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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안금조(碧眼金雕) 1-10

碧眼金雕 2004. 9. 22. 09:53 Posted by 비천호리

그가 시선을 옮기자 찢어진 옷섶과 검붉은 핏자국 땅에 남겨진 것이 보였지만 핏자국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어 한심수사의 것인지 금쇄신장의 것인지 분별할 수가 없었다.
그는 깊이 생각하느라 등뒤로 조용히 한 사람이 날아 내린 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 사람은 말없이 석지중의 뒷모습을 보고 있다가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
"얘야, 너 어디서 왔느냐?"
석지중은 한참 생각에 빠져 있다가 갑자기 귓가에 음침한 말소리가 들리자 급히 몸을 돌렸다. 그의 앞쪽에 이마를 금환(金環)으로 묶고 표범가죽을 접어 만든 커다란 두루마기로 몸을 감싼 키가 작은 사내가 서 있었는데 상대방의 두 눈에서 타오르는 눈빛에 그의 마음이 오싹해지며 생각했다.
"이 사람의 눈빛은 야수(野獸) 같구나! 큰 표범 같은..."
그가 물었다.
"당신은 누구요?"
몸에 표범가죽을 걸친 사내가 하얀 이빨을 섬뜩하게 드러내고 한바탕 괴상하게 웃더니 말했다.
"나는 표존자(豹尊者)다! 너는 누구냐?"

 

석지중이 '아'하며 말했다.
"당신이 바로 동해 멸신도주의 대제자인가요" 당신은 당신 사제 대력귀왕을 봤습니까?"
표존자의 두 눈이 동그래지며 소리쳤다.
"너 그를 봤느냐?"
그가 상체는 꼼짝도 않고 허공으로 몇 척(尺)을 움직여 순식간에 다섯 손가락으로 석지중의 어깨를 붙잡고 으르렁거렸다.
"너 그 녀석을 보았느냐?"
석지중의 눈앞이 흐릿해지며 어떻게 된 것인지 아직 똑똑히 보지도 못했는데 욱신욱신한 아픔이 어깨로 전해오며 온몸을 꼼짝도 못하게 되었다.
그가 눈살을 찌푸리며 외쳤다.
"아야, 좀 살살 잡아요. 아이고 아파"
표존자가 흐흐 웃으며 말했다.
"무공을 할 줄 아는 줄 알았더니 피할줄도 모르는 애였구나, 흐흐! 너 천산노인(天山老人)을 봤느냐?
석지중은 표존자가 자기의 부친을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는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흰 수염을 한 할아버지 말인가요? 방금 전에 그 사람이 숲으로 도망갔는데 봉두난발(蓬頭亂髮)을 한 사람이 크게 소리를 치며 쫓아갔어요. 저는 그가 대력귀왕이라고 들었어요..."
그는 표존자가 이미 믿기 시작한 것을 보고는 바삐 말했다.
"그 할아버지가 손에 뭔가 가지고 있는 것도 봤는데 금황색..."

 

표존자가 길게 휘파람을 불면서 상체를 한번 흔들어 공중으로 삼장(三丈)을 뛰어올라 몸을 비틀어 숲으로 날아갔다.
석지중은 표존자가 거짓말에 속아넘어가자 곧바로 대나무 집을 향해 달렸다.
막 방을 들어섰는데 등뒤에서 커다란 소리가 울리며 표존자가 노성(怒聲)을 토했다.
동시에 표존자가 허공을 날아오며 광풍폭우(狂風暴雨) 같은 기운이 공기를 찢으며 산이 떨어지는 것 같은 기세로 석지중을내려쳤다.
석지중이 몸을 돌릴 겨를도 없이 머리를 낮추어 배치해 놓은 방안의 죽진(竹陣) 안으로 뛰어들었다.
표존자가 왁왁 괴상하게 소리를 질렀다.
그는 자기가 어린애게 속았다는 것을 알자 몸이 공중에 있는 상태에서 공력을 모아 일장을 쳐내어 석지중을 때려 죽이려 했다.
그의 몸이 화살처럼 날으며 발끝으로 땅을 살짝 치더니 다시 날아 방안으로 뛰어들었다.
그가 막 방에 들어섰을 때 갑자기 눈앞이 어두컴컴해져 다섯 손가락마저 보이지 않을 줄 어떻게 알았겠는가? 심상치 않다고 느낀 순간 다리가 아직 땅에 닫지 않은 상태로 쌍장(雙掌)으로 밑을 한번 쳐 그 반탄력을 빌어 거꾸로 날아 나갔다.

