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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4.09.18 벽안금조(碧眼金雕)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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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안금조(碧眼金雕) 1-6

碧眼金雕 2004. 9. 18. 13:47 Posted by 비천호리

해질 무렵 황사(黃沙)의 끝에는 아름다운 노을이 가득한 하늘이 있고, 바로 이 시각 사막에는 거센 바람이 몰아치며 누런 모래가 하늘을 꽉 채우고 있다.
모래언덕 하나 하나가 회오리바람에 공중으로 날아올라 수 십리 바깥에 또 모래언덕으로 만들어진다.
사막의 변화무쌍함은 사막의 구름 조각처럼 영원히 사람으로 하여금 짐작할 수 없게 한다.
사막의 가장자리인 이곳은 작은 진(鎭)으로 거연해(居延海)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연성(居延城)이다.
수십채의 낮은 흙벽돌 집이 똑같은 모양으로 연이어 있는데 성안 동쪽 끝에 비교적 큰 층(層)집이 있다.
층집 뒤에는 정원이 있고 그 안에는 가산(假山), 연못, 분재, 화초들이 다 갖추어져 있다.
대나무 대롱으로 끌어들인 샘물이 '졸졸' 소리를 내며 연못으로 들어오고, 연못에는 비단잉어가 노닐고 있는데 못 가에는 푸른 풀잎과 붉은 꽃들이 무성하다.
정원의 서쪽 끄트머리에 육각형 모양의 정자(六角亭)가 있는데 그 안에는 돌로 만든 탁자와 의자가 그윽하고 품위 있게 놓여 있다.

 

이때 가산 옆에 갈색 옷에 노란 두건을 쓰고 머리카락은 두 갈래로 쪽을 진 대략 열일곱 정도의 소년이 있는 것이 보이는데 사반(沙盤, 나무 그릇에 모래로 만든 지형 모형) 위에다 두 손으로 가볍게 금을 한 줄 긋더니 왼손으로 대나무 조각을 잡아 하나 하나 사반에 꽂고 있다.
저녁 해가 양쪽에서 소년의 얼굴에 비치니 마치 연지를 바른 것처럼 불그레한 얼굴이 사랑스럽다.
그의 두 눈은 비스듬히 사반을 바라보고 있는데 입술을 꽉 다물고 눈에서는 지혜의 광망(光芒)을 반짝거리며 뚫어지게 사반 안의 대나무 조각과 금을 쳐다보는 것이 마치 그의 모든 심력(心力)을 그 사반에 쏟아 붓는 것 같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손안에 쥐고 있는 대나무 조각을 다 꽂고는 손을 '탁탁' 털고 일어서서 기지개를 켠 후 머리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하였다.
"밥 먹을 시간이 되었구나"

 

그가 막 말했을 때 기침소리가 들렸는데, 낭하에서 문생(文生) 두건을 쓰고 장포(長袍)를 걸친 수척하지만 점잖은 기풍의노인이 걸어오고 있었다.
세 가닥 긴 수염이 가슴 앞에서 바람에 천천히 흔들리며노인이 미소를 머금고 정원 안으로 들어서며 말했다.
"지중(砥中)아! 십절진(十絶陣) 연구가 끝났느냐? 뭘 좀 알아냈느냐?"
그 소년은 고개를 돌려 노인을 보자 바삐 말한다.
"아버님! 이 '십절진'은 정말 어려워요!, 오후 내내 노력해서 겨우 앞쪽 변화 다섯 가지밖에 못 알아냈어요..."
그의 말이 다 끝나기 전에 노인이 크게 놀라 말했다.
"뭐라고? 네가 이미 다섯 가지 변화나 알아냈다고? 정말이냐?"그 소년이 어리둥절해서 말했다.
"예? 뭐가 잘못된 건가요? 제가 오전에 너무 오래 연구하는 바람에 배가 너무 고팠던데다가 점심도 충분히 먹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계속 밥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아서 사반에 정신을 집중하지 못하였고단지 다섯 가지 변화 밖에 알아내지 못하였...."
노인이 허허 웃으며 말했다.
"지중아! 전에는 한번도 배고프다고 말한 적이 없지 않느냐?, 이 '십절진'의 진법은 변화가 무궁무진해서 비할 데 없이 신묘(神妙)하다. 당시 내가 청해(靑海) 바다 속에서 이 잔존(殘存) 진보(陣譜)를 얻었을 때에는 육년(六年)이 걸려서야겨우 통하게 되었다.내가 어제 너에게 말한 적이 있다만 이 '십절진'은 천하진법의 최고봉이지만 전체 진보는 천하에서 알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다행히 네가 이틀만에 다섯가지 변화를 깨달을 수 있었다니..."

