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지중이 설련을 세 알만 먹고 두 알은 남기며 말했다.
"이 두 알은 영목대사께서 드시도록 하십시오. 대사님께서 설련을 주셔서 감사..."
담월대사가 말했다.
"영목은 벌써 본문의 상처 치료약을 먹었으니, 공자께서 너무 염려하실 필요 없습니다.
이 두 알도 마저 드십시오."
그는 석지중이 설련을 삼키기를 기다려 우장(右掌)을 석지중의 등뒤 "금문혈(禽門穴)"에 대고는 말했다.
"공자, 정신을 편안히 하시오, 제가 공자 몸에 약효가 퍼지도록 돕겠소이다."
석지중이 급히 무릎을 구부려 땅에 앉아 운기하기 시작했다.
그는 한 줄기 열기가 등뒤에서 전해져 체내에 돌아다니는 진기를 하나 하나 단전으로 돌아가도록 이끄는 것을 느끼자 더욱 마음을 가라앉히고 정신을 집중하였다.
잠시 후 그의 뺨이 점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담월대사가 기뻐하며 말했다.
"그가 익힌 것도 정종내공(正宗內力)일 줄은 생각 못했는데, 정말 하늘이 곤륜을 돕는구나!"
그의 눈빛이 번쩍하며 공동삼자가 도망하려는 것을 언뜻 보게 되자 대갈했다.
"돌아와라!"
공동삼자가 그의 위세에 눌려 거북하게 웃으며 도망하는 포기했는데, 바로 이때 밤바람에 종소리가 전해오며 길에 등불 두 개가 나타나고 이어서 또 두 개씩 모두 스물 네 개의 등불이 천천히 다가오고 왔다.
영수대사가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장문사존(掌門師尊)께서 오셨습니다."
여태 입을 열지 않고 있던 영경대사가 이때 품에서 금령(金鈴)을 꺼내어 "딩당" 두 번의 소리를 내며 말했다.
"장문사존께서 납시었습니다."공동삼자가 놀라 얼굴색이 변했다.
그들은 곤륜의 장문인 본무(本無) 노선사(老禪師)가 이렇게 많은 제자를 거느리고 야강에 올 줄은 몰랐는데 이렇게 기세 당당하게 행차하는 것을 보고는 놀라 눈을 크게 뜨고 그 천천히 오고 있는 스물 네 개의 등불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잠시 후 스물 네명의 화상이 앞에 도착했다.
가운데 네 명의 화상은 가마를 들고 있는데 그 위에 비단 가사를 걸친 비쩍 마르고 긴 눈썹에 가부좌를 하고 앉아 있는 노화상이 있었다.
그가 바로 곤륜의 장문인 본무 노선였던 것이다.
본무선사도 석지중의 가슴에 난 일곱 개의 붉은 사마귀를 보자마자 놀람을 금치 못하여 두 눈에서 갑자기 광채를 내뿜으니 마치 밤하늘에 빛을 뿌리고 있는 두 개의 별빛을 연상케 했다.
그가 입을 열어 말했다.
"담월, 사부님의 말씀이 맞았느냐? 하늘에 감사해야겠구나. 하루의 기한이 지나기 전에 사부님께서 말씀하신 사람을 만났으니 칠절신군이 이번에는 이유 없이 다시 행동를 시작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가마에서 내리며 합장했다.
"공자, 몸이 편치 않으니 가마에 오르시지요."
담월대사가 숨을 내쉬며 말했다.
"장문인, 그의 상세가 육성(六成) 가량 좋아졌으니 사형께서 "도인대법(渡引大法)"을 펼쳐치료해 주십시요."
석지중이 일어서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저 석지중 장문인의 하문(下問)에 깊이 감사 드리지만 감히 여러 대사님께 수고를 끼치지 못하겠습니다."
본무대사가 말했다.
"석공자, 곤륜에 한번 왕림해 주실 수 있는지요?, 노승도 공자의 상세를 치료해 드리겠습니다."
석지중이 말했다.
"노선사께서 말씀하신 칠절신군이 벌써 귀산(貴山)에 와 있습니까?"
본무선사가 탄식하는 어조로 말했다.
"아! 불문에 불행이 닥쳤습니다. 몸에 절예를 익혀 천하에 적수가 없는 그 마두가 끝내 천하 불문의 제자를 모조리 죽이겠다고 하는데도 노납은 재주가 모자라 막아내지 못하고 공자의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구려."
석지중이 정신을 잃은 영목대사를 보고는 의연히 말했다.
"좋습니다. 대사님과 함께 곤륜에 가 칠절신군의 절예를 한번 구경해야겠습니다."
"아미타불!"
본무선사가 불호(佛號) 외며 말했다.
"공자 가마에 오르시지요."
석지중이 말했다.
"제게 보따리가 있는데 그걸 가지고 와서 가겠습니다."
본무선사는 석지중이 보따리를 풀어 그의 손에 들자 함께 가마로 갔다.
방울소리가 울리고 등불이 바람에 흔들리며 성을 향해 움직였다.
담월대사가 얼이 빠져 있는 공동삼자에게 말한다.
"귀파 장문인에게 안부 전해주시오!"
그가 두루마기를 펼치고 천마(天馬)가 하늘을 가로지르듯 스물 네 개의 등불을 따라 사라졌다.
달빛은 물처럼 흐르는데 밤바람이 스치자 청사장은 한바탕 삭삭 소리를 낸다.
밤은 점점 차가워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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