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안금조(碧眼金雕) 2-3

碧眼金雕 2004. 10. 11. 11:11 Posted by 비천호리

그는 옷소매로 입가의 선혈을 닦아내고는 말없이 일어서서 두 눈으로 세 도인을 노려보았다. 그 키 작고 살찐 도인이 얼굴에 경멸의 빛을 드러낸 것을 보자 노기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차갑게 코웃음을 치며 물었다.
"당신 이름이 뭐요?"
그 도인은 상대방의 차가운 눈빛에 눌려 대답했다.
"빈도는 눈석자(嫩石子)다."
석지중이 시선을 얼굴에 흉터가 있는 도인에게 옮기며 말했다.
"당신은?"
그 도인이 하하 웃으며 말했다.
" 애송아, 공동삼자 가운데 창송자(蒼松子)조차 모르면서 무슨 강호를 다닌다고 하느냐?
흐흐! 네가 알면 또 어쩔거냐?"
석지중이 이를 악물고 사납게 말했다.
"언젠가 내가 공동파를 깨끗이 없애버릴 날이 있을 것이다. 특히 너희 셋은!"
그의 원한서린 목소리가 밤 바람에 메아리쳐 한기를 더했다.
석지중이 천천히 늙은 말에게로 다가가 말을 타고는 성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창송자가 비운자와 불안정한 눈빛을 교환하고는 미친 듯한 웃음을 터뜨리며 몸을 날려 석지중의 말 앞에 떨어져 내리더니 큰 소매를 펼치며 소리를 질렸다.
"어린놈아, 내려와라! 이렇게 쉽게 도망갈 수 있을 줄 아느냐?"

 

석지중이 그를 차갑게 한번 쳐다보고는 말했다.
"당신이 어쩔건데?"
창송자가 한 손을 치자 비명 속에 말머리가 부서져 버렸다.
석지중이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지금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나를 죽이려고? 허허! 당신도 내가 장래 공동산을 평지로 만들어 버릴 것이 겁나는 모양이지?"
창송자가 고함을 질렀다.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놈아, 곧 죽을 놈이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석지중이 대갈일성하며 일장 남짓 뛰어올라 쌍장을 휘두르며 두 줄기 세찬 힘이 산이 무너지는 기세로 창송자에게 쏘아져 갔다.
그는 이 일격의 세를 빌어 길옆 우거진 잎사귀 사이로 뛰어들었다.
창송자는 조심하지 않아서 두 장을 맞고 두 걸음을 물러나게 되자 분노의 고함을 지르며 몸을 돌리며 검을 뽑아 한 가닥 차가운 빛을 번뜩이며 추격해갔다.
석지중은 두 장을 뛰어 나가기도 전에 체내의 기혈이 진탕(震蕩)하는 것을 느꼈다.
오장육부가 흔들리자 참지 못하고 선혈을 토해냈으나 미처 닦아낼 틈도 없이 몸을 비틀어 수수밭으로 부딪혀갔다.
그의 몸이 아직 땅에 닿지 않았는데 바람소리가 휙 일면서 눈앞이 흐리해지더니 비운자와 눈석자가 벌써 그의 앞에 서있다.
눈석자가 흉악하게 웃으며 말한다.
"꼬맹아, 어디로 도망가려고 하느냐?"
목소리와 함께 검영(劍影)이 종횡으로 가득차며 차가운 검광이 석지중을 가둬 왔다.

 

눈석자가 하하 몇 번 웃더니 장검을 거두었는데, 석지중의 옷이 검품에 조각조각 찢겨 몸에 걸린 것이 마치 거지같은 모습이었다.
석지중이 아직 숨을 돌리지 못했는데 창송자가 벌써 등뒤로 뛰어 올라 검광을 뿌리며 석지중의 등을 쪼개왔다.
"치"
검신이 빠르게 공기를 찢는 소리를 내며 비스듬히 쏘아져 오는데 검풍 속에서 석지중이 묵직한 신음을 토하며 비틀거리며 두 걸음을 내딛었다.
창송자가 휘두른 일검이 벌써 그의 등에 한 가닥 4촌 가량의 칼날 자국을 내버렸다.
상처자리에서 피가 솟구치며 석지중의 등을 완전히 물들였다.
얼굴이 고통스럽게 비틀리면서 석지중이 처연하게 웃더니 두 손으로 몸에 걸치고 있는 남루한 옷을 찢어버려 상체를 드러내고는 말했다.
"너희들 모두 덤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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