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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잔칠정 상권 3

천잔칠정(天殘七鼎) 2023. 2. 17. 19:17 Posted by 비천호리

그는 사정이 이렇게 돌연히 발생할 줄, 그리고 강기의 반진지공(反震之功)이 효과가 없을 줄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그의 신형이 한 차례 가볍게 떨렸는데, 이미 등 뒤의 영대, 지당, 명문 3대 혈문이 그 암기에 격중되어 버린 뒤였다.
그의 얼굴색이 파리하게 변했다. 등 뒤로 손을 돌려 암기 하나를 뽑아 보니 그 암기는 금빛이 반짝이고 길이는 약 5촌(五寸) 이었다.
과연 틀림없구나, 바로 오래전에 사라진 무림의 천룡사(天龍梭)가 천산칠검의 수중에서 나타날 줄이야, 게다가 자기의 교만이 지나쳐서 이런 운명에 처할 줄이야!
하늘의 뜻이냐! 아니면 운명인 거냐!
천산칠검도 깜짝 놀랐다.
그들은 천잔수가 천룡사에 등 뒤 3대혈을 격중당한 뒤에도 여전히 꼿꼿이 서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칠인은 감히 더 생각하지 못하고 일제히 검을 곧추세워 공격해 들어갔다.
천잔수는 갑자기 변고를 당해 중상을 입은 상태에서 칠인이 재차 공격해오는 것을 보자 노갈(怒喝 분노의 외침)을 터뜨리며 공중으로 신형을 띄워 평생 동안 거의 쓴 적이 없는 천잔장법(天殘掌法)을 시전했다. 비명 소리와 함께 천산칠검의 몸뚱아리가 일제히 날아올랐다. 천잔수의 필적할 자 없는 절세장력에 격중되어 땅에 거꾸로 떨어져 숨이 끊어졌다.
일장(一掌)으로 칠인을 죽여버린 후 천잔수의 입가에는 한 가닥 경멸의 웃음기가 배어났다.
그리고 암암리에 생각했다.
”당금 천하무림의 실력이 겨우 이 정도였구나, 내 일장으로 칠인을 즉석에서 쳐 죽일 수 있으니“
이런 생각을 하는데 배심(背心)에서 한 바탕 통증이 느껴지고 한 오라기 형용하기 어려운 기색이 그의 얼굴에 나타났다. 그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나 천잔수가 이렇게 죽는단 말인가?, 이렇게 소리 소문 없이? 내 일신의 절세무공은 나를 따라 사라지고?“
그가 두 눈으로 대전 안을 쓸어보니 언사군이 대전의 한 귀퉁이에 서 있었다. 바로 전의 그 일막(一幕)에 놀라 얼이 빠진 채 말없이 선 채로.
하지만 천잔수는 그를 본 것이 아니었다. 그의 시선은 대전의 왼편에 있는 일곱 개의 고정(古鼎)에 떨어졌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는 죽음을 맞기 일보 직전에 일신의 절세무공을 남겨 두어 후인(後人)으로 하여금 이 세상에 천잔수의 십분의 일에 미치는 사람조차 단 한 사람 없었다는 것을 알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그가 생각에 빠져 있는데 등 뒤로부터 다시 통증이 전해지자 다시 미미하게 미간을 찌푸렸다.
언사군은 얼이 빠져 한쪽에 있다가 한참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천잔수를 바라보니 그의 등에는 여전히 금색의 암기 두 개가 박혀있고, 그 외에도 피에 젖은 구멍이 하나 있는데 선혈이 뚝뚝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천잔수는 그것은 전혀 마음에 두지 않은 듯 때마침 온 정신을 쏟아 대전 한편에 있는 일곱 개의 고정(古鼎)을 바라보고 있었다.
갑자기 천잔수의 신형이 가벼운 바람에 날리듯이 일곱 개의 고정 곁을 번쩍 스쳐 가더니 다시 돌아와 원래 자리에서 가부좌를 틀었다. 일곱 개의 고정이 우~웅 소리를 내며 일곱 가지 서로 다른 울림을 토했는데 그 소리가 하늘 끝까지 울려 퍼졌다. 고정에는 일곱 개의 분명하면서도 깊이가 다른 장인(掌印, 손바닥 도장) 불쑥 나타났다. 고정 하나에 하나씩 장인이 찍혀 있었다.
