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운천이 떨쳐낸 세 송이 검화는 모두 상대방의 끝없이 출렁이는 검랑(劍浪)이 삼켜 버렸고 겹겹이 차갑게 다가오는 검기가 간담을 서늘케 하였다.
향운천은 검기에 밀려 계속하여 일곱 걸음을 물러나고도 장검으로 연속 네 초식을 펼쳐 내고서야 겨우 적의 매섭고 잔인한 검기를 막아낼 수 있었다.
그가 심호흡을 한 번하고는 소리쳤다.
"너는 누구냐?"
복면객이 냉소를 흘리며 그를 보더니 말했다.
"향운천, 금과를 가져 와라"
셋째 임사첩은 자기의 사형이 복면객의 일검에 벌써 못가까지 밀려나서 두려움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멍하게 적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가 고개를 비스듬히 하였을 때 넷째가 다섯째에게 추나(推拿) 수법을 펼치고 있는 것을 보자 향운천의 근처로 도약하여 말했다.
"사형(師兄), 그는 최근 강호에 크게 명성을 날리고 있는 '쇄금신장(銷金神掌)'이란 자로 동해(東海) 멸신도(滅神島)에서 왔습니다.
"쇄금신장?"
향운천이 놀라서 중얼 중얼 두 번이나 되뇌이더니 갑자기 얼굴 색이 크게 변하며 말했다.
"당신이 대사형(大師兄)?"
그는 몹시 놀랐는지 말소리마저도 부들 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이 말을 하자 임사첩도 매우 놀랍고 두려워두 눈이 커다래져서복면객을 주시했다.
"네가 결국은 알아 차리고 말았구나!"
하며 복면객이 앙천광소(仰天狂笑) 하자 그 소리에 나뭇가지가 삭삭 소리를내며 흔들렸다.
그가 한참만에 웃음을 그치더니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대사형? 흥! 누가 너의 대사형이라더냐?"
구레나룻 대한의 얼굴에 괴로운 표정이 스치며 말했다.
"대사형, 팔년만에 사형이 멸신도에 투신하여 이런 인성을 말살하는 일을 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비분해서 말했다.
"정강 사제와 당신이 무슨 원한이 있다고 일장에 그를 때려 죽였습니까?"
복면객이 냉소하며 말했다.
"경중(耿中) 그 늙은이가 하정강의 거짓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내가 이렇게 모질게 했겠느냐? 흥! 공력을 제거 당하고 사막에서 삶과 죽음이 오락가락하던 광경을 내가 어찌 잊을 수 있겠느냐?..."
복면객이 눈에서 신광(神光)을 폭사(暴射)하더니 이를 갈며 말했다.
"이번에 그를 반드시 죽이고야 말겠다!"
구레나룻 대한 향운천은 온몸이 떨리며 한 사람의 원한이 그가 미치기 전에는 할 수 없는 어떤 일이라도 충분히 하게 된다는 것과 이로써 천산파와 동해 멸신도는 원수를 맺게 되었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었다.
그가 깊은 생각에 빠져 있을 때 갑자기 넷째 진운표가 소리치는 것이 들려왔다.
"대사형, 당신이 운방(雲房)에 침입하여 본문(本門)의 연공비적(練功秘籍)을 훔쳐내다가 곡(谷)에서 잃어버린, 사문을 배반하고 윗 사람을범한 이런 죄는 본문 문규(門規) 제3조에 의하면 마땅히 죽음에 해당하는 죄인데 만약 사부님이...
"닥쳐라!"
복면객이 대갈일성 했다.
"진운표팔년 동안 네가 무엇을 배웠는지 어디 보자!"
번갯불이 번쩍이듯 그의 형체가 스치더니 좌장(左掌)을 수평으로 펼쳐내어 진운표를 쳐갔다.
진운표는 상대방의 대갈일성에 멍해졌는데, 갑자기 눈앞이 흐릿해지며 기이한 휘파람 소리와 함께 가슴 앞에 금황색 손바닥 자국(掌印)이 찍혀 왔다.
그는 놀라서 다시는 상대방의 손바닥이 왜 금황색인가 하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다리를 옮기며 손에 쥐고 있던 장검을 들어 검신을 떨치니 "웅웅"하는 소리를 내며 상대방이 쳐온 손바닥을 찔러갔다.
"팍" 소리를 내며 장검이 두동강이 나고 금색 손바닥은 원래의 자세 그대로 여전히 가슴을 쳐왔다.
진운표의 팔목이 진동하며 오른 팔뚝 전체가 마비되어 감각을 잃었고 바로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는 입술을 꿈틀거리며 사력을 다해 뒤쪽으로 뛰어 올라 "팍" 소리를 내며 못 안으로 뛰어 들었다.
복면객은 번개처럼 장(掌)을 쳐내며 진운표를 격중시켰다고 봤는데 상대방이 물 속으로 뛰어들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그가 다시 경쾌한 소리를 내지르며 손바닥을 세 촌(三寸) 낮추어 한줄기 강한 기운을 쏟아 물 속을 쳤다.
그의 장(掌)이 막 쪼개져 나갈 때 뒤쪽에서 두 줄기 강한 바람이 엇갈리며 등 뒤의 "금문(金門), 영대(靈台) 두 혈(穴)로 쏘아져왔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장(掌)을 완전히 펼쳐내지 못하고, 몸을 앞으로 반 척 기울이고 크게 몸을 돌리고는 어깨를 내리고 장(掌)을 떨구어 오른손으로 연검을 잡아 계속 삼검(三劍)을 격출했다.
검기는 무지개처럼, 장풍(掌風)은 칼처럼 일시에 찔러온 두 장검을 팔척 바깥으로 밀어냈다.
그가 괴이하게 웃으며 말했다.
"화산(華山) 위에도 내 마음대로 다니는데 너희 세 명으로 되겠느냐? 허허! 이십초(二十招) 안에 모두 땅에 시체로 눕게 해주마"
향운천이 짙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말했다.
" 당신이 어떻게 금과에 대해서 아시오?"
쇄금신장이 냉소하며 말했다.
내가 그 금과 때문에 여기서 이미 이틀을 기다렸는데 너희들이 도망갈 수 있을 것 같으냐?"
향운천은 진운표가 물 속에서 기어 나온 것을 보고 큰 목소리로 물었다.
"넷째, 다치지 않았느냐?"
진운표는 머리를 흔들고 가서 보니 다섯째가 일어서기 시작했다.
그가 물었다.
"다섯째, 자네 왜...?"
향운천이 크게 소리쳤다.
"넷째, 본래 결정대로 하자, 다섯째 이리 와서 '삼원검진(三元劍陣)'을 펼치자..."
다섯째가 대답하고는 장검을 휘두르며 이동해와 향운천, 임사첩과 세모꼴로 서서 쇄금신장을 가운데 두고 포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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