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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안금조(碧眼金雕) 1-4

碧眼金雕 2004. 9. 16. 18:02 Posted by 비천호리

향운천이 떨쳐낸 세 송이 검화는 모두 상대방의 끝없이 출렁이는 검랑(劍浪)이 삼켜 버렸고 겹겹이 차갑게 다가오는 검기가 간담을 서늘케 하였다.
향운천은 검기에 밀려 계속하여 일곱 걸음을 물러나고도 장검으로 연속 네 초식을 펼쳐 내고서야 겨우 적의 매섭고 잔인한 검기를 막아낼 수 있었다.
그가 심호흡을 한 번하고는 소리쳤다.
"너는 누구냐?"
복면객이 냉소를 흘리며 그를 보더니 말했다.
"향운천, 금과를 가져 와라"
셋째 임사첩은 자기의 사형이 복면객의 일검에 벌써 못가까지 밀려나서 두려움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멍하게 적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가 고개를 비스듬히 하였을 때 넷째가 다섯째에게 추나(推拿) 수법을 펼치고 있는 것을 보자 향운천의 근처로 도약하여 말했다.
"사형(師兄), 그는 최근 강호에 크게 명성을 날리고 있는 '쇄금신장(銷金神掌)'이란 자로 동해(東海) 멸신도(滅神島)에서 왔습니다.

 

"쇄금신장?"
향운천이 놀라서 중얼 중얼 두 번이나 되뇌이더니 갑자기 얼굴 색이 크게 변하며 말했다.
"당신이 대사형(大師兄)?"
그는 몹시 놀랐는지 말소리마저도 부들 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이 말을 하자 임사첩도 매우 놀랍고 두려워두 눈이 커다래져서복면객을 주시했다.
"네가 결국은 알아 차리고 말았구나!"
하며 복면객이 앙천광소(仰天狂笑) 하자 그 소리에 나뭇가지가 삭삭 소리를내며 흔들렸다.
그가 한참만에 웃음을 그치더니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대사형? 흥! 누가 너의 대사형이라더냐?"
구레나룻 대한의 얼굴에 괴로운 표정이 스치며 말했다.
"대사형, 팔년만에 사형이 멸신도에 투신하여 이런 인성을 말살하는 일을 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비분해서 말했다.
"정강 사제와 당신이 무슨 원한이 있다고 일장에 그를 때려 죽였습니까?"

 

복면객이 냉소하며 말했다.
"경중(耿中) 그 늙은이가 하정강의 거짓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내가 이렇게 모질게 했겠느냐? 흥! 공력을 제거 당하고 사막에서 삶과 죽음이 오락가락하던 광경을 내가 어찌 잊을 수 있겠느냐?..."
복면객이 눈에서 신광(神光)을 폭사(暴射)하더니 이를 갈며 말했다.
"이번에 그를 반드시 죽이고야 말겠다!"

구레나룻 대한 향운천은 온몸이 떨리며 한 사람의 원한이 그가 미치기 전에는 할 수 없는 어떤 일이라도 충분히 하게 된다는 것과 이로써 천산파와 동해 멸신도는 원수를 맺게 되었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었다.
그가 깊은 생각에 빠져 있을 때 갑자기 넷째 진운표가 소리치는 것이 들려왔다.
"대사형, 당신이 운방(雲房)에 침입하여 본문(本門)의 연공비적(練功秘籍)을 훔쳐내다가 곡(谷)에서 잃어버린, 사문을 배반하고 윗 사람을범한 이런 죄는 본문 문규(門規) 제3조에 의하면 마땅히 죽음에 해당하는 죄인데 만약 사부님이...
"닥쳐라!"
복면객이 대갈일성 했다.
"진운표팔년 동안 네가 무엇을 배웠는지 어디 보자!"

