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인의 마음에는 본래 이 천하에 명성을 떨치는 천잔수에 대해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으나 이 때 천잔수가 천산 일문(一門)의 위세가 중원 칠대문파를 압도한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듣고는 갑자기 호기(浩氣)가 일었다.
”너희들 칠대문파 사람들이 그동안 우리 천산 일파를 시기해 왔었지, 오늘 우리 일곱 명이 천잔수를 제거하면 너희들이 어떻게 할지 보겠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마음속에 호기로움이 크게 일어 검광(劍光) 번뜩이는 사이에 일곱 자루 검을 일제히 뽑아 들고 소리쳤다.
”천잔수!, 당신이 무림 백년 이래 첫째가는 인물이라고 들었소. 오늘 우리 일곱 형제가 당신에게 특별히 가르침을 청하오!“
천잔수가 고개를 젖히고 크게 웃으니 그 소리에 대전이 흔들렸다.
그가 크게 말했다.
”오랫동안 다른 사람과 손을 쓰지 않았는데 오늘 모처럼 이렇게 호기로운 너희 일곱을 만났구나“
말을 하면서 그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천산칠검은 당세의 절정고수를 맞닥뜨렸으니 감히 소홀할 수가 없었다.
칠인이 발을 슬쩍 움직여 천잔수를 포위했다.
천잔수가 두 눈으로 칠인을 훑어 보고는 입가에 또 경멸의 웃음기를 띠었다.
그의 신형(身形)이 번쩍 움직이자 순식간에 잇달아 칠장(七掌)을 쳐냈다.
천산칠검이 검을 내어 막았지만 동시에 한 걸음을 밀려났다.
칠인이 크게 놀랐는데, 천잔수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 천잔수는 과연 명불허전(名不虛傳)이구나. 당금 천하에 이처럼 쉽게 동시에 우리 일곱 명을 뒷걸음치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이 사람이 유일하겠구나“
칠검 가운데 우두머리가 장검을 살짝 들자 칠인의 신형이 번뜩 움직여 천산검법 중 가장 위력이 매서운 추운단일심삼식(追雲斷日十三式)을 펼쳐 천산수를 공격했다.
천산수가 차갑게 웃으며 발을 슬쩍 움직인 후 두 맨손으로 일곱자루 장검을 받아냈다.
순간 처연하고 차가운 대전 안에 손그림자(掌影)가 날아 움직이고, 검기(劍氣)가 무지개처럼 뻗어 나왔다. 언사군은 한 쪽에서 두 눈을 크게 뜨고 놀라 바라보았다.
천산수는 한편으로는 손바닥을 휘둘러 칠인의 검세(劍勢)를 누르고 한편으로는 마음속으로 저도 몰래 생각했다.
일곱 사람의 이런 매서운 검초(檢招)를 보니 천산 일파(一派)의 위세가 중원 칠대문파를 능가하는 것이 이상할 것이 없구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입가에는 다시 경멸의 웃음을 지었다.
천산칠검이 합세하여 천잔수와 싸우는데 검세를 펼치기도 전에 막혀 버리는 모습만 보이자 저도 모르게 놀랐다.
천산칠검이 하산(下山)한 이래 아직까지 이런 일에 맞닥뜨리지 않았던 것이다.
천잔수가 하찮다는 듯이 천산칠검을 한번 쓸어보고는 손을 비스듬히 하여 칠인을 쳐갔다.
칠인의 신형이 가볍게 번뜩이더니 천잔수의 이 일장은 완전히 허공을 때리고 말았다.
천잔수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흘깃 보니 칠검이 걸음이 뜻밖에도 북극성 방위였다.
그는 돌연 깨달았다.
칠검이 추운단일십삼식을 전력으로 시전하자 무수하게 많은 매서운 검풍 가닥이 공중을 갈랐지만 천잔수의 털끝 한 오라기도 건드리지 못했다.
천잔수가 얼굴에 경미한 웃음을 떠올리며 쌍장(雙掌)을 가볍게 쳐냈다.
천산칠검이 검을 뻗어 맞이했지만 돌연 천잔수의 장영(掌影)이 흐릿해지더니 칠인의 신형이 동시에 한쪽으로 기울고 발은 곧바로 방위를 잘못 밟아 각자가 서로 싸우는 형세로 바뀌고 말았다.
칠인이 크게 놀랐다.
천잔수가 일장(一掌)으로 한꺼번에 자기들 일곱의 발걸음을 흐트러지게 할 수 있다고 생각 못했던 것이다.
