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안금조(碧眼金雕) 6-2

碧眼金雕 2024. 10. 9. 20:23 Posted by 비천호리

그가 그 웅준(雄駿)한 한혈보마를 의아한 눈빛으로 응시하다가 뒤에 있는 세 명의 긴 수염 노인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 말은 대완왕궁에서 기르던 한혈보마 같은데, 어떻게 여기에 왔을까?"
왼쪽의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의 말씀이 옳소이다. 이 말은 바로 대완국의 왕이 아끼는 한혈보마로 석년 삼국시대에 여포가 타던 적토마의 한 갈래이지요!"
중간의 그 노인이 말을 이었다.
"사형의 말이 옳습니다, 말 길들이는 솜씨는 현세에 칠절신군 시륜이 천하제일이죠. 보아하니 이 두 아이는 큰 내력이 있는듯 하니 선생은 좀 조심하시지요!"
석지중은 이 몇 사람이 한혈보마에 대해 오랫동안 떠들어대는 것을 보자 저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올라 '흥' 콧방귀를 뀌고는 말했다.
"당신들 왜 이러는건가? 마적이요, 강도요?"

그 중년 유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뒤의 노인이 노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 것도 모르는 꼬마야, 어떻게 감히 은전 선생에게 불손한 말을 하느냐?"
석지중은 두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무슨 은전 선생? 흥! 마적(馬賊) 중 하나지!"
은전 선생의 안색이 갑자기 변했다.
"네가 칠절신군의 도제(徒弟)라 할지라도 나를 이렇게 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무지한 어린 놈(小輩)아, 이 열 명은 네가 죽였느냐?"
석지중이 낭랑한 목소리로 크게 웃었다.
"당신 수하의 이 염치없는 무리들이 너무 못난 탓이지. 죽어도 싸다. "

그가 얼굴에 살기를 띠며, 매서운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들이 대막에서 횡행하며 상려(商旅, 상인과 여객)들을 약탈해오다가 마침내 혼자인 여자조차 감히 괴롭히는데 무슨 선생이라고 할 수 있느냐?" 퉤!
은전 선생의 눈에서 안광이 폭사(暴射)되며 화가 나 얼굴이 온통 빨갛게 변했다. 그가 손을 한 번 휘둘러 그 준동하려는 마적들을 제지한 후 말을 재촉하여 천천히 앞으로 나아오며 차갑게 말했다.
"무지한 어린 놈, 감히 내 앞에서 이런 말을 하다니, 흥! 네 앞에는 죽는 길만 있다!"
석지중은 사방을 에워싼 대한들이 하나같이 흉악한 눈빛을 드러내고 있는 것을 보고 갑자기 마음속에 살기가 크게 일고, 몸속에서 뜨거운 피가 끓어오르자
"개같은 네 놈들은 모두 죽어 마땅하다!"라고 소리쳤다.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주위에 광풍이 몰아치는데 그 기경(氣勁)이 하늘을 뒤덮고 산같이 무거워서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가려는 듯했다.
동방평이 놀라 소리를 질렀다. 석지중은 발을 홱 돌리며 몸을 조금 띄우고, 좌장(左掌)을 살짝 흔들어 원호(圓弧)를 긋고는 가슴 앞에서 평평하게 밀어냈다. 한 줄기 넓은 기경이 마치 조수(海潮)처럼 쉬익 소리를 내며 뻗어나와 반격해 갔다.
그 노인은 갑자기 암습을 가한 이 일장으로 분명 석지중의 목숨을 빼앗을 것이라고 여겼는데 석지중이 격출한 것이 바로 반야진기라 그 위력이 대단할 줄 어찌 알았겠는가.

쌍방의 장력이 부딪히자 그 노인은 심맥이 흔들리고 온몸의 기혈이 역류했다. 곧바로 피를 토하며 마치 실 끊어진 종이연처럼 거꾸로 날아 떨어졌다.
다른 두 노인이 고함을 지르며 말에서 몸을 솟구쳐 소매를 한번 떨치자 격렬한 돌풍이 소용돌이쳐 나란히 석지중을 쳐갔다.
펑!
큰 소리와 함께 네 줄기 경풍이 공중에서 부딪쳐 모래와 돌이 튀고 말이 놀라 울었다. 그 두 노인은 일장 밖으로 떨어져 하마터면 땅에 고꾸라질뻔 했다.
석지중이 숨을 길게 들이마신 후 모래바람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가벼운 연기처럼 일 장 가량 미끄러지듯 움직이며 크게 소리쳤다
"너희들도 내 십검을 받아라! "

그가 칼날을 한 번 흔들자, 광채가 번쩍이며, 세 방향에서 각기 이 검(兩劍)씩 격출했다.    
"치칙!" 소리와 함께 검기가 갑자기 일어나더니, 검영(劍影)이 뿌려져 순식간에 그 세 노인을 매우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의 이 일검은 시간과 정도를 아주 교묘하게 조절해 마침 그 세 노인이 착지하여 아직 확고히 서지 못했을 때 검봉(劍鋒)이 벼락같이 육박해오자 땅바닥에 피할 수 밖에 없었다.
검날이 스치고 흰 수염이 세 갈래로 날아 올랐고 연이어 두 번째 검을 휘두르자 그 빠르기가 전광석화 같았다.
"악!"
고통스러운 외침이 검광 아래에서 핏빛과 함께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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