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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안금조(碧眼金雕) 1-8

碧眼金雕 2004. 9. 20. 19:58 Posted by 비천호리

한심수사가 놀라 물었다.
"대사형이라니? 황전(黃銓) 그놈 말이냐?"
진운표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그가 큰 형님, 둘째 형님, 셋째 형님, 다섯째를 모두 죽이고는 사막에서 저를 추격해왔습니다. 그때 갑자기 하늘에서 금붕성이 나타나...."
진운표의 두 눈이 망연(茫然)하게 어두컴컴한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금붕(金鵬)이 정말 크구나,푸른 눈(碧眼), 밝은 푸른 눈...."
그가 "왁"하며 선혈을 토하더니 얼굴 피부가 경련을 일으키며 고통스럽게 품속을 가리켰다.
"이것... 이것이 금과(金戈)... 대사형에게 빼앗기지 않았... 사막의 모래바람은 정말 대단..."
그가 뻣뻣하게 눈동자를 움직여 석지중을 바라보면서 입술을 씰룩여 말했다.
"사제, 내 원수를 갚아주게...."
석지중의 두 눈에 벌써 눈물이 가득 차 이를 악물고 말했다.
"제가 반드시 복수를 해 드리겠습니다!"
진운표가 살짝 웃는 듯 하더니 한심수사에게 말했다.
"사부님께서 돌아 오라고 하셨습니다. 사부...."
울부짖듯이 한 마디 하고는 끝내 선혈을 한 입 토하고 미처 말을 맺지도 못하고 죽고 말았다.
한심수사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엷게 저녁 기운이 감도는 하늘을 말없이 응시하더니 한참만에 탄식하며 말했다.
"과연 금과가 본문(本門)에 화를 불러오는구나. 아! 화가 눈앞에 닥쳤는데도 피할 수가 없다니."
그가 몸을 비스듬히 돌려 말했다.
"지중아! 내일 나랑 천산(天山)에 가서너의 사백을 만나보자."

 

##########################################

 

산정의(山頂) 흰 눈에 햇빛이 반사되어 성결(聖潔)하고 밝은 빛이 엷게나고 있다.
산기슭 오솔길은 빙빙 돌면서 위쪽으로 뻗어 있고 오솔길을 따라 약간의 푸른 나무들이 보이는 이곳은 천산의 남쪽 기슭, 햇살이 쬐는 곳은 겨울말고는 얼음이 얼지 않는다.
산골짜기에는 짙푸른 숲이 울창하고 괴석(怪石)과 기화(奇花)가 도처에 보이고, 산 속에서는 눈 녹은 물이 개울을 따라 흘러내려 토양을 기름지게 하고 화초(花草)를 번성하게 한다.
낭떠러지 아래 기다란 덩굴이 가득 걸려 있는 숲가에 넓은 평지가 있고 그곳에 대나무 집 몇 채가 있는데, 덩굴이 처마를 휘감고 올라가 지붕까지 가득 채우고 창 밖에도, 담장에도 걸려 바람부는 대로 이리 저리 흔들리고 있다.
바람도 발꿈치를 들고 사뿐 사뿐 걷는지 산골짜기는 너무나 고요하고 아무런 기척이 없다.

 

이 때 골짜기 입구로 두 사람의 인영(人影) 날아 들어와 순식간에 두겹의 산벽(山壁)을 넘어 이 평지에 도착했다.
세 가닥 긴 수염을 한 왼쪽 편 노인은 바로 한심수사 석신홍이고 그의 오른쪽에 있는 사람은 석지중이었다.
석지중이 고개를 들어 높이 솟은 천산(天山) 보고 웃으며 말했다.
"아버님, 이 산에 있는 흰 구름은 가면극 하듯이 정말 빠르게 모양이 변하네요."
석홍신이 미미하게 웃으며 마음속에 생각했다.
"이 아이는 아직 어떤 위난(危難)도 겪어 본 적이 없어서 세상 도처에 위험이 숨어 있다는 것을 모르는구나. 하지만 이 아이를 집에 두는 것도 마음을 놓을 수 없으니 내 옆에 데리고 다니면서 돌보는 것이 차라리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가 석지중의 손을 끌어당겨 잡고 말했다.
"지중아! 조심하고, 절대 경솔해서는 안된다. 꼭 내 말대로 행동하거라!"
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골짜기에서 미친듯한 웃음소리가 들려오면서 두 줄기 인영(人影)이 귀신처럼 숲 뒤쪽에서 쏘아져 나왔다.


석홍신의 눈썹이 꼿꼿이 서며 소리쳤다.
"누구냐?"

