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마가 길게 울며 날아 내리자 옥허진인이 한 걸음 물러서며 놀라 물었다.
“너는 누구냐?”
말 위의 기사는 청삼(靑衫)을 걸쳤고, 옥 같은 얼굴에 붉은 입술, 끝이 날카롭게 위로 올라간 눈썹을 가졌다. 이때 그가 눈썹을 치켜 올리며 말했다.
“나는 석지중이오!”
옥허진인이 말했다.
“너는 어느 파의 문인이냐, 왜 그녀를 위해 증언하려고 하느냐?”
석지중이 한번 밝게 웃으며 말했다.
“그날 내가 직접 그 일을 보았기 때문이오!”
그가 눈에 신광(神光)이 번뜩이다 바로 거두고는 손가락을 뻗으며 말했다.
“이쪽은 공동삼자 중 창송자, 하하, 이쪽은 비운자구나”
그가 옥 같은 얼굴에 약간의 노기를 띠며 말했다.
“그런데, 눈석자는 어디로 갔느냐?”
옥허진인이 고개를 돌려 물었다.
“너, 이 사람을 아느냐?”
비운자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사형께 아룁니다. 그날 야강성 밖에서 그가 우리들을 막는 바람에 홍월(洪越)이 도망치게 되었습니다.”
그가 몸을 굽히며 말했다.
“당시 그는 곤륜 영목대사(靈木大師)가 이끌고 갔습니다.”
옥허진인이 흐흐 냉소하며 말했다.
“알고 보니 넌 곤륜제자였구나, 뜻밖에도 곤륜이 언제 서량파와 결탁했었나!”
석지중은 공동장문이 시비(是非)를 가리지 못하고, 흐리멍텅하기 짝이 없는 것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노하여 소리쳤다.
“헛소리, 당신은 일파의 장문인이면서도 시비와 진위를 가리지 못하다니, 흥! 눈석자는 왜 숨겼느냐?”
옥허진인은 지독하게 욕을 먹게 되자 저절로 크게 노하여 말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놈이 감히 공동에 와서 소란을 피우다니, 내 본무대사(本無大師)에게 좀 물어봐야겠다. 그의 제자 모두가 이렇게 어른에게 불경(不敬)스러운지, 이놈! 아직도 말에서 굴러 내리지 못하겠느냐?”
옥명도인이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은 채 일검을 날려 석지중을 쳐가는데, 쏴쏴하는 검풍(劍風)이 극히 악랄하여 그를 사지(死地)에 몰아넣으려 한다.
석지중이 냉소하며 고삐를 한번 당기자 한혈보마가 공중으로 날아올라 번개처럼 뒷발질을 했다.
“퍽!”
두 쇠발굽이 옥명도인의 가슴을 치자 그는 아무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가슴의 늑골이 모조리 부러져 넘어져 죽어 버렸다.
옥허진인이 크게 놀라 소리쳤다.
“적토한혈마, 이건 칠절신군의 말이다!
석지중이 땅에 내리면서 말했다.
“당신이 이제야 비로소 한혈보마를 알아보느냐, 흥! 빨리 눈석자를 나오게 해라”
칠절신군은 무림에서 절정의 고수 중 하나로서 절예(絶藝)가 사람들을 떨게 하였다. 그런 까닭에 공동장문은 순간 안색이 크게 변해 말했다.
“본문 제자와 신군 사이에 어떤...”
석지중이 달갑지 않은 어투로 말했다.
“나는 절대로 칠절신군의 제자가 아니니 당신이 두려워할 필요가 없소. 이번에 온 것은 다만 공동삼자가 그날 포위 공격한 덕(德)을 갚으려는 것일 뿐이오”
그가 말에서 뛰어내리면서 몸을 약간 움직여 다섯 손가락을 갈고리처럼 펼쳐 비운자를 덮쳐갔다.
