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도인이 하하 웃으며 말했다.
"이놈아! 나는 네가 표범 쓸개라도 먹은 줄 알았더니 알고 보니 바보였구나. 말해라! 그 사람이 왼쪽 청사장(靑沙帳) 안으로 들어갔느냐, 아니면 오른쪽 숲으로 갔느냐?"
※原註:북방인들은 고량엽(高梁葉, 수수잎)을 청사장(靑沙帳)이라고 부르는데, 아마도 밭에 수수잎이 빽빽하게 자란 모양이 녹색 휘장 같아서인 듯하다.
석지중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이런 식으로 나오면 나도 알려줄 수 없소."
그 키가 작고 살찐 도인이 아직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노한 호통이 터져 나오면서 두 인영이 밤하늘에 유성이 떨어지는 것처럼 번쩍하는 순간 "팍" 하는 소리가 났다.
석지중의 얼굴이 화끈하도록 일장을 맞고만 것이다.
그 두 도인은 비슷한 키에 한 사람은 턱밑에 수염이 있고 나머지 한 사람 흰 눈썹이 뺨에까지 늘어져 있는데 한 가닥 기다란 흉터가 얼굴에 있었다.
이때 흰 눈썹의 도인이 비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어느 누가 감히 우리 공동삼자(공동三子) 면전에서 무례하게 군단 말인가? 흥, 이놈아 너 죽고 싶으냐?"
석지중은 가슴 속에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분노가 치솟아 올라 대갈일성하며 쌍장을 밖으로 밀어내 얼굴에 흉터가 있는 도인을 쳐갔다.
그의 내공 바탕이 잘 잡힌데다 열흘동안 계속해서 불문 "반야진기"의 기초를 닦았기 때문에 이때 쌍장을 날리자 은연중에 일대고수의 기세가 드러났다.
빠르게 쏟아낸 장경(掌勁)이 공중에서 한 가닥 격렬한 회전을 만들어내 "우르릉" 소리를 내자 그 흉터 도인의 얼굴에 놀라움이 스치며 급히 일장을 쳐냈다.
"팍" "팍" 두 번의 소리가 들리자 그 도인이 무거운 신음을 토해낸 후 비틀거리며 네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석지중은 반걸음을 물러났지만 침착하게 서있었다.
그의 이번 출수는 아주 자연스러워 마치 전력을 다하지 않았는데도 상대를 격파한 것처럼 보여 공동삼자는 갑자기 광태(狂態)를 거두고 엄숙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석지중은 속이 후련하여 심호흡을 하자 체내의 진력이 비할데 없이 왕성한 것을 느꼈다.
삽시간에 머릿속에 비적(秘籍)에 적힌 발장법(發掌法)과 많은 자세가 떠올랐다.
세 도인이 놀란 중에 갑자기 석지중의 멍한 모양을 보자 그가 바보인척 하는 줄 알고는 서로 눈짓을 했다.
나머지 한 사람, 턱밑 수염이 가볍게 흔들리는 도인이 말했다.
"무량수불(無量壽佛), 빈도(貧道) 공동파의 비운자(飛云子)가 소시주에게 묻겠소.
소시주는 '칠절신군'의 제자이시오?"
석지중이 얼굴에서 노한 표정을 지우지 않고 대답했다.
"나는 칠절신군과 어떤 관계가 있는 사람이 아니오만, 당신들은 도가의 제자이면서 어찌 이렇게 사람을 괴롭히는 겁니까?..."
키 작고 살찐 도인이 두 눈에서 돌연 사나운 빛을 발하더니 석지중이 말을 마치기 기다리지 않고 섬뜩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빈도가 사죄하겠소. 용서해 주시기를..."
그가 몸을 굽히고 한번 흔들자 큰 두루마기가 휙 뒤집히면서 격탕하는 기경(氣勁)이 석지중에게 부딪혀 왔다.석지중은 상대가 말하는 중에 비열한 수단을 쓸 줄 생각도 못했던 터라 숨이 막힐 것 같은 기운이 급습해오자 크게 놀라 죽을 힘을 다해 쌍장을 밀어냈다.
"펑"
커다란 소리가 나며 석지중의 신형(身形)이 제대로 서지 못하고 땅바닥에 쓰러진 뒤가슴속에 기혈(氣血)이 끓어 올라 참지 못하고 선혈을 한 입 토해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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