"흐흐!" 두 인영이 공중에서 갑자기 멈춰 땅으로 날아 내렸다.
사자코에 입이 크고 머리카락을 어지럽게 어깨에 드리운 왼쪽 사내가 차갑게 웃으며 흉악한 눈빛으로 한심수사를 쳐다보았다.
"본 나으리는 동해 멸신도주님 밑의 둘째 제자 대력귀왕(大力鬼王) 미망일(米望一)이시다.
네놈들은 뭐하는 자들이냐?"

그의 오른쪽에 있는 복면객이 음산하게 말했다.
"물어볼 필요 없습니다. 그가 한심수사입니다."
석홍신이 눈앞의 복면객을 차갑게 쳐다보며 말했다.
"황전, 네가 아직도 나를 알고 있느냐?"
석지중의 양 눈썹이 치켜 올라가며 물었다.
"아버님, 그가 바로 금쇄신장 황전입니까? 독랄한 놈 같으니!"
금쇄신장 황전 눈에 흉광(凶光)을 띠더니 꺽꺽 괴상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린 놈이간이 부었구나, 죽고 싶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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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안금조(碧眼金雕) 1-7

碧眼金雕 2004. 9. 20. 17:07 Posted by 비천호리

소년이 새까맣고 또렷한 눈망울을 크게 뜨고서 그의 아버지를 쳐다보고 있다가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다는 것을 듣자 자기도 모르게 물었다.
"아버님, 사람의 지혜에 한계가 있는데 어찌 각 방면마다 천하제일이 될 수 있습니까?
저는 그 하나 하나마다 천하에 그보다 더 잘하는 사람이 꼭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년이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하물며 어찌 평생동안 다른 일에 마음 쓸 일도 없이 그가 이런 여러 가지 절학을 배우는데만 전념할 수 있었겠습니까?
노인이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가 제대로 물었다. 그는 일찍이 뜻대로 되지 않은 일이 한가지 있어서 분발하여 검법을 익혔고, 절예(絶藝)를 다 익히고는 천하의 화상을 다 없애겠다는 맹세를 했었다.
그 때문에 오대(五台), 소림(少林), 아미(峨嵋) 세 파의 적지 않은 청년들이 그에게 죽임을 당했었다. 다행히 후에 곤륜(昆侖) 장공대사(藏空大師)가 나서서 그와 세 가지 절예를 겨루고서야 비로소 천하의 화상을 다 죽이는 일을 막았던 것이다.
"아!"
갈색 옷 소년의 검미(劍眉)가 치켜지며 말했다.
"곤륜 장공대사? 그와 칠절신군은 어떤 방면의 세 가지로 겨루었습니까?"
노인의 두 눈은 연못에 비친 붉은 노을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그들이 어떤 세 가지로 겨뤘는지 강호의 어떤 사람도 알지 못한다. 그들 두 사람만 알뿐이지. 그러나 십오년 전의 그 비무(比武) 후에는 천하의 화상들이 더 이상 칠절신군에게 죽임을 당하지 않았단다."
갈색 옷의 소년이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제가 칠절신군을 만나게 된다면 진법하고 바둑을 겨뤄 봐야겠습니다...."

노인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중아, 우리 석씨 가문은 대대로 모두 명성이나 영달을 추구하지 않고 담백하게 살아왔다. 단지 너는 어려서부터 보통 사람과 달라서 나는 네가..."
여기까지 말하다 갑자기 말을 멈추고는 빠르게 몸을 돌리며 소리쳤다.
"담장 밖에 누구냐"
신음 소리가 들려오자 노인이 두 눈에서 신광(神光)을 폭사(暴射) 하면서 장포 자락을 떨쳐 담장위로 몸을 날렸다.

 

그가 "어"하며 소리와 함께 담장을 뛰어 넘어 갔다가 온 몸이 피투성이인 대한을 안고 다시 정원으로 뛰어들어 왔다.
석지중이 놀라 소리치며 달려갔다.
"아버님 이 사람은 누굽니까?
노인의 안색이 침중해졌다.
"이 사람은 네 사백(師伯)의 넷째 제자인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구나.
"아! 얘야, 방에 들어가서 내 약 상자를 갖고 오너라"

그가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두 손바닥으로 빠르게 진운표의 몸에 있는 몇 군데 혈도를 치고는 손바닥을 내밀어 진운표의 등 뒤에 있는 "명문혈(命門穴)"을 만져보았다.
그의 안색이 점점 무거워지다가 석지중이 가지고 온 상자를 받자 비로소 손을 떼고 탄식을 했다.
"오장육부가 모두 조각이 나버렸다. 이런 상태로 그가 어떻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는지 모르겠구나"
혼잣말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자기에게 말하는 것 같기도 해서 석지중이 물었다.
"아버님, 이 사람 어디에 상처를 입었습니까? 구할 수 있을까요?"