 

그가 턱 밑에 길게 늘어진 세 가닥 수염을 만지며 말했다.
"밥 먹고 바둑 한 판 두자. 이번에는 나한테 석 점을 양보해서 날 부끄럽게 하지 마라"
소년이 웃으며 말했다.
"아버님은 모든 정력(精力)을 종적을 숨기는데 쓰시는 데다가 또 가게의 장사를 돌봐야 하니 이 것 저 것 모두 천하제일(天下第一)일 수 없는 것이 당연하지요..."
노인이 쓰게 한번 웃더니 말했다.
"천하제일은 무슨?, 세상에 누가 감히 천하제일이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 하물며 나의 이런 미미한 조예야 말해서 무엇하겠느냐?"
노인이 잠시 멈췄다 말했다.
"이십년 전에 강호에 칠절신군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평생을 전적(典籍), 거문고, 바둑, 검(劍), 권(拳), 내가선천진기(內家先天眞氣)와 진법 방면을 파고들었고, 그 외에도 말을 길들이는 조예와 좋은 말을 구별해내는 조예에서 천하에 따를 자가 없었지.
아비는 진법분야에서는 그와 한번 겨뤄볼 수 있었지만 그밖에는 그의 적수가 아니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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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안금조(碧眼金雕) 1-5

碧眼金雕 2004. 9. 18. 10:05 Posted by 비천호리

쇄금신장이 말했다.
"너는 이미 두꺼비 독액(毒液)을 먹었으니 세 시진(時辰) 안에 반드시 죽을 것이다.
너 같이 젊은 나이에 이렇게 죽게 되다니 정말로 애석하다..."
"흥" 향운천이 차갑게 비웃으며 장검을 들어올리며 소리쳤다.
"넷째, 빨리 피하지 않고 뭐 하느냐!"
"어딜 도망가려고!"
쇄금신장의 신형이 한번 움직이며 바로 진운표에게 달려 들었다.
구레나룻 대한 향운천이 성난 외침을 크게 토하며 말했다.
"공곡냉매(空谷冷梅)!"
말하는 중에도 검을 떨쳐내 쇄금신장을 쪼개갔다.
향운천은 검을 반초(半招)쯤 시전하고는 갑자기 잘라가던 것을 찌르는 것으로 바꾸어 순식간에 천겹의 검영(劍影)을 섬전처럼 내뿜으며 몸과 검이 함께 나아가 쇄금신장을 포위망 안에 묶어 두었다. 그러나 입으로는 도리어 천천히 읊듯이 말한다.
"매화삼롱(梅花三弄)--"

 

복면객은 몸을 솟구치기 전에 검망(劍網)에 포위되자 약간 놀라 검을 움직여 "춘잠자박(春蠶自縛)" 초식으로 자기 몸을 보호하며 발로는 칠성(七星) 방위를 따라 연속 세 방향으로 피했다.
그는 순간 호흡을 들이쉬고 몸을 쭉 펴면서 연검을 한 번 떨치자 푸른 빛이 크게 일며 검기가 가득 차 공격해 온 세 검을 일장 밖으로 밀어냈다.
그가 크게 소리쳤다.
"냉매검법(冷梅劍法)이 무슨 대단한 거라고, 내가 펼치는 것을 보아라!"

그가 공중으로 날아올라 폭포가 떨어지듯 차가운 검망(劍芒)을 빗발처럼 뿌리며 공중에서 십이검(十二劍) 가량을 쳐냈다.
향운천의 신형이 급히 돌며 검진을 움직였을 때 상대방이 솟구치는 것을 보고는 가벼운 기합을 지르며 도약하여 검끝으로 적의 아랫배 "관원(闕元)", "천추(天樞)", "단전(丹田)"의 세 혈을 찔러갔다.
임사첩과 허즉빈 두 사람도 동시에 뛰어올라 검끝으로 쇄금신장 발바닥의 "용천혈(涌泉穴)"을 찔러갔는데 검식(劍式)이 바람처럼 퍼져 나왔다.
그들 사형제의 삼검(三劍)이 시전되어 복면객이 격출한 십이검과 부딪히자 차가운 검기가 산처럼 세 자루 장검을 엄습해왔다.
"팍팍" 몇 차례의 소리가 들리고 세 사람은 일제히 땅에 떨어져 내렸다.