 

번갯불이 번쩍이듯 그의 형체가 스치더니 좌장(左掌)을 수평으로 펼쳐내어 진운표를 쳐갔다.
진운표는 상대방의 대갈일성에 멍해졌는데, 갑자기 눈앞이 흐릿해지며 기이한 휘파람 소리와 함께 가슴 앞에 금황색 손바닥 자국(掌印)이 찍혀 왔다.
그는 놀라서 다시는 상대방의 손바닥이 왜 금황색인가 하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다리를 옮기며 손에 쥐고 있던 장검을 들어 검신을 떨치니 "웅웅"하는 소리를 내며 상대방이 쳐온 손바닥을 찔러갔다.
"팍" 소리를 내며 장검이 두동강이 나고 금색 손바닥은 원래의 자세 그대로 여전히 가슴을 쳐왔다.
진운표의 팔목이 진동하며 오른 팔뚝 전체가 마비되어 감각을 잃었고 바로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는 입술을 꿈틀거리며 사력을 다해 뒤쪽으로 뛰어 올라 "팍" 소리를 내며 못 안으로 뛰어 들었다.
복면객은 번개처럼 장(掌)을 쳐내며 진운표를 격중시켰다고 봤는데 상대방이 물 속으로 뛰어들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그가 다시 경쾌한 소리를 내지르며 손바닥을 세 촌(三寸) 낮추어 한줄기 강한 기운을 쏟아 물 속을 쳤다.

 

그의 장(掌)이 막 쪼개져 나갈 때 뒤쪽에서 두 줄기 강한 바람이 엇갈리며 등 뒤의 "금문(金門), 영대(靈台) 두 혈(穴)로 쏘아져왔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장(掌)을 완전히 펼쳐내지 못하고, 몸을 앞으로 반 척 기울이고 크게 몸을 돌리고는 어깨를 내리고 장(掌)을 떨구어 오른손으로 연검을 잡아 계속 삼검(三劍)을 격출했다.
검기는 무지개처럼, 장풍(掌風)은 칼처럼 일시에 찔러온 두 장검을 팔척 바깥으로 밀어냈다.

그가 괴이하게 웃으며 말했다.
"화산(華山) 위에도 내 마음대로 다니는데 너희 세 명으로 되겠느냐? 허허! 이십초(二十招) 안에 모두 땅에 시체로 눕게 해주마"
향운천이 짙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말했다.
" 당신이 어떻게 금과에 대해서 아시오?"

쇄금신장이 냉소하며 말했다.
내가 그 금과 때문에 여기서 이미 이틀을 기다렸는데 너희들이 도망갈 수 있을 것 같으냐?"

 

향운천은 진운표가 물 속에서 기어 나온 것을 보고 큰 목소리로 물었다.
"넷째, 다치지 않았느냐?"
진운표는 머리를 흔들고 가서 보니 다섯째가 일어서기 시작했다.
그가 물었다.
"다섯째, 자네 왜...?"
향운천이 크게 소리쳤다.
"넷째, 본래 결정대로 하자, 다섯째 이리 와서 '삼원검진(三元劍陣)'을 펼치자..."
다섯째가 대답하고는 장검을 휘두르며 이동해와 향운천, 임사첩과 세모꼴로 서서 쇄금신장을 가운데 두고 포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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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안금조(碧眼金雕) 1-3

碧眼金雕 2004. 9. 15. 19:08 Posted by 비천호리

정오가 가까운 시각, 날 듯이 달리던 검은 그림자의속도가 점차 늦추어지더니 구레나룻 대한이 고개를 돌리고 말한다.
"사숙님은 바로 거연성(居延城) 동쪽 끝에 잡화점(雜貨店)을 열고 계시네.
도착하게 되면 모두 가지말고 사숙님께서 더 아끼는 운표만 들어가게."
그들은 천천히 말을 남쪽으로 몰아 가면서 각자 수건을 꺼내어 얼굴을 닦고 수통을 풀어 물을 몇 모금씩 마셨다.

 

모래 언덕을 두 개 넘자 눈앞에 청록색의 숲이 펼쳐져 있고 물결이 찰랑거리는 조그만 못이 그 안에 있었다.
천산오검 중 다섯째가 탄성을 지르며 앞장서서 모래언덕을 달려내려 가자 나머지 네 마리 말도 고개를 쳐들고 못을 향해 달려내려 갔다.
구레나룻 대한이 말한다.
"우리 여기서 잠깐 쉬면서 건량(乾糧)을 먹고 다시 가세"
잠깐 골똘히 생각하더니 다시 말한다.
"그래! 차라리 여기서 쉬면서 그 대막붕성이 정말로 나타나는지 보는 것이 낫겠다."
그들은 말 안장을 내리고 나무 뿌리에 기대어 잠시 쉬자 다섯 마리의 말은 모두 목을 늘이고 못의 물을 먹었다.