 

겨우 방밖으로 뛰쳐나오기는 했지만 놀라서 식은땀이 흘렀다.
그가 문밖에 서서 방을 들여다보니 석지중이 방안 의자에 앉아 자기를 보면서 웃고 있는 것이 보일 뿐이었다.
땅에 꽂힌 대나무 조각이 보이기는 하지만포진법(布陣法)을 몰라서 마음에 의아함이 가시지 않았다.
그가 소리를 질렀다.
" 어린 놈아! 밖으로 나와라!"
석지중이 웃으며 말했다.
"멍청아, 네가 들어와라."표존자가 왁왁 괴상한 소리를 지르며 두 손으로 문을 잡고 들어올리자 대나무 집 전체가 "툭툭" 소리를 내며 부서지기 시작했다.
그가 섬뜩하게 웃으며 말했다.
"집을 무너뜨려 깔아 죽이겠다. 그래도 네놈이 안나오나 보자!"
석지중은 표존자의 공력이 이 정도인 것을 보자 놀라서 말했다.
"당신 금과를 원하지 않소? 당신이 나를 깔아 죽이면 누가 당신에게 금과가 숨겨진 곳을 알려주지?"
표존자가 소리를 질렀다.
"어린놈아 허튼 소리 하지말고, 나올래 안나올래?"
석지중이 하하 웃으며 천천히 방안의 벽으로 걸어가 오른손으로 벽을 더듬었다.
갑자기 쿵하는 소리와 함께 벽 전체가 돌아 그를 복도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가 벽 뒤로 사라진 바로 그 순간 표존자가 크게 소리지르며 두 손을 치켜들자 "콰르릉" 커다란 소리를 내며 대나무 집 전체가 부서져 내렸다.
흙먼지가 사방에 가득차고 온 땅바닥이대나무 조각으로가득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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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안금조(碧眼金雕) 1-9

碧眼金雕 2004. 9. 21. 14:38 Posted by 비천호리

석신홍은 미간을 약간 찡그리고 오늘 사문(邪門)의 고수(高手)를 두 명이나 만났으니 아마도 좋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집안에서는 아무런 기척도 없어 사형이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는 데다 아들에게 생각이 미치자 자기도 모르게 약간 허둥거리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물었다.
"장문인(掌門人)은?"
대력귀왕 미망일이 큰 입을 벌려 말했다.
"그 늙은이는 나한테 두들겨 맞고 머리를 감싸쥐고 도망갔는데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사형이 지금 찾고 있지"
한심수사 석홍신은 이 말을 듣자 저절로 가슴이 서늘해졌다.


원래 그는 숲가의 개울에서 핏물이 졸졸 흘러내리는 것을 보았던 것이다.
게다가 적은 아직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멸신도의 대사형까지 있는데 자기 혼자의 힘으로 어찌 적수가 될 수 있겠는가?"
그가 시선을 돌려보니 대나무 집의 여전히 양호한 것이 얼핏 보였다.
그러자 석지중의 손을 잡아끌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얘야 필사적으로 저 안쪽으로 뛰어 들어가서 가지고 있는 대나무 조각으로 진식(陣式)을 펼쳐라, 나는 기회가 오면 들어가겠다!"
석지중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버님 혼자서 저 두 사람을 당해낼 수 없습니다. 제가 돕겠..."
석홍신이 노하여 말했다.
"불효한 놈 같으니라고, 너는 이 아비가 네 걱정으로 죽는 꼴을 눈으로 보려고 하는 것이냐? 하물며 아직 네 사백의 생사도 알지 못하는데 어찌..."

 

황전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너희 부자가 죽는 것은 정해졌다. 다만 죽기 전에 진운표 수중에서 얻은 금과를 주면 네 아들은 죽음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다."
석홍신이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
"천산파는 바로 네놈 같은 반도(叛徒)가 나오는 바람에 제자가 드물어지고 오늘 이런 우환이 생겼구나. 하지만 네놈이 이번에는 멸신도에서 뭘 배워왔는지 내가 좀 봐야겠다."
그가 매섭게 소리쳤다.
"네 대사형을 불러와라!"
대력귀왕이 앞으로 크게 세 걸음 내딛으며 말했다.
"대사형까지나 필요 있겠느냐, 나 혼자면 너 정도는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
대력귀왕이 심호흡을 하고는 대갈일성하며 쌍장을 나란히 밀어내자 두 가닥 빠르고 날카로운 바람이 귀를 찌르는 소리와 함께 부딪혀 왔다.
석홍신이 몸을 돌려 발을 미끄러뜨리며 좌장(左掌)을 밀어내는 동시에 고함을 질렀다.
"빨리 들어가거라!"
석지중은 한 가닥 강한 힘이 그를 집안으로 밀어들이는 것을 느끼자 진기를 끌어올리고 팔을 휘둘러 그 기세를 빌려 집안에 떨어졌다.

