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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안금조(碧眼金雕) 2-9

碧眼金雕 2004. 10. 21. 10:12 Posted by 비천호리

석지중이 몸을 굽혀 인사하며 말했다.
"노선배님께서 칠절신군이십니까?"
칠절신군이 하하하 웃으며 말했다.
"나는 어린 화상이 한달 동안이나 산을 내려가 무슨 대단한 자를 찾아오는 줄 알았더니
겨우 너 같은 어린애를 데려오다니, 어이 어린애야! 너 할 줄 아는게 뭐냐?"
석지중이 말했다.
"오래 전부터 신군의 존함을 들어왔습니다. 마침 신군께 가르침을 청하려던 참이었습니다. 신군께서는 장공대사(藏空大師)와의 약속을 지켜 곤륜산에 오셨는데 이번에는 무엇을 겨루려고 하시는지요?"
칠절신군이 턱밑의 흰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십오년 전 장공 그 늙은 대머리와 세 가지를 겨뤘는데, 내가 다시 곤륜산에 오르면 산에서 삼년을 묶이고 게다가 곤륜의 큰 어려움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그가 예언했었지. 하하! 내 평생 대머리들을 가장 증오했는데 그들을 위해 겁난(劫難)을 해결해 준다고?
그래서 이번에는 십오년 전에 약속한 대로 다섯 가지 재주를 겨루려고 왔다."
칠절신군이 잠시 멈추었다 두 눈에서 신광(神光)을 폭사하며 말했다.
"만약 이번에 내가 지면 내 머리를 직접 잘라 장공 늙은이의 제단에 걸 것이고, 내가 이기면 이곳 중들을 모두 죽여 피가 강처럼 흐르게 하고 절간은 모두 부숴 평지를 만들어 버릴 것이다"
그의 목소리가 마치 벼락이 치듯 울리자 양쪽의 나뭇가지에 쌓였던 눈이 스슥 소리를 내며 떨어졌고, 목소리가 산골짜기에 메아리쳐 그 여운이 오래 오래 흩어지지 않았다.
석지중이 정중하게 말했다.
"선배님께서는 개인의 은원(恩怨)을 전체 불문 제자에게 풀려고 하시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응당 부모님이 주신 몸을 내기에 걸어서는 안됩니다.
선배님과 장공선사께서 내기한 다섯 가지는 제가 받아 보겠습니다.

 

칠절신군이 놀랐으나 곧 앙천광소(仰天大笑) 하더니 웃음소리를 그치고 말했다.
"정말 담력이 센 인재로구나! 육십여년 동안 내 면전에서 아니라고 말한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는데, 이곳에서 듣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느냐, 허허 노부가 정말 안목을 넓히는 구나!"
그가 표정을 바르게 하고 말했다.
"십오년 전에 곤륜 문하와 다섯 가지 절예를 겨루겠다고 내가 말한 것을 너는 아느냐?
너 지금 곤륜 문하생이냐?"
석지중이 생각도 못했던 말에 아무 말도 못하고 있자 본무선사가 앞으로 걸어나와 합장을 하며 말했다.
"아미타불, 제가 선사(先師)의 유명(遺命)을 받들어 스승님을 대신하여 제자로 거두겠습니다. 석공자는 오늘 저녁부터 선사의 관문제자(關門弟子)입니다.
본무선사의 말이 떨어지자 승인들이 모두 크게 놀랐다.
곤륜파는 근백년(近百年) 동안 아직 속가제자(俗家弟子) 한 명도 거두지 않았는데 이번에 장문인이 직접 스승을 대신하여 제자를 삼는다는 말을 들었으니 삼대(三代)의 곤륜제자들 모두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석지중도 놀라고 의아해서 큰 목소리로 말했다.
"노선사님..."
본무노선사가 긴 눈썹을 비스듬히 날리며 말했다.
"석공자 여러말 할 것 없소이다. 선사께서 남기신 게시(偈示)를 보시오. 이것은 선사께서 칠성조원(七星朝元)의 사람에게 전해지도록 분부한 것이오"

