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안금조(碧眼金雕) 1-7

碧眼金雕 2004. 9. 20. 17:07 Posted by 비천호리

소년이 새까맣고 또렷한 눈망울을 크게 뜨고서 그의 아버지를 쳐다보고 있다가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다는 것을 듣자 자기도 모르게 물었다.
"아버님, 사람의 지혜에 한계가 있는데 어찌 각 방면마다 천하제일이 될 수 있습니까?
저는 그 하나 하나마다 천하에 그보다 더 잘하는 사람이 꼭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년이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하물며 어찌 평생동안 다른 일에 마음 쓸 일도 없이 그가 이런 여러 가지 절학을 배우는데만 전념할 수 있었겠습니까?
노인이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가 제대로 물었다. 그는 일찍이 뜻대로 되지 않은 일이 한가지 있어서 분발하여 검법을 익혔고, 절예(絶藝)를 다 익히고는 천하의 화상을 다 없애겠다는 맹세를 했었다.
그 때문에 오대(五台), 소림(少林), 아미(峨嵋) 세 파의 적지 않은 청년들이 그에게 죽임을 당했었다. 다행히 후에 곤륜(昆侖) 장공대사(藏空大師)가 나서서 그와 세 가지 절예를 겨루고서야 비로소 천하의 화상을 다 죽이는 일을 막았던 것이다.
"아!"
갈색 옷 소년의 검미(劍眉)가 치켜지며 말했다.
"곤륜 장공대사? 그와 칠절신군은 어떤 방면의 세 가지로 겨루었습니까?"
노인의 두 눈은 연못에 비친 붉은 노을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그들이 어떤 세 가지로 겨뤘는지 강호의 어떤 사람도 알지 못한다. 그들 두 사람만 알뿐이지. 그러나 십오년 전의 그 비무(比武) 후에는 천하의 화상들이 더 이상 칠절신군에게 죽임을 당하지 않았단다."
갈색 옷의 소년이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제가 칠절신군을 만나게 된다면 진법하고 바둑을 겨뤄 봐야겠습니다...."

노인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중아, 우리 석씨 가문은 대대로 모두 명성이나 영달을 추구하지 않고 담백하게 살아왔다. 단지 너는 어려서부터 보통 사람과 달라서 나는 네가..."
여기까지 말하다 갑자기 말을 멈추고는 빠르게 몸을 돌리며 소리쳤다.
"담장 밖에 누구냐"
신음 소리가 들려오자 노인이 두 눈에서 신광(神光)을 폭사(暴射) 하면서 장포 자락을 떨쳐 담장위로 몸을 날렸다.

 

그가 "어"하며 소리와 함께 담장을 뛰어 넘어 갔다가 온 몸이 피투성이인 대한을 안고 다시 정원으로 뛰어들어 왔다.
석지중이 놀라 소리치며 달려갔다.
"아버님 이 사람은 누굽니까?
노인의 안색이 침중해졌다.
"이 사람은 네 사백(師伯)의 넷째 제자인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구나.
"아! 얘야, 방에 들어가서 내 약 상자를 갖고 오너라"

그가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두 손바닥으로 빠르게 진운표의 몸에 있는 몇 군데 혈도를 치고는 손바닥을 내밀어 진운표의 등 뒤에 있는 "명문혈(命門穴)"을 만져보았다.
그의 안색이 점점 무거워지다가 석지중이 가지고 온 상자를 받자 비로소 손을 떼고 탄식을 했다.
"오장육부가 모두 조각이 나버렸다. 이런 상태로 그가 어떻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는지 모르겠구나"
혼잣말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자기에게 말하는 것 같기도 해서 석지중이 물었다.
"아버님, 이 사람 어디에 상처를 입었습니까? 구할 수 있을까요?"

노인이 입술을 굳게 다물고 상자를 열어 뒤집자 새까만 환약 네 알이 굴러 나왔다.
환약을 진운표의 입에 넣고 오른손으로 그의 옷을 찢자 등뒤에 엷은 금색의 손바닥 자국이 보인다.
"아이고! 어쩌다가 그 마두(魔頭)의 비위를 상하게 했을까? 이렇다면 나는..."
그가 고개를 설레 설레 흔들며 오른손을 진운표의 등뒤 "명문혈"에 바짝 붙여 자신의 진기를 끌어 모아 집어 넣었다.

 

잠시 후 땀방울이 방울방울 솟아나고 푸른 힘줄이 한 가닥 한 가닥 튀어나온 고통스러운 얼굴을 하고 진운표가 신음을 토하며 깨어났다.
"대사형... 대사형... 금붕성..."
그가 고함을 쳤다.
"금붕성, 대사형, 내 금과를 가지고 가지... "
석지중이 놀라서 부친을 바라보았다.
노인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운표야! 나는 네 사숙 한심수사(寒心秀士) 석홍신(石鴻信)이다. 어떻게 된 일이냐?"

진운표가 두 눈을 부릅뜨고 숨을 급하게 헐떡거리면서 한심수사의 얼굴에 눈빛을 고정시켰다. 한참 만에야 비로소 두 줄기 눈물 방울을 떨어뜨리며 고통스럽게 외쳤다.
"사숙님!"
한심수사가 바삐 물었다.
"운표야 무슨 일이냐, 너 동해 멸신도의 노마두(老魔頭)를 만났느냐?"
진운표가 울면서 말했다.
"사부님께서사숙님이 산으로 돌아오시기를 청하라고 저희들을 보냈습니다. 도중에 사막에서 생각지도 못하게 대사형을 만났는데 그는 바로 쇄금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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