천잔수가 원래의 자리에 몸을 떨어뜨리고는 두 눈으로 그의 걸작(傑作)인 그 일곱 개의 장인을 응시했다. 그의 입가에 득의양양(得意揚揚)한 미소가 떠올랐지만 얼굴은 더욱 창백해졌다.
그렇지만 그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이 세상에 누가 나와 같은 이런 고강한 무공을 가지고 있고, 누가 이런 총명함과 재지(才智)를 갖추고 있어서 내가 남긴 일곱 개의 장인 가운데의 무공을 터득할 수 있을까?
일곱 개 고정의 비밀을 얻을 수 있으면 바로 당세 제일의 고수가 될 것이다.“
생각하면서 입가에 다시 살짝 미소를 지으며 또 생각했다.
”아마도 나에게 미칠 자가 아무도 없겠지“
돌연 그의 사념(思念)이 언사군에게 미쳤다.
그 어린아이, 앞서 그의 모든 거동(擧動) 전에 그의 마음을 알아챘던 아이
그가 눈길을 돌려 언사군의 몸에 시선을 떨어뜨렸다.
언사군은 천잔수가 이렇게 자기를 쳐다보는 것을 알자 천천히 걸음을 옮겨 천잔수에게 걸어갔다.
천잔수가 놀라 생각했다.
”이 언사군이라는 어린아이가 또 내 마음을 알아챘다는 말인가?“
그의 마음속에 분명치 않은 시기심이 올라왔다.
언사군은 천잔수의 앞에 이르자 또 천천히 꿇어앉았다.
천잔수의 눈빛이 가볍게 번뜩이고 마음속으로는 흥-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이 아이의 총명과 재지도 내 아래가 아니다. 그렇지만 나는 곧 세상을 떠날거고 이 아이는 아직 어린 나이다. 정말로 세상에 어떤 사람의 총명과 재지가 나를 넘어설 수 있다는 말인가?”
한 가닥 승복할 수 없는 마음이 올라왔다.
그는 언사군을 응시하면서 입가에는 서서히 웃음을 짓기 시작했다.
그가 언사군에게 말했다.
“너, 무공을 배우길 원하느냐?”
언사군이 머리를 들어 천잔수를 바라보고는 또 천천히 머리를 숙였다.
천자수가 언사군을 보며 언사군의 마음에 생각하는 일을 추측했다.
“이 아이는 여전히 매우 인자한 마음을 가지고 있구나, 무공을 언급하니 바로 천산칠검에 생각이 미치다니”
그가 느릿하게 말했다.
“아이야, 너는 나를 보고도 죽음을 면했는데 이건 근 10년 래에 유일한 예외다. 지금 노부(老夫)는 너를 죽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왼쪽 편에 있는 저 고정 일곱 개를 너에게 주겠다. 그렇지만 노부는 너를 제자로 거둘 수는 없구나, 저 고정 위의 각자 깊이가 다른 일곱 개의 장인(掌印)을 이후에 너 스스로 천천히 체험(體驗)해 보거라”
언사군이 엎드려 절을 하며 말했다.
“어르신 감사합니다.”
천잔수가 잠시 침묵한 후 또 말했다.
“저 고정에는 절세의 무공이 있다. 만약 네가 터득할 수 있다면 원수를 갚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히 천하제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말을 마치고 손을 뻗어 언사군의 천령개(天靈蓋)를 어루만졌다.
언사군은 전신이 크게 떨리는 것을 느꼈는데 곧바로 한 가닥 뜨거운 기운이 그의 온몸을 뚫고 들어오더니 단전에 이르렀다.
언사군은 단지 한 가닥 뜨거운 기운이 전해지자 온몸이 이전에는 그랬던 적이 없는 정도로 시원해지는 것을 느꼈다. 놀랍고 기뻐 천잔수를 바라보는데 그의 얼굴에 감격이 가득하여 말했다.
“어르신, 제가 무공을 성취하면 반드시 어르신을 위해 복수를 해드리겠습니다.”
