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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안금조(碧眼金雕) 1-12

碧眼金雕 2004. 10. 1. 10:52 Posted by 비천호리

석지중이 물었다.
"그 금과와 옥극은..."
천산노인이 계속해서 말했다.
"오래된 전설에 대막 가운데 금붕성이 있는데 계단은 백옥으로 되어있고 기둥은 황금을 부어서 만들었으며 창문은 보석을 박아 만들었고 야광주를 등불로 쓴다고 한다.
안에는 영지선초가 있고 밖에는 금붕검이 있으며 성안에는 몽고의 예언자 '박락탑리(博洛塔里)'가 남긴 비적(秘籍)이 한 권 있는데 신선이 될 수 있는 비법이 수록되어 있다고 한다..."
그가 여기까지 말했을 때 두 눈에서는 밝은 눈빛을 뿜었지만 목소리는 미미하게 떨렸다.
석지중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사막에 그런 곳이 있을까요? 저는 그건 몽고인에게 전해 내려오는 신화라고 생각합니다. 신화는 사람들의 환상이고요...."
천산노인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대막에는 분명히 그 금붕성이 있다. 왜냐하면 금붕성으로 가는 길을 안내하고 대문을 여는 금과와 옥극을 바로 네 사조 천산신응(天山神鷹)께서 얻었기 때문이지..."
그가 잠깐 멈추었다가 다시 말했다.
당시 구대종파의 장문인들이 비밀리에 황산에서 모였는데 네 사조께서 그 금과와 옥극을 차지하게 되었단다. 그 후 금과와 옥극에 새겨진 문자가 현재의 몽고 각 부족이 사용하는 문자가 아니고 일종의 기괴한 부호라는 것을 알게되자 그분께서는 산을 내려가 몽고각처를 다니며 오래된 전적을(典籍) 찾아내 금붕성의 비밀을 풀 수 있기를 바랐단다."
석지중이 말했다.
"결국 그 문자를 아는 사람을 찾아냈습니까?"

 

천산노인이 눈을 감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분이 떠난지 6년 만에 급히 산으로 돌아오시더니 본문의 권경검보(拳經劍譜)를 가지고 가셨는데 그러고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셨단다."
그가 눈을 떠 석지중을 보며 말했다.
"이십년 전 그 일이 있고 나서 내가 여덟 번 산을 내려가 몽고 각지로 그분을 찾아 다녔지만 매번 빈손으로 돌아왔었다. 아홉 번째 하산했을 때 비로소 한 가지 사실을 밝혀냈는데.."
"사조님을 찾으셨나요?"
천산노인이 약간 웃으며 말했다.
"사부님의 행방을 찾은 게 아니라 늘 물과 풀을 찾아 유목하는 작은 부족에게서 몽고 예언자 '박락탑리'의 출신과 관련 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나는 미친 듯이 기뻐하며 산으로 돌아왔단다. 그리고는 금과와 옥극의 일을 마무리하러 서장(西藏)으로 바로 떠나려고 했었지."
그가 심호흡을 하더니 목소리를 약간 높여 말했다.
"내가 막 하산하려던 때에 화산파를 우두머리로 하는 중원 육대문파에서 금과와 옥극을 되찾아 가려고 나에게 황산대회에 참가하라는 초청이 왔단다.
당시 나는 급히 서장에 가야했기 때문에 금과만 가지고 가고 네 아버지 한심수사에게 옥극을 가지고 대회에 가도록 했는데 당연히 옥극에 새겨진 문자는 베껴 가지고 서장으로 갔지."
나는 서장 라사에 있는 포달랍궁(布達拉宮)에 도착하여 진견(晋見) 주지에게 서장 고문자를 가르쳐 줄 것을 청했단다.
하지만 포달랍궁 주지 고군대사(庫軍大師)는 가르쳐 주려고 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나는 단신으로 포달랍궁 장격각(藏經閣)에 숨어 들어가고 말았단다."
그가 씁쓸하게 웃으며 얼굴의 흉터를 만지며 말했다.
"이것이 그때 포달랍궁에 숨어 들어간 결과란다. 그들은 나를 붙잡아 한 사람씩 내 얼굴에 칼질을 했지."