 

복면객이 괴이하게 웃으며 말했다.
"십오년 전에 내 손으로 너희들에게 천산(天山) 냉매검법(冷梅劍法)을 전수했는데, 지금 너희들이 감히 나에게 맞서겠다는 거냐? 허허!"

그의 신형이 번개처럼 움직이며 좌장(左掌)을 들어 빠르게 향운천의 가슴을 쳤다.
"팍"하는 소리와 함께 향운천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땅에 쓰러져 피를 토하며 죽었다.
금빛이 번쩍이고 사나운 휘파람 소리가 일며 임사첩도 미처 피할 겨를도 없이 장(掌)에 격중되어 죽고 만다.

복면객의 눈에잔인한 기색이 스치며 손을 옮겨 허즉빈의 두개골을 치자 비명과 함께 온 풀밭에 선혈이 뿌려졌다.
그가 오른손으로 연검을 허리춤에 채우고, 손을 뻗어 허즉빈의 몸을 뒤지자 생각대로 배낭에서 한 자루 약 반척(半尺) 길이의 금빛이 번쩍이는 작은 창(小戈)을 찾아낼 수 있었다.
"하하하하!"

그가 미친 듯이 웃으며 금과(金戈)를 손에 들고 사막으로 추격해 가려고 하다가 갑자기 "어" 하며 금과를 눈앞에 가져와 자세히 보았다.
"탁!"
그가 오른 손을 휘두르자 한 줄기 금빛이 쏘아져 나가니, 일장 밖 나무 줄기에 그 금과가 박혀버렸다.
그가 분노하여 욕을 하더니 신형을 급히 돌려 나머지 시체를 하나 하나 수색해 나가자 길이와 크기가 똑같은 금과 세 자루가 나왔다.

 

그가 잠깐 살펴보고는 괴성을 지르며 한 쪽 팔을 떨치니 세 줄기 금빛이 쏘아져 나가 "팍팍팍!" 나무 줄기에 박혀버렸다.
"허허!" 그가 포권(抱拳)하며 한스럽게 말했다.
"경중(耿中) 이 늙은 필부(匹夫)가 정말 교활하구나, 가짜를 써서 속이다니!"
그가 몸을 비스듬히 하고 입술을 오무려 '휙' 소리를 내자마자 새까만 준마가 숲에서 날 듯이 달려오자 몸을 날려 말을 타고 사막으로 추적해 갔다.
그가 모래 언덕 하나를 막 넘자마자 놀라서 '아!'하고 소리친다.
"대막붕성(大漠鵬城)!"
원래 이 시각 공중에 눈처럼희고 옥 같이 아름다운 큰 성이 떠 있었던 것이다.
성 꼭대기에는 거대한 붕조(鵬鳥)가 눈에서 번개같은 푸른빛을 뿜어내며 쭉 뻗은 두 날개를 가볍게 흔들어 마치 아득히 먼 하늘로 날아갈 것처럼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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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안금조(碧眼金雕) 1-4

碧眼金雕 2004. 9. 16. 18:02 Posted by 비천호리

향운천이 떨쳐낸 세 송이 검화는 모두 상대방의 끝없이 출렁이는 검랑(劍浪)이 삼켜 버렸고 겹겹이 차갑게 다가오는 검기가 간담을 서늘케 하였다.
향운천은 검기에 밀려 계속하여 일곱 걸음을 물러나고도 장검으로 연속 네 초식을 펼쳐 내고서야 겨우 적의 매섭고 잔인한 검기를 막아낼 수 있었다.
그가 심호흡을 한 번하고는 소리쳤다.
"너는 누구냐?"
복면객이 냉소를 흘리며 그를 보더니 말했다.
"향운천, 금과를 가져 와라"
셋째 임사첩은 자기의 사형이 복면객의 일검에 벌써 못가까지 밀려나서 두려움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멍하게 적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가 고개를 비스듬히 하였을 때 넷째가 다섯째에게 추나(推拿) 수법을 펼치고 있는 것을 보자 향운천의 근처로 도약하여 말했다.
"사형(師兄), 그는 최근 강호에 크게 명성을 날리고 있는 '쇄금신장(銷金神掌)'이란 자로 동해(東海) 멸신도(滅神島)에서 왔습니다.