말을 마쳤는데 천잔수의 이마에 땀이 흐르고 전신을 한번 떨더니 곧바로 숨이 멎어 버렸다“
무림 백년 이래 천하제일의 기인이 이렇게 허망하게 세상을 떠나 버린 것이다. 고정(古鼎) 일곱 개만 남기고!
언사군이 천천히 몸을 일으켜 고정 쪽으로 걸어가려고 하는 순간 또 다시 칠인의 인영(人影, 사람의 모습)이 대전 안에 날아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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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잔칠정 상권 2

천잔칠정(天殘七鼎) 2023. 2. 17. 19:16 Posted by 비천호리

칠인의 마음에는 본래 이 천하에 명성을 떨치는 천잔수에 대해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으나 이 때 천잔수가 천산 일문(一門)의 위세가 중원 칠대문파를 압도한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듣고는 갑자기 호기(浩氣)가 일었다.
”너희들 칠대문파 사람들이 그동안 우리 천산 일파를 시기해 왔었지, 오늘 우리 일곱 명이 천잔수를 제거하면 너희들이 어떻게 할지 보겠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마음속에 호기로움이 크게 일어 검광(劍光) 번뜩이는 사이에 일곱 자루 검을 일제히 뽑아 들고 소리쳤다.
”천잔수!, 당신이 무림 백년 이래 첫째가는 인물이라고 들었소. 오늘 우리 일곱 형제가 당신에게 특별히 가르침을 청하오!“
천잔수가 고개를 젖히고 크게 웃으니 그 소리에 대전이 흔들렸다.
그가 크게 말했다.
”오랫동안 다른 사람과 손을 쓰지 않았는데 오늘 모처럼 이렇게 호기로운 너희 일곱을 만났구나“
말을 하면서 그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천산칠검은 당세의 절정고수를 맞닥뜨렸으니 감히 소홀할 수가 없었다.
칠인이 발을 슬쩍 움직여 천잔수를 포위했다.
천잔수가 두 눈으로 칠인을 훑어 보고는 입가에 또 경멸의 웃음기를 띠었다.
그의 신형(身形)이 번쩍 움직이자 순식간에 잇달아 칠장(七掌)을 쳐냈다.
천산칠검이 검을 내어 막았지만 동시에 한 걸음을 밀려났다.
칠인이 크게 놀랐는데, 천잔수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 천잔수는 과연 명불허전(名不虛傳)이구나. 당금 천하에 이처럼 쉽게 동시에 우리 일곱 명을 뒷걸음치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이 사람이 유일하겠구나“
칠검 가운데 우두머리가 장검을 살짝 들자 칠인의 신형이 번뜩 움직여 천산검법 중 가장 위력이 매서운 추운단일심삼식(追雲斷日十三式)을 펼쳐 천산수를 공격했다.
천산수가 차갑게 웃으며 발을 슬쩍 움직인 후 두 맨손으로 일곱자루 장검을 받아냈다.
순간 처연하고 차가운 대전 안에 손그림자(掌影)가 날아 움직이고, 검기(劍氣)가 무지개처럼 뻗어 나왔다. 언사군은 한 쪽에서 두 눈을 크게 뜨고 놀라 바라보았다.
천산수는 한편으로는 손바닥을 휘둘러 칠인의 검세(劍勢)를 누르고 한편으로는 마음속으로 저도 몰래 생각했다.
일곱 사람의 이런 매서운 검초(檢招)를 보니 천산 일파(一派)의 위세가 중원 칠대문파를 능가하는 것이 이상할 것이 없구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입가에는 다시 경멸의 웃음을 지었다.
천산칠검이 합세하여 천잔수와 싸우는데 검세를 펼치기도 전에 막혀 버리는 모습만 보이자 저도 모르게 놀랐다.
천산칠검이 하산(下山)한 이래 아직까지 이런 일에 맞닥뜨리지 않았던 것이다.
천잔수가 하찮다는 듯이 천산칠검을 한번 쓸어보고는 손을 비스듬히 하여 칠인을 쳐갔다.
칠인의 신형이 가볍게 번뜩이더니 천잔수의 이 일장은 완전히 허공을 때리고 말았다.
천잔수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흘깃 보니 칠검이 걸음이 뜻밖에도 북극성 방위였다.