"칠성조원?"
석지중이 깨달았다.
"선사께서는 제 몸에 있는 일곱 개의 붉은 사마귀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본무 노선사가 머리를 끄덕이고는 큰 소매를 가볍게 흔들자 축(軸)에 묶인 비단 한 권이 석지중이 뻗은 손에 부드럽게 떨어졌다.
석지중이 비단을 열더니 그의 얼굴에 놀라는 표정이 스쳤다.
그가 비단을 품에 넣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부님을 배알한 후에 저는 곤륜의 제자입니다"
그가 칠절신군에게 말했다.
저는 곤륜제자의 신분으로 선배님과 다섯 번 겨루겠습니다"
칠절신군이 의아해하며 석지중을 한번 보고는 말했다.
"늙은 대머리가 도대체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거야? 그가 점을 치지 않고서도 앞일을 아는 능력이 있었단 말인가?"
뭇 승려들이 줄지어 들어가자 대웅보전에 낮은 범패소리가 울리기 시작했고, 한 화상이 절 앞에 있는 종루에 올라 종을 치자 종소리가 메아리치기 시작했다.
황혼(黃昏), 거위 깃털 같은 눈송이가 흩날리고 산바람이 불어오는 때, "둥! 둥!" 몇 번의 북소리가 울리며 유리등 불빛이 밝아졌다.

 

대전(大殿) 안은 어두컴컴한데 회색의 승포와 비단 수를 놓은 가사(袈裟)가 온 대전을 가득 채우고 있다.
본무선사는 책상다리를 하고 대전 가운데 앉아 고개를 숙이고 중얼중얼 경문을 읽고 있다.
석지중은 책상다리를 하고 벽을 향하고 있는데 벽에는 눈썹을 늘어뜨리고 단정하게 앉아 있는 노화상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초상화 속의 노화상은 눈을 뜨고 미미하게 웃고 있는데 자상한 모양이 그대로 나타나 있다.

본무대사가 경을 다 읽은 후 목어를 한번 두드리고는 일어나 석지중의 면전으로 걸어갔다.
"너는 본문에 들어와 곤륜의 제자가 되기를 원하느냐? 조사 계지노조(戒持老祖)께 무릎을 꿇고 엎드려 절을 해라"

석지중이 벽에 걸린 초상화를 향해 엎드려 세 번 절하고 말했다.
"저는 곤륜의 제자가 되기를 원합니다."
본무대사가 합장하고 꿇어앉으며 초상화를 향해 말했다.
"제자 제십사대 장문 본무가 스승을 대신하여 제자를 거둡니다. 석지중은 오늘부터 본문 제십사대 관문제자입니다."
자욱한 연기 속에서 본무선사가 장엄하게 말했다.
"너는 본문의 제자이므로 마땅히 본문의 계율을 알고 있어야 한다.
첫째, 스승을 속이고 조종(祖宗)을 부끄럽게 하는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
둘째, 무고한 사람을 함부로죽여서는 안된다.
셋째, ..."

"오늘부터 본문의 계율을 엄격히 지켜야 하고 이를 어겨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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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안금조(碧眼金雕) 2-8

碧眼金雕 2004. 10. 20. 10:56 Posted by 비천호리

중년화상이 고개를 저으며 혼잣말을 했다.
"이 이천 근이나 되는 큰 정(鼎)을 단지 한번 뿌리쳐서 일장 밖으로 날려보내 이렇게 깊이 땅에 박히게 하다니, 그 놀라운 광경을 직접 보지 않으면 누가 믿을까.
아! 불문에 불행히도 이런 위난이 닥치다니"
절로 통하는 길 양쪽에는 푸른 소나무가 높이 솟아 있는데 뿌리가 서로 어지러이 얽혀 있고, 검푸른 색 나무 꼭대기에는 흰눈이 쌓여 있어 나뭇가지 사이로만 푸른 잎을 볼 수 있을 뿐이었다.
그는 천천히 길에 깔린 석판을 걸어 비스듬히 석판에 박힌 큰 정(鼎)을 돌아 돌계단에 도착하자 산바람이 그의 넓은 승포자락을 흔들어 휙휙 소리를 낸다.
돌계단은 산 아래로 곧장 연결돼 있는데 계단 하나 하나가 정오의 햇빛을 받아 새하얗고 햇살 사이로 눈꽃이 날리며 맑고 깨끗한 빛을 반사하고 있다.
중년화상은 구름 위로 높이 솟은 맞은편 산봉우리 흰눈을 응시하며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한참 후에 그가 깊은 숨을 토해내며 응시하던 시선을 거두고 막 절로 돌아가려고 하던 바로 그때,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며 한 소리 크게 외치고 몸을 날려 야학(野鶴)이 하늘로 날아 오르는 것처럼 뛰어오르더니 공중에서 비스듬히 날아 절 안으로 달려갔다.
절 문에 도착하자 그가 크게 외쳤다.
"장문인께서 돌아오셨다. 어서 나와서 맞이해라!"