 

다섯째가 수통을 풀어 못가에 가서 가득 채우고는 웃으면서 말한다.
"이 샘물은 정말 맑구나! 티가 하나도 없네"
그가 맑은 물을 두 손으로 들고는 못 가에서 마시기 시작했는데 두 모금을 막 넘겼을 때 다섯 마리 말이 처량하게 울면서 땅에 쓰러져 죽어버릴 줄 어떻게 알았겠는가?
깡마른 사내가 크게 소리를 쳤다.
"즉빈! 물에 독이 있다. 마시지마!"
구레나룻 대한의 몸이 회오리 바람처럼 한바퀴 돌아 날더니 한 손으로 허즉빈의 오른팔을 붙들고는 부르짖었다.
"다섯째 빨리 운기(運氣)해서 살펴봐!"
그가 왼손을 뒤집어 품속에서 병을 꺼내 힘주어 쥐자 "탁"소리가 나면서 병이 조각 조각 깨지고 분홍색 환약 두 알이 손바닥에 굴러 나왔다.
그가 말했다.
"빨리 이 "냉향구(冷香九)를 복용하게!"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숲속에서 냉소(冷笑)가 전해오면서 음침한 목소리로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
"어이, '냉향구' 열알이라도 쓸모 없어, 죽는건 정해졌다!"
구레나룻 대한이 짙은 눈썹을 날리며 소리쳤다.
"안쪽에 어떤 친구가 계시오? 천산오검 가운데 향운천(向雲天)이 여기 있소!"

 

깡마른 사내가 경쾌한 호통을 치며 몸을 날려 숲으로 들어가면서 쌍장을 뒤집어내 폭풍처럼 쪼개갔다.
숲 속 인물이 차가운 목소리로 호통을 친다.
"하정강(何正綱), 너는 아직 멀었다. 돌아가거라."
깡마른 사내의 신음과 함께 실 끊어진 연처럼 튕겨져 나와 땅에 엎어졌다.
셋째가 경쾌한 휘파람 소리를 내며 몸을 한 바퀴 돌려 "삭" 소리가 나게 장검을 뽑더니 검광을 뿜어내며 기다란 무지개가 해를 꿰듯이 빠르게 쏘아 나갔다.
원래 숲가에는 이미 전신에 회백색 옷을 두르고 얼굴을 검은 천으로 가린 복면객(覆面客)이 서 있었던 것이다.
복면객은 자신에게 쏘아오는 검광을 차갑게 쳐다보며 마치 못 본 것처럼 우뚝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셋째는 검을 움직여 "비응복토(飛鷹伏兎)" 식으로 섬전처럼 찔러나가 곧 검 끝이 한번 돌면 복면객을 죽일 듯 했으나 갑자기 눈 앞이 한번 흐려지더니 상대방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았다.
그는 마음 속으로 크게 놀라 몸을 낮추고 검을 두 방향으로 돌려 "운학사시(雲鶴斜翅) 일식을 펼쳐 검광으로 전신을 감싸고 땅에 떨어져 내렸다.
눈을 돌리자 그 몽면인이벌써 나무 꼭대기에 서 있던 것을 볼 수 있었다.

 

복면객은 두 발로 엄지손가락 굵기만한 나뭇가지를 밟고 서 있는데 나뭇가지의 흔들림에 따라 몸이 아래 위로 흔들리며 조용히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다가 셋째의 놀라고 의아한 표정을 보자 차갑게 비꼬아 말한다.
"임사첩(林士捷), 너의 '운학사시(云鶴斜翅)' 수법은 아직 멀었다, ....."