 

그가 집 밖의 고함소리, 바람이 격렬하게 돌며 부딪히며 내는 커다란 소리를 들으며 대략 실내를 훑어보자 벽에 걸려 있는 많은 명화(名畵)와 벽에 붙여서 놓은 의자 몇 개, 차상 아래 죽 놓아 둔 분재와 취황색(翠黃色) 대나무 벽 등으로 인해 그윽하고 품위 있으면서 편안한 느낌의분위기가나고 있었다.

그가 오른손을 주머니에 넣어 몸에 가지고 다니던 대나무 조각을 꺼내어 날 듯이 빠르게 땅에 꽂아 나갔다.
대나무 하나 하나가 종횡(縱橫)으로 불규칙하게 땅에 꽂히더니 순식간에 온 실내가 대나무 조각으로 가득 차버렸다.
그가 신형을 돌려 비스듬히 몇 걸음 걸어서 대나무 가지 틈을 지나 문 앞으로 갔다.
머리를 막 내밀었을 때 그는 문 앞이 고요하고 한 사람의 그림자도 없는 것을 발견했다.
방금 전의 두 사람은 물론이고 부친 한심수사도 보이지 않았다.
"어!" 어리둥절해져서 집을 나와 사방을 살펴보며 생각했다.
"어떻게 한 사람도 없지, 내 안전을 위해서 아버님이 그놈들을 유인해 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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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안금조(碧眼金雕) 1-8

碧眼金雕 2004. 9. 20. 19:58 Posted by 비천호리

한심수사가 놀라 물었다.
"대사형이라니? 황전(黃銓) 그놈 말이냐?"
진운표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그가 큰 형님, 둘째 형님, 셋째 형님, 다섯째를 모두 죽이고는 사막에서 저를 추격해왔습니다. 그때 갑자기 하늘에서 금붕성이 나타나...."
진운표의 두 눈이 망연(茫然)하게 어두컴컴한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금붕(金鵬)이 정말 크구나,푸른 눈(碧眼), 밝은 푸른 눈...."
그가 "왁"하며 선혈을 토하더니 얼굴 피부가 경련을 일으키며 고통스럽게 품속을 가리켰다.
"이것... 이것이 금과(金戈)... 대사형에게 빼앗기지 않았... 사막의 모래바람은 정말 대단..."
그가 뻣뻣하게 눈동자를 움직여 석지중을 바라보면서 입술을 씰룩여 말했다.
"사제, 내 원수를 갚아주게...."
석지중의 두 눈에 벌써 눈물이 가득 차 이를 악물고 말했다.
"제가 반드시 복수를 해 드리겠습니다!"
진운표가 살짝 웃는 듯 하더니 한심수사에게 말했다.
"사부님께서 돌아 오라고 하셨습니다. 사부...."
울부짖듯이 한 마디 하고는 끝내 선혈을 한 입 토하고 미처 말을 맺지도 못하고 죽고 말았다.
한심수사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엷게 저녁 기운이 감도는 하늘을 말없이 응시하더니 한참만에 탄식하며 말했다.
"과연 금과가 본문(本門)에 화를 불러오는구나. 아! 화가 눈앞에 닥쳤는데도 피할 수가 없다니."
그가 몸을 비스듬히 돌려 말했다.
"지중아! 내일 나랑 천산(天山)에 가서너의 사백을 만나보자."

