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안금조(碧眼金雕) 1-9

碧眼金雕 2004. 9. 21. 14:38 Posted by 비천호리

석신홍은 미간을 약간 찡그리고 오늘 사문(邪門)의 고수(高手)를 두 명이나 만났으니 아마도 좋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집안에서는 아무런 기척도 없어 사형이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는 데다 아들에게 생각이 미치자 자기도 모르게 약간 허둥거리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물었다.
"장문인(掌門人)은?"
대력귀왕 미망일이 큰 입을 벌려 말했다.
"그 늙은이는 나한테 두들겨 맞고 머리를 감싸쥐고 도망갔는데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사형이 지금 찾고 있지"
한심수사 석홍신은 이 말을 듣자 저절로 가슴이 서늘해졌다.


원래 그는 숲가의 개울에서 핏물이 졸졸 흘러내리는 것을 보았던 것이다.
게다가 적은 아직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멸신도의 대사형까지 있는데 자기 혼자의 힘으로 어찌 적수가 될 수 있겠는가?"
그가 시선을 돌려보니 대나무 집의 여전히 양호한 것이 얼핏 보였다.
그러자 석지중의 손을 잡아끌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얘야 필사적으로 저 안쪽으로 뛰어 들어가서 가지고 있는 대나무 조각으로 진식(陣式)을 펼쳐라, 나는 기회가 오면 들어가겠다!"
석지중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버님 혼자서 저 두 사람을 당해낼 수 없습니다. 제가 돕겠..."
석홍신이 노하여 말했다.
"불효한 놈 같으니라고, 너는 이 아비가 네 걱정으로 죽는 꼴을 눈으로 보려고 하는 것이냐? 하물며 아직 네 사백의 생사도 알지 못하는데 어찌..."

 

황전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너희 부자가 죽는 것은 정해졌다. 다만 죽기 전에 진운표 수중에서 얻은 금과를 주면 네 아들은 죽음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다."
석홍신이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
"천산파는 바로 네놈 같은 반도(叛徒)가 나오는 바람에 제자가 드물어지고 오늘 이런 우환이 생겼구나. 하지만 네놈이 이번에는 멸신도에서 뭘 배워왔는지 내가 좀 봐야겠다."
그가 매섭게 소리쳤다.
"네 대사형을 불러와라!"
대력귀왕이 앞으로 크게 세 걸음 내딛으며 말했다.
"대사형까지나 필요 있겠느냐, 나 혼자면 너 정도는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
대력귀왕이 심호흡을 하고는 대갈일성하며 쌍장을 나란히 밀어내자 두 가닥 빠르고 날카로운 바람이 귀를 찌르는 소리와 함께 부딪혀 왔다.
석홍신이 몸을 돌려 발을 미끄러뜨리며 좌장(左掌)을 밀어내는 동시에 고함을 질렀다.
"빨리 들어가거라!"
석지중은 한 가닥 강한 힘이 그를 집안으로 밀어들이는 것을 느끼자 진기를 끌어올리고 팔을 휘둘러 그 기세를 빌려 집안에 떨어졌다.

 

그가 집 밖의 고함소리, 바람이 격렬하게 돌며 부딪히며 내는 커다란 소리를 들으며 대략 실내를 훑어보자 벽에 걸려 있는 많은 명화(名畵)와 벽에 붙여서 놓은 의자 몇 개, 차상 아래 죽 놓아 둔 분재와 취황색(翠黃色) 대나무 벽 등으로 인해 그윽하고 품위 있으면서 편안한 느낌의분위기가나고 있었다.

그가 오른손을 주머니에 넣어 몸에 가지고 다니던 대나무 조각을 꺼내어 날 듯이 빠르게 땅에 꽂아 나갔다.
대나무 하나 하나가 종횡(縱橫)으로 불규칙하게 땅에 꽂히더니 순식간에 온 실내가 대나무 조각으로 가득 차버렸다.
그가 신형을 돌려 비스듬히 몇 걸음 걸어서 대나무 가지 틈을 지나 문 앞으로 갔다.
머리를 막 내밀었을 때 그는 문 앞이 고요하고 한 사람의 그림자도 없는 것을 발견했다.
방금 전의 두 사람은 물론이고 부친 한심수사도 보이지 않았다.
"어!" 어리둥절해져서 집을 나와 사방을 살펴보며 생각했다.
"어떻게 한 사람도 없지, 내 안전을 위해서 아버님이 그놈들을 유인해 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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