옥허진인은 석지중의 몸이 눈 앞에서 스치는 것을 보자 대갈일성하며 손에 쥔 불진을 한 번 털어 진력을 주입해 천 가닥의 은침처럼 석지중의 요혈을 쳐갔다.
석지중은 몸도 돌리지 않고 손바닥을 뒤집어 마치 번갯불이 치고 유성이 떨어지듯 한 묶음 말총을 붙잡고는 한번 진동시키고 한번 끌어당기는 사이에 가닥 가닥 말총을 모조리 끊어 버렸다.
그는 오른손 다섯 손가락을 키처럼 펼쳐서 비운자가 빠져 나가지 못하도록 한 후, 맥문을 붙잡아 비운자의 온 몸을 공중에 들어 올려서는 큰 원을 그리도록 휘둘러 덮쳐오는 도인을 막아냈다.
옥허진인은 불진이 상대방에 의해 끊기자 저도 모르게 크게 놀라고 약간은 얼이 빠져서 불진 자루로 여섯 초를 연달아 쳐내니 선풍(旋风)이 질풍같이 일었다.
석지중이 오른손으로 비운자를 붙잡은 채 왼손으로는 기이하고 변화무쌍하게 사장(四掌)을 쪼개내니 장(掌)과 장(掌)이 겹치되, 서로 이어지지 않았다. 순식간에 옥허진인의 공세를 봉쇄하고 두 걸음 물러나게 만들었다.
그의 이 몇 수는 곤륜의 수법이 아니라 바로 천독랑군과 칠절신군이 필사적으로 싸울 당시 기억해 놓은 초식이었다.
그는 비할 데 없이 총명하여 바로 이때 그가 격출해 낸 사장은 그 정도나 보법에 있어서 매우 정확하여 옥허진인의 초식을 막아낼 수 있었다.
옥허진인은 자기가 일개 풋내 나는 청년에게 두 걸음이나 밀려난 것을 전혀 믿을 수 없었다. 다만 상대방의 그 기이하고 변화무쌍한 장식(掌式)은 위력이 확실히 적지 않아 조그마한 파해법도 찾을 수 없었다.
그가 대갈일성 했다.
“너는 도대체 누구의 제자냐?”
석지중이 밝게 웃으며 손바닥 가장자리(掌緣)을 한 번 끌자 몸이 빠른 화살처럼 뚫어 나가며 장(掌)을 평평하게 쳐내 한 가닥 강맹한 장력으로 창송자가 공격해 오는 검을 때렸다.
창송자는 원래 석지중이 공동에 오르는 것을 보고 어리둥절했었지만, 후에 석지중이 일초만에 비운자를 붙잡는 것을 보고는 이 젊은이가 단지 두 달 못 만난 사이에 이렇게 고강한 무예를 연성한 것에 크게 놀랐다.
그가 검을 뽑아 한복래지(恨福來遲) 한 초식을 격출해 낸 것은 원래 석지중을 잠깐 막아 장문인으로 하여금 그와 대항할 수 있도록 하려던 것인데 석지중이 검광이 쳐오는 것을 보고도 아예 피하지 않고 일장으로 창송자의 검을 쳐 갈줄 누가 알았겠는가?
“창!”하는 소리와 함께 장검이 세 조각으로 부러지고 창송자의 검을 쥔 오른손 손아귀가 찢어져 붉은 피가 흘러 나왔다.
그가 간담이 찢어질 듯이 크게 놀라 허겁지겁 쌍장을 한번 뒤집어 결사적으로 일장을 쳐내자 기경(氣勁)이 회오리쳐 석지중에게 부딪혀 갔다.
석지중이 냉소하며 말했다.
“네가 아직도 어디로 도망가려고 하느냐?”
그가 눈빛을 쏘아내며 내력을 장(掌)으로 쏟아내어 창송자를 맞이해 갔다.
“팍!” 소리와 함께 창송자의 얼굴이 창백해지며 두 손목이 부러지고 비명을 지르며 혼절하였다.