임사첩의 미간이 치켜 올라가고 두려운 기색이 얼굴에 퍼지며 소리쳤다.
"친구, 이름을 남겨라!"
복면객이 길게 웃으며 낙엽처럼 날아 내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들 중 누가 금과(金戈)를 가지고 있느냐? 내놔라."
구레나룻 대한 향운천이 갑자기 비통하게 고함을 지르며 몸을 날려 오며 오른손에 장검을 뽑아들자 차가운 빛이 갑자기 복면객에게 짓쳐갔다.


임사첩이 깜짝 놀라 쳐다보니 둘째 형님이 이미 땅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이 얼핏 보이는데, 풀어 헤쳐진 옷 사이로는 엷은 금색의 손바닥 자국이 "칠감혈(七坎穴)에 나 있고 입에서 토해낸 핏물이 얼굴을 적시고 땅바닥에 흘러 내리고 있었다. 그가 놀라서 외쳤다.
"쇄금장(銷金掌)!"

복면객이 음산하게 웃으며 오른 손바닥으로 허리부분을 더듬더니 손을 홱 뒤집자 한 줄기 차가운 빛이 허공을 날아 향운천이 쳐낸 일검을 막아버렸다.
향운천의 일검은 번개처럼 빠르고, 맹렬하여 막 적을 죽이려는 찰나에 상대방이 물러나면서 몸을 기울이고, 검을 뽑고, 기를 모으자 검광이 이미 수은이 땅에 쏟아지듯이 쏘아져 왔다.
그의 마음이 흔들리긴 했으나 발을 한번 미끄러트리며 재빠르게 검을 움직여 '비금점빙(飛禽点氷)' 일식(一式)을 펼쳐 세 송이 검화(劍花)를 날려 보냈다.
복면객이 크게 웃으며 말한다.
"멋진 '비금점빙'"
말 소리와 동시에 그가 팔을 떨치고 몸을 비스듬히 기울이자 손에 쥔 연검(軟劍)이 괴사(怪蛇)처럼 펴지면서 겹겹이 검파(劍波)가 쌓이고 '윙 윙" 하는 검기(劍氣)가 눈이 부시도록 가득 차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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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안금조(碧眼金雕) 1-2

碧眼金雕 2004. 9. 14. 09:42 Posted by 비천호리

다섯 사람의 안색이 한꺼번에 크게 변하여 번갯불처럼 빠른 진홍색 형체를 쳐다보았다.
미친듯한 웃음소리가 갑자기 그치자마자 부딪혀 오는 붉은 그림자를 따라 한 줄기 사람을 숨막히게 하는 기운이 구레나룻 대한을 눌러온다.
구레나룻 대한이 대갈일성(大喝一聲), 눈에서 정광(精光)을 폭사(暴射)하며 구레나룻이 올올이 선다. 동시에 두 손을 포개 교차하여 흔들어 한 줄기 기운을 가슴과 나란히 하여 쳐낸다. 쾅하는 소리와 함께 구레나룻 대한이 무거운 신음소리를 내며 말위에서 곤두박질쳐 땅으로 쓰러졌다.

 

말 울음소리 가운데 네 가닥 검광이 번쩍이면서 검기가 사방에 가득 퍼지며 붉은 그림자를 덮쳐갔다.
검망(劍網) 가운데서 두 가닥 회전하는 기운이 사방으로 강하게 퍼지며 '칙칙' 몇 번의 소리를 내자 네자루 장검이 서로 부딪혀 버리고, 가벼운 울림과 함께 붉은 그림자가 높이 치솟으며 비스듬히 사장(四丈) 바깥으로 뛰쳐나간다.
깡마른 사내는 일검을 베어 내자마자 온몸이 한 가닥 강한 기운에 묶여 무의식중에 왼쪽으로 기울어지자 크게 놀라 급히 숨을 한 모금 들이마시고 장검을 거둬들여 가슴을 보호했다.
그가 검신(劍身)을 거두어 가슴 앞을 막기 전에 나머지 세 사람도 모두 장검을 거두어 들이고는 앞쪽의 황사를 놀라 멍하니 바라보는 것을 보았다.
그들 네 사람은 경악의 눈빛을 교환하고는 일제히 앞쪽을 바라보았다.

