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지중은 그녀가 천진난만하게 웃는 얼굴을 보자 기이한 느낌이 들었다. 그가 답했다.
“이건 분명히 그대가 구상했겠지!”
동방평의 눈이 동그래지며, 의아해서 말했다.
“어!, 어떻게 알았어요?”
석지중이 생각했다.
“그대가 이러는 건 나한테 알려주는 거나 마찬가진데도 여전히 어떻게 알게 되었냐고 묻다니”
그는 단지 미소만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동방평이 늘어뜨린 검은 머리카락을 한 번 쓸어 올리며 윤기가 흐르는 붉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까맣게 빛나는 눈동자로 석지중을 똑바로 쳐다봤다.
그녀가 의아해하며 중얼거렸다.
“그가 어떻게 알고 있지? 설마 그가 정말로 아빠를 아는 걸까?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길을 알아서 꽃나무 숲을 뚫고 이곳으로 올 수 있을까?”
그녀는 납득이 되었는지 웃으며 말했다.
“나를 속이고 있는 걸 알아요, 그대는 분명히 아빠를 알고 있으면서!
오빠 말로는 천하에 우리 아빠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했어요. 천룡대제(天龍大帝)의 위명(威名)은 해가 중천에 떠 있는 것처럼 눈부시게 빛나...“
석지중이 온몸을 떨며 엉겁결에 소리쳤다.
“뭐라고? 천룡대제? 그대의 아빠가 바로 천룡대제라고?”
그는 이곳 대막에서 천룡대제의 궁전에 뛰어들게 된 줄 전혀 생각지 못했다. 몸시 방자하고 오만한 칠절신군에게 조차 흠모를 받던 천룡대제, 천하의 이제(二帝), 삼군(三君) 가운데 첫 번째 고수가 뜻밖에도 이곳에 살고 있고, 더구나 이렇게 아름다운 딸이 있다는 사실에 석지중은 저도 모르게 크게 놀랐던 것이다.
동방평의 아름다운 눈동자가 커지며 석지중을 바라보고는 놀라 말했다.
“그대는 설마 우리 아빠를 모른단 말예요?”
석지중이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아! 나는 천룡대제의 위명을 알고 있어요.”
동방평이 한 번 웃으며 말했다.
“그대의 홍마는 정말 근사해요! 온몸이 연지를 바른 것처럼 붉다니. 이봐요, 내가 한 번 타 봐도 괜찮겠어요?”
석지중이 말했다.
“이곳에 어떻게 한 사람도 없지요? 만약 그대가 말에서 떨어지면 난 책임질 수 없소이다! 그대에게 알려주는데 이 홍마는 성질이 사납소!”
동방평이 폭 넓은 소매자락 속에서 은피리(銀笛)를 꺼내 힘껏 한 번 불자 날카로운 소리가 퍼져 나왔다. 삽시간에 이곳 저곳에서 아름다운 목소리가 들리며 저쪽 소나무 숲가에서 화삼(花衫)을 입은 여남은 명의 소녀가 마치 나비가 나는 것처럼 달려왔다.
그녀들은 석지중을 발견하자 놀람에 찬 외마디를 지르며 뛰어들었다. 인영(人影)이 종횡으로 어지러이 달리자 눈깜짝할 새에 석지중을 포위했다.
석지중이 약간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데 벌써 옥장(玉掌)이 눈송이처럼 날아와 자신의 요혈(要穴)을 쳐오는 것이 보였다. 그가 반격을 해야 할지 아직 분명히 고려할 틈도 없이 무거운 경력(劲力)이 벌써 그의 옷자락에 닿았다.
그가 낮은 기합을 넣으며 왼발을 축으로 삼아 몸을 돌리며 장(掌)을 날리자 웃옷자락이 곧바로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팍!”, “팍!”
몇 번의 소리가 나며 그는 쌍장으로 그 쳐온 옥같은 수장(手掌)을 받아냈다.
