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에 이르러 사마령이 제강쟁웅기(帝疆争雄记)에 쓴 미염부인(美艳夫人)은 한층 더하다. 한 번의 찌뿌림과 한 번의 웃음(一颦一笑)이 모두 사람의 마음이 쏠리고, 피가 끓게 만든다! 홍분간과(红粉干戈, 1965년)에서는 유정식골파(柔情蚀骨派)가 펼치는 온유(温柔)한 함정을 실감나게 묘사했다. 그리고 분향논검편(焚香论剑篇, 1966년)에서는 적신교주(赤身教主) 화예부인(花蕊夫人)과 요혼(摇魂), 탕백(荡魄) 두 선자의 미공(媚功)을 묘사하면서 인성 가운데 칠정육욕(七情六欲)의 약점을 십분 활용하여 심리를 공격하는 것을 상책으로 삼았다(攻心为上). 과연 '혼백을 흔드는(摇魂荡魄)' 힘을 가졌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에로틱한(情色) 묘사 가운데 뛰어난 문장이다.
정욕에 몸부림치는 장면의 묘사에 관해서는 예를 들면 금부도(金浮图, 1965년)에서 설릉(薛陵)이 백영(白英)의 유혹에 직면하는 부분(제32~33장)을 썼는데 처음에는 두 사람이 맨몸으로 서로 껴안고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했으나 난잡한 정도에는 이르지 않는다. 그후 주공명(朱公明)이 방에 들어와 백영을 능욕하고, 설릉은 한쪽에 숨어 있다가 그들의 운우지성(云雨之声)을 듣게 되자 정욕이 끓어오른다. 마지막에 백영이 설릉을 유혹하려 하고 설릉은 도덕규범(天理)과 사적 욕망이 내면에서 충돌(天人交战)하는 상태에 빠져 겨우 버티다 거의 무너질 지경에 이르게 된다. 그 중 주공명은 이루 다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음란하고 사악한데, 백영은 정욕에 빠져 스스로 헤어나지 못하고, 설릉 내심의 정욕과 이성의 충돌이 뒤섞여 상당히 유혹적인 정욕의 분위기를 만들었으나 요염하되 음란하지 않고 방종하지만 방탕하지 않다. 사마령은 직설적으로 정욕에 사로잡힌 선정적인 동작을 쓰지 않고, 순전히 줄거리의 안배에 이용하기 위해 당사자의 감각기관을 자극하는 장면을 써서 가히 무협소설가 중에서 가장 정색 묘사에 뛰어났던 대가라고 할 수 있다.
대만의 무협소설에 에로틱한 부분이 없지는 않았고, 더욱이 이전의 보수적인 사회 환경 하에서는 '외설적'이라는 어느정도의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단편적인 묘사인 만큼 기껏해야 표현스타일의 꾸밈에 불과해 살짝 언급만 하고 침대 위의 일에 대해서는 절제하여 그 한계를 엄수(嚴守)하였으며, 또한 줄거리 전개 상 음란하고 사악함(淫恶)과 선량함이라는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한 설정인 경우가 많다. 대체로 이러한 정색 묘사의 주요 대상은 모두 강호에서 음탕하기로 유명한 여마(女魔)나 음란한 여자(淫娃)로서 자색(姿色)으로 남자의 환심을 사고(以色事人), 수 많은 미남자를 노리개로 삼아 하고 싶은 바를 제멋대로 하며 명예와 절조의 귀중함을 전혀 알지 못한다. 명백히 이는 무협소설 가운데 여협(正)과 요녀(反) 이미지의 대비를 형상화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무협소설 가운데 여협(女侠)은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명대(明代) 추지린(邹之麟)의 여협전(女侠传), 서광(徐广)의 이협전(二侠传), 풍몽룡(冯梦龙)의 정협(情侠) 이래 여협의 이미지는 전통적인 절개가 굳은 여자(贞女)와 열녀(节妇)로 엄격히 한정되어 있었으며, 그 중에 협을 행한 많은 기녀들이 있기는 해도 '사랑'이나 그밖의 더 높은 수준의 이상(예컨대 국가, 민족 같은)에 대한 추구를 통해 그들과 정절(贞节) 사이의 충돌을 중화했다.