 

사장(四丈) 밖에 키가 큰 진홍색 준마가 머리를 치켜들고 우뚝 서 있고 그 위에 전신에 붉은 옷을 걸치고, 희끗 희끗한 머리카락을 어깨에 늘어뜨린 노인이 은빛 수염을 바람에 날리며 미소를 띤 얼굴로 이쪽을 쳐다보고 있다.

구레나룻 대한이 몸을 내밀며 벌개진 얼굴로 그 노인을 바라보다 진홍색의 준마를 보았을 때 저도 모르게 놀라 소리쳤다.

"적토보마(赤兎寶馬)"

은빛 수염의 노인이 흥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아직도 내 보마를 알아보는 걸 보니 안목이 없는 자는 아닌데, 방금 그렇게 기염을 토하다니 내가 보기에는 너희 천산오검도 이 정도 인물에 불과하구나!

그가 안색을 굳히며 다시 말한다.
"너희들이 겨우 이 정도 솜씨로 그렇게 자만할 정도가 되느냐? 이후에도 계속 이런다면 천산파는 향후 무림에 발을 디딜 수 없을 것이다."

그의 목소리는 나지막하지만 심히 위엄이 있었다.
그의 말이 끝나자 적토보마가 길게 한번 울고는 날 듯이 달려가니, 끝없는 황사위로 천마가 하늘로 날아 오른 것처럼 희미한 붉은 그림자만 남기고 모래언덕 뒤로 사라져 버렸다.

 

그들 다섯 사람은 얼이 빠져 빈 사막을 바라보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정신이 돌아왔다.
구레나룻 대한이 중얼 중얼 말한다.
"적토한혈보마(赤免汗血寶馬)!, 저건 한혈보마....

그의 눈빛이 멍해지고 안색이 오랫동안 불규칙하게 변하더니 문득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쳤다.
"그 사람은 칠절신군(七絶神君)이다"
깡마른 사내의 안색이 갑자기 하얗게 변하더니 입술을 꿈틀거리며 말했다.
"칠절신군?"
다섯째 허즉빈은 나머지 네 사람이 모두 이렇게 놀라는 것을 보고는 자기도 모르게 물었다.
"둘째 형님! 무슨 칠절군(七絶君)이란 말입니까?

 

깡마른 사내가 숨을 한 모금 들이마시고 나서 다섯째를 한번 쳐다보더니 비스듬히 구레나룻 대한에게 말한다.
십오년 동안이나 종적을 드러내지 않던 칠절신군이 대막에 나타날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설마 곤륜(昆侖)에 옛날 빚을 갚으려는건 아니겠지요?

구레나룻 대한이 놀라 말한다.
내 생각에는 천산(天山)에 갈 것 같네, 그러면 사부님은....

깡마른 사내가 말한다.
"제가 보기에는 칠절신군은 천산으로 가지 않고, 곤륜산에 가서 장공대사(藏空大師)를 찾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그가 이전에 장공대사에게 패했기 때문입니다.
비록 장공대사가 교활한 수법을 좀 써서 이기긴 했지만, 오만하기가 하늘을 찌르는 칠절신군이 단숨에 곤륜산을 내려간 후 십오년이 넘는 동안 어디에 있는지 몰랐는데 이제 곧 강호가 다시 불안해지려 하다니...."
그가 머리를 흔들며 말한다.
"큰 형님, 조금 전 형님의 말이 다행히 그의 비위에 맞았기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도 우리들은 벌써 시체가 되어 땅에 누워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구레나룻 대한이 말한다.
"칠절신군의 공력은 적수가 없을 정도로 고강하고 독보적인 강기공부(강氣功夫)는 정말로 놀랍네. 방금 내가 십성의 공력을 썼는데도 막을 수 없었으니 만약 그가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면...."
그가 쓴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그 사람 눈에 우리들의 이 정도 솜씨는 확실히 껍데기만 배운 것에 불과하네...

 

허즉빈은 한참을들어도 칠절신군의 내력을 알 수가 없자 자기도 모르게 묻는다.
"큰 형님 그 칠절신군은 도대체....