그는 돌연 깨달았다.
칠검이 추운단일십삼식을 전력으로 시전하자 무수하게 많은 매서운 검풍 가닥이 공중을 갈랐지만 천잔수의 털끝 한 오라기도 건드리지 못했다.
천잔수가 얼굴에 경미한 웃음을 떠올리며 쌍장(雙掌)을 가볍게 쳐냈다.
천산칠검이 검을 뻗어 맞이했지만 돌연 천잔수의 장영(掌影)이 흐릿해지더니 칠인의 신형이 동시에 한쪽으로 기울고 발은 곧바로 방위를 잘못 밟아 각자가 서로 싸우는 형세로 바뀌고 말았다.
칠인이 크게 놀랐다.
천잔수가 일장(一掌)으로 한꺼번에 자기들 일곱의 발걸음을 흐트러지게 할 수 있다고 생각 못했던 것이다.
순식간에 검진(劍陣)이 극단적으로 혼란해지며 천산칠검은 그 짧은 시간에 절대 열세로 빠져들었다.
그 때 막 손을 써 칠인을 죽이려던 천잔수는 갑자기 다른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오랫동안 몸을 풀만한 일이 없었는데 비록 그의 눈에 차지는 않더라도 무림에서는 고수 축에 드는 칠인이 힘을 합치자 그나마 약간 몸을 쓸만하지 않는가.
그는 이런 생각에 빠져 더 공격해 들어가지 않고 서 있었다.
천산칠검은 스스로 반드시 죽을 것으로 알았다가 천잔수가 더 이상 짓쳐 들어오지 않는 것을 보고는 마음속으로 기이하게 여겼다. 설마 이 살성(煞星)의 마음에 자비심이 발동(發動)한 건가?
천산칠검 우두머리가 장검(長劍)으로 이끌자 칠인이 재차 한 걸음을 내딛으며 천산검법 가운데 위력이 가장 큰 절선칠검(絶仙七劍)을 전개했다.
칠인의 검세가 무거운 것이 조금 전 매서운 검식(劍式)과는 상반되게 중후하게 바뀌었으니 이것이 바로 내가(內家) 절정(絶頂)의 검법이었다.
천잔수가 큰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이런 게 좀 더 재미가 있지!”
그가 쌍장을 펼치니 바람이 휙휙 일며 두 맨손으로 힘껏 칠인의 검세에 부딪혀갔다.
천산칠검은 싸우면 싸울수록 놀라움이 커졌다.
천잔수가 조금 전 칠인과 대적할 때는 수비가 많고 공격이 적었는데 이번에는 공세가 펼쳐지자 칠인은 지키는 것조차 거의 어려웠다.
천잔수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가 크게 웃으며 신형을 번뜩 날리자 천산칠검의 검술(劍術)이 아무리 고명(高明) 할지라도 백년 이래 무림에서 첫째가는 기인(奇人) 천잔수의 눈으로 보면 참으로 하찮은 것이었다. 잠깐 사이에 천잔수가 벌써 칠인의 혈도(穴道)를 찍고는 대소성(大笑聲)과 함께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그의 심성(心性)대로 칠인을 그대로 죽이려고 했으나 마음을 고쳐먹었다.
칠인의 무공이 중원을 얕볼 정도인데 바로 없애버리는 것보다는 차라리 아직 사용하지 않은 어떤 절초(絶招)가 있는지 좀 보는 것이 어떨까? 지금 무림의 무공은 전부 너무 형편이 없지 않은가?
이런 생각을 하자 입가에 경멸의 웃음이 떠올랐다.
천잔수가 칠인을 한 차례 쓸어보고는 미미하게 신형을 움직이는 사이에 벌써 천산칠검의 혈도를 풀었다. 천산칠검은 천잔수의 무공이 이렇게 고강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소문에 비해 넘칠지언정 모자라지 않았던 것이다. 칠인이 일제히 놀라서 쳐다보는 것을 알게 되자 천잔수는 의기양양해서 고개를 뒤로 젖히고 크게 웃으며 마음속으로는 칠인이 이 정도에 이르렀으면 재주가 다한 거라 남겨둬 봐야 쓸모가 없겠구나, 죽이고 끝내는 것이 차라리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누가 알았으랴? 그의 웃음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돌연 뒤쪽에서 세 가닥 매서운 경풍(勁風, 예리한 바람)이 그를 암습해 왔다. 천잔수의 마음속에 “보잘것 없는 암기로 나를 어쩌겠다고?
