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안금조(碧眼金雕) 3-12

碧眼金雕 2004. 12. 20. 15:14 Posted by 비천호리

상관부인의 눈에 한 가닥 연민의 빛이 스쳤다.
그녀가 탄식하는 기색을 띠고 말했다.
"20년 만에 당신도 많이 늙었구려.
그런데 늙어서 노망이 들기 시작했소? 결국 화상들을 찾아와 이렇게 괴롭히고 있다니.
완아(宛兒)의 아버지는 벌써 12년 전에 세상을 떠났는데 당신은 아직도 무엇을 마음에 담아 두고 있소? "
칠절신군이 깊은 한숨을 토해 낸 후 손으로 거문고 줄을 누르며 느리게 시를 읊었다.

 
錦瑟無端五十弦,一弦一柱思華年.
庄生曉夢迷蝴蝶,望帝春心托杜鵑.
滄海月明珠有淚,藍田日暖玉生烟.
此情可待成追憶,只是當時已惘
然.
 
금슬(錦瑟)은 까닭 없이 오십현이거늘,
현 한 줄, 받침대 하나마다 빛났던 시절 그려보네.
장자(庄子)는 새벽 꿈에 나비와 자신을 혼동했고
망제(望帝)는 춘심(春心)을 두견새에 의탁했네
푸른 바다에 달이 밝으면 진주는 눈물 속에 자랐고
남전(藍田)에 해 따사로우면 옥은 푸른 연기 펴냈었네
이 정은 기다리면 추억이 되련마는
당시에는 다만 망연자실할 뿐이었네!

 
거문고 가락과 시를 읊는 소리가 구성지게 어우러지며 듣는 사람을 감동시켰다.
연주는 그쳤으나 실내에는 여전히 여운이 계속되고 있었다.
칠절신군이 소맷자락을 휘저어 흘러내린 눈물을 닦고는 말했다.
"아직 기억할 수 있소?"
상관부인이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대로 기억하고 있어요..."
그러다 문득 자기의 실태를 깨달았는지 잠시 멈추었다 말투를 바꾸었다.
"오늘 제가 여기 온 건 곤륜 화상들에게 이 두 금과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봐달라고 하기 위해서예요."
"그건 대막붕성의 열쇠인 금과 아니요? 그대가 어떻게 두 개를 갖고 있소?"
석지중은 상관부인이 꺼낸 것과 자기가 갖고 있는 금과가 같은 모양인 것을 보자 심장이 뛰며 그 두 금과를 뚫어지게 주시했다.
상관부인이 말했다.
"이것은 내가 거연성 밖 녹주(綠洲, 오아시스)에 있는 나무에 걸린 것을 발견한 거예요.
그런데 연못 안에는 말 두 마리가 중독되어 죽어 있더군요."

바로 이때,
"흥!"
차가운 비웃음과 함께 황영(黃影) 번뜩이며 거센 바람이 상관부인의 손을 휘말아 가는데 그 기세가 마치 번갯불이 치는 것처럼 빨랐다.
칠절신군이 호통을 치며 열 손가락을 한번 구부렸다 금현(琴弦)을 퉁겨 '잔곡(殘曲)'을 쏟아냈다.
"끙!"
무거운 신음이 울리며 몇 사람의 그림자가 합쳐졌다 떨어졌다.
칠절신군이 소리쳤다.
"천독랑군(千毒郎君), 너였구나!"
상관부인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흥! 천하삼군(天下三君) 중 둘이 모였군.
내 금과를 빼앗은 사람이 천독랑군 당신이구나!"
인영이 갈라졌다 갑자기 다시 합쳐지자 '쾅' 소리가 울리며 지붕에서 모래와 돌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먼지가 자욱한 가운데 창백한 얼굴에 황삼(黃衫)을 걸친 왜소한 사내가 음침하게 말했다.
"대단한 녀석이구나. 곤륜파에서 언제 이런 고수를 배출했지?"

알고 보니 천독랑군이 상관부인의 손에서 금과 하나를 탈취하는 것을 보고 그가 상관부인의 공격을 막을 때 석지중이 그 수중에서 금과를 다시 빼앗아 왔던 것이다.
그가 당당하게 말했다.
"곤륜파에는 고수가 구름처럼 많소이다. 소생은 별 것 아니오."
천독랑군이 음험하게 한번 웃었다.
"그렇다면 내 일초를 한번 받아봐라!"
그가 사지(四肢)를 펼치고 번개처럼 움직이니 황영(黃影)이 난무하며 네 발 달린 거미처럼 석지중의 전신 요혈을 덮쳐왔다.
강한 기운이 소용돌이 치며 쉬-익 괴성(怪聲)이 울려 퍼졌다.

- 제3장 설산삼마(雪山三魔)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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