무협소설에서 여협의 이미지는 매우 많은데 소용녀(小龙女) 같은 고결하고 세속을 초월함(高洁出尘), 황용(黄蓉)의 총명하고 영리함(聪明伶俐), 임영영(任盈盈)의 완곡하고 깊은 정(温婉深情), 단목부(端木芙)의 슬기롭고 영리함(智巧灵慧), 심하림(沈霞琳)의 천진무구함(天真无邪), 심벽군(沈璧君)의 애처롭고 가련함(楚楚可怜) 같을 수도 있고, 또한 풍사랑(风四娘)의 호방하고 활달함(豪迈旷放), 화미랑(花媚娘)의 문아(文雅)한 정취와 요염함, 곡한향(谷寒香)의 치욕을 견딤(含垢忍耻), 운산화(云散花)의 제멋대로임(纵情任性) 같을 수도 있다. 다만 거의 모두 긍정적인 시각으로 묘사하여 음란함(淫佚), 방탕함(放荡), 무절제함(纵欲), 경박함(风骚) 등의 줄거리와는 어떤 관련이 있을리가 없다. 후자의 경우처럼 개방적인 여협이라 하더라도 풍사랑은 걸핏하면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몸을 씻는 것을 좋아했다. 화미랑은 몸매를 드러내는 옷차림에 행동거지가 교태롭고, 곡한향은 용색(容色)을 팔아 몸과 무공을 바꿨으며 운산화는 젊은 여자로서 적적하여 일찍이 여러 남자와 관계가 있었다고 하지만 작가는 기껏해야 독자들로 하여금 현실과 동떨어진 허튼 생각에 빠지도록 할뿐, 결코 그녀들을 독자들의 눈앞에 과도하게 '노출'시키지 않았는데 하물며 침대에서 얽히는 어떠한 묘사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풍사랑의 활달함, 화미랑의 진정, 곡한향의 굳은 의지, 운산화의 자각은 바로 저자가 단정하지 않고 예법을 지키지 않는 행위를 약간 꺼려함으로써 애써 표현해낸 주요한 성격이다.
상대적으로 음란하고 방탕한 상황은 고룡의 다정검객무정검(多情剑客无情剑) 중의 임선아(林仙儿), 사마령의 무도·연지겁(武道·胭脂劫) 가운데 사부인(谢夫人) 같은 소설 속 부정적(여성) 인물에게 많이 생긴다. 이들은 반대되는 배역을 묘사함으로써 긍정적인 배역인 여협(女侠)을 표현하기 위해 부각시킨 사파 인물이며 환주루주 이래로 관례가 되어 왔다. 하지만 대만 무협소설가들 사이에서는 더욱 진일보한 것 같다. 예를 들어 임선아의 음탕하고 잔인함에 대한 묘사는 고룡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도모하는 마음(企图心)이 지나치게 강하고,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나운 여자(女强人)"들을 비판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이고, 사마령이 사부인의 음욕에서 살인을 일삼는데까지 발전한 충동을 쓴 것은 '정욕'과 '폭력'의 관계에 대해 더 심도 있는 설명을 하기 위해서이다. 주제와 연결되는 이와 같은 묘사는 의심할 여지 없이 이야기의 구조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비록 이러한 정색의 묘사가 일부 민감한 독자의 눈으로 보면 정욕을 불러 일으킬 수 있지만, 이는 결코 작가의 취지가 아니며 이로써 독자를 끌어들이려는 것은 더욱 아니다. 심지어 몇몇 작가들은 원래 있을 수 있는 정색 장면까지도 애써 피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사마령은 옥구사(玉钩斜) 제1장에서 공손원파(公孙元波)와 가기(歌妓) 소도(小桃)가 본래 침대 밑에서 같이 즐기는 장면이 있을 수 있는데도, 작가는 "우리 진영에 참가하는 모든 이들은 한 집안 사람이 되므로 예가 아니고 법도를 벗어난(非礼越轨) 행위를 엄히 금하고 있다. 바꿔말하면 우리는 더 이상 남녀 관계로 가서는 안된다"고 하여 애써 분위기를 희석시킨 것이 단적인 예이다. 대만 무협소설에서 볼 수 있는 다음과 같은 노골적인 글은 사람들이 뺨을 붉히고 혼비백산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러자 북쌍(北双)의 크고 건장한 남자 특유의 기운이 풍기는 몸도 양지처럼 하얀 젊은 부인(少妇)의 몸뚱이처럼 완전히 드러났다.
이어 한바탕 음양 육박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오래, 아니 아주 오래...
아주 오래...
북쌍은 힘든 소처럼 헐떡이고 온몸에서 힘이 빠졌다 …
젊은 부인은 쾌락이 극치에 달해 연신 음탕한 소리를 지른다…
그러나 1980년 이후 사회적 풍조가 크게 개방적이 되면서 전반적인 상황에 급격한 변화가 나타났다. 이량(李凉)의 "맹목적인 행동(盲人瞎马)"의 인도 아래, 무협 소설은 차츰 방문좌도(旁门左道)로 나아갔고 점점 더 수습할 수 없게 되었다!
(참고) 맹인할마(盲人瞎马) : 맹인이 눈먼 말을 타다.
세설신어·배조(世说新语·排调)의 盲人骑瞎马, 夜半临深池(맹인이 눈먼 말을 타고 한밤 중에 깊은 못에 다다르다)에서 나온 말로 맹목적인 행동이나 매우 위험한 처지를 비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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