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무협소설은 1980년대가 되자 독자가 급감하면서 출판상황이 예전보다 크게 나빠졌고, 일부 출판사들은 생계를 유지하고 젊은 독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출판윤리와 무림협의를 저버리고 완전히 사람들의 비위에 맞춰 '선정(煽情)적'인 무협 시리즈를 출시했다. 일순간 골목의 도서대여점에는 무협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실제로는 색정(色情, pornography)으로 독자를 유인하는 무협소설들이 넘쳐나게 되었다. 그 해독이 끝없이 퍼져 가히 설상가상(雪上加霜)이라고 할만해 무협소설의 몰락을 더욱 가속화했다.
1. 무협 소설 속의 "성적(情色)"인 묘사
무협소설 가운데 '성적인'(erotic) 묘사는 일찌감치 구파 무협에서 단서를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환주루주의 촉산검협전 제12회 '대낮에 공공연하게 음란한 짓을 하고, 다비웅(多臂熊)은 담장 너머로 색정의 소리를 듣는다. 캄캄한 밤에 적과 내통한 배반자를 제거하고 협녀 선관(禅关)은 대도(大盜)를 섬멸한다'(白日宣淫, 多臂熊隔户听春声;黑夜锄奸, 一侠女禅关歼巨盗)에서는 자운사(慈云寺)의 화상(和尚) 지통(智通)과 여자 비적(女飞贼) 양화(杨花)의 음란한 짓을, 제205회 '매영(魅影)은 빙혼(冰魂)을 깨뜨리고, 반짝이는 신광(神光)은 꽃비처럼 뿌려진다. 불등(佛灯)이 성화(圣火)를 날리고 불법(佛法)의 환상적 세계는 금주(金蛛)로 변한다'(魅影爆冰魂, 滟滟神光散花雨;佛灯飞圣火, 昙昙幻境化金蛛)에서는 흑축(黑丑)과 향성낭자(香城娘子) 사춘아(史春娥)의 간통을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전자는 아래와 같은 정도이고,
누가 알았겠는가? 그녀가 속옷을 벗은 후 일신의 옥처럼 흰 살을 드러냈는데 정말로 피부가 하얗고 매끄러우며 살결이 부드럽고 은근히 슬프게 우는 듯 몹시 요염한 모습일 줄. 저도 모르게 음심(淫心)이 크게 발동하여 방장(方丈)의 자격으로 1등을 차지했다. 그 여자는 피부가 희고 고운데다 매우 음탕하기까지 해 뒤쫓는 사이에 사이에 묘하기 그지없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후자의 묘사는 비록 비교적 노골적이기는 하지만, 단지 정황에 따른 안배로서 여체와 복숭아꽃이 서로 대비를 이룬 "에로틱한 광경(春光)"을 표현하였을 뿐이다.
요부(妖妇)는 본래 타고난 절색으로 이때 온몸에 걸친 것을 다 벗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육감적인 옆구리와 눈처럼 하얀 사타구니, 옥같은 젖가슴과 가는 허리 그리고 일체의 미묘한 곳까지 남김없이 드러냈다.
또 그렇게 알맞게 찔데는 찌고 빠질데는 빠졌으며 들어가고 나온 곳이 적당하고, 살과 뼈대가 균형이 잡혀 있다. 몸매가 아름답고 훤칠하며 원만하고 매끄럽지 않은 곳이 단 한군데도 없다. 게다가 만발한 복숭아꽃이 배경이 되고 옥과 같이 희고 고운 살결에 노을이 비쳐 하얀 몸에 빛이 흐르니 사람의 얼굴과 꽃이 활짝 핀 광경이 어우러져 요염하기 짝이 없다. 요부는 짐짓 꾸미는데 뛰어나 아름다운 눈으로 추파를 던지며 원망하는 듯, 화를 내는 듯하며 주위를 둘러보니 교태가 넘쳐난다.
이 두 단락의 텍스트는 물론 눈길을 끌지만 살짝 언급하는데 그쳤다. 저자는 주로 상황을 만들어 내는데 중점을 둔 것일뿐 결코 색정적인 장면을 과장해서 묘사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촉산검협전은 선(仙)과 마(魔)의 싸움을 이야기의 핵심으로 삼았고, 선과 마의 구별을 흔히 정욕(情欲)의 억제와 방종에 두고 있어서 정도의 수심양성(修心养性)과 도덕규범을 드러내기 위해 일부러 사마외도(邪魔外道)의 방종한 정욕과 비교하였다. 저자는 독자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면서도 스스로 절제하여 결코 음욕이 생기도록 유인하려고 성애(性爱)를 자세히 묘사하지는 않았다.
