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사람의 안색이 한꺼번에 크게 변하여 번갯불처럼 빠른 진홍색 형체를 쳐다보았다.
미친듯한 웃음소리가 갑자기 그치자마자 부딪혀 오는 붉은 그림자를 따라 한 줄기 사람을 숨막히게 하는 기운이 구레나룻 대한을 눌러온다.
구레나룻 대한이 대갈일성(大喝一聲), 눈에서 정광(精光)을 폭사(暴射)하며 구레나룻이 올올이 선다. 동시에 두 손을 포개 교차하여 흔들어 한 줄기 기운을 가슴과 나란히 하여 쳐낸다. 쾅하는 소리와 함께 구레나룻 대한이 무거운 신음소리를 내며 말위에서 곤두박질쳐 땅으로 쓰러졌다.
말 울음소리 가운데 네 가닥 검광이 번쩍이면서 검기가 사방에 가득 퍼지며 붉은 그림자를 덮쳐갔다.
검망(劍網) 가운데서 두 가닥 회전하는 기운이 사방으로 강하게 퍼지며 '칙칙' 몇 번의 소리를 내자 네자루 장검이 서로 부딪혀 버리고, 가벼운 울림과 함께 붉은 그림자가 높이 치솟으며 비스듬히 사장(四丈) 바깥으로 뛰쳐나간다.
깡마른 사내는 일검을 베어 내자마자 온몸이 한 가닥 강한 기운에 묶여 무의식중에 왼쪽으로 기울어지자 크게 놀라 급히 숨을 한 모금 들이마시고 장검을 거둬들여 가슴을 보호했다.
그가 검신(劍身)을 거두어 가슴 앞을 막기 전에 나머지 세 사람도 모두 장검을 거두어 들이고는 앞쪽의 황사를 놀라 멍하니 바라보는 것을 보았다.
그들 네 사람은 경악의 눈빛을 교환하고는 일제히 앞쪽을 바라보았다.
사장(四丈) 밖에 키가 큰 진홍색 준마가 머리를 치켜들고 우뚝 서 있고 그 위에 전신에 붉은 옷을 걸치고, 희끗 희끗한 머리카락을 어깨에 늘어뜨린 노인이 은빛 수염을 바람에 날리며 미소를 띤 얼굴로 이쪽을 쳐다보고 있다.
구레나룻 대한이 몸을 내밀며 벌개진 얼굴로 그 노인을 바라보다 진홍색의 준마를 보았을 때 저도 모르게 놀라 소리쳤다.
"적토보마(赤兎寶馬)"
은빛 수염의 노인이 흥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아직도 내 보마를 알아보는 걸 보니 안목이 없는 자는 아닌데, 방금 그렇게 기염을 토하다니 내가 보기에는 너희 천산오검도 이 정도 인물에 불과하구나!
그가 안색을 굳히며 다시 말한다.
"너희들이 겨우 이 정도 솜씨로 그렇게 자만할 정도가 되느냐? 이후에도 계속 이런다면 천산파는 향후 무림에 발을 디딜 수 없을 것이다."
그의 목소리는 나지막하지만 심히 위엄이 있었다.
그의 말이 끝나자 적토보마가 길게 한번 울고는 날 듯이 달려가니, 끝없는 황사위로 천마가 하늘로 날아 오른 것처럼 희미한 붉은 그림자만 남기고 모래언덕 뒤로 사라져 버렸다.
그들 다섯 사람은 얼이 빠져 빈 사막을 바라보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정신이 돌아왔다.
구레나룻 대한이 중얼 중얼 말한다.
"적토한혈보마(赤免汗血寶馬)!, 저건 한혈보마....
그의 눈빛이 멍해지고 안색이 오랫동안 불규칙하게 변하더니 문득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쳤다.
"그 사람은 칠절신군(七絶神君)이다"
깡마른 사내의 안색이 갑자기 하얗게 변하더니 입술을 꿈틀거리며 말했다.
"칠절신군?"
다섯째 허즉빈은 나머지 네 사람이 모두 이렇게 놀라는 것을 보고는 자기도 모르게 물었다.
"둘째 형님! 무슨 칠절군(七絶君)이란 말입니까?
깡마른 사내가 숨을 한 모금 들이마시고 나서 다섯째를 한번 쳐다보더니 비스듬히 구레나룻 대한에게 말한다.
십오년 동안이나 종적을 드러내지 않던 칠절신군이 대막에 나타날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설마 곤륜(昆侖)에 옛날 빚을 갚으려는건 아니겠지요?
구레나룻 대한이 놀라 말한다.
내 생각에는 천산(天山)에 갈 것 같네, 그러면 사부님은....
깡마른 사내가 말한다.
"제가 보기에는 칠절신군은 천산으로 가지 않고, 곤륜산에 가서 장공대사(藏空大師)를 찾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그가 이전에 장공대사에게 패했기 때문입니다.
비록 장공대사가 교활한 수법을 좀 써서 이기긴 했지만, 오만하기가 하늘을 찌르는 칠절신군이 단숨에 곤륜산을 내려간 후 십오년이 넘는 동안 어디에 있는지 몰랐는데 이제 곧 강호가 다시 불안해지려 하다니...."
그가 머리를 흔들며 말한다.
"큰 형님, 조금 전 형님의 말이 다행히 그의 비위에 맞았기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도 우리들은 벌써 시체가 되어 땅에 누워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구레나룻 대한이 말한다.
"칠절신군의 공력은 적수가 없을 정도로 고강하고 독보적인 강기공부(강氣功夫)는 정말로 놀랍네. 방금 내가 십성의 공력을 썼는데도 막을 수 없었으니 만약 그가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면...."
그가 쓴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그 사람 눈에 우리들의 이 정도 솜씨는 확실히 껍데기만 배운 것에 불과하네...
허즉빈은 한참을들어도 칠절신군의 내력을 알 수가 없자 자기도 모르게 묻는다.
"큰 형님 그 칠절신군은 도대체....
구레나룻 대한이 다섯째가 말을 완전히 마치기도 전에 바삐 손을 흔들며 말한다.
"더 묻지 말고 서둘러 가자! 정오쯤에는 아마 거연해변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하고는 몸을 날려 말에 타고 고삐를 당겨 동남쪽으로 달려간다.
나머지 네 사람도 서로 한번 쳐다본 후 장검을 검집에 거두고 말을 몰아 급히 달려가자 한 무더기 누런 먼지가 공중에 날린다.
햇볕이 사막 위에 비치고 어지러운 말발굽 자국은 동남쪽으로 구불구불 이어져 있다.
사막은 텅비어 고요하고, 더운 기운이 날리는 가운데파란 하늘에는 구름 한 조각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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