노인이 입술을 굳게 다물고 상자를 열어 뒤집자 새까만 환약 네 알이 굴러 나왔다.
환약을 진운표의 입에 넣고 오른손으로 그의 옷을 찢자 등뒤에 엷은 금색의 손바닥 자국이 보인다.
"아이고! 어쩌다가 그 마두(魔頭)의 비위를 상하게 했을까? 이렇다면 나는..."
그가 고개를 설레 설레 흔들며 오른손을 진운표의 등뒤 "명문혈"에 바짝 붙여 자신의 진기를 끌어 모아 집어 넣었다.

 

잠시 후 땀방울이 방울방울 솟아나고 푸른 힘줄이 한 가닥 한 가닥 튀어나온 고통스러운 얼굴을 하고 진운표가 신음을 토하며 깨어났다.
"대사형... 대사형... 금붕성..."
그가 고함을 쳤다.
"금붕성, 대사형, 내 금과를 가지고 가지... "
석지중이 놀라서 부친을 바라보았다.
노인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운표야! 나는 네 사숙 한심수사(寒心秀士) 석홍신(石鴻信)이다. 어떻게 된 일이냐?"

진운표가 두 눈을 부릅뜨고 숨을 급하게 헐떡거리면서 한심수사의 얼굴에 눈빛을 고정시켰다. 한참 만에야 비로소 두 줄기 눈물 방울을 떨어뜨리며 고통스럽게 외쳤다.
"사숙님!"
한심수사가 바삐 물었다.
"운표야 무슨 일이냐, 너 동해 멸신도의 노마두(老魔頭)를 만났느냐?"
진운표가 울면서 말했다.
"사부님께서사숙님이 산으로 돌아오시기를 청하라고 저희들을 보냈습니다. 도중에 사막에서 생각지도 못하게 대사형을 만났는데 그는 바로 쇄금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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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안금조(碧眼金雕) 1-6

碧眼金雕 2004. 9. 18. 13:47 Posted by 비천호리

해질 무렵 황사(黃沙)의 끝에는 아름다운 노을이 가득한 하늘이 있고, 바로 이 시각 사막에는 거센 바람이 몰아치며 누런 모래가 하늘을 꽉 채우고 있다.
모래언덕 하나 하나가 회오리바람에 공중으로 날아올라 수 십리 바깥에 또 모래언덕으로 만들어진다.
사막의 변화무쌍함은 사막의 구름 조각처럼 영원히 사람으로 하여금 짐작할 수 없게 한다.
사막의 가장자리인 이곳은 작은 진(鎭)으로 거연해(居延海)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연성(居延城)이다.
수십채의 낮은 흙벽돌 집이 똑같은 모양으로 연이어 있는데 성안 동쪽 끝에 비교적 큰 층(層)집이 있다.
층집 뒤에는 정원이 있고 그 안에는 가산(假山), 연못, 분재, 화초들이 다 갖추어져 있다.
대나무 대롱으로 끌어들인 샘물이 '졸졸' 소리를 내며 연못으로 들어오고, 연못에는 비단잉어가 노닐고 있는데 못 가에는 푸른 풀잎과 붉은 꽃들이 무성하다.
정원의 서쪽 끄트머리에 육각형 모양의 정자(六角亭)가 있는데 그 안에는 돌로 만든 탁자와 의자가 그윽하고 품위 있게 놓여 있다.

 

이때 가산 옆에 갈색 옷에 노란 두건을 쓰고 머리카락은 두 갈래로 쪽을 진 대략 열일곱 정도의 소년이 있는 것이 보이는데 사반(沙盤, 나무 그릇에 모래로 만든 지형 모형) 위에다 두 손으로 가볍게 금을 한 줄 긋더니 왼손으로 대나무 조각을 잡아 하나 하나 사반에 꽂고 있다.
저녁 해가 양쪽에서 소년의 얼굴에 비치니 마치 연지를 바른 것처럼 불그레한 얼굴이 사랑스럽다.
그의 두 눈은 비스듬히 사반을 바라보고 있는데 입술을 꽉 다물고 눈에서는 지혜의 광망(光芒)을 반짝거리며 뚫어지게 사반 안의 대나무 조각과 금을 쳐다보는 것이 마치 그의 모든 심력(心力)을 그 사반에 쏟아 붓는 것 같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손안에 쥐고 있는 대나무 조각을 다 꽂고는 손을 '탁탁' 털고 일어서서 기지개를 켠 후 머리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하였다.
"밥 먹을 시간이 되었구나"