 

그때는 눈이 이미 그쳐 돌계단이 축축했다.
넓은 돌계단에는 염주를 걸고 합장(合掌)을 한 승인들이 두 줄로 줄지어 산 위로 날 듯이 뛰어 오르고 있는데 그들의 얼굴에는 승인의 회색 승포와는 어울리지 않게 억누를 수 없는 기쁨의 기색이 떠올라 있었다.
두 줄로 줄지어 오고 있는 승인들의 앞쪽에는 키가 큰 네 명의 화상이 가마를 메고 있고 그 위에는 긴 눈썹이 볼까지 늘어진 비쩍 마른 노화상과 검미호목(劍眉虎目)에 풍채가 빼어난 소년이 앉아 있다.
본무 노화상이 말했다.
"이곳이 옥허궁(玉虛宮)이요, 석공자 이 깊어 가는 가을 풍경을 보시오,
산에 눈이 그쳤으니 조금 있으면 일찍 핀 매화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소"
석지중이 미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곳이 이처럼 평안하고 고요하니 참으로 속세를 벗어난 선산(仙山) 인 듯 합니다.
그 칠절신군이 왜 천하의 스님들을 모두 죽여버리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군요"
본무대사가 말했다.

"십 오년 전 칠절신군이 거문고와 검을 들고 곤륜산 옥주봉을 찾아와서 선사(先師) 장공(藏空) 대사와 재주를 세 번 겨루었소.
그 때 나는 둘째 제자였는데, 대사형은 선사의 명을 지키지 않고 몰래 절 뒤에 있는 정사(精舍)에 들어가 칠절신군의 거문고 한 곡을 듣고는 끝내 오장이 부서지고 심맥(心脈)이 끝어져 죽고 말았소..."
그의 얼굴에 한 가닥 비통한 기색이 떠오르며 잠시 멈추었다 다시 말했다.
"선사께서 열흘 후에 우리 사형제들에게 말씀해 주신데 따르면, 그 세 번의 비무에서 선사께서는 바둑에서 한 판을 이기고 내가공력(內家功力)에서는 상대방에게 졌는데, 세번째 칠절신군이 거문고를 연주할 때는다행히 사형이 그의 마음이 분산되게 하였으므로 가사(家師)께서칠절신군의 '천마곡(天魔曲)' 한 곡을 다 들을 수 있었다고 하셨소"

 

승인들은 열을 지어 순식간에 돌계단을 지나 절로 향하는 길에 들어섰다.
길 가운데 비스듬히 쓰러진 석정(石鼎)이 얼핏 보이자 그들의 얼굴에 일종의 두려운 기색이 스쳤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 엎어진 대정(大鼎)이 말을 타고 날아오른 칠절신군이 한 손을 휘두르자 공중을 날아 석판(石板) 길에 떨어지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석지중은 땅에 깊이 박힌 석정을 보자마자 놀란 얼굴로 물었다.
"노선사님, 이건..."
본무선사가 탄식하며 말했다.
"이것은 칠절신군의 현문 '강기'요, 그날 그가 단지 한번 휘둘렀을 뿐이데..."
한바탕 범패소리가 절에서 흘러나오고 연이어 승인들이 두 열을 지어 줄줄이 나왔다.
앞장선 중년화상이 손에 향로를 받쳐들고 와서 허리를 굽혔다.
"제자 영산(靈山)이 장문인을 맞습니다"
본무대사가 가마에서 내려 손을 저으며 말했다.
"영산, 이 며칠동안 그 마두는 어땠느냐?"
영산이 대답했다.
"제자는 장문인의 분부를 받들어 칠절신군이 요구하는 대로 무엇이든 다 해줬습니다.
또한 신군이 시키지 않으면 절대 후원 정사에 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늘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본무대사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너는 석공자를 모시고 서쪽 곁채로 가거라. 연일 바빴으니 좀 쉬게 해드려라"
그가 고개를 약간 돌려 석지중을 보며 말했다.
"석공자, 영산을 따라 서쪽 곁채에 가셔서 좀 쉬시고..."
석지중이 공수(拱手)하며 말했다.
"대사님의 명에 따르겠습니다만, 저는 칠절신군을 한번 만나고 싶습니다"
"하하하!"
의기양양한 웃음소리가 절안에서 전해오며 붉은 그림자가 갑자기 나타났다.
붉은 장포(紅袍)를 걸친 칠절신군이 웃으며 말했다.
"누가 나를 만나려고 하는가 했더니, 허허! 어린 중 네가 돌아왔구나. 만약 며칠만 늦었으면 이 새집에 불을 지르고 너희들 대머리 도적놈들을 다 죽여버리려고 했다"
석지중은 칠절신군의두눈에서 비범한 빛이 번쩍이는 것을 보았다.
칠절신군의 잿빛 눈썹은 비스듬히 귀밑까지 닿아 있고 흰머리는 어깨에 흐트러져 있지만
신태가 위풍당당하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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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안금조(碧眼金雕) 2-7

