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상대가 젊은 나이에 거의 30년 이상 수위의 이렇게 심후한 공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 마음 속으로 생각했다.
"곤륜에서 언제 이런 고수를 배출했을까? 뜻밖에도 각 대문파의 장문인들을 넘어서다니!"
그가 자세히 한번 살펴보니 석지중의 가슴 앞에 선홍색의 큰 점 일곱 개가 드러나 있다. 그는 문득 속으로 짐작했다.
"그가 칠성조원(七星朝元)의 사람일 줄은 생각 못했구나. 고서의 기재에 따르면 이런 사람은 대단히 총명하여 한눈에 열 줄씩 읽고(一目十行), 한 번 보면 잊어버리지 않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선악에 대한 관념이 매우 완고해서 원한을 마음에 매우 강하게 새긴다고 했지."
석지중이 원독(怨毒)한 시선으로 그를 주시하자 그는 뜻밖에도 한기를 느꼈다. 이것은 그에게 있어서 그야말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종래 아무도 감히 그런 눈빛으로 그를 노려본 적이 없었고, 그도 누구도 두려워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 아이는 일신(一身)의 무학이 잡다하고, 살기가 너무 중하구나!"라고 생각했다.
순간 무수한 생각들이 전광석화처럼 그의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가 다가와 온화하게 말했다.
"원래 너는 곤륜의 제자였군. 그러니 이렇게 심후한 공력을 가지고 있지!"
그가 품에서 오동씨만한 금황색 환약을 꺼내어 말했다.
"너의 내장이 흔들려 상처를 입었으니 빨리 이 환약을 복용해라."
석지중은 잠시 놀랐지만 곧바로 냉소를 지으며 한혈마에 기어오른 후 방향을 틀어 꽃밭으로 갔다.
말발굽 소리가 울리고 꽃향기는 그윽하다. 그가 꽃그늘에 막 다다랐을 때 천룡대제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돌아와라!"
석지중이 움찔하여 저도 모르게 말머리를 돌렸다.
천룡대제가 말했다.
"네가 아무리 교만하더라도 목숨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을 아느냐? 너는 이미 나의 백옥관음수(白玉觀音手)에 임독양맥(任督两脉)이 상했다. 열 시진 안에 내 금오환(金梧丸)을 복용하지 않으면 전신의 혈맥이 끊어져 죽게 될 것이다!"
그가 잠깐 멈췄다 다시 말했다.
"네가 이렇게 젊은 나이에 죽는걸 차마 두고볼 수 없으니 금오환을 주마! 설마 내가 너한테 독약을 먹이겠느냐?"
석지중이 냉랭하게 말했다.
"천독랑군의 독조차 나를 죽이지 못했는데 어찌 죽음을 두려워하겠소? 흥! 죽으면 죽는거지 두려울 게 뭐요? 하지만 죽지 않으면 장차 돌아와 당신에게 백옥관음수(白玉觀音手)를 한 수 가르침을 청하겠소이다!"
천룡대제가 낭랑한 목소리로 크게 웃었다.
"정말 내가 너를 못 죽일 줄 아느냐?"
석지중이 신랄하게 말했다.
"당신이 날 죽일까봐 두려워할 줄 압니까?"
그러자 천룡대제의 안색이 변하며 말했다.
"가라. 내 20년 동안 이렇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이 환약을 가져가라! 난 네가 다시 오는 것이 무섭지 않다!”
석지중은 던져준 금오환을 받고서 한번 쳐다보지도 않고 다시 던지며 말했다.
"나 석지중은 이유없이 결코 남의 은혜를 입지 않소이다. 가져가시오."
그는 말을 몰아 급히 꽃 숲으로 들어간 후 숲 밖으로 날듯이 달려갔다.
천룡대제가 가볍게 탄식했다.
"저 불세출의 영재가 아깝구나. 아, 내가 왜 그의 눈에 원독스러운 빛이 번뜩이는걸 보고 갑자기 독수를 썼을까, 설마 그의 복수를 두려워했던 걸까?"
그가 고개를 돌리자 마침 동방평이 눈물을 머금고 한 무더기 꽃나무 앞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아리따운 얼굴에 떠올라 있는 동정과 슬픔의 표정이 그의 마음을 크게 놀라게 했다.
그의 마음 속에 자신의 딸은 사랑할줄 모르고 눈물도 흘리지 않으며 단지 웃을 줄만 알고 슬픔이 뭔지 모르는 순진무구한 아이였는데 지금 이렇게 상심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왜 그러느냐?"
동방평이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소리쳤다.
"아빠, 나빠요, 저는... 아빠가 원망스러워요."
그녀가 얼굴을 가리고 쏜살같이 달려갔다. 남겨진 천룡대제는 놀라 사라져가는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열일곱 살, 저 아이가 벌써 열일곱 살이 되었구나...”
그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는데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다. 그가 중얼거렸다.
"약평(若萍), 당신이 떠난 지 17년이나 되었구려. 당신, 평평이 이미 다 컸다는 것을 알고 있소? 그 아이가 이미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보일 줄 안다오, 그 아이가 이미 소녀의 감정을 가지게 되었소, 약평, 그거 알아요? 그거 알아요?"
그는 비틀거리며 궁궐 옆 소나무 숲길을 향했는데, 바람이 솔숲을 스치자 이따금 파도소리 같은 솔 바람 소리에 섞인 흐느낌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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