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안금조(碧眼金雕) 3-6

碧眼金雕 2004. 11. 25. 18:59 Posted by 비천호리

그는 송림을 뚫고 들어가 비교적 널찍한, 눈 쌓인 공지에 자리를 잡은 후 기를 가라앉히고 정신을 집중해 곤륜 "유룡검법(游龍劍法)"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대나무 가지가 공기를 가르자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가 울리고 기경이 격탕하며 휙휙 바람소리가 났다.
이 며칠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던 검결도식(劍訣圖式)이 이때 눈앞에 선명하게 떠올랐다.
숲속은 다섯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깜깜했으나 그는 자기가 쳐낸 검식에서 이미 대나무 가지 끝까지 진력(眞力)이 채워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웅웅" 공기를 흔드는 소리가 적막한 겨울 어둠 속에서 끊임없이 울렸다.
한참만에 석지중이 경쾌한 소리를 지르자 대나무 가지가 소나무 줄기에 꽂혔다.
그가 숨을 내쉰 후 가부좌를 하고 땅에 앉아 운공(運功)을 시작하자 곧바로 정신이 맑아지며 주변 십장(十丈) 내의 모든 것이 뚜렷이 들렸다.
그의 내공 수위가 이미 반박귀진(返朴歸眞)의 경지에 이른 것이다.

 

그가 체내의 진기를 완만하게 움직이며 두 손도 따라서 천천히 들어 올렸다.
원래 이때 그는 세 인영이 송림으로 살금살금 접근하는 것을 알아차렸던 것이다.
얼어붙은 눈이 부서지는 자잘한 소리가 전해오자 그가 코웃음을 치며 소리쳤다.
"누구냐?"
"흐흐!"
어둠 속에서 차가운 웃음소리가 울리며 강둑이 무너지며 세찬 물결이 쏟아지는 것 같은 기세로 세 가닥 거센 회오리바람이 쏘아져 오자 그의 옷자락이 바람에 펄럭거렸다.
석지중이 두 팔을 한번 떨치고 쌍장으로 천천히 원을 그려 불문 '반야진기'를 격출하자 기경이 그의 주위 일장 밖까지 빙빙 돌며 날아갔다.
"펑!"
쌓인 눈이 사방으로 뿌려지고 소나무 가지가 '우지직' 소리를 내며 부러져 버렸다.
석지중의 몸이 쏘아진 살처럼 움직이며 두 손가락을 가지런히 모아 찌르자 "칙" 소리가 나며 상대방의 장포가 뚫렸다.
"멋지다!"
어둠 속의 그 사람이 장을 거두며 소리쳤다.
"사제, 정말 멋들어진 "유룡출학(游龍出壑)" 이었다."

 

석지중이 가볍게 놀라 말했다.
"아이고, 사형들께서 오셨군요."
담월이 말했다.
"소사제, 사제가 매번 이곳에서 연공(練功) 할 때마다 장문사형이 마음을 놓지 못하여 우리들에게 바깥에서 지키도록 분부했었지.
그런데 사제의 진전이 이렇게 빠를 줄은 생각도 못했구나. 우리 세 사람이 합격(合擊)한 일장까지도 받아내다니"
석지중이 미안해하며 말했다.
"사형, 소제가 잘 모르고 무례를 범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담월이 말했다.
"소사제, 영존(令尊)은 거연으로 되돌아가지 않으셨네, 영광(靈光) 사질(師侄)이 돌아와 자네 집 집사의 말을 전하기를 사제와 아버님이 떠나고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고 했다네."
"아! 영광이 돌아왔군요!"
석지중이 말했다.
"그렇다면 제 가친은 어디로 가셨을까요? 설마 그분이 정말 바다 건너로 가셨단 말인가?"

 

담월이 말했다.
"사제, 장문사형께서는 우리 모두 힘을 모아 사제의 내력을 증강시키려고 하네.
불문의 제호관정(醍호灌頂) 대법(大法)을 써서 그대 체내의 잠력(潛力)을 완전히 격발 시키려는 것이지."
수월대사가 말했다.
"사제 올해 나이가 열일곱이지? 지금이 관정대법을 쓰기에 제일 알맞은 때일세."
석지중이 놀라 말했다.
"저 혼자 천천히 수련해도 곧 '반야진기'를 완전하게 운용할 수 있으니 사형들께서 다시 진기를 소모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경월이 말했다.
우리는 석달만 정좌(靜坐)하면 회복할 수 있지만 사제는 오늘 저녁만 지나면 내일 다시 칠절신군과 내가공력을 겨뤄야 하지 않은가?"
담월이 그말을 받아서 말했다.
"사제, 앉게"
석지중은 담월대사의 엄숙한 말투를 느끼고는 가부좌를 하고 앉았다.
밤이 칠흑같이 어두워지며 컴컴한 숲속은 고요한 가운데 그들의 손바닥 셋이 석지중의 몸에 닿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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