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잔칠정 하권 4

천잔칠정(天殘七鼎) 2023. 3. 27. 08:05 Posted by 비천호리

“네가 만약 검으로 묘패방에게 상처를 입히면 내가 장래 밀종 일문을 완전히 없애버릴 것이다.”
말을 마치자 운청지의 답을 기다리지 않고 몸을 움직였다.
장검이 기이하게 움직이는 사이에 적홍검이 긴 무지개로 변해 개자영을 쓸어갔다.
개자영은 위남우 안중에는 자기가 없다는 것을 알았는데, 지금은 이름 모를 소녀가 돌연 나타나 그를 돕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때 그는 갑자기 담력이 커져서 검집에서 장검을 뽑아 옆으로 돌며 비스듬히 위남우의 검세를 맞이했다.
운청지는 위남우의 말을 듣고 화가 치밀어 올라 노갈(怒喝)을 터뜨리며 수중의 장검으로 묘패방을 공격했다.
묘패방은 명을 받들어 막아섰고 검을 내밀어 맞설 수밖에 없었다.
탑 꼭대기에 있는 네 사람은 모두 절세고수여서 손을 쓰자 즉시 검기가 날아 무지개처럼 그곳을 휘감았다.
언사군은 네 사람의 손 쓰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저절로 무거워졌다.
만약 그의 두 손이 못쓰게 되지만 않았어도 이때 저들과 똑같이 위세를 날리고 있지 않겠는가!
그는 두 손이 불구가 된 이후 꾸준하게 칠정강기(七政罡氣)를 익혀왔고 예전에 천잔수가 남겨준 무공과 체내의 금룡내단 도움을 얻어 공력 진전 속도가 매우 빠르기는 했어도 여전히 손목의 막힌 맥문을 뚫을 방법이 없어 두 손에 칠정강기를 전혀 모을 수가 없었다.
언사군이 혼자 탑 가에 서서 깊은 생각에 잠겨 장내를 바라보니 개자영과 묘패방 두 사람 모두 어쩔 수 없이 수비만 하고 있는데 게다가 한 걸음 한 걸음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돌연간 앞쪽에서 먼지를 피워 올리면서 마차 한대가 치달아 왔다.
이때 언사군은 자기를 향해 동쪽에서 붉은색 해가 떠올라 더욱 분명하게 볼 수 있었다.
날듯이 들판을 댤리는 마차를 보자 언사군은 한 눈에 바로 위홍영이라는 것을 알아 보았다.
그는 왜 위홍영 마저 달려 왔는지를 몰라 놀랐다.
언사군의 정신이 약간 분산된 바로 그때 장내의 형세는 크게 변해 있었다.
그가 장내를 다시 주시했을 때 묘패방과 개자영 두 사람이 나란히 위기를 맞고 있었는데 위남우는 한쪽 발로 개자영 수중의 장검을 차서 날려버리고 검을 돌러 운청지를 공격했다.
운청지가 긴 휘파람을 한 번 불고 몸을 날려 어검술을 펼치자 장검이 한 줄기 검기를 뿌리며 하늘에 걸친 긴 무지개처럼 비스듬히 묘패방과 위남우 두 사람을 공격했다.
위남우는 운청지가 어검술로 맞서는 것을 보고 화가 치밀어 올라 휘파람을 불고 묘패방과 함께 몸을 돌려 전력을 다해 운청지에게 반격을 가했다.
개자영은 마음이 약간 안정되자 장검을 주워들었다.
운청지는 위남우, 묘패방 두 사람과 필사적으로 싸우고 싶지는 않아서 크게 한번 숨을 들이 마시고 몸과 검을 분리한 후 검을 휘둘러 두 사람의 공세를 막아내고 그 기세를 따라 날아 올라갔다.
이때 언사군은 장 내에 있는 사람들보다 마음이 더 긴장되어 있었다.
바로 그때 위홍영의 마차가 탑 아래 도착했고 위홍영은 고개를 들어 위를 한 번 쳐다보고 급히 탑안으로 뛰어들었다.
언사군은 그녀가 분명 탑 위로 올라오려 할 줄 알았기 때문에 마음이 급해졌다.