 

석지중이 격분하여 이를 갈며 욕을 했다.
"죽일 놈의 라마승들 같으니, 내 언젠가 너희들 얼굴에 칼자국을 낼 날이 있을 것이다."
천산노인이 머리를 흔들었다.
"그건 그들의 형벌 중에서 제일 가벼운 거란다. 그날 내가 살아 돌아올 수 있었던 건 실은 내가 중원 땅의 무림인물임을 고군대사가 참작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 내가 너하고이렇게 얘기하고 있지 못할 것이다."
"내가 서장 땅에서 천산으로 돌아왔을 때 사제 한심수사가 황산에서 막 돌아왔었다. 당시 그는 이미 화산파의 능허자항(凌虛慈航)에게 패해서 옥극을 넘겨준 뒤였다."
석지중이 '아!" 하는 소리를 내더니 물었다.
"어쩐지 아버님이 늘 장검을 어루만지면서 멍해지곤 하시더니, 알고 보니 아버님은..."
천산노인이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본문의 '천금검법(天禽劍法)은 경쾌하고 민첩하기는 하지만 웅혼(雄渾)한 기세가 부족하다. 화산파 장문인 능허자항의 경공은 이미 노화순청(爐火純靑)의 경지에 도달한 상태라 네 부친은 상대의 '상청검법(上淸劍法)'에 패했던 것이다.

"아! 아버님의 경공이 화산 장문인만 못하고 검법도 상청검법의 웅후함에 미치지 못해서 패했단 말인가?"
"그래, 네 말이 맞다."
천산노인이 말했다.
"네 아버지는 총명하고 영민해서 비록 패하기는 했지만 화산 장문인을 자극하여 십년 기한으로 옥극과 금과를 교환하기로 했다.
그래서 현재 옥극이 여기 되돌아와 있고 금과는 내가 제자를 보내 화산에 넘겨주었던 것이다..."
"아닙니다. 금과는 저한테 있습니다."
석지중이 품속에서 약 반척 길이의 금과를 꺼내며 말했다.
"진운표 사형이 제게 준 것입니다. 사형은 제게 복수해달라고..."
이리하여 그는 진운표가 죽기전의 상황을 천산노인에게 알렸다.
순식간에 실내가 참담한 기운으로 가득차면서 천산노인의 백발이 올올이 곤두서고 두 눈은 아주 커다래져 석지중에게 소리쳤다.
"뭐라고, 그 쇄금신장이 내 대제자라고? 운표와 다른 아이들이 모두 죽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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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안금조(碧眼金雕) 1-11

碧眼金雕 2004. 9. 30. 10:16 Posted by 비천호리

한편, 석지중은 돌 벽에 있는 기관(機關)을 알아차렸으므로 안심하고 지하통로로 뛰어들었다. 이때 그는 벽에 있는 기관의 손잡이를 한심수사가 설치한 것을 알아보자 어쩌면 부친에게미리 어떤 생각이 있었고, 다른 비밀통로로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마음이 들자 조금 전보다 더 기분이 좋아졌다.지하통로에 들어서자 몇 척(尺) 앞쪽에 벽에 걸린 큰 등불이 사방을 환하게 밝히고 있는데 연기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
일장(一丈) 정도의 거리에 안쪽으로 난 세 갈래 길이 분명하게 있긴 한데 끝이 보이지 않고 안쪽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두 손으로 벽을 두드려 보고는 등불 밑으로 가서 그 등불을 힘주어 뽑아 냈다.
"끽끽" 한바탕 가벼운 소리가 나며 앞쪽 세 갈래 길이 갈리는 곳에서 강판(鋼板)이 솟아올라 아래쪽 통로로 통하는 돌계단을 드러냈다.석지중이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돌계단을 따라 끝까지 내려가자 부들방석과 화로 한 개씩만 놓인 어두침침한 석실(石屋) 한 칸이 보였다.화로에서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고요하여 그의 발걸음 소리가 뚜렷하게 실내에 울리고 땅속 방이 마치 죽어 있는 것처럼 너무나 고요하여 참을 수 없을 정도가 되자 소름이 끼쳤다.석실 안으로 들어섰지만 사람이 보이지 않자안쪽으로 걸어들어 가자 얼핏 방안에 늘어선 열 몇구의 관(棺)과 향안(香案)이 바쳐진 많은 위패가 보였고 위패 앞에 긴 두루마기 차림에 은발(銀發)을 묶은 노인이 땅에 꿇어앉아 있는 것이 보였으므로 저도 모르게 놀라서 "어!" 하는 소리를 냈다.