 

"쇄금신장?"
향운천이 놀라서 중얼 중얼 두 번이나 되뇌이더니 갑자기 얼굴 색이 크게 변하며 말했다.
"당신이 대사형(大師兄)?"
그는 몹시 놀랐는지 말소리마저도 부들 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이 말을 하자 임사첩도 매우 놀랍고 두려워두 눈이 커다래져서복면객을 주시했다.
"네가 결국은 알아 차리고 말았구나!"
하며 복면객이 앙천광소(仰天狂笑) 하자 그 소리에 나뭇가지가 삭삭 소리를내며 흔들렸다.
그가 한참만에 웃음을 그치더니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대사형? 흥! 누가 너의 대사형이라더냐?"
구레나룻 대한의 얼굴에 괴로운 표정이 스치며 말했다.
"대사형, 팔년만에 사형이 멸신도에 투신하여 이런 인성을 말살하는 일을 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비분해서 말했다.
"정강 사제와 당신이 무슨 원한이 있다고 일장에 그를 때려 죽였습니까?"

 

복면객이 냉소하며 말했다.
"경중(耿中) 그 늙은이가 하정강의 거짓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내가 이렇게 모질게 했겠느냐? 흥! 공력을 제거 당하고 사막에서 삶과 죽음이 오락가락하던 광경을 내가 어찌 잊을 수 있겠느냐?..."
복면객이 눈에서 신광(神光)을 폭사(暴射)하더니 이를 갈며 말했다.
"이번에 그를 반드시 죽이고야 말겠다!"

구레나룻 대한 향운천은 온몸이 떨리며 한 사람의 원한이 그가 미치기 전에는 할 수 없는 어떤 일이라도 충분히 하게 된다는 것과 이로써 천산파와 동해 멸신도는 원수를 맺게 되었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었다.
그가 깊은 생각에 빠져 있을 때 갑자기 넷째 진운표가 소리치는 것이 들려왔다.
"대사형, 당신이 운방(雲房)에 침입하여 본문(本門)의 연공비적(練功秘籍)을 훔쳐내다가 곡(谷)에서 잃어버린, 사문을 배반하고 윗 사람을범한 이런 죄는 본문 문규(門規) 제3조에 의하면 마땅히 죽음에 해당하는 죄인데 만약 사부님이...
"닥쳐라!"
복면객이 대갈일성 했다.
"진운표팔년 동안 네가 무엇을 배웠는지 어디 보자!"

 

번갯불이 번쩍이듯 그의 형체가 스치더니 좌장(左掌)을 수평으로 펼쳐내어 진운표를 쳐갔다.
진운표는 상대방의 대갈일성에 멍해졌는데, 갑자기 눈앞이 흐릿해지며 기이한 휘파람 소리와 함께 가슴 앞에 금황색 손바닥 자국(掌印)이 찍혀 왔다.
그는 놀라서 다시는 상대방의 손바닥이 왜 금황색인가 하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다리를 옮기며 손에 쥐고 있던 장검을 들어 검신을 떨치니 "웅웅"하는 소리를 내며 상대방이 쳐온 손바닥을 찔러갔다.
"팍" 소리를 내며 장검이 두동강이 나고 금색 손바닥은 원래의 자세 그대로 여전히 가슴을 쳐왔다.
진운표의 팔목이 진동하며 오른 팔뚝 전체가 마비되어 감각을 잃었고 바로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는 입술을 꿈틀거리며 사력을 다해 뒤쪽으로 뛰어 올라 "팍" 소리를 내며 못 안으로 뛰어 들었다.
복면객은 번개처럼 장(掌)을 쳐내며 진운표를 격중시켰다고 봤는데 상대방이 물 속으로 뛰어들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그가 다시 경쾌한 소리를 내지르며 손바닥을 세 촌(三寸) 낮추어 한줄기 강한 기운을 쏟아 물 속을 쳤다.

 

그의 장(掌)이 막 쪼개져 나갈 때 뒤쪽에서 두 줄기 강한 바람이 엇갈리며 등 뒤의 "금문(金門), 영대(靈台) 두 혈(穴)로 쏘아져왔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장(掌)을 완전히 펼쳐내지 못하고, 몸을 앞으로 반 척 기울이고 크게 몸을 돌리고는 어깨를 내리고 장(掌)을 떨구어 오른손으로 연검을 잡아 계속 삼검(三劍)을 격출했다.
검기는 무지개처럼, 장풍(掌風)은 칼처럼 일시에 찔러온 두 장검을 팔척 바깥으로 밀어냈다.

