 그는 심혈을 지나치게 소모하여 안색이 창백해져 있었다.
"아미타불!"
한 무리의 승려들이 모두 일어나 석지중에게 말했다.
"소사숙님! 축하드립니다."
본무선사도 일어서며 말했다.
"사제 밥 먹으러 가세. 식사 후에 다시 둘째 판을 겨루게."
칠절신군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이 진법을 위해 술잔을 들어야겠구나. 아이야, 너 나랑 같이 가자!"
석지중이 머리를 저었다.
"저는 술을 한 모금도 못합니다. 더더구나 다음 겨룰 바둑 때문에도 술을 마실 수가 없습니다. 선배님께서 양해해 주십시오."
칠절신군이 수염이 날리도록 머리를 젖히고 웃었다.
"내 가면 갈수록 네놈이 좋아지는구나, 어이! 얘야 너도 다시 심력을 소모할 필요없이 나를 따라 가자! 이제 나도 이 대머리들을 찾아와 귀찮게 안할란다."
저는 지금 곤륜 제자이고 본문의 첫 번째 계율이 '기사멸조(欺師滅祖)하지 말라'입니다. 칠절신군이 어리둥절해 하다가 곧 웃으며 후원(后院) 쪽으로 몸을 날려갔다.
오후, 해 그림자가 서쪽으로 기울고 찬 바람이 점차 불기 시작했다.
오래된 소나무 아래 석지중과 칠절신군이 마주 앉아 있고 그들 앞에는 바둑판이 잘 새겨진 흰 돌판이 놓여 있는데 이때는 양쪽이 서로 대치하여 검은 돌과 흰 돌이 바둑판에 가득하다.
칠절신군이 흰 돌을 집어들기는 했으나 눈빛이 바둑판에 고정되어 오랫동안 망설이며 손가락에 잡은 돌을 놓지 못한다.
본무선사와 세 사제들은 긴장하여 돌이 빽빽한 바둑판을 바라보고 있었다.
앞 선 두 판의 대국에서 석지중과 칠절신군이 한번 이기고 한번 지는 바람에 이번 판에 전체 승패가 달려 있기 때문이었다.
석지중은 나무를 깍아 만든 보살처럼 차가운 바람이 옷자락을 날려도 전혀 움직임이 없었다. 지금 그의 정신은 하나 하나의 바둑알에 완전히 빠져 있었다.
본무선사 앞에 놓인 모래시계에서 가는 모래가 한 알씩 떨어져 금새 가득 차고 본무선사가 손을 뻗어 모래시계를 뒤집어 놓자 다시 한알 한알 모래가 떨어져 내렸다.
칠절신군이 모래시계를 흘낏보고는 빠르게 눈빛을 거두어 손에 들고 있던 바둑알을 바둑판 한쪽에 놓았다.
석지중의 눈에서 신광이 쏟아졌다.
칠절신군의 이 한 수는 확실히 평범한 수였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열세에 처해 있는 국면을 완전히 반전시키는 신묘한 수로 변했다.
이번에는 석지중의 이맛살이 찌푸려지며 검은 돌 하나를 집어들었지만 한참을 망설이고도 여전히 놓지를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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