너희들에게 내 진정한 무공을 좀 보여주지 않으면 죽더라도 승복하지 않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여전히 앙천대소(仰天大笑)를 그치지 않는데, 세 가닥 매서운 바람은 벌써 그의 뒤쪽 옷에 닿은 후 곧장 그의 등쪽 영대혈(靈臺穴), 지당혈(志堂穴) 및 명문혈(命門穴)의 3대 혈문(三大穴門)을 엄습해 왔다. 그가 돌연 웃음을 거두고 운기(運氣)하여 그 엄습해 온 암기를 떨쳐 버리려고 했다.
돌연, 천잔수의 얼굴이 크게 변하면서 얼굴에 공포의 기색이 떠올랐다.
놀랍게도 그 암기는 그의 호체강기(護體罡氣)를 뚫고 들어 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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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잔칠정 상권 1

천잔칠정(天殘七鼎) 2023. 2. 17. 19:02 Posted by 비천호리

70~80년대에 번역본 8권짜리로 나오지 않았나 하는데 얼마 전 원문을 발견했습니다.
3권 가운데 각 권의 앞 부분 일부만 볼 수 있습니다.

원저자는 백홍(白虹)이며,  소일(蕭逸)의 칠보금룡(七步擒龍)으로 출판된 적도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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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잔칠정(天殘七鼎)
상권(上卷)

제1장 천외칠검(天外七劍)

우뚝선 기이한 봉우리 폭포수 흩뿌리고
(奇峯陡立瀉飛泉)
연하(煙霞)는 고동(古洞) 앞 샘물 가렸네
(掩映煙霞古洞泉)
취죽(翠竹)과 창송(蒼松)이 어울려 서로 물들었는데
(翠竹蒼松同點染)
흰 구름 깊은 곳엔 진선(眞仙)이 산다네
(白雲深處隱眞仙)

하늘색이 밝아오면서 솟아오르는 아침 해가 회안봉(廻雁峰) 산허리의 흰 구름을 비추고 있다. 열 두세살쯤 돼 보이는 한 남자아이가 흰 구름 속에서 기어 나와 숨을 헐떡이며 두 눈을 크게 뜨고 산꼭대기의 큰 고찰(古刹)을 올려 보았다. 그의 얼굴에 놀라움과 기쁨이 교차하는 표정을 드러나더니 잠시 멈췄다가 다시 산꼭대기로 기어갔다. 고찰은 아침 햇살 가운데 묵묵히 우뚝 솟아 있다. 고요하게 조그만 기척도 없는 것이 절 안에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고찰 앞으로 걸어간 남자아이는 한동안 망설이며 두 눈을 감고 아무 말 없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두 줄기 눈물이 흘러 나와 그의 두 뺨으로 흘러내렸다. 그는 한참 후에야 비로소 두 눈을 크게 뜨고 천천히 돌계단을 올라 대전(大殿=本堂)으로 걸어갔다.
대전에는 한 백발노인이 문을 향해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있다가 그 남자아이가 걸어 들어오는 것을 차가운 눈길로 무표정하게 바라본다.
그 남자아이는 눈물을 훔치고 노인을 보면서 천천히 꿇어앉았다. 노인이 차가운 시선으로 아이를 바라보다 느릿하게 말했다.
“무공을 구하려고 온 것이냐?”
한 자 한 자가 매우 또렷하게 말하여 그 목소리가 대전을 맴돌아 대전에는 은은하게 살벌한 기운으로 가득 찼다. 남자아이가 머리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말을 인정한 것이다. 노인이 입가에 달갑지 않아 하는 웃음을 띠며 느릿하게 말했다.
“너의 부모님이 모두 다른 사람에게 죽임을 당했고, 너는 무공을 배워서 원수를 갚으려는 거지?”
말을 마치고 또 가볍게 “흥” 코웃음을 쳤다. 남자아이가 고개를 들고 눈물을 머금은 채 말했다.