碧眼金雕 2004. 10. 18. 09:34 Posted by 비천호리

곤륜산(昆侖山) 옥주봉(玉柱峰), 깊어 가는 가을의 차가운 바람이 계곡 밑에서 불어오고, 봉우리에는 눈꽃이 어지럽게 날리고 있다.
바싹 마른 나뭇가지 매달린 방울방울 빛나는 얼음구슬이 아름다운 빛을 반사하여 깊어가는 가을의 햇빛을 더욱 부드럽게 보이게 하고 있다. 양광(陽光)과 석광(雪光)이 서로 어울리는 하루다.
새하얀 낭떠러지 뒤로는 죽 늘어선 비첨(飛첨)이 낭떠러지 아래로 비스듬히 꽂혀 있고 붉은 담장에 녹색 기와가 길게 이어져 있는데 난간에 새긴 조각으로 보아 이곳은 바로 사원인 듯 하다.
아무래도 산 위가 평지보다는 찬 기운이 빨리 오는지라 이 깊은 가을의 곤륜산 위에 몇 송이 매화가 새 꽃술을 터뜨렸고, 약간 이르게 핀 꽃잎이 맑은 향기를 뿜고 있다.
은은한 향기가 흐르는 가운데 한 가닥 거문고 소리가 한 건물에서 흘러나와 냉매(冷梅)를 휘감고 도니 맑은 거문고 소리가 마치 천상의 소리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듯 하다.
건물 안에는 은빛 수염을 날리며 붉은 얼굴에 긴 눈썹에 갈색 장포를 입은 노인이 가부좌를 하고 앉아 있고 그의 앞쪽에는 작은 향로가 놓여 있다.
향로에서는 모락모락 향이 피어올라 천천히 한 가닥씩 공기 중으로 퍼져가고 있고 그 곁에는 자그마한 검은 빛 상이 있는데 그 위에 옛 맛을 그대로 풍기는 옥금(玉琴)이 놓여 있다.
거문고에 열 손가락을 천천히 움직이자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소리가 현(弦)에서생겨나창 밖으로 퍼져 나간다.

 

노인의 얼굴에 기쁜 빛이 점점 번지면서 열 손가락의 놀림이 갈수록 빨라지더니 마지막에 열손가락으로 일제히 누르자 큰 소리가 나며 건물 밖의 가산(假山)이 흔들거리다가 끝내는 무너져 내려 가루가 되고 만다.
그가 허허 웃으며 일어나 말했다.
"아이고 시원해라. 장공(藏空) 그 늙은 대머리가 죽지 않았다면 나의 '천음보금(天音寶琴)'이 이렇게 대단한 위력을 가진 것을 직접 보았을테지, 그랬다면나하고 내기한걸 당연히 후회했을 것이다! 흐흐!"
'잔곡(殘曲)'을 연성했으니 천하의 화상이란 화상은 하나씩 죽게 될 것이다.
이 대머리들이 누구를 데리고 와서 나한테 맞서는지 어디 한번 볼까?"
그가 자기의 백발을 만지더니 말했다.
"쳇! 그자가 나를 곤륜에 3년 동안 가두어 둔다고! 흥! 삼일만 있으면 한 달 기한의 약속 날짜가 다되니 너희들 냄새나는 화상놈들 그때는 어디로 도망가는지 두고보자."
그가 문을 열고 소리쳤다.
"어이! 이리 오너라!"
소사미(小沙彌)가 대답하고 오더니 허리를 굽혔다.
"신군께서 무슨 분부가 있으십니까?"