그가 둔한 신음 소리를 냈다. 이 장경(掌劲)은 무겁기 그지없어 뜻밖에도 그의 몸을 미미하게 떨리게 하고서야 비로소 똑바로 설 수 있었다.
그가 대갈일성하며 한 줄기 내력을 장심(掌心)에서 쏟아내자 기경(氣勁)이 용솟음쳐 나와 몸 곁에 있던 소녀들을 일장 밖으로 몰아냈다.
그는 신위(神威)늠름하게 고개를 들고 우뚝 섰다.
그 소녀들은 일제히 눈앞이 아찔해지며 정신이 아득하고 얼이 빠져 각자 그 자리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고 얼굴에는 취한 사람처럼 홍조가 떠올랐다.
동방평이 시선을 고정하여 양쪽을 쳐다보더니 천천히 다가와 낮게 말했다.
“훌륭한 무공이군요! 그렇지만 그대는 빨리 돌아가야 할 거예요. 엄마가 곧 돌아올텐데 그대는 엄마를 이길 수 없어요.”
석지중이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녀들이 왜 이러는 거요?, 그대는 왜 그녀들을 막지 않았소?”
동방평이 말했다.
“우리 엄마는 유령대제(幽靈大帝) 서문웅(西門熊)의 누나예요. 요 며칠 엄마는...”
이때 멀리서 위엄있게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평평(萍萍), 너 어떻게 된거냐? 하염없이 놀기만 하고 돌아올 생각을 안하다니...”
동방평의 꽃같은 얼굴에 핏기가 사라졌다.
“빨리 가세요. 우리 아빠가 왔어요.”
그녀가 큰 소리로 대답했다.
“아빠, 나 여기 왔어요.”
석지중이 잠깐 머뭇거리는 사이에 소나무 숲 뒤에서 벌써 높은 관에 넓은 띠(高冠闊帶)를 두른 중년의 유생이 나타났다.
그 소녀들이 일제히 놀라며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빠르게 석지중을 포위했다.
그 고관을 쓴 유생이 저음의 목소리로 물었다.
“무엇을 하는 자냐? 멈춰라!”
석지중은 귀청이 울리며 은은하게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그 낮은 목소리는 마치 큰 쇠망치로 그의 몸에 일격을 가한 것 같았다.
천룡대제는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날아 와 눈 깜짝할 새에 석지중의 앞에 서 있었다.
석지중은 얼굴색이 변했지만 매우 빠르게 정상을 회복하고 오만하게 머리를 옆으로 기울이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는 이미 천룡대제의 그 오만하고 차가운, 모든 것을 무시하는 냉막한 표정을 봤기 때문이었다.
그는 오만한 사람에 대한 가장 강력한 반격은 더욱 오만한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천룡대제는 눈빛을 먼곳에서 거둬들이고는 냉랭하게 말했다.
“너는 어느 곳에서 왔느냐?”
석지중이 대답했다.
“저는 석지중이라 합니다. 길을 잃어 전배(前輩)의 궁원(宮院)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전배께서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천룡대제가 차갑게 코웃음 치며 말했다.
“너는 시륜(柴倫)의 제자냐?”
석지중은 시륜이 바로 칠절신군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머리를 저었다.
“칠절신군은 절대로 저의 스승이 아닙니다”
천룡대제가 차갑게 말했다.
“너는 이 천룡곡의 규칙을 알고 있겠지?”
그가 무쇠를 자르듯이 단호하게 말했다.
“골짜기에 들어온 자에게는 죽음뿐이다!(入谷者死).”
“아빠!”
'碧眼金雕'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벽안금조(碧眼金雕) 5-5 (1) | 2024.10.05 |
---|---|
벽안금조(碧眼金雕) 5-4 (2) | 2024.10.05 |
벽안금조(碧眼金雕) 5-2 (0) | 2017.08.03 |
벽안금조(碧眼金雕) 5-1 (0) | 2017.08.03 |
벽안금조(碧眼金雕) 4-10 (0) | 2016.08.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