“저 언사군(言士軍), 어르신께서 은혜를 베푸시어 제자로 거두어주시기를 간구합니다.”
노인이 언사군이라고 불리는 남자아이를 바라보니 맑고 빼어난 얼굴은 이미 점점이 눈물 자국으로 얼룩져 있었다. 그가 차갑게 말했다.
“네가 내 성벽(性癖)을 모르느냐? 네가 떠나지 않는다면 곧바로 내 손 아래 죽을 것이다.”
언사군이라는 그 남자아이는 처연히 웃더니 그래도 의연(毅然) 하게 말했다.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르신께서 저를 제자로 거두기를 원치 않으시면 저도 죽는 길 밖에는 없습니다.
어르신 손에 죽는 것이 차라리 통쾌할 것 같습니다.”
말하면서 얼굴에는 굳건한 기색이 드러났지만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되었다. 노인이 차갑게 코웃음치며 말했다.
“왜 네가 죽는 길 밖에는 없다는 게냐? 네 원수가 누군데?”
언사군이 머리를 들고 말했다.
“팔황신마(八荒神魔) 입니다.”
노인이 달갑지 않은 듯 입꼬리를 씰룩였다. 마치 그의 눈에는 팔황신마가 하찮은 인물인 것만 같았다.
하지만 당금(當今) 천하에 팔황신마 희무잠(姬毋潛)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된다는 말인가? 제자 하나를 거둬 그에게 복수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 것인가? 아마도 자기 한 사람 밖에는 없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그는 거만하게 웃었다.
그가 언사군을 한번 쓱 훑어보고는 생각했다.
“이 아이가 아주 사랑스럽기는 하다만, 그래도 내가 스스로 정해 놓은 규칙을 지키려면 쳐 죽일 수밖에 없겠구나”
언사군이 눈을 들어 그 노인을 바라보았다. 그의 어린 예지력으로도 노인이 무엇을 하려는지 알아챌 수 있었다. 그가 천천히 몸을 일으켜 늠연(凜然)하게 섰는데 조금도 두려운 기색이 없었다.
노인이 양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가 마음 속으로 생각하는 일을 눈앞의 저 아이가 알 수 있다는 것이 그를 조금 놀라게 하였다.
그의 마음속으로 한 줄기 시기하는 마음이 스치자 언사군을 죽이려는 마음이 더 굳어졌다. 막 손을 들려고 하는 순간 돌연 다른 소리가 그의 귓속으로 전해지며 그의 주의를 돌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언사군에 대한 행동을 멈추고 눈을 들어 대전의 문쪽을 바라보았다.
가볍게 옷자락이 날리는 소리와 함께 등에 검을 멘 일곱 명이 대전 안에 표연(飄然)히 날아내렸다. 언사군은 약간 놀랐지만, 즉시 이 일곱 명이 무얼 하러 왔는지 생각하고는 본능적으로 천천히 대전의 한쪽으로 물러났다.
그 일곱 명은 대전 안을 한 차례 훑어보는데 언사군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대전 안에 그 노인과 언사군 말고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칠인(七人)의 얼굴에는 저도 모르게 미미한 놀라움이 떠올랐다.
노인이 한번 차갑게 웃고는 두 눈으로 일곱 사람을 쓸어보고 입을 열었다.
“천산칠검(天山七劍)이 오늘 여기 이른 건 이 노인네를 없애려는 건가?”
말을 마치자 가소로운 듯 입가에 다시 웃음기가 돌았다.
천산칠검이 일제히 흥! 코웃음을 쳤다.
일곱 사람은 자부심이 매우 높아 이번에 그들은 당금 천하에서 가장 무공이 고강(高强)한 천잔수(天殘叟)에게 맞서려는 중원 칠대문파(七大門派)의 초대를 받았던 것이다. 그들은 일부러 반걸음 늦게 도착했는데 뜻밖에도 칠파의 인물들이 그 자리에 없었던 것이다. 일곱 사람은 속았다는 것을 알았지만 천잔수가 그들을 이렇게까지 경멸하는 말을 듣자 참지 못하고 마음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천산칠검 중 우두머리가 냉소하며 말했다.
