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안금조(碧眼金雕) 1-13

碧眼金雕 2004. 10. 1. 17:44 Posted by 비천호리

그가 온몸을 떨더니 "왁"하는 소리와 함께 선혈을 한 입 토하자 석지중의 전신에 뿌려졌다.
천산노인은 눈을 감고 있었지만 눈가에서 두 줄기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가 쓸쓸하게 혼잣말을 했다.
"너희들에게 정말 미안하다..."
그가 말없이 눈을 감은채로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다가 한참이나 지나서야 고개를 들고 말했다.
"먼저 왜 내가 비밀 방에서 이렇게 꿇어앉아 있는지 너한테 말해준 다음에 너에게 맡길 일이 있다. 내 부탁을 들어주겠느냐?"
석지중은 여태 천산노인이 왜 조사의 위패 앞에 꿇어 앉아 있는지 알 수가 없었는데 천산노인이 이렇게 말하자 바삐 말했다.
"사백님께서 무슨 일을 부탁하시더라고 반드시 제가 대신 처리하겠습니다."
천산노인이 엄숙한 얼굴을 하고 말했다.
"지중아!, 너 대장부가 한번 말한 것은 번복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명심해라. 네가 내게 응낙을 했으니 나중에 후회해서는 안된다."

 

그가 입가의 피를 닦아내고는 말했다.
"반년 전에 나는 북천산(北天山) 천성구(天星溝)에 한 차례 갔었는데 거기에서 불문(佛門)의 '반야진기(般若眞氣)'가 실린 책자를 주웠었다.
반야진기로 말하자면 도가(玄門)의 '강기'와 함께 줄곧 최고기공(氣功)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산을 밀고 돌을 깨뜨리는 위력이 있어 서장에서 비밀스럽게 전하는 '밀종대수인(密宗大手印)' 보다도 더 무서운 위력이 있단다."
이런 연고로 나는 스스로 조사(祖師)님의 혼령이 쉬고 있는 이곳에 들어와 전심전력으로 '반야진기'를 익히고 있었다."
그가 갑자기 한번 웃더니 말했다.
"어찌 알았겠느냐? 수십년 동안 익힌 내 내공과 이 불문내공의 수련방법이 달라 지난달 에 잠깐 부주의한 사이 주화입마(走火入魔) 되고 말줄을...,
그래서 네 아버지를 모시고 와 문파 내의 일을 그에게 맡기려고 제자 다섯을 보냈었다.
아! 내가 막 일부분의 진력(眞力)을 회복했을 때 동해 멸신도의 표존자와 맞닥뜨리게 될 줄을 어찌 알았겠느냐?"석지중은 천산노인이 여기까지 말하고는 온몸을 한바탕 떨더니 크게 한번 소리치고는 땅에 쓰러지는 것을 보았다.
그가 놀라 천산노인을 부축하자 얼굴 전체가 창백하고 온몸이 차가운데도 많은 땀을 흘리며 마치 참기 어렵게 추운 것처럼 계속해서 입술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가 놀라 말했다.
"사백님!..."
천산노인이 입술을 씰룩이며 어렵게 말했다.
"나는 곧 죽을 것이다. 내가 죽거든 나를 왼쪽 관 안에 놓아두어라. 지금부터는 네가 천산파의 제십팔대 장문인이다. 동해 멸신도와 서장 포달랍궁을 찾아 나를 대신해서 복수를 하겠다고 대답해다오..."
그가 숨을 몇 번 헐떡거리더니 말했다.
"옥극과 반야진기 책자는 화로 안에 있다. 서장 문자에 능통하도록 연구하거라..."
천산노인이 말을 다 꺼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석지중이 고함을 쳤다.
"사백님, 장문인 지위는 제 아버님이 있습니다. 마땅히 그분이..."
천산노인이 고개를 약간 끄덕이더니 눈을 감고 죽었다.
일대(一代)의 장문인이 이로써 눈을 감은 것이다.

 

< 제1장 십절고진(十絶古陣) 끝 >

 

 

-- 작가

소슬(蕭瑟) --

 

본명 무명(武鳴)
1965년 사마령(司馬翎)의 '검기천환록(劍氣千幻錄)'을 모방하여 벽안금조(碧眼金雕), 대막금붕(大漠金鵬傳) 2부작을 써서 일거에 유명해졌다.
무공(武功), 정감(情感), 기환(奇幻) 방면에서 신선함과발전이 있다.
작품에는 벽안금조, 대막금붕 외에 잠룡전(潛龍傳), 거검회룡(巨劍回龍), 낙성추혼(落星追魂), 신검사일(神劍射日), 검쇄곤륜정(劍碎昆侖頂), 추운박전록(追云搏電錄), 백제청후(白帝靑后)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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