노인이 눈을 치켜 뜨고 말했다.
"네 대머리를 보니 혐오스럽다. 넌 나이가 어린데 왜 화상 짓을 하고 있느냐?
삼일 내에 너희 장문인이 돌아오지 않으면 불을 질러 절을 태우고 너희 화상들을 모두 죽여버리기로 한 것을 기억하고 있거라"

 

소사미가 합장하며 말했다.
"아미타불, 신군께서는 어떤 분부가 있으십니까? 조사께서 약정한 기일은 한 달이고, 그 한 달 안에는 꼭 몸에 칠성(七星)이 있는 사람을 찾아내실 것입니다.
기일이 되어도 찾아내지 못하면 그때는 신군께서 하고 싶은 대로 하실 수 있을텐데 지금 성질을 내셔서 무엇하시겠습니까?
칠절신군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삼일만 지나면 제일 먼저 너부터 죽이겠다. 흥! 지금은 좋은 술과 안주를 갖고 오고 말에게도 먹이를 잘 먹여라!
소사미가 대답하고 고개를 돌려 절 쪽으로 걸어가는데 마치 행운유수(行云流水)처럼 순식간에 대나무 숲을 지나 전원(前院)으로 왔다.
중년화상 하나가 그를 맞으며 말했다.
"청송(靑松), 그가 또 뭘 해달라고 하더냐?"
청송이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사숙님, 칠절신군이 좋은 술과 안주를 빨리 갖고 오라고 합니다. 그리고 말도 잘 먹이라고 합니다."
중년화상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렇다면 청풍(淸風)에게 재료와 술을 빨리 준비하고 그 한혈보마(汗血寶馬)도 배불리 먹이라고 해라. 안 그랬다가 그가 또 성질을 부려 산문(山門) 앞에 있는 다른 돌사자마저도 때려 부숴버릴지 모른다."
그가 탄식을 하며 말했다.
"아! 본문에서 반야진기가 실전(失傳) 된 후 다시는 도가(道家) 현문정기(玄門正氣)인 '강기'를 당해내지 못하고 있으니! 사부님께서는 그 칠성지인(七星之人)을 찾아 내셨는지 모르겠구나"

청송이 말했다.
"사조(師祖)님께서는 조사(祖師)님이 남기신 게시(偈示)에 따라 동북쪽으로 그 '칠성조원(七星朝元)'을 가진 사람을 찾으러 가신다고 했는데 그 사람이 무슨 칠성(七星) 인가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게다가 그가 곤륜에 오게 될지도..."
중년화상이 말했다.
"청송아, 쓸데없는 말 늘어놓지 말고 빨리 청풍에게 말을 먹이라고 하고 주방에 가서 신군이 달라고 한 술과 안주를 갖고 가거라"
청송이 대답하며 주방으로 달려가자 중년화상은 손에 염주를 들고 천천히 산문으로 걸어갔다.
대전을 지나자 다섯 촌 깊이의 발자국 두 개가 청석(靑石)에 남아 있고, 절 앞 길 석판(石板)에는 두 사람이 팔을 벌려야 안을만한 큰 정(鼎) 하나가 비스듬히 꽂혀 있는데 반은 땅속으로 들어가고 나머지 반만 땅위에 나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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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안금조(碧眼金雕) 2-6

碧眼金雕 2004. 10. 14. 11:47 Posted by 비천호리

석지중이 설련을 세 알만 먹고 두 알은 남기며 말했다.
"이 두 알은 영목대사께서 드시도록 하십시오. 대사님께서 설련을 주셔서 감사..."
담월대사가 말했다.
"영목은 벌써 본문의 상처 치료약을 먹었으니, 공자께서 너무 염려하실 필요 없습니다.
이 두 알도 마저 드십시오."
그는 석지중이 설련을 삼키기를 기다려 우장(右掌)을 석지중의 등뒤 "금문혈(禽門穴)"에 대고는 말했다.
"공자, 정신을 편안히 하시오, 제가 공자 몸에 약효가 퍼지도록 돕겠소이다."
석지중이 급히 무릎을 구부려 땅에 앉아 운기하기 시작했다.
그는 한 줄기 열기가 등뒤에서 전해져 체내에 돌아다니는 진기를 하나 하나 단전으로 돌아가도록 이끄는 것을 느끼자 더욱 마음을 가라앉히고 정신을 집중하였다.
잠시 후 그의 뺨이 점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담월대사가 기뻐하며 말했다.
"그가 익힌 것도 정종내공(正宗內力)일 줄은 생각 못했는데, 정말 하늘이 곤륜을 돕는구나!"
그의 눈빛이 번쩍하며 공동삼자가 도망하려는 것을 언뜻 보게 되자 대갈했다.
"돌아와라!"