“천잔수, 정사(正邪)를 구분하지 못하는 당신을 일찌감치 무림 사람 가운데 제거할 뜻이 있었다.
천잔수가 낭랑하게 대소(大笑)하더니 한참 지나 웃음을 거두며 말했다.
”무림 사람 가운데 일찍이 나를 제거할 뜻이 있었다고? 그렇다면 너희 일곱은 속은 거 같은데.
다른 사람한테 속아서 여기 와 제일진(第一陣)이 되겠구나“
천산칠검이 그제야 두려워하며 아직 말도 꺼내지 못했는데 천잔수가 또 크게 웃었다.
”너희들 일곱 명이 출도(出道)한 이래 천산파의 위세가 칠대문파를 능가했다고 들었다. 너희 일곱의 무공이 도대체 어떤지 오늘 내가 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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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안금조(碧眼金雕) 5-3

碧眼金雕 2017. 8. 3. 17:56 Posted by 비천호리

석지중은 그녀가 천진난만하게 웃는 얼굴을 보자 기이한 느낌이 들었다. 그가 답했다.
“이건 분명히 그대가 구상했겠지!”
동방평의 눈이 동그래지며, 의아해서 말했다.
“어!, 어떻게 알았어요?”
석지중이 생각했다.
“그대가 이러는 건 나한테 알려주는 거나 마찬가진데도 여전히 어떻게 알게 되었냐고 묻다니”
그는 단지 미소만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동방평이 늘어뜨린 검은 머리카락을 한 번 쓸어 올리며 윤기가 흐르는 붉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까맣게 빛나는 눈동자로 석지중을 똑바로 쳐다봤다.
그녀가 의아해하며 중얼거렸다.
“그가 어떻게 알고 있지? 설마 그가 정말로 아빠를 아는 걸까?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길을 알아서 꽃나무 숲을 뚫고 이곳으로 올 수 있을까?”
그녀는 납득이 되었는지 웃으며 말했다.
“나를 속이고 있는 걸 알아요, 그대는 분명히 아빠를 알고 있으면서!
오빠 말로는 천하에 우리 아빠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했어요. 천룡대제(天龍大帝)의 위명(威名)은 해가 중천에 떠 있는 것처럼 눈부시게 빛나...“
석지중이 온몸을 떨며 엉겁결에 소리쳤다.
“뭐라고? 천룡대제? 그대의 아빠가 바로 천룡대제라고?”
그는 이곳 대막에서 천룡대제의 궁전에 뛰어들게 된 줄 전혀 생각지 못했다. 몸시 방자하고 오만한 칠절신군에게 조차 흠모를 받던 천룡대제, 천하의 이제(二帝), 삼군(三君) 가운데 첫 번째 고수가 뜻밖에도 이곳에 살고 있고, 더구나 이렇게 아름다운 딸이 있다는 사실에 석지중은 저도 모르게 크게 놀랐던 것이다.
동방평의 아름다운 눈동자가 커지며 석지중을 바라보고는 놀라 말했다.
“그대는 설마 우리 아빠를 모른단 말예요?”
석지중이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아! 나는 천룡대제의 위명을 알고 있어요.”
동방평이 한 번 웃으며 말했다.
“그대의 홍마는 정말 근사해요! 온몸이 연지를 바른 것처럼 붉다니. 이봐요, 내가 한 번 타 봐도 괜찮겠어요?”
석지중이 말했다.
“이곳에 어떻게 한 사람도 없지요? 만약 그대가 말에서 떨어지면 난 책임질 수 없소이다! 그대에게 알려주는데 이 홍마는 성질이 사납소!”
동방평이 폭 넓은 소매자락 속에서 은피리(銀笛)를 꺼내 힘껏 한 번 불자 날카로운 소리가 퍼져 나왔다. 삽시간에 이곳 저곳에서 아름다운 목소리가 들리며 저쪽 소나무 숲가에서 화삼(花衫)을 입은 여남은 명의 소녀가 마치 나비가 나는 것처럼 달려왔다.
그녀들은 석지중을 발견하자 놀람에 찬 외마디를 지르며 뛰어들었다. 인영(人影)이 종횡으로 어지러이 달리자 눈깜짝할 새에 석지중을 포위했다.