 

그 노인은 마치 벼락을 맞은 것처럼 온몸을 떨고 있었지만 여전히 고개를 돌리지 않고 계속 꿇어앉아 있었다.
석지중이 미간을 찌푸리며 움직이지 않고 소리도 내지 않고 조용히 꿇어앉아 있는 노인을 바라보았다.
한참 후에 그 노인이 말했다.
"너는 누구냐?"
"노선배(老先輩)님이 천산노인(天山老人)이시죠? 저는 석지중입니다."
그 노인이 약간 놀라며 말했다.
"너 어떻게 들어올 수 있었느냐?..."
그리고 잠깐 말을 멈추더니 갑자기 온몸을 한차례 떨며 감정이 격해져서 말했다.
"네가 한심수사의 아들이지?"
석지중이 몸을 굽혀 인사하며 말했다.
"소질(小侄)이 바로 한심수사의 아들입니다. 사백(師伯)님께서는 어쩌다가..."
천산노인이 말했다.

"네 아버지는?"
석지중이 어리둥절해서 말했다.
"아버님이 안 오셨다구요! 아버님은 동해 멸신도의 대력귀왕과 쇄금신장에게 포위되자 저에게 집으로 들어가라고....
그리하여 방금 일어났던 일을 천산노인에게 모두 알렸다.

 

천산노인이 탄식을 하더니 말했다.
"이로써 천산파는 무림에서 이름이 사라지겠구나. 다 내 탓이다..."
그리고는 손으로 머리를 치며 더할 나위 없이 낙담하여 말했다.
"내 탐욕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천산파가 내 대에서 무너지는구나..."
그가 비통하게 고함을 지르더니 탁자 위의 향안을 향해 엎드려 머리를 조아리며 소리쳤다.
"역대조사(歷代祖師)님들이시여! 용서해 주십시오. 제자가 심력(心力)을 다하지 못하였습니다. 우리 천산파의 부흥을 도모했지만 밖으로 강적을 만나고 안에서는 요사한 반도가 나와 본파가 다시 망하는 화를 당하게 되었습니다."
석지중은 이때서야 향안에 모셔진 것이 역대조사의 위패라는 것을 알고는 따라서 무릎을 꿇고 위패를 향해 머리를 조아렸다.
그가 막 머리를 들자 천산노인이 곡(哭)을 하기 시작했다.
사람의 마음을 떨리게 하는 곡성이 온 석실에 가득 차 석지중의 마음에 매우 깊게 부딪혔다.

천산노인은 석지중도 울기 시작한 것을 듣자 탄식을 토하며 말했다.
"아이야 너는 왜 우느냐? 응!"
석지중이 말했다.
"아버님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천산노인이 한참동안 침묵하다가 불렀다.
"아이야! 이리 오너라."
석지중이 대답하며 가까이 가자 천산노인의 모습이 또렷이 보였는데 얼굴에 칼자국 있고 검붉은 피부에 우둘투둘한 흉터가 있는데다가 온 얼굴이 뒤틀려있어 사람이 아니고 마치귀신처럼 보였다.