 

##########################################

 

산정의(山頂) 흰 눈에 햇빛이 반사되어 성결(聖潔)하고 밝은 빛이 엷게나고 있다.
산기슭 오솔길은 빙빙 돌면서 위쪽으로 뻗어 있고 오솔길을 따라 약간의 푸른 나무들이 보이는 이곳은 천산의 남쪽 기슭, 햇살이 쬐는 곳은 겨울말고는 얼음이 얼지 않는다.
산골짜기에는 짙푸른 숲이 울창하고 괴석(怪石)과 기화(奇花)가 도처에 보이고, 산 속에서는 눈 녹은 물이 개울을 따라 흘러내려 토양을 기름지게 하고 화초(花草)를 번성하게 한다.
낭떠러지 아래 기다란 덩굴이 가득 걸려 있는 숲가에 넓은 평지가 있고 그곳에 대나무 집 몇 채가 있는데, 덩굴이 처마를 휘감고 올라가 지붕까지 가득 채우고 창 밖에도, 담장에도 걸려 바람부는 대로 이리 저리 흔들리고 있다.
바람도 발꿈치를 들고 사뿐 사뿐 걷는지 산골짜기는 너무나 고요하고 아무런 기척이 없다.

 

이 때 골짜기 입구로 두 사람의 인영(人影) 날아 들어와 순식간에 두겹의 산벽(山壁)을 넘어 이 평지에 도착했다.
세 가닥 긴 수염을 한 왼쪽 편 노인은 바로 한심수사 석신홍이고 그의 오른쪽에 있는 사람은 석지중이었다.
석지중이 고개를 들어 높이 솟은 천산(天山) 보고 웃으며 말했다.
"아버님, 이 산에 있는 흰 구름은 가면극 하듯이 정말 빠르게 모양이 변하네요."
석홍신이 미미하게 웃으며 마음속에 생각했다.
"이 아이는 아직 어떤 위난(危難)도 겪어 본 적이 없어서 세상 도처에 위험이 숨어 있다는 것을 모르는구나. 하지만 이 아이를 집에 두는 것도 마음을 놓을 수 없으니 내 옆에 데리고 다니면서 돌보는 것이 차라리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가 석지중의 손을 끌어당겨 잡고 말했다.
"지중아! 조심하고, 절대 경솔해서는 안된다. 꼭 내 말대로 행동하거라!"
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골짜기에서 미친듯한 웃음소리가 들려오면서 두 줄기 인영(人影)이 귀신처럼 숲 뒤쪽에서 쏘아져 나왔다.


석홍신의 눈썹이 꼿꼿이 서며 소리쳤다.
"누구냐?"

"흐흐!" 두 인영이 공중에서 갑자기 멈춰 땅으로 날아 내렸다.
사자코에 입이 크고 머리카락을 어지럽게 어깨에 드리운 왼쪽 사내가 차갑게 웃으며 흉악한 눈빛으로 한심수사를 쳐다보았다.
"본 나으리는 동해 멸신도주님 밑의 둘째 제자 대력귀왕(大力鬼王) 미망일(米望一)이시다.
네놈들은 뭐하는 자들이냐?"

그의 오른쪽에 있는 복면객이 음산하게 말했다.
"물어볼 필요 없습니다. 그가 한심수사입니다."
석홍신이 눈앞의 복면객을 차갑게 쳐다보며 말했다.
"황전, 네가 아직도 나를 알고 있느냐?"
석지중의 양 눈썹이 치켜 올라가며 물었다.
"아버님, 그가 바로 금쇄신장 황전입니까? 독랄한 놈 같으니!"
금쇄신장 황전 눈에 흉광(凶光)을 띠더니 꺽꺽 괴상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린 놈이간이 부었구나, 죽고 싶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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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안금조(碧眼金雕) 1-7

碧眼金雕 2004. 9. 20. 17:07 Posted by 비천호리

소년이 새까맣고 또렷한 눈망울을 크게 뜨고서 그의 아버지를 쳐다보고 있다가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다는 것을 듣자 자기도 모르게 물었다.
"아버님, 사람의 지혜에 한계가 있는데 어찌 각 방면마다 천하제일이 될 수 있습니까?
저는 그 하나 하나마다 천하에 그보다 더 잘하는 사람이 꼭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년이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하물며 어찌 평생동안 다른 일에 마음 쓸 일도 없이 그가 이런 여러 가지 절학을 배우는데만 전념할 수 있었겠습니까?
노인이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가 제대로 물었다. 그는 일찍이 뜻대로 되지 않은 일이 한가지 있어서 분발하여 검법을 익혔고, 절예(絶藝)를 다 익히고는 천하의 화상을 다 없애겠다는 맹세를 했었다.
그 때문에 오대(五台), 소림(少林), 아미(峨嵋) 세 파의 적지 않은 청년들이 그에게 죽임을 당했었다. 다행히 후에 곤륜(昆侖) 장공대사(藏空大師)가 나서서 그와 세 가지 절예를 겨루고서야 비로소 천하의 화상을 다 죽이는 일을 막았던 것이다.
"아!"
갈색 옷 소년의 검미(劍眉)가 치켜지며 말했다.
"곤륜 장공대사? 그와 칠절신군은 어떤 방면의 세 가지로 겨루었습니까?"
노인의 두 눈은 연못에 비친 붉은 노을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그들이 어떤 세 가지로 겨뤘는지 강호의 어떤 사람도 알지 못한다. 그들 두 사람만 알뿐이지. 그러나 십오년 전의 그 비무(比武) 후에는 천하의 화상들이 더 이상 칠절신군에게 죽임을 당하지 않았단다."
갈색 옷의 소년이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제가 칠절신군을 만나게 된다면 진법하고 바둑을 겨뤄 봐야겠습니다...."

