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시선을 옮기자 찢어진 옷섶과 검붉은 핏자국 땅에 남겨진 것이 보였지만 핏자국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어 한심수사의 것인지 금쇄신장의 것인지 분별할 수가 없었다.
그는 깊이 생각하느라 등뒤로 조용히 한 사람이 날아 내린 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 사람은 말없이 석지중의 뒷모습을 보고 있다가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
"얘야, 너 어디서 왔느냐?"
석지중은 한참 생각에 빠져 있다가 갑자기 귓가에 음침한 말소리가 들리자 급히 몸을 돌렸다. 그의 앞쪽에 이마를 금환(金環)으로 묶고 표범가죽을 접어 만든 커다란 두루마기로 몸을 감싼 키가 작은 사내가 서 있었는데 상대방의 두 눈에서 타오르는 눈빛에 그의 마음이 오싹해지며 생각했다.
"이 사람의 눈빛은 야수(野獸) 같구나! 큰 표범 같은..."
그가 물었다.
"당신은 누구요?"
몸에 표범가죽을 걸친 사내가 하얀 이빨을 섬뜩하게 드러내고 한바탕 괴상하게 웃더니 말했다.
"나는 표존자(豹尊者)다! 너는 누구냐?"
석지중이 '아'하며 말했다.
"당신이 바로 동해 멸신도주의 대제자인가요" 당신은 당신 사제 대력귀왕을 봤습니까?"
표존자의 두 눈이 동그래지며 소리쳤다.
"너 그를 봤느냐?"
그가 상체는 꼼짝도 않고 허공으로 몇 척(尺)을 움직여 순식간에 다섯 손가락으로 석지중의 어깨를 붙잡고 으르렁거렸다.
"너 그 녀석을 보았느냐?"
석지중의 눈앞이 흐릿해지며 어떻게 된 것인지 아직 똑똑히 보지도 못했는데 욱신욱신한 아픔이 어깨로 전해오며 온몸을 꼼짝도 못하게 되었다.
그가 눈살을 찌푸리며 외쳤다.
"아야, 좀 살살 잡아요. 아이고 아파"
표존자가 흐흐 웃으며 말했다.
"무공을 할 줄 아는 줄 알았더니 피할줄도 모르는 애였구나, 흐흐! 너 천산노인(天山老人)을 봤느냐?
석지중은 표존자가 자기의 부친을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는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흰 수염을 한 할아버지 말인가요? 방금 전에 그 사람이 숲으로 도망갔는데 봉두난발(蓬頭亂髮)을 한 사람이 크게 소리를 치며 쫓아갔어요. 저는 그가 대력귀왕이라고 들었어요..."
그는 표존자가 이미 믿기 시작한 것을 보고는 바삐 말했다.
"그 할아버지가 손에 뭔가 가지고 있는 것도 봤는데 금황색..."
표존자가 길게 휘파람을 불면서 상체를 한번 흔들어 공중으로 삼장(三丈)을 뛰어올라 몸을 비틀어 숲으로 날아갔다.
석지중은 표존자가 거짓말에 속아넘어가자 곧바로 대나무 집을 향해 달렸다.
막 방을 들어섰는데 등뒤에서 커다란 소리가 울리며 표존자가 노성(怒聲)을 토했다.
동시에 표존자가 허공을 날아오며 광풍폭우(狂風暴雨) 같은 기운이 공기를 찢으며 산이 떨어지는 것 같은 기세로 석지중을내려쳤다.
석지중이 몸을 돌릴 겨를도 없이 머리를 낮추어 배치해 놓은 방안의 죽진(竹陣) 안으로 뛰어들었다.
표존자가 왁왁 괴상하게 소리를 질렀다.
그는 자기가 어린애게 속았다는 것을 알자 몸이 공중에 있는 상태에서 공력을 모아 일장을 쳐내어 석지중을 때려 죽이려 했다.
그의 몸이 화살처럼 날으며 발끝으로 땅을 살짝 치더니 다시 날아 방안으로 뛰어들었다.
그가 막 방에 들어섰을 때 갑자기 눈앞이 어두컴컴해져 다섯 손가락마저 보이지 않을 줄 어떻게 알았겠는가? 심상치 않다고 느낀 순간 다리가 아직 땅에 닫지 않은 상태로 쌍장(雙掌)으로 밑을 한번 쳐 그 반탄력을 빌어 거꾸로 날아 나갔다.
겨우 방밖으로 뛰쳐나오기는 했지만 놀라서 식은땀이 흘렀다.
그가 문밖에 서서 방을 들여다보니 석지중이 방안 의자에 앉아 자기를 보면서 웃고 있는 것이 보일 뿐이었다.
땅에 꽂힌 대나무 조각이 보이기는 하지만포진법(布陣法)을 몰라서 마음에 의아함이 가시지 않았다.
그가 소리를 질렀다.
" 어린 놈아! 밖으로 나와라!"
석지중이 웃으며 말했다.
"멍청아, 네가 들어와라."표존자가 왁왁 괴상한 소리를 지르며 두 손으로 문을 잡고 들어올리자 대나무 집 전체가 "툭툭" 소리를 내며 부서지기 시작했다.
그가 섬뜩하게 웃으며 말했다.
"집을 무너뜨려 깔아 죽이겠다. 그래도 네놈이 안나오나 보자!"
석지중은 표존자의 공력이 이 정도인 것을 보자 놀라서 말했다.
"당신 금과를 원하지 않소? 당신이 나를 깔아 죽이면 누가 당신에게 금과가 숨겨진 곳을 알려주지?"
표존자가 소리를 질렀다.
"어린놈아 허튼 소리 하지말고, 나올래 안나올래?"
석지중이 하하 웃으며 천천히 방안의 벽으로 걸어가 오른손으로 벽을 더듬었다.
갑자기 쿵하는 소리와 함께 벽 전체가 돌아 그를 복도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가 벽 뒤로 사라진 바로 그 순간 표존자가 크게 소리지르며 두 손을 치켜들자 "콰르릉" 커다란 소리를 내며 대나무 집 전체가 부서져 내렸다.
흙먼지가 사방에 가득차고 온 땅바닥이대나무 조각으로가득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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