 

천산노인이 석지중의 눈에서 놀라는 빛을 보고 바삐 말했다.
"아이야 놀라지 마라"
그가 바닥에 있는 부들방석을 두드리며 말했다.
"앉거라, 너한테 할말이 있다."
석지중은 천산노인에게서 한심수사가 늘 자기를 바라볼 때처럼 한 줄기 자상하고 부드러운 눈빛이 나타나는 것을 보자 즉시 마음속의 불안감을 떨쳐버리고 앉았다.

천산노인이 찬탄하며 말했다.
"근골이 좋구나, 정말 인재(人才)구나!. 아이야 네 아버지가 천산의 검법과 내공을 너에게 전수해 주었느냐?
석지중이 공손하게 대답했다.
"가부(家父)께서는 저에게 정좌연공(靜坐練功)만 가르쳐 주셨고 검법은 제 나이가 아직 어리다고 전수해주지 않으셨습니다..."
천산노인의 눈빛이 석지중의 얼굴을 응시하더니 탄식을 토하며 말했다.
"네 아버지의 말이 맞지는 않다만 나는 그의 뜻을 분명히 알겠다. 아! 네 사조(師祖) 대(代)에 본문의 절예를 잃어버린 후 무림에서 본문의 지위가 천장(千丈)이나 밑으로 떨어지고 말았다니... 네 사조께서는 왕년에 황산(黃山)에서 검 한자루로 군웅(群雄)을 대적해 금과(金戈)와 옥극(玉戟)을 차지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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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안금조(碧眼金雕) 1-10

碧眼金雕 2004. 9. 22. 09:53 Posted by 비천호리

그가 시선을 옮기자 찢어진 옷섶과 검붉은 핏자국 땅에 남겨진 것이 보였지만 핏자국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어 한심수사의 것인지 금쇄신장의 것인지 분별할 수가 없었다.
그는 깊이 생각하느라 등뒤로 조용히 한 사람이 날아 내린 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 사람은 말없이 석지중의 뒷모습을 보고 있다가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
"얘야, 너 어디서 왔느냐?"
석지중은 한참 생각에 빠져 있다가 갑자기 귓가에 음침한 말소리가 들리자 급히 몸을 돌렸다. 그의 앞쪽에 이마를 금환(金環)으로 묶고 표범가죽을 접어 만든 커다란 두루마기로 몸을 감싼 키가 작은 사내가 서 있었는데 상대방의 두 눈에서 타오르는 눈빛에 그의 마음이 오싹해지며 생각했다.
"이 사람의 눈빛은 야수(野獸) 같구나! 큰 표범 같은..."
그가 물었다.
"당신은 누구요?"
몸에 표범가죽을 걸친 사내가 하얀 이빨을 섬뜩하게 드러내고 한바탕 괴상하게 웃더니 말했다.
"나는 표존자(豹尊者)다! 너는 누구냐?"

 

석지중이 '아'하며 말했다.
"당신이 바로 동해 멸신도주의 대제자인가요" 당신은 당신 사제 대력귀왕을 봤습니까?"
표존자의 두 눈이 동그래지며 소리쳤다.
"너 그를 봤느냐?"
그가 상체는 꼼짝도 않고 허공으로 몇 척(尺)을 움직여 순식간에 다섯 손가락으로 석지중의 어깨를 붙잡고 으르렁거렸다.
"너 그 녀석을 보았느냐?"
석지중의 눈앞이 흐릿해지며 어떻게 된 것인지 아직 똑똑히 보지도 못했는데 욱신욱신한 아픔이 어깨로 전해오며 온몸을 꼼짝도 못하게 되었다.
그가 눈살을 찌푸리며 외쳤다.
"아야, 좀 살살 잡아요. 아이고 아파"
표존자가 흐흐 웃으며 말했다.
"무공을 할 줄 아는 줄 알았더니 피할줄도 모르는 애였구나, 흐흐! 너 천산노인(天山老人)을 봤느냐?
석지중은 표존자가 자기의 부친을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는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흰 수염을 한 할아버지 말인가요? 방금 전에 그 사람이 숲으로 도망갔는데 봉두난발(蓬頭亂髮)을 한 사람이 크게 소리를 치며 쫓아갔어요. 저는 그가 대력귀왕이라고 들었어요..."
그는 표존자가 이미 믿기 시작한 것을 보고는 바삐 말했다.
"그 할아버지가 손에 뭔가 가지고 있는 것도 봤는데 금황색..."