노인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중아, 우리 석씨 가문은 대대로 모두 명성이나 영달을 추구하지 않고 담백하게 살아왔다. 단지 너는 어려서부터 보통 사람과 달라서 나는 네가..."
여기까지 말하다 갑자기 말을 멈추고는 빠르게 몸을 돌리며 소리쳤다.
"담장 밖에 누구냐"
신음 소리가 들려오자 노인이 두 눈에서 신광(神光)을 폭사(暴射) 하면서 장포 자락을 떨쳐 담장위로 몸을 날렸다.

 

그가 "어"하며 소리와 함께 담장을 뛰어 넘어 갔다가 온 몸이 피투성이인 대한을 안고 다시 정원으로 뛰어들어 왔다.
석지중이 놀라 소리치며 달려갔다.
"아버님 이 사람은 누굽니까?
노인의 안색이 침중해졌다.
"이 사람은 네 사백(師伯)의 넷째 제자인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구나.
"아! 얘야, 방에 들어가서 내 약 상자를 갖고 오너라"

그가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두 손바닥으로 빠르게 진운표의 몸에 있는 몇 군데 혈도를 치고는 손바닥을 내밀어 진운표의 등 뒤에 있는 "명문혈(命門穴)"을 만져보았다.
그의 안색이 점점 무거워지다가 석지중이 가지고 온 상자를 받자 비로소 손을 떼고 탄식을 했다.
"오장육부가 모두 조각이 나버렸다. 이런 상태로 그가 어떻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는지 모르겠구나"
혼잣말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자기에게 말하는 것 같기도 해서 석지중이 물었다.
"아버님, 이 사람 어디에 상처를 입었습니까? 구할 수 있을까요?"

노인이 입술을 굳게 다물고 상자를 열어 뒤집자 새까만 환약 네 알이 굴러 나왔다.
환약을 진운표의 입에 넣고 오른손으로 그의 옷을 찢자 등뒤에 엷은 금색의 손바닥 자국이 보인다.
"아이고! 어쩌다가 그 마두(魔頭)의 비위를 상하게 했을까? 이렇다면 나는..."
그가 고개를 설레 설레 흔들며 오른손을 진운표의 등뒤 "명문혈"에 바짝 붙여 자신의 진기를 끌어 모아 집어 넣었다.

 

잠시 후 땀방울이 방울방울 솟아나고 푸른 힘줄이 한 가닥 한 가닥 튀어나온 고통스러운 얼굴을 하고 진운표가 신음을 토하며 깨어났다.
"대사형... 대사형... 금붕성..."
그가 고함을 쳤다.
"금붕성, 대사형, 내 금과를 가지고 가지... "
석지중이 놀라서 부친을 바라보았다.
노인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운표야! 나는 네 사숙 한심수사(寒心秀士) 석홍신(石鴻信)이다. 어떻게 된 일이냐?"

진운표가 두 눈을 부릅뜨고 숨을 급하게 헐떡거리면서 한심수사의 얼굴에 눈빛을 고정시켰다. 한참 만에야 비로소 두 줄기 눈물 방울을 떨어뜨리며 고통스럽게 외쳤다.
"사숙님!"
한심수사가 바삐 물었다.
"운표야 무슨 일이냐, 너 동해 멸신도의 노마두(老魔頭)를 만났느냐?"
진운표가 울면서 말했다.
"사부님께서사숙님이 산으로 돌아오시기를 청하라고 저희들을 보냈습니다. 도중에 사막에서 생각지도 못하게 대사형을 만났는데 그는 바로 쇄금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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