 

공동삼자가 그의 위세에 눌려 거북하게 웃으며 도망하는 포기했는데, 바로 이때 밤바람에 종소리가 전해오며 길에 등불 두 개가 나타나고 이어서 또 두 개씩 모두 스물 네 개의 등불이 천천히 다가오고 왔다.
영수대사가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장문사존(掌門師尊)께서 오셨습니다."
여태 입을 열지 않고 있던 영경대사가 이때 품에서 금령(金鈴)을 꺼내어 "딩당" 두 번의 소리를 내며 말했다.
"장문사존께서 납시었습니다."공동삼자가 놀라 얼굴색이 변했다.
그들은 곤륜의 장문인 본무(本無) 노선사(老禪師)가 이렇게 많은 제자를 거느리고 야강에 올 줄은 몰랐는데 이렇게 기세 당당하게 행차하는 것을 보고는 놀라 눈을 크게 뜨고 그 천천히 오고 있는 스물 네 개의 등불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잠시 후 스물 네명의 화상이 앞에 도착했다.
가운데 네 명의 화상은 가마를 들고 있는데 그 위에 비단 가사를 걸친 비쩍 마르고 긴 눈썹에 가부좌를 하고 앉아 있는 노화상이 있었다.
그가 바로 곤륜의 장문인 본무 노선였던 것이다.
본무선사도 석지중의 가슴에 난 일곱 개의 붉은 사마귀를 보자마자 놀람을 금치 못하여 두 눈에서 갑자기 광채를 내뿜으니 마치 밤하늘에 빛을 뿌리고 있는 두 개의 별빛을 연상케 했다.
그가 입을 열어 말했다.
"담월, 사부님의 말씀이 맞았느냐? 하늘에 감사해야겠구나. 하루의 기한이 지나기 전에 사부님께서 말씀하신 사람을 만났으니 칠절신군이 이번에는 이유 없이 다시 행동를 시작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가마에서 내리며 합장했다.
"공자, 몸이 편치 않으니 가마에 오르시지요."
담월대사가 숨을 내쉬며 말했다.
"장문인, 그의 상세가 육성(六成) 가량 좋아졌으니 사형께서 "도인대법(渡引大法)"을 펼쳐치료해 주십시요."

 

석지중이 일어서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저 석지중 장문인의 하문(下問)에 깊이 감사 드리지만 감히 여러 대사님께 수고를 끼치지 못하겠습니다."
본무대사가 말했다.
"석공자, 곤륜에 한번 왕림해 주실 수 있는지요?, 노승도 공자의 상세를 치료해 드리겠습니다."
석지중이 말했다.
"노선사께서 말씀하신 칠절신군이 벌써 귀산(貴山)에 와 있습니까?"
본무선사가 탄식하는 어조로 말했다.
"아! 불문에 불행이 닥쳤습니다. 몸에 절예를 익혀 천하에 적수가 없는 그 마두가 끝내 천하 불문의 제자를 모조리 죽이겠다고 하는데도 노납은 재주가 모자라 막아내지 못하고 공자의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구려."

석지중이 정신을 잃은 영목대사를 보고는 의연히 말했다.
"좋습니다. 대사님과 함께 곤륜에 가 칠절신군의 절예를 한번 구경해야겠습니다."
"아미타불!"
본무선사가 불호(佛號) 외며 말했다.
"공자 가마에 오르시지요."
석지중이 말했다.
"제게 보따리가 있는데 그걸 가지고 와서 가겠습니다."
본무선사는 석지중이 보따리를 풀어 그의 손에 들자 함께 가마로 갔다.
방울소리가 울리고 등불이 바람에 흔들리며 성을 향해 움직였다.

담월대사가 얼이 빠져 있는 공동삼자에게 말한다.
"귀파 장문인에게 안부 전해주시오!"
그가 두루마기를 펼치고 천마(天馬)가 하늘을 가로지르듯 스물 네 개의 등불을 따라 사라졌다.
달빛은 물처럼 흐르는데 밤바람이 스치자 청사장은 한바탕 삭삭 소리를 낸다.
밤은 점점 차가워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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