구레나룻 대한이 다섯째가 말을 완전히 마치기도 전에 바삐 손을 흔들며 말한다.
"더 묻지 말고 서둘러 가자! 정오쯤에는 아마 거연해변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하고는 몸을 날려 말에 타고 고삐를 당겨 동남쪽으로 달려간다.
나머지 네 사람도 서로 한번 쳐다본 후 장검을 검집에 거두고 말을 몰아 급히 달려가자 한 무더기 누런 먼지가 공중에 날린다.
햇볕이 사막 위에 비치고 어지러운 말발굽 자국은 동남쪽으로 구불구불 이어져 있다.
사막은 텅비어 고요하고, 더운 기운이 날리는 가운데파란 하늘에는 구름 한 조각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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碧眼金雕 2004. 9. 13. 11:41 Posted by 비천호리

제1장 십절고진(十絶古陣)

 

아침 햇살이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는데, 시뻘건 태양은 대막(大漠)의 황사(黃沙) 뒤에서 벌써 만길 금빛을 번쩍거리기 시작한다.
번쩍거리며 빛나는 광망(光芒)이 끝없는 누런 모래 위를 비추어 자욱한 황색 노을을 만들어내고 있다.
부드러운 모래알은 평탄하고 넓게 뻗어 있어 확 트인 하늘처럼 아득히 멀리 끝이 없고,
바람이 불지 않는 사막에서는 참으로 드물게 좋은 날씨이다.

 

고요한 사막에 태양이 떠오르는 시각, 공중에서 조그맣게 낙타 방울 소리가 들려온다.
사막의 서쪽 끝에서 몇 개의 그림자가 날 듯이 빠르게 움직여 남쪽의 사막 끝을 향해 달려온다.
그림자가 점점 또렷해지자 온 얼굴이 구레나룻으로 덮인, 곰의 등에 호랑이의 머리를 한 중년의 대한이 앞장서 오는데, 머리를 들어 하늘을 쳐다본 후 고개를 돌려 말한다.
"장문사존께서 하신 말씀이 정말 딱 들어맞는구나! 6월 마지막 며칠동안에는 과벽(戈壁)에 폭풍이 불지 않을 거라고 하시더니, 조금 있으면 사막의 기경(奇景)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네"

 

그의 뒤쪽에 있던 하얀 얼굴에 수염이 없이 깡마른 사내가 가볍게 웃으며 말한다.
"말이 났으니 말이지, 강호의 소문에 금붕성(金鵬城)은 이 끝없이 넓은 과벽대막(戈壁大漠, 고비사막) 가운데 있긴 하지만 망망(茫茫)한 흰 구름이 희미한 가운데 푸른 하늘에 나타난다고 하니, 미친 듯이 바람이 불고 온통 황사 천지인 과벽대막에서 이런 기회가 어찌 쉽게 오겠습니까?"그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 말한다.
"제가 감히 사부님 말씀이 맞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강호에 떠도는 소문은 허무맹랑한 것으로 아무런 근거도 없는 것입니다.
대막붕성 안에 숨겨진 보물을 본 사람이 있습니까? 그런데도 거의 백년동안이나 여전히 전해오고 있고, 이 소문에 반대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니....

 

그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낮은 목소리의 사람이 말을 잇는다.
"둘째 형님, 형님은 이 몇 년동안 거연해변(居延海邊)에 살고 있는 몽고인들이 오시 정각에 하늘에 나타나는 금붕성의 형상을 여러 번 보았다고 하는 것을 강남에서 줄곧 들어왔지 않았습니까? 그것이 사막에서 보통 나타나는 신기루 현상이라고 하더라도 대막 깊은 곳에 반드시 그 성이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이 몇 년 사이에 그렇게 많은 무림인물들이 이 황량한 사막에 뼈를 묻지는 않았을테니까요."
이 말을 한 사람은 용모가 준수하고, 검미호목(劍眉虎目)에 체격은 중간 정도, 나이는 대략 서른 정도인데 말하는 중에 뛰어난 기상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위풍당당한 사내로 바로 천산오검(天山五劍) 가운데 넷째인 진운표(陳雲標)였다.