 

그가 막 말했을 때 기침소리가 들렸는데, 낭하에서 문생(文生) 두건을 쓰고 장포(長袍)를 걸친 수척하지만 점잖은 기풍의노인이 걸어오고 있었다.
세 가닥 긴 수염이 가슴 앞에서 바람에 천천히 흔들리며노인이 미소를 머금고 정원 안으로 들어서며 말했다.
"지중(砥中)아! 십절진(十絶陣) 연구가 끝났느냐? 뭘 좀 알아냈느냐?"
그 소년은 고개를 돌려 노인을 보자 바삐 말한다.
"아버님! 이 '십절진'은 정말 어려워요!, 오후 내내 노력해서 겨우 앞쪽 변화 다섯 가지밖에 못 알아냈어요..."
그의 말이 다 끝나기 전에 노인이 크게 놀라 말했다.
"뭐라고? 네가 이미 다섯 가지 변화나 알아냈다고? 정말이냐?"그 소년이 어리둥절해서 말했다.
"예? 뭐가 잘못된 건가요? 제가 오전에 너무 오래 연구하는 바람에 배가 너무 고팠던데다가 점심도 충분히 먹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계속 밥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아서 사반에 정신을 집중하지 못하였고단지 다섯 가지 변화 밖에 알아내지 못하였...."
노인이 허허 웃으며 말했다.
"지중아! 전에는 한번도 배고프다고 말한 적이 없지 않느냐?, 이 '십절진'의 진법은 변화가 무궁무진해서 비할 데 없이 신묘(神妙)하다. 당시 내가 청해(靑海) 바다 속에서 이 잔존(殘存) 진보(陣譜)를 얻었을 때에는 육년(六年)이 걸려서야겨우 통하게 되었다.내가 어제 너에게 말한 적이 있다만 이 '십절진'은 천하진법의 최고봉이지만 전체 진보는 천하에서 알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다행히 네가 이틀만에 다섯가지 변화를 깨달을 수 있었다니..."

 

그가 턱 밑에 길게 늘어진 세 가닥 수염을 만지며 말했다.
"밥 먹고 바둑 한 판 두자. 이번에는 나한테 석 점을 양보해서 날 부끄럽게 하지 마라"
소년이 웃으며 말했다.
"아버님은 모든 정력(精力)을 종적을 숨기는데 쓰시는 데다가 또 가게의 장사를 돌봐야 하니 이 것 저 것 모두 천하제일(天下第一)일 수 없는 것이 당연하지요..."
노인이 쓰게 한번 웃더니 말했다.
"천하제일은 무슨?, 세상에 누가 감히 천하제일이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 하물며 나의 이런 미미한 조예야 말해서 무엇하겠느냐?"
노인이 잠시 멈췄다 말했다.
"이십년 전에 강호에 칠절신군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평생을 전적(典籍), 거문고, 바둑, 검(劍), 권(拳), 내가선천진기(內家先天眞氣)와 진법 방면을 파고들었고, 그 외에도 말을 길들이는 조예와 좋은 말을 구별해내는 조예에서 천하에 따를 자가 없었지.
아비는 진법분야에서는 그와 한번 겨뤄볼 수 있었지만 그밖에는 그의 적수가 아니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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碧眼金雕 2004. 9. 18. 10:05 Posted by 비천호리

쇄금신장이 말했다.
"너는 이미 두꺼비 독액(毒液)을 먹었으니 세 시진(時辰) 안에 반드시 죽을 것이다.
너 같이 젊은 나이에 이렇게 죽게 되다니 정말로 애석하다..."
"흥" 향운천이 차갑게 비웃으며 장검을 들어올리며 소리쳤다.
"넷째, 빨리 피하지 않고 뭐 하느냐!"
"어딜 도망가려고!"
쇄금신장의 신형이 한번 움직이며 바로 진운표에게 달려 들었다.
구레나룻 대한 향운천이 성난 외침을 크게 토하며 말했다.
"공곡냉매(空谷冷梅)!"
말하는 중에도 검을 떨쳐내 쇄금신장을 쪼개갔다.
향운천은 검을 반초(半招)쯤 시전하고는 갑자기 잘라가던 것을 찌르는 것으로 바꾸어 순식간에 천겹의 검영(劍影)을 섬전처럼 내뿜으며 몸과 검이 함께 나아가 쇄금신장을 포위망 안에 묶어 두었다. 그러나 입으로는 도리어 천천히 읊듯이 말한다.
"매화삼롱(梅花三弄)--"

 

복면객은 몸을 솟구치기 전에 검망(劍網)에 포위되자 약간 놀라 검을 움직여 "춘잠자박(春蠶自縛)" 초식으로 자기 몸을 보호하며 발로는 칠성(七星) 방위를 따라 연속 세 방향으로 피했다.
그는 순간 호흡을 들이쉬고 몸을 쭉 펴면서 연검을 한 번 떨치자 푸른 빛이 크게 일며 검기가 가득 차 공격해 온 세 검을 일장 밖으로 밀어냈다.
그가 크게 소리쳤다.
"냉매검법(冷梅劍法)이 무슨 대단한 거라고, 내가 펼치는 것을 보아라!"