석지중이 약간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데 벌써 옥장(玉掌)이 눈송이처럼 날아와 자신의 요혈(要穴)을 쳐오는 것이 보였다. 그가 반격을 해야 할지 아직 분명히 고려할 틈도 없이 무거운 경력(劲力)이 벌써 그의 옷자락에 닿았다.
그가 낮은 기합을 넣으며 왼발을 축으로 삼아 몸을 돌리며 장(掌)을 날리자 웃옷자락이 곧바로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팍!”, “팍!”
몇 번의 소리가 나며 그는 쌍장으로 그 쳐온 옥같은 수장(手掌)을 받아냈다.
그가 둔한 신음 소리를 냈다. 이 장경(掌劲)은 무겁기 그지없어 뜻밖에도 그의 몸을 미미하게 떨리게 하고서야 비로소 똑바로 설 수 있었다.
그가 대갈일성하며 한 줄기 내력을 장심(掌心)에서 쏟아내자 기경(氣勁)이 용솟음쳐 나와 몸 곁에 있던 소녀들을 일장 밖으로 몰아냈다.
그는 신위(神威)늠름하게 고개를 들고 우뚝 섰다.
그 소녀들은 일제히 눈앞이 아찔해지며 정신이 아득하고 얼이 빠져 각자 그 자리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고 얼굴에는 취한 사람처럼 홍조가 떠올랐다.
동방평이 시선을 고정하여 양쪽을 쳐다보더니 천천히 다가와 낮게 말했다.
“훌륭한 무공이군요! 그렇지만 그대는 빨리 돌아가야 할 거예요. 엄마가 곧 돌아올텐데 그대는 엄마를 이길 수 없어요.”
석지중이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녀들이 왜 이러는 거요?, 그대는 왜 그녀들을 막지 않았소?”
동방평이 말했다.
“우리 엄마는 유령대제(幽靈大帝) 서문웅(西門熊)의 누나예요. 요 며칠 엄마는...”
이때 멀리서 위엄있게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평평(萍萍), 너 어떻게 된거냐? 하염없이 놀기만 하고 돌아올 생각을 안하다니...”
동방평의 꽃같은 얼굴에 핏기가 사라졌다.
“빨리 가세요. 우리 아빠가 왔어요.”
그녀가 큰 소리로 대답했다.
“아빠, 나 여기 왔어요.”
석지중이 잠깐 머뭇거리는 사이에 소나무 숲 뒤에서 벌써 높은 관에 넓은 띠(高冠闊帶)를 두른 중년의 유생이 나타났다.
그 소녀들이 일제히 놀라며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빠르게 석지중을 포위했다.
그 고관을 쓴 유생이 저음의 목소리로 물었다.
“무엇을 하는 자냐? 멈춰라!”
석지중은 귀청이 울리며 은은하게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그 낮은 목소리는 마치 큰 쇠망치로 그의 몸에 일격을 가한 것 같았다.
천룡대제는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날아 와 눈 깜짝할 새에 석지중의 앞에 서 있었다.
석지중은 얼굴색이 변했지만 매우 빠르게 정상을 회복하고 오만하게 머리를 옆으로 기울이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는 이미 천룡대제의 그 오만하고 차가운, 모든 것을 무시하는 냉막한 표정을 봤기 때문이었다.
그는 오만한 사람에 대한 가장 강력한 반격은 더욱 오만한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천룡대제는 눈빛을 먼곳에서 거둬들이고는 냉랭하게 말했다.
“너는 어느 곳에서 왔느냐?”
석지중이 대답했다.
“저는 석지중이라 합니다. 길을 잃어 전배(前輩)의 궁원(宮院)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전배께서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천룡대제가 차갑게 코웃음 치며 말했다.
“너는 시륜(柴倫)의 제자냐?”
석지중은 시륜이 바로 칠절신군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머리를 저었다.
“칠절신군은 절대로 저의 스승이 아닙니다”
천룡대제가 차갑게 말했다.
“너는 이 천룡곡의 규칙을 알고 있겠지?”
그가 무쇠를 자르듯이 단호하게 말했다.
“골짜기에 들어온 자에게는 죽음뿐이다!(入谷者死).”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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