 

구레나룻 대한이 큰 입을 벌려 크게 웃으며 말한다.
"넷째, 칠년 동안 못봤는데도 자네 성격은 여전하구만, 그러니 여태까지 제수씨도 조카도 아무도 없지, 생각해보게 자네같은 그런 직설적인 성격으로 어떻게 아가씨들의 환심을 살 수 있겠는가? 모름지기 여자는 부드러운 마음씨를 갖고, 자상하게 비위를 맞춰주는 남자를 좋아하는 것을 알아야지...그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넷째 진운표가 웃으며 말한다.
"큰 형님, 형님은 그렇게 여자를 잘 아시면서 어떻게 지금까지 혼자이시죠?
이렇게 되면 형님이나 나나 마찬가지로 아들에다 손자까지도 늦게 되겠지요.
그의 이 말에 나머지 네 사람 모두 웃기 시작한다.
쾌활한 웃음소리가 드넓은 대막에 멀리 퍼져나가자 그들을 태우고 있는 말들이 놀라 불안하게 울기 시작한다.

웃음소리가 점차 그치자 구레나룻 대한이 말한다.
"이번에 사부님이 우리들을 산으로 불러서 거연해변(居延海邊)에 가서 한심수사(寒心秀士) 사숙님을 찾아오도록 했는데 설마 화산(華山) 능허자항(凌虛慈航)이 정말로 옥극(玉戟)상의 부호를 알아낸 것은 아니겠지? 어쩌면 사부님도 과(戈)의 부호를 깨달으셨는지도....

이때 여지껏 말이 없던 짧은 윗도리, 회색 바지 차림에 등에 쌍검을 멘 중년 남자가 말한다.
"사숙은 십오년전 황산대회(黃山大會)에서 화산장문인 능허자항의 "상청검법(上淸劍法)"에 패한 후 지금까지 산으로 돌아오지 않았고, 본문 제자들 모두 종적을 모르는데 이번에 사부님은 어째서 우리들에게 거연해변에 가서 그분을 찾으라고 하셨을까요?
사부님께서 대막붕성(大漠鵬城)의 비밀을 이미 깨달으신 걸까요?

 

천산오검 가운데 다섯째는 가장 나이가 어리고 온통 헝클어진 머리에 모난 얼굴, 큰 귀의 허즉빈(許則賓)인데, 이 때 그가 말한다.
"사조(師祖)께서는 황산대회 후 금과(金戈)를 얻으셨지만 지금까지 수십년 동안 과(戈)상의 괴부호를 알아내지 못하셨는데 이번에 화산의 능허자항이 옥극을 산 위로 보내온 것은 소제(小弟)가 아는 바로는 십년 전에 사부님과 약속이 되어 있는 것으로...

 

깡마른 사내가 목소리를 높여 말한다.
"제가 중원으로부터 소식을 듣기로는 최근 몇 년간 화산 능허자항은 강호에 한번도 나타난 적이 없고, 작년 소림 신임장문인 백납대사(百衲大師)의 취임식에 조차 가지 않았는데, 화산과 소림의 교정(交情)으로 보면 분명히 그럴리가 없습니다.
강호에는 능허자항이 폐관연공(閉關練功) 중일 거라는 말이 떠돌고 있고, 이 때문에 최근에 야행인(夜行人)이 화산에 여러번 침입하여 적지 않은 제자들을 상하게 하고 상청궁(上淸宮)까지도 불에 탔다고 합니다."

 

구레나룻 대한이 눈살을 찌푸리고 깊이 생각하더니 곧 안색이 밝아지면서 말한다.
"둘째가 이렇게 말하기는 하지만 화산 '상청검법(上淸劍法)'과 본문의 '천금검법(天禽劍法)'은 똑 같이 무림의 이대검법(二大劍法)이고, 사부님의 검술도 신의 경지에 이르른데다가 지혜도 절세적(絶世的)이니 반드시 안배(安排)가 있을 것이네.
한심수사 사숙님은 진법에 정통하시니 비록 소식이 끊어지기는 했지만, 이번에 산으로 돌아가게 되면 분명히 사부님에게 도움이 될 것이네...

그가 말을 다 하기도 전에 갑자기 미친 듯한 웃음소리가 십장 밖에서 급하게 들려와 그의 말을 끊는데,한 줄기 진홍색 그림자가 어렴풋한 황사 먼지 가운데서 날듯이 달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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