석지중이 왼손을 끌어 창송자를 들어 올리더니 서우에게 던지며 말했다.
“받으시오, 이 자가 그날 당신 남편을 포위 공격한 자 중 하나요”
그의 이번 행동은 천둥소리에 미처 귀를 막지 못할 듯이 빨라서 창송자의 두 손목을 부러뜨리고 옥허진인이 경악에서 깨어나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이미 서우가 창송자를 넘겨받았다.
그가 대갈하며 말했다.
“네가 감히 그의 솜털 하나라도 상하게 한다면 네가 죽어도 묻힐 곳이 없도록 하고야 말겠다”
서우는 줄곧 석지중이 위풍을 크게 드러내는 것을 목도하였고 이번에 창송자를 넘겨받았는데 옥허진인의 이런 위협을 듣게 되자 처참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아직 죽음을 두려워할 것 같으냐?”
그녀가 이를 악물고 남아 있는 오른팔로 들고 있던 단검으로 가차 없이 창송자의 심장을 찔러버렸다.
옥리도인이 검을 곧추 세우고 “삭!” “삭!” 연속 수차례 쪼개왔다.
석지중이 비스듬히 걸음을 옮겨 서우의 앞을 막아서고는 사람을 검으로 삼아 손으로 잡고 휘두르니 빗자루로 쓸어가는 것 같았다.
옥리도인이 미처 손을 거두지 못하고 장검으로 검풍을 몰아 그대로 비운자의 머리통을 베어 내렸다.
선혈이 날리는 가운데 얼이 빠진 옥리도인의 손목을 석지중이 발을 날려 차 손에 든 그의 장검을 날려 버렸다.
한줄기 검영이 공중으로 솟구쳤다.
석지중이 고개를 돌려 말했다.
“당신들은 빨리 산을 내려가시오! 그렇지 않으면 나 혼자 돌볼 수가 없소이다!”
서우가 슬픈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내가 무서워할 것이 뭐가 있겠어요? 어차피 한번 죽는 건데!”
석지중이 대갈일성하며 공중에서 떨어지는 장검을 받아들고는 검신을 한번 떨쳐 “용유대택(龍游大澤) 일초로 쳐오는 장검을 막아냈다.
석지중이 고개를 돌려 매섭게 쏘아보며 말했다.
“당신은 당신네 서량파 전체를 생각하지 않는단 말이오? 빨리 가시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내가 움직이는데 방해만 되오”
서우가 돌연 깨닫고는 말했다.
“대협, 큰 은혜는 후에 갚겠습니다. 이만 떠나겠습니다!”
석지중이 소리쳤다.
“잠깐만!”
그가 검신을 떨쳐 “웅웅”소리와 함께 신랄하고 괴이하게 검날을 옆으로 한번 그어 검인(劍刃)을 옥리도인의 장검에 얹어 잡아 당겨 또 옥리도인의 장검을 날려 버렸다.
그가 소리쳤다.
“당신에게 이 한 팔을 보내오”
검광이 원을 그리자 옥리도인의 오른팔이 잘려지고, 비명 소리에 서우가 씁쓸하게 한 번 웃고는 고개를 돌려 산 아래로 날듯이 달려갔다.
그녀의 뒤에 남아 어찌할 바를 모르던 두 명의 대한(大漢)도 그녀를 따라 산을 내려갔다.
옥허진인이 마치 비단이 찢어지는 것 같은 고함을 지르고, 도포를 끌며 손에는 장검을 들고 앞에 나서 뛰어왔다.
석지중이 검영을 부챗살처럼 휘들러 내어 매끄럽게 이검(二劍)을 공격했다.
옥허진인은 눈앞에 부챗살 같은 검영이 날아오자 몸을 낮추고 숨을 들여 마신 후 앞으로 뛰어가던 몸을 아래로 떨어뜨리고 검신을 돌려 검막(劍幕)을 평평하게 쳐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