그가 공중으로 날아올라 폭포가 떨어지듯 차가운 검망(劍芒)을 빗발처럼 뿌리며 공중에서 십이검(十二劍) 가량을 쳐냈다.
향운천의 신형이 급히 돌며 검진을 움직였을 때 상대방이 솟구치는 것을 보고는 가벼운 기합을 지르며 도약하여 검끝으로 적의 아랫배 "관원(闕元)", "천추(天樞)", "단전(丹田)"의 세 혈을 찔러갔다.
임사첩과 허즉빈 두 사람도 동시에 뛰어올라 검끝으로 쇄금신장 발바닥의 "용천혈(涌泉穴)"을 찔러갔는데 검식(劍式)이 바람처럼 퍼져 나왔다.
그들 사형제의 삼검(三劍)이 시전되어 복면객이 격출한 십이검과 부딪히자 차가운 검기가 산처럼 세 자루 장검을 엄습해왔다.
"팍팍" 몇 차례의 소리가 들리고 세 사람은 일제히 땅에 떨어져 내렸다.

 

복면객이 괴이하게 웃으며 말했다.
"십오년 전에 내 손으로 너희들에게 천산(天山) 냉매검법(冷梅劍法)을 전수했는데, 지금 너희들이 감히 나에게 맞서겠다는 거냐? 허허!"

그의 신형이 번개처럼 움직이며 좌장(左掌)을 들어 빠르게 향운천의 가슴을 쳤다.
"팍"하는 소리와 함께 향운천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땅에 쓰러져 피를 토하며 죽었다.
금빛이 번쩍이고 사나운 휘파람 소리가 일며 임사첩도 미처 피할 겨를도 없이 장(掌)에 격중되어 죽고 만다.

복면객의 눈에잔인한 기색이 스치며 손을 옮겨 허즉빈의 두개골을 치자 비명과 함께 온 풀밭에 선혈이 뿌려졌다.
그가 오른손으로 연검을 허리춤에 채우고, 손을 뻗어 허즉빈의 몸을 뒤지자 생각대로 배낭에서 한 자루 약 반척(半尺) 길이의 금빛이 번쩍이는 작은 창(小戈)을 찾아낼 수 있었다.
"하하하하!"

그가 미친 듯이 웃으며 금과(金戈)를 손에 들고 사막으로 추격해 가려고 하다가 갑자기 "어" 하며 금과를 눈앞에 가져와 자세히 보았다.
"탁!"
그가 오른 손을 휘두르자 한 줄기 금빛이 쏘아져 나가니, 일장 밖 나무 줄기에 그 금과가 박혀버렸다.
그가 분노하여 욕을 하더니 신형을 급히 돌려 나머지 시체를 하나 하나 수색해 나가자 길이와 크기가 똑같은 금과 세 자루가 나왔다.

 

그가 잠깐 살펴보고는 괴성을 지르며 한 쪽 팔을 떨치니 세 줄기 금빛이 쏘아져 나가 "팍팍팍!" 나무 줄기에 박혀버렸다.
"허허!" 그가 포권(抱拳)하며 한스럽게 말했다.
"경중(耿中) 이 늙은 필부(匹夫)가 정말 교활하구나, 가짜를 써서 속이다니!"
그가 몸을 비스듬히 하고 입술을 오무려 '휙' 소리를 내자마자 새까만 준마가 숲에서 날 듯이 달려오자 몸을 날려 말을 타고 사막으로 추적해 갔다.
그가 모래 언덕 하나를 막 넘자마자 놀라서 '아!'하고 소리친다.
"대막붕성(大漠鵬城)!"
원래 이 시각 공중에 눈처럼희고 옥 같이 아름다운 큰 성이 떠 있었던 것이다.
성 꼭대기에는 거대한 붕조(鵬鳥)가 눈에서 번개같은 푸른빛을 뿜어내며 쭉 뻗은 두 날개를 가볍게 흔들어 마치 아득히 먼 하늘로 날아갈 것처럼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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