 

표존자가 길게 휘파람을 불면서 상체를 한번 흔들어 공중으로 삼장(三丈)을 뛰어올라 몸을 비틀어 숲으로 날아갔다.
석지중은 표존자가 거짓말에 속아넘어가자 곧바로 대나무 집을 향해 달렸다.
막 방을 들어섰는데 등뒤에서 커다란 소리가 울리며 표존자가 노성(怒聲)을 토했다.
동시에 표존자가 허공을 날아오며 광풍폭우(狂風暴雨) 같은 기운이 공기를 찢으며 산이 떨어지는 것 같은 기세로 석지중을내려쳤다.
석지중이 몸을 돌릴 겨를도 없이 머리를 낮추어 배치해 놓은 방안의 죽진(竹陣) 안으로 뛰어들었다.
표존자가 왁왁 괴상하게 소리를 질렀다.
그는 자기가 어린애게 속았다는 것을 알자 몸이 공중에 있는 상태에서 공력을 모아 일장을 쳐내어 석지중을 때려 죽이려 했다.
그의 몸이 화살처럼 날으며 발끝으로 땅을 살짝 치더니 다시 날아 방안으로 뛰어들었다.
그가 막 방에 들어섰을 때 갑자기 눈앞이 어두컴컴해져 다섯 손가락마저 보이지 않을 줄 어떻게 알았겠는가? 심상치 않다고 느낀 순간 다리가 아직 땅에 닫지 않은 상태로 쌍장(雙掌)으로 밑을 한번 쳐 그 반탄력을 빌어 거꾸로 날아 나갔다.

 

겨우 방밖으로 뛰쳐나오기는 했지만 놀라서 식은땀이 흘렀다.
그가 문밖에 서서 방을 들여다보니 석지중이 방안 의자에 앉아 자기를 보면서 웃고 있는 것이 보일 뿐이었다.
땅에 꽂힌 대나무 조각이 보이기는 하지만포진법(布陣法)을 몰라서 마음에 의아함이 가시지 않았다.
그가 소리를 질렀다.
" 어린 놈아! 밖으로 나와라!"
석지중이 웃으며 말했다.
"멍청아, 네가 들어와라."표존자가 왁왁 괴상한 소리를 지르며 두 손으로 문을 잡고 들어올리자 대나무 집 전체가 "툭툭" 소리를 내며 부서지기 시작했다.
그가 섬뜩하게 웃으며 말했다.
"집을 무너뜨려 깔아 죽이겠다. 그래도 네놈이 안나오나 보자!"
석지중은 표존자의 공력이 이 정도인 것을 보자 놀라서 말했다.
"당신 금과를 원하지 않소? 당신이 나를 깔아 죽이면 누가 당신에게 금과가 숨겨진 곳을 알려주지?"
표존자가 소리를 질렀다.
"어린놈아 허튼 소리 하지말고, 나올래 안나올래?"
석지중이 하하 웃으며 천천히 방안의 벽으로 걸어가 오른손으로 벽을 더듬었다.
갑자기 쿵하는 소리와 함께 벽 전체가 돌아 그를 복도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가 벽 뒤로 사라진 바로 그 순간 표존자가 크게 소리지르며 두 손을 치켜들자 "콰르릉" 커다란 소리를 내며 대나무 집 전체가 부서져 내렸다.
흙먼지가 사방에 가득차고 온 땅바닥이대나무 조각으로가득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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碧眼金雕 2004. 9. 21. 14:38 Posted by 비천호리

석신홍은 미간을 약간 찡그리고 오늘 사문(邪門)의 고수(高手)를 두 명이나 만났으니 아마도 좋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집안에서는 아무런 기척도 없어 사형이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는 데다 아들에게 생각이 미치자 자기도 모르게 약간 허둥거리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물었다.
"장문인(掌門人)은?"
대력귀왕 미망일이 큰 입을 벌려 말했다.
"그 늙은이는 나한테 두들겨 맞고 머리를 감싸쥐고 도망갔는데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사형이 지금 찾고 있지"
한심수사 석홍신은 이 말을 듣자 저절로 가슴이 서늘해졌다.


