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지중이 검날을 뒤집어 장군십이절(將軍十二截)가운데 제이식(第二式)인 뇌동만물(雷動萬物)을 막 펼치려고 했는데 그것은 만균(萬鈞) 무게의 천둥같은 막강한 일검이었다.
별안간 이 전광석화 같은 찰나에 시위 소리가 울리고 "쉭" 귀를 찌르는 날카로운 파공음과 함께 은색 장전(長箭) 하나가 허공을 스쳐 은색의 호선을 그리며, 번개같은 속도로 석지중에게 쏘아졌다.
석지중이 상체를 앞으로 숙이면서 크게 몸을 돌리고 어깨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장검은 연이은 검식을 따라 뇌동만물 일식(一式)을 격출했다.
"챙!"
불꽃이 튀며 은색 화살은 검날에 의해 두 동강이 나 떨어져 내렸고 힘이 다하지 않은 채 모래 속에 꽂혔다.
석지중이 가슴에 검을 안은 채 엄정한 기색으로 자색 활과 은색 화살을 든 선생을 주시했다.
그의 등 뒤 일장 남짓한 곳에 있는 세 노인은 가슴 앞 옷이 모두 장검에 베어져 핏물이 스며나와 모래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은전 선생은 굳은 얼굴로 석지중을 주시하고 있는데 형형(炯炯)한 눈빛으로 잠시도 깜박이지 않고 있었다. 이때 그의 자색 활에는 길이가 각기 다른 세 개의 은전이 얹혀 있었고 잔뜩 시위를 당기고 있어서 언제든지 쏠 수 있었다.
일시 적막이 감돌자 수십 기의 대한들은 일제히 숨을 죽이고 아무 소리도 내지 않은 채 긴장하여 서로를 응시하고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은전 선생은 속으로 놀라서 생각했다.
"곤륜에 언제 이런 괴걸(怪傑)이 나타났지? 공력이 삼십 년 이상 수련을 쌓은 것 같구나…"
그의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흐르다가 돌연 석지중의 검을 안고 우뚝 선 자세에서 조금 전 그가 격출한 일검이 떠오르자 놀라 말했다.
"네가 사용한 것이 상패장군(常敗將軍) 공손무기(公孫無忌)의 장군십이절(將軍十二截) 중 한 식이냐? 그럼 너는 어떤 사람... …」。
석지중도 깜짝 놀라 말했다.
"당신 말이 맞소이다. 이것은 바로 장군십이절 가운데 한 초(一招)요. "
그가 갑자기 소리쳤다.
"너희 세 늙은 귀신들은 멈춰라, 흥! 누구를 암산하려고 하느냐?"
그 세 노인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공래삼노(邛崍三老)가 어떤 사람들인데 어찌 당신의 사람을 암산하겠느냐?"
석지중은 코웃음을 치고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은전 선생의 양미간에 살의가 짙게 감돌았다.
"장군기사(將軍紀事)를 남겨라, 흥! 나는 어제 단일구의 수중에 있는즐 알았는데 네가 가지고 있다니"
석지중은 한바탕 크게 웃었다.
"당신한테 능력이 있으면 얼마든지 가져가봐라! 하필이면…."
은전 선생이 노갈(怒喝)을 터뜨리고 시위 소리가 한 번 울리자 은전 세 개가 쏘아졌다. 세 가닥 은빛이 이상한 소리를 내며 사방으로 흩어졌는데, 뜻밖에도 석지중이 아니라 공중으로 향했다.
석지중은 놀라 허공으로 날아가는 은전을 주시하고 있는데, 갑자기 날카로운 바람소리가 들리더니 자색 대궁에서 그의 인후(咽喉)를 향해 화살이 쏘아졌다. 그 기세가 비길 데 없이 빠르고 강했다.
석지중은 깜짝놀라 상체를 젖히고 6척이나 미끄러져 나갔다. 그리고 검영(劍影)을 번뜩이며, 장검을 비스듬히 휘둘러 그 화살을 날려버렸다.
그의 몸이 막 피하기 시작했는데, 돌연 머리 위에서 세 개의 은전이 잠깐 멈추더니 수직으로 떨어졌다. 공기를 가르는 촉박한 소리와 함께 화살촉이 이미 그에게서 채 5촌도 안되는 곳까지 육박했다.
석지중은 놀랍게도 호신진기마저 이 세 자루 장전에 의해 뚫린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날카로운 화살바람은 자신의 사혈로 곧장 쏘아져왔다.
더 이상 다른 생각을 할 겨를 없이 그는 몸을 움츠리고 낭랑하게 한번 부르짖고는 역으로 뚫고 나와 몸을 돌려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은전 선생이 크게 소리쳤다.
"다시 이 한 수를 받아봐라!"
쉬익! 한 자루 짧은 은전이 활시위를 벗어나 유성이 허공을 스치듯이 석지중의 아랫배 혈창혈(血倉穴)로 쏘아져 왔다.
그가 왼손을 구부려 전낭에서 약 3척 길이의 은전 다섯 개를 꺼내 오른손으로 시위를 잔뜩 당기자 시위가 진동하는 소리가 나고 다섯 개의 화살이 마치 은 그물처럼 사방 2장의 허공을 덮어 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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