순식간에 검진(劍陣)이 극단적으로 혼란해지며 천산칠검은 그 짧은 시간에 절대 열세로 빠져들었다.
그 때 막 손을 써 칠인을 죽이려던 천잔수는 갑자기 다른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오랫동안 몸을 풀만한 일이 없었는데 비록 그의 눈에 차지는 않더라도 무림에서는 고수 축에 드는 칠인이 힘을 합치자 그나마 약간 몸을 쓸만하지 않는가.
그는 이런 생각에 빠져 더 공격해 들어가지 않고 서 있었다.
천산칠검은 스스로 반드시 죽을 것으로 알았다가 천잔수가 더 이상 짓쳐 들어오지 않는 것을 보고는 마음속으로 기이하게 여겼다. 설마 이 살성(煞星)의 마음에 자비심이 발동(發動)한 건가?
천산칠검 우두머리가 장검(長劍)으로 이끌자 칠인이 재차 한 걸음을 내딛으며 천산검법 가운데 위력이 가장 큰 절선칠검(絶仙七劍)을 전개했다.
칠인의 검세가 무거운 것이 조금 전 매서운 검식(劍式)과는 상반되게 중후하게 바뀌었으니 이것이 바로 내가(內家) 절정(絶頂)의 검법이었다.
천잔수가 큰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이런 게 좀 더 재미가 있지!”
그가 쌍장을 펼치니 바람이 휙휙 일며 두 맨손으로 힘껏 칠인의 검세에 부딪혀갔다.
천산칠검은 싸우면 싸울수록 놀라움이 커졌다.
천잔수가 조금 전 칠인과 대적할 때는 수비가 많고 공격이 적었는데 이번에는 공세가 펼쳐지자 칠인은 지키는 것조차 거의 어려웠다.
천잔수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가 크게 웃으며 신형을 번뜩 날리자 천산칠검의 검술(劍術)이 아무리 고명(高明) 할지라도 백년 이래 무림에서 첫째가는 기인(奇人) 천잔수의 눈으로 보면 참으로 하찮은 것이었다. 잠깐 사이에 천잔수가 벌써 칠인의 혈도(穴道)를 찍고는 대소성(大笑聲)과 함께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그의 심성(心性)대로 칠인을 그대로 죽이려고 했으나 마음을 고쳐먹었다.
칠인의 무공이 중원을 얕볼 정도인데 바로 없애버리는 것보다는 차라리 아직 사용하지 않은 어떤 절초(絶招)가 있는지 좀 보는 것이 어떨까? 지금 무림의 무공은 전부 너무 형편이 없지 않은가?
이런 생각을 하자 입가에 경멸의 웃음이 떠올랐다.
천잔수가 칠인을 한 차례 쓸어보고는 미미하게 신형을 움직이는 사이에 벌써 천산칠검의 혈도를 풀었다. 천산칠검은 천잔수의 무공이 이렇게 고강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소문에 비해 넘칠지언정 모자라지 않았던 것이다. 칠인이 일제히 놀라서 쳐다보는 것을 알게 되자 천잔수는 의기양양해서 고개를 뒤로 젖히고 크게 웃으며 마음속으로는 칠인이 이 정도에 이르렀으면 재주가 다한 거라 남겨둬 봐야 쓸모가 없겠구나, 죽이고 끝내는 것이 차라리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누가 알았으랴? 그의 웃음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돌연 뒤쪽에서 세 가닥 매서운 경풍(勁風, 예리한 바람)이 그를 암습해 왔다. 천잔수의 마음속에 “보잘것 없는 암기로 나를 어쩌겠다고?
너희들에게 내 진정한 무공을 좀 보여주지 않으면 죽더라도 승복하지 않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여전히 앙천대소(仰天大笑)를 그치지 않는데, 세 가닥 매서운 바람은 벌써 그의 뒤쪽 옷에 닿은 후 곧장 그의 등쪽 영대혈(靈臺穴), 지당혈(志堂穴) 및 명문혈(命門穴)의 3대 혈문(三大穴門)을 엄습해 왔다. 그가 돌연 웃음을 거두고 운기(運氣)하여 그 엄습해 온 암기를 떨쳐 버리려고 했다.
돌연, 천잔수의 얼굴이 크게 변하면서 얼굴에 공포의 기색이 떠올랐다.
놀랍게도 그 암기는 그의 호체강기(護體罡氣)를 뚫고 들어 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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