대만의 무협 작가 가운데 초기의 사마령, 제갈청운, 상몽규(向梦葵)부터 조금 늦은 고룡, 독고홍에 이르기까지도 에로틱한 묘사 부분은 많이 있다.
그 중 사마령은 특히 빼어난 사람으로서 성적인 분위기가 넘치는 장면의 배치와 남녀간의 감정을 살아 움직이듯 생생하게 그려내어 가히 '독보적'이라 할만하다. 예를 들어, 오루거사(吴楼居士, 최초의 필명)의 데뷔작인 관락풍운록(关洛风云录) 제22회에서는 화호(火狐) 최위(崔伟)가 묘강을 탐험하다 차녀(姹女) 음상(阴棠)의 무리인 유화(榴花)가 차녀미혼대법(姹女迷魂大法)을 시전해 그의 조카 최염명(崔念明)을 성적으로 유혹하는 장면을 훔쳐보는 것을 묘사하는데, 사람의 마음이 끌리고 성적 환상이 끊임없이 이어지도록 만든다.
그는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한쪽 휘장을 들고 실내를 훔쳐보았다. 이 침실 안의 등불은 모두 분홍색으로 주변의 정교한 가구에 비쳐 꿈결같이 아름다운 분위기로 변했다...불빛이 뚜렷하게 비치며 그녀의 몸매는 날씬하면서도 풍만했으며, 가슴의 하얀 두 봉우리가 자유롭게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그녀가 침대에서 내려와 갑자기 노기를 다 거두고는 요염한 웃음을 지으며 손에 잡히는대로 좁고 긴 붉은 비단을 집어들더니, 돌연 휘둘러 무수한 동그라미를 말아 올리는데 정말 보기가 좋았다. (중략) 찰나 간에 최위는 눈이 어지러워지고 심장은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러나 유화의 풍만한 두 봉우리가 위 아래로 흔들리고 허리 부분이 뱀처럼 좌우로 마구 도는 것이 보이는데 매끈하고 훤칠한 두 다리는 유혹하는 듯, 떠보는 듯하고 묘처(妙处)가 사라졌다 나타났다 하였다. 거기에 입으로 부르는 노래소리가 곁들여지자 실로 넋을 빼앗고 뼈를 녹여 목숨을 빼앗길 정도로 유혹적이었다. 매우 기이하게도 그녀가 노래하며 춤추자, 홀연 악기의 음탕한 소리가 약해지며 눈에 갑자기 온갖 꽃이 찬란해졌다! 원래는 한 명이던 유화가 이때는 수천 명으로 변해 각자 천마의 춤(天魔之舞)을 추고 있었다. 음탕함이 뼛속까지 스며드는 그 교태는 사람의 혼백마저 뒤흔들었다. (중략) 최위의 욕념이 끓어올라 자제하기 어려워진 바로 그때, 침대 위의 최염명은 이미 몸을 돌려 두 눈으로 불을 뿜을 듯이 유화를 응시하고 있었다. 여러가지 악기 소리가 갑자기 높아지더니 홀연 연주와 노래 소리가 모두 멎고 동시에 유화가 부드럽고 아름다운 동작으로 발끝을 돌려 최염명의 몸 위에 털썩 엎어지자, 온 방 안의 천마미녀들이 삽시간에 사라졌다. 하늘에는 붉은 빛이 번뜩이고, 그 기다란 붉은 비단이 사뿐히 날아내리고 있었다.
이것은 1958년 사마령이 데뷔할 때 쓴 에로틱(情色)한 시험작으로서 그 가운데는 정경(情景)이 있고, 나녀(裸女)가 있고, 가무가 있고, 분위기가 있다. 비록 춘의(春意)가 완연하기는 해도, 마음껏 표현했지만 지나치지 않으며(乐而不淫) 경물 묘사와 감정 토로가 융합(情景交融) 되었고 뛰어난 필치로 훌륭하게 묘사(妙笔生花) 하였다. 독자는 이야기의 흐름상 그래야 한다고 느낄뿐 작가가 의도적으로 색정을 과장한다고 여기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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