이곳 상황이 긴박해서 그가 몸을 뺄 수 없었지만 그래도 절대로 위홍영이 위로 올라오게 놔둬서는 안될 일이었다.
그녀가 일단 탑 꼭대기에 오르면 다른 건 말할 필요도 없이 탑 꼭대기의 강한 바람에도 날려 떨어질 것이 분명했던 것이다.
위남우는 이때 위홍영이 도착한 것을 전혀 모른 채 머릿속에 무수한 생각을 떠올리고 있었지만 그것은 모두 이길 수 있는 방법 뿐이었다.
지금 그가 유일하게 원하고 있는 것은 승리뿐이었다.
위남우와 묘패방 두 사람이 검을 거두고 물러서자 장중(場中)의 형세는 2대 2 대치 국면으로 변했다.
운청지와 개자영은 어쩔 수 없이 함께 서 있었다.
위남우는 현재 쌍방이 대치하는 형세가 되었고 어느 한쪽이 승리를 거둘 가능성도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이때는 날이 이미 밝았기 때문에 그는 단지 시간을 끌어 묘패화(苗佩化), 묘패덕(苗佩德) 두 사람이 도착하기만 하면 즉시 장중의 우세를 장악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슬쩍 웃고는 길게 숨을 한 번 들이 쉬었다.
운청지는 개자영과 단지 3척 거리에 나란히 서 있었다. 그녀는 진심으로 개자영 같은 사람과 한 곳에 있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은 이런 상황을 어쩔 수 없었다. "흥" 그녀가 코웃음을 치며 언사군을 한 번 훑어봤다.
위남우는 운청지가 언사군을 쳐다보는 것을 보자 즉시 마음이 긴장되면서 만약 언사군이 어느 한 쪽편을 들게 되면 목전의 형세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언사군에게 자기를 돕게 하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하니 가장 좋은 건 언사군이 관여하지 않고 운청지를 돕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그가 웃으면서 말했다.
"남강(南㢾)에서 온 사람도 분명 해천검급을 얻으려고 왔을 것이요. 그런데 지금 무엇 때문에 우리가 싸우고 있는거요?"
개자영이 위남우의 말을 듣고 뭘하려고 그러는지 몰랐다.
그는 운청지가 그와 힘을 합치려고 하지 않는 것을 벌써 눈치채고 있었다.
그가 한참을 망설이다 말했다.
"해천검급의 일은 천하무림이 다 알고 있는데다 그것이 숨겨진 곳은 바로 이 장춘탑이오. 나는 다른 사람이 도착하기 전에 우리가 힘을 합쳐 먼저 취(取)하는 것이 좋다고 보는데 어떠시오?"
위남우의 본래 의도는 언사군을 몰아붙여 떠나게 하려는 하려는 것이지 어찌 개자영과 협력해서 해천검급을 취하려는 생각이 있겠는가?
그는 개자영의 말을 듣고 차갑게 웃을뿐 아무말도 하지않았다.
운청지가 가벼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해천수가 익힌 검술의 대부분은 우리 밀종에서 흘러 나온 것이니 해천검급은 반드시 우리 밀종이 회수해야 한다. 당신에게 무슨 자격이 있겠느냐?"
개자영이 그 말을 듣고 노기가 치밀어 올라왔다.
그는 수염과 머릿카락이 모두 허연 나이였으나 운청지는 기껏해야 스무살 정도의 소녀인데 이렇게까지 그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은 것이다.
그가 비웃음을 띠고 말했다.
"너 혼자 힘으로 할 수 있겠느냐?"
언사군은 옆에서 마음이 급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위홍영이 올라온다면 그때는 어찌해야 할까?
이곳은 백운장에서 위남우가 국면을 제어할 수 없었던 때와는 달라서 위홍영이 위험에 처하지 않을거라고 보증할 수 없었다.
운청지는 몇 차례 눈짓으로 이 일에 참여하도록 언사군에게 표시했으나 그는 마치 마음 속에 다른 속셈이 있는 듯 그녀의 눈빛에 대해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지절로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아져 냉랭하게 말했다.
"나 혼자면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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