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산삼마가 모두 크게 노했다.
설산노마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너 신군의 제자이냐? 꼬마야! 너 목숨이 아깝지 않은가 보구나?"
석지중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나 석지중은 곤륜파 제자인데 죽음을 두려워할 리가 있겠느냐? 쳇 내 일장(一掌)이나 받아라!"
그가 숨을 한모금 들이쉬고 한 손을 돌려 지극히 자연스럽게 일장을 떨쳐냈다.
설산노마는 단지 산들바람이 부는 것 밖에 느끼지 못했는데 돌연 질식할 것 같은 웅혼(雄渾)한 기운이 상반신을 짓누르자 마음속으로 크게 놀랐다.
그는 손바닥을 내려뜨려 숨을 들이키고 단전의 내공을 모두 끌어올려 장심(掌心)을 바깥으로 하여 토해내자 한 줄기 기경이 뭉쳐져 쏘아갔다.
"펑!"
커다란 소리가 한번 울리자 설산노마가 비명을 지르며 그의 몸이 다섯 척이나 밀려 넘어졌는데 오른팔 팔꿈치 아래가 몽땅 잘려나가 온 땅에 선혈을 뿌리고 있었다.
나머지 설산이마가 크게 놀라 노성(怒聲)을 지르며 석지중을 향해 두 가닥 장풍을 날려왔다.
석지중은 자신도 이렇게 커다란 위력이 있을 줄 몰랐는지 어리벙벙해 있다가 상대방이 산 같은 기세로 쪼개온 장풍을 느끼자 급히 몸을 구부리며 일장을 밀어냈다.
석지중의 몸이 한번 흔들렸으나 결국은 똑바로 섰다.
그는 자기의 발이 청석에 일촌(一寸) 가량 들어갔고 돌가루와 눈이 사방에 날리고 있을뿐 아니라 설산쌍마가 비틀거리며 일어나 "왁" 소리와 함께 선혈을 한 입 토해내는 것을 보았다.
칠절신군이 쾌활하게 웃으며 말했다.
"좋아! 불문 '반야진기(般若眞氣)'를 결국 연성했구나. 이래야 진정한 이 어르신의 적수가 될 수 있지."
설산삼마가 원한서린 시선으로 석지중을 한번 노려보더니 노마두가 말했다.
"너희 곤륜파는 앞으로 편안할 날이 없을 것이다. 우리가 반드시 너희들 시체가 온 산에 깔리도록 하고야 말겠다."
칠절신군이 두눈을 치켜뜨고 눈에서 신광(神光)을 쏘아내며 말했다.
"만약 너희들이 곤륜파의 터럭하나라도 건드린다면 너희 하나 하나에게 내 '절맥절혈(截脈切穴)'의 고문을 맛보게 해주겠다. 너희들은 한달 동안을 울부짖다가 전신 경맥이 모두 토막나 죽게 될 것이다."
설산삼마가 진저리를 치며 창송(蒼松) 아래 서 있는 네 노화상을 바라보더니 몸을 돌려 계단을 내려가 산 아래로 달려갔다.
산 위에는 밤이 비교적 빨리 온다.
황혼인데도 먼 산은 벌써 아득해져서 잘 보이지 않았다.
석지중은 망망한 야경을 주시하다가 홀연 일종의 고독감이 느껴지자 한숨을 쉬고 천천히 머리를 돌렸다.
칠절신군이 말했다.
"꼬마야, 왜 한숨을 쉬느냐? 셋째 판 바둑을 못이겨서 기분이 좋지 않으냐? 아니면 그 노마두의 팔뚝을 자르지 말걸 하고 생각하느냐?"
석지중이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것들 때문이 아닙니다. 저는 단지 인생사가 덧없어서 그럴 뿐입니다."
그가 물었다.
"노선배님께서는 동해 멸신도주가 어떤 사람인지 아십니까?"
칠절신군이 의아한 기색으로 물었다.
"네가 무슨 일로 멸신도에 대해 묻느냐? 강호에 전하는 말로는 멸신도는 동해 세 섬 중 하나로 섬 사람들은 사악한 무공에 뛰어나 상식과는 많이 다르니 분명히 사도(邪道)의 길을 걷고 있다고 한다.
다른 한 섬 칠선도(七仙島)는 진황도(秦皇島)와 멀리 마주하고 있는데 섬 사람들도 신비하고 괴이하여 아직까지 중원에 나타나지 않았다."
석지중이 "아!"하며 물었다.
"그렇다면 설산삼마가 말한 유령대제는 또 무슨 일입니까?"
칠절신군이 웃으며 말했다.
"그런 무림의 지난 이야기들은 나중에 다시 말해주마! 하지만..."
그가 큰 목소리로 말했다.
"늙은 대머리, 당신은 유령대제가 사문(邪門)에서는 신과 같은 존재라는 것을 알겠지?
만약 그가 출도하면 당신들은 모두 끝장이야. 그는 나처럼 이렇게 인자하지 않거든."
본무선사가 합장하며 말했다.
"아미타불, 마(魔)의 기세가 높은데 우리들에게 무슨 계책이 있겠습니까?"
칠절신군이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오늘 바둑내기는 비긴걸로 하는 것이 어떠냐?"
석지중이 상체를 숙이며 말했다.
" 노선배님께서 이렇게 양보해 주신다면 저야 명에 따르겠습니다."
칠절신군이 말했다.
"오늘 저녁 내 거처로 가자. 네게 내 거문고 소리를 들려 줄테니..."
그가 온화하게 말했다.
"너는 지혜가 아주 높아서 슬픔을 느끼는 것일게다. 아이야 그러지 마라.
네 두 눈으로 이 아름다운 대자연을 더 많이 감상하는 것이 차라리 나을 거다."
보거라! 숭산준령을 그리고 흰 눈이 소나무 위에서 파도치고, 길게 자란 대나무들이 바람에 한들거리는 것을, 게다가 매화 향기 짙은 이곳에서 우리가 살고 있으니 사실 외로운 것이 아니다. 쓸데없이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아라!"
석지중은 천천히 사라지는 칠절신군을 묵묵히 바라보며 마음에 무엇인가 얻은 것이 있는 것 같았고 한편으로는 무엇을 잃어버린 것 같기도 했다.
본무선사의 낮은 목소리가 그의 귓가에 울렸다.
"사제, 보아하니 칠절신군은 확실히 사제와 인연이 있는 것 같구나. 선사께서 오직 사제만이 그를 곤륜산에 삼년 동안이나 붙잡아 둘 수 있다고 하시더니 과연 틀림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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