원래 그는 숲가의 개울에서 핏물이 졸졸 흘러내리는 것을 보았던 것이다.
게다가 적은 아직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멸신도의 대사형까지 있는데 자기 혼자의 힘으로 어찌 적수가 될 수 있겠는가?"
그가 시선을 돌려보니 대나무 집의 여전히 양호한 것이 얼핏 보였다.
그러자 석지중의 손을 잡아끌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얘야 필사적으로 저 안쪽으로 뛰어 들어가서 가지고 있는 대나무 조각으로 진식(陣式)을 펼쳐라, 나는 기회가 오면 들어가겠다!"
석지중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버님 혼자서 저 두 사람을 당해낼 수 없습니다. 제가 돕겠..."
석홍신이 노하여 말했다.
"불효한 놈 같으니라고, 너는 이 아비가 네 걱정으로 죽는 꼴을 눈으로 보려고 하는 것이냐? 하물며 아직 네 사백의 생사도 알지 못하는데 어찌..."

 

황전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너희 부자가 죽는 것은 정해졌다. 다만 죽기 전에 진운표 수중에서 얻은 금과를 주면 네 아들은 죽음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다."
석홍신이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
"천산파는 바로 네놈 같은 반도(叛徒)가 나오는 바람에 제자가 드물어지고 오늘 이런 우환이 생겼구나. 하지만 네놈이 이번에는 멸신도에서 뭘 배워왔는지 내가 좀 봐야겠다."
그가 매섭게 소리쳤다.
"네 대사형을 불러와라!"
대력귀왕이 앞으로 크게 세 걸음 내딛으며 말했다.
"대사형까지나 필요 있겠느냐, 나 혼자면 너 정도는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
대력귀왕이 심호흡을 하고는 대갈일성하며 쌍장을 나란히 밀어내자 두 가닥 빠르고 날카로운 바람이 귀를 찌르는 소리와 함께 부딪혀 왔다.
석홍신이 몸을 돌려 발을 미끄러뜨리며 좌장(左掌)을 밀어내는 동시에 고함을 질렀다.
"빨리 들어가거라!"
석지중은 한 가닥 강한 힘이 그를 집안으로 밀어들이는 것을 느끼자 진기를 끌어올리고 팔을 휘둘러 그 기세를 빌려 집안에 떨어졌다.

 

그가 집 밖의 고함소리, 바람이 격렬하게 돌며 부딪히며 내는 커다란 소리를 들으며 대략 실내를 훑어보자 벽에 걸려 있는 많은 명화(名畵)와 벽에 붙여서 놓은 의자 몇 개, 차상 아래 죽 놓아 둔 분재와 취황색(翠黃色) 대나무 벽 등으로 인해 그윽하고 품위 있으면서 편안한 느낌의분위기가나고 있었다.

그가 오른손을 주머니에 넣어 몸에 가지고 다니던 대나무 조각을 꺼내어 날 듯이 빠르게 땅에 꽂아 나갔다.
대나무 하나 하나가 종횡(縱橫)으로 불규칙하게 땅에 꽂히더니 순식간에 온 실내가 대나무 조각으로 가득 차버렸다.
그가 신형을 돌려 비스듬히 몇 걸음 걸어서 대나무 가지 틈을 지나 문 앞으로 갔다.
머리를 막 내밀었을 때 그는 문 앞이 고요하고 한 사람의 그림자도 없는 것을 발견했다.
방금 전의 두 사람은 물론이고 부친 한심수사도 보이지 않았다.
"어!" 어리둥절해져서 집을 나와 사방을 살펴보며 생각했다.
"어떻게 한 사람도 없지, 내 안전을 위해서 아버님이 그놈들을 유인해 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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