그가 괴이하게 웃으며 말했다.
"화산(華山) 위에도 내 마음대로 다니는데 너희 세 명으로 되겠느냐? 허허! 이십초(二十招) 안에 모두 땅에 시체로 눕게 해주마"
향운천이 짙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말했다.
" 당신이 어떻게 금과에 대해서 아시오?"

쇄금신장이 냉소하며 말했다.
내가 그 금과 때문에 여기서 이미 이틀을 기다렸는데 너희들이 도망갈 수 있을 것 같으냐?"

 

향운천은 진운표가 물 속에서 기어 나온 것을 보고 큰 목소리로 물었다.
"넷째, 다치지 않았느냐?"
진운표는 머리를 흔들고 가서 보니 다섯째가 일어서기 시작했다.
그가 물었다.
"다섯째, 자네 왜...?"
향운천이 크게 소리쳤다.
"넷째, 본래 결정대로 하자, 다섯째 이리 와서 '삼원검진(三元劍陣)'을 펼치자..."
다섯째가 대답하고는 장검을 휘두르며 이동해와 향운천, 임사첩과 세모꼴로 서서 쇄금신장을 가운데 두고 포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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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안금조(碧眼金雕) 1-3

碧眼金雕 2004. 9. 15. 19:08 Posted by 비천호리

정오가 가까운 시각, 날 듯이 달리던 검은 그림자의속도가 점차 늦추어지더니 구레나룻 대한이 고개를 돌리고 말한다.
"사숙님은 바로 거연성(居延城) 동쪽 끝에 잡화점(雜貨店)을 열고 계시네.
도착하게 되면 모두 가지말고 사숙님께서 더 아끼는 운표만 들어가게."
그들은 천천히 말을 남쪽으로 몰아 가면서 각자 수건을 꺼내어 얼굴을 닦고 수통을 풀어 물을 몇 모금씩 마셨다.

 

모래 언덕을 두 개 넘자 눈앞에 청록색의 숲이 펼쳐져 있고 물결이 찰랑거리는 조그만 못이 그 안에 있었다.
천산오검 중 다섯째가 탄성을 지르며 앞장서서 모래언덕을 달려내려 가자 나머지 네 마리 말도 고개를 쳐들고 못을 향해 달려내려 갔다.
구레나룻 대한이 말한다.
"우리 여기서 잠깐 쉬면서 건량(乾糧)을 먹고 다시 가세"
잠깐 골똘히 생각하더니 다시 말한다.
"그래! 차라리 여기서 쉬면서 그 대막붕성이 정말로 나타나는지 보는 것이 낫겠다."
그들은 말 안장을 내리고 나무 뿌리에 기대어 잠시 쉬자 다섯 마리의 말은 모두 목을 늘이고 못의 물을 먹었다.

 

다섯째가 수통을 풀어 못가에 가서 가득 채우고는 웃으면서 말한다.
"이 샘물은 정말 맑구나! 티가 하나도 없네"
그가 맑은 물을 두 손으로 들고는 못 가에서 마시기 시작했는데 두 모금을 막 넘겼을 때 다섯 마리 말이 처량하게 울면서 땅에 쓰러져 죽어버릴 줄 어떻게 알았겠는가?
깡마른 사내가 크게 소리를 쳤다.
"즉빈! 물에 독이 있다. 마시지마!"
구레나룻 대한의 몸이 회오리 바람처럼 한바퀴 돌아 날더니 한 손으로 허즉빈의 오른팔을 붙들고는 부르짖었다.
"다섯째 빨리 운기(運氣)해서 살펴봐!"
그가 왼손을 뒤집어 품속에서 병을 꺼내 힘주어 쥐자 "탁"소리가 나면서 병이 조각 조각 깨지고 분홍색 환약 두 알이 손바닥에 굴러 나왔다.
그가 말했다.
"빨리 이 "냉향구(冷香九)를 복용하게!"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숲속에서 냉소(冷笑)가 전해오면서 음침한 목소리로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
"어이, '냉향구' 열알이라도 쓸모 없어, 죽는건 정해졌다!"
구레나룻 대한이 짙은 눈썹을 날리며 소리쳤다.
"안쪽에 어떤 친구가 계시오? 천산오검 가운데 향운천(向雲天)이 여기 있소!"

 

깡마른 사내가 경쾌한 호통을 치며 몸을 날려 숲으로 들어가면서 쌍장을 뒤집어내 폭풍처럼 쪼개갔다.
숲 속 인물이 차가운 목소리로 호통을 친다.
"하정강(何正綱), 너는 아직 멀었다. 돌아가거라."
깡마른 사내의 신음과 함께 실 끊어진 연처럼 튕겨져 나와 땅에 엎어졌다.
셋째가 경쾌한 휘파람 소리를 내며 몸을 한 바퀴 돌려 "삭" 소리가 나게 장검을 뽑더니 검광을 뿜어내며 기다란 무지개가 해를 꿰듯이 빠르게 쏘아 나갔다.
원래 숲가에는 이미 전신에 회백색 옷을 두르고 얼굴을 검은 천으로 가린 복면객(覆面客)이 서 있었던 것이다.
복면객은 자신에게 쏘아오는 검광을 차갑게 쳐다보며 마치 못 본 것처럼 우뚝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셋째는 검을 움직여 "비응복토(飛鷹伏兎)" 식으로 섬전처럼 찔러나가 곧 검 끝이 한번 돌면 복면객을 죽일 듯 했으나 갑자기 눈 앞이 한번 흐려지더니 상대방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았다.
그는 마음 속으로 크게 놀라 몸을 낮추고 검을 두 방향으로 돌려 "운학사시(雲鶴斜翅) 일식을 펼쳐 검광으로 전신을 감싸고 땅에 떨어져 내렸다.
눈을 돌리자 그 몽면인이벌써 나무 꼭대기에 서 있던 것을 볼 수 있었다.

 

복면객은 두 발로 엄지손가락 굵기만한 나뭇가지를 밟고 서 있는데 나뭇가지의 흔들림에 따라 몸이 아래 위로 흔들리며 조용히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다가 셋째의 놀라고 의아한 표정을 보자 차갑게 비꼬아 말한다.
"임사첩(林士捷), 너의 '운학사시(云鶴斜翅)' 수법은 아직 멀었다, ....."

임사첩의 미간이 치켜 올라가고 두려운 기색이 얼굴에 퍼지며 소리쳤다.
"친구, 이름을 남겨라!"
복면객이 길게 웃으며 낙엽처럼 날아 내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들 중 누가 금과(金戈)를 가지고 있느냐? 내놔라."
구레나룻 대한 향운천이 갑자기 비통하게 고함을 지르며 몸을 날려 오며 오른손에 장검을 뽑아들자 차가운 빛이 갑자기 복면객에게 짓쳐갔다.


임사첩이 깜짝 놀라 쳐다보니 둘째 형님이 이미 땅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이 얼핏 보이는데, 풀어 헤쳐진 옷 사이로는 엷은 금색의 손바닥 자국이 "칠감혈(七坎穴)에 나 있고 입에서 토해낸 핏물이 얼굴을 적시고 땅바닥에 흘러 내리고 있었다. 그가 놀라서 외쳤다.
"쇄금장(銷金掌)!"

복면객이 음산하게 웃으며 오른 손바닥으로 허리부분을 더듬더니 손을 홱 뒤집자 한 줄기 차가운 빛이 허공을 날아 향운천이 쳐낸 일검을 막아버렸다.
향운천의 일검은 번개처럼 빠르고, 맹렬하여 막 적을 죽이려는 찰나에 상대방이 물러나면서 몸을 기울이고, 검을 뽑고, 기를 모으자 검광이 이미 수은이 땅에 쏟아지듯이 쏘아져 왔다.
그의 마음이 흔들리긴 했으나 발을 한번 미끄러트리며 재빠르게 검을 움직여 '비금점빙(飛禽点氷)' 일식(一式)을 펼쳐 세 송이 검화(劍花)를 날려 보냈다.
복면객이 크게 웃으며 말한다.
"멋진 '비금점빙'"
말 소리와 동시에 그가 팔을 떨치고 몸을 비스듬히 기울이자 손에 쥔 연검(軟劍)이 괴사(怪蛇)처럼 펴지면서 겹겹이 검파(劍波)가 쌓이고 '윙 윙" 하는 검기(劍氣)가 눈이 부시도록 가득 차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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