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잔칠정 하권 2

천잔칠정(天殘七鼎) 2023. 3. 27. 08:01 Posted by 비천호리

운청지는 담담하게 웃으며 신형을 조금 띄우고 검세를 변화시켜 위남우를 공격했다.
그러나 그녀가 검식을 쓰자 갑자기 붉은색 무지개가 몸쪽으로 원을 그리며 밀려왔다. 그녀는 약간 놀라며 감히 위남우의 공세를 무리하게 받아내지 못하고 즉시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붉은 무지개가 전후좌우로 환상(幻像)을 만들어냈고 그녀는 또 한 번 놀라 즉시 맑은 휘파람을 불며 몸을 검에 붙인 채 정면으로 위남우를 맹격(猛擊)했다.
순간 위남우는 매우 놀랐다. 뜻밖에도 운청지가 어검술(御劍術)을 터득했을 줄이야!
밀종(密宗)은 지금까지도 사람들에게 놀라움의 대상이기는 했지만 운청지는 불과 스무살 정도에 불과한데 어검술을 익혔다니 정말로 불가사의(不可思議)한 일이었다.
석년(昔年) 해천객(海天客)이 익히고 해천검급(海天劍笈)에 기재한 것을 제외하고는 검술의 최고봉인 어검술을 오늘 운청지가 비록 조금 아는 정도라 할지라도 이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일이었다.
그는 감히 경솔하게 그 예봉(銳鋒)에 맞서지 못하고 즉시 뒤로 물러섰다.
위남우가 물러나자 운청지는 신형을 튕겨 날아올라 검으로 천 자루 환상(幻像)을 만들어내 위남우를 공격했다. 위남우는 자신이 약간 물러나는 바람에 곧바로 열세에 처하게 되자 마음속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본래 자부심이 매우 셌고 검술에 있어서는 아직 적수를 만나지 못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운청지에게 몰려 이 지경에 처하다니!
운청지가 밀종 검문(劍門)의 고수라고 하더라도 지금의 상황으로는 상대방은 겨우 일이십 세 묘령의 소녀일 뿐이었다.
그가 또 두 걸음을 물러나자 적홍검을 눌러 곧바로 반격에 나서니 붉은 무지개가 폭발적으로 팽창하며 즉시 운청지를 떨어뜨렸고 쌍방이 땅에 선 채 대치하게 되었다.
언사군은 가볍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눈앞의 두 사람이 모두 선천강기를 검초에 섞어 넣어 서로 공격한다면 그 결과를 감히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이다.
비록 두 손을 쓸 수는 없어도 결국은 그 자신 또한 검술의 명수(名手)인지라 그가 두 사람의 검초를 보니 위남우의 검초는 묵직하고 독랄하며 대적(對敵)의 경험이 풍부했고 운청지의 검초는 기묘하여 예측하기 어렵지만 경험이 부족했다. 두 사람은 각자 장점을 가지고 있어 상하를 가를 수 없었으나 시간이 길어지면 운청지가 열세에 처할 가능성이 높았다.
운청지가 서릿발이 내린 듯한 얼굴로 검을 들고 서 있고 위남우는 차분하게 서 있는데 쌍방 모두 감히 경솔하게 먼저 나서지 못하고 있어서 이때 서로 검초의 고하를 가리기는 어려웠다.
묘패방이 옆에 있다 크게 웃고는 언사군에게 말했다.
“저 두 사람 간 결전은 금방 상하를 가릴 수 없을 것 같으니 우리 둘의 일은 따로 해결하자!”
언사군이 조금 놀랐다. 묘패방이 이렇게 나오는 것은 당연히 운청지에게 들렸을 것이고 그녀가 걱정을 하게 되면 아마도 장중(場中)의 정세는 그녀에게 불리해질 것이다.
그에게 이런 생각이 막 떠올랐을 때 운청지는 벌써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한번 큰 소리로 외치며 몸을 활처럼 튕기며 검으로 위남우를 찔러 갔다.
위남우가 크게 웃으며 신형을 날리자 쌍방이 검세를 서로 교환하며 공중에서 싸우기 시작했다.
묘패방은 크게 웃으며 언사군에게 검을 찔러 갔는데 그는 이때 언사군을 어떻게 할 생각은 없었고 단지 운청지에게 보여주려는 것 뿐이었다. 고수가 서로 싸우는데 정신이 분산되면 곧바로 열세에 빠지게 된다.
언사군도 당연히 묘패방의 뜻을 알고 있어서 똑바로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묘패방이 대소하자 동시에 운청지도 가벼운 호통을 치는데 위남우와 사이에 신형이 갑자기 분리되었다.
위남우가 대소하는데 운청지의 안색이 살짝 붉어졌다.
언사군은 분명히 운청지가 조금 손해를 보았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는 운청지가 다시 그를 위해 걱정하는 것을 원치 않았으므로 몸을 날려 곧장 장춘탑 위로 돌진했다.
묘패방이 대소하며 뒤쫒자 언사군은 공중에서 신형을 한번 비틀어 묘패방이 들고 있는 장검을 맹렬하게 밟아갔다.
이때 탑 아래의 위남우와 운청지는 얼굴을 마주 보고 서 있었지만 쌍방은 도리어 언사군과 묘패방에게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 두 사람의 숭부는 이때 전체 국면에 영향을 미치기에 충분했고 게다가 두 사람이 승부를 가리는 것이 그들이 스스로 고하(高下)를 가리는 것보다는 훨씬 쉬웠기 때문이다.
“흥”
묘패방이 비웃음을 날리며 장검을 슬쩍 거뒀다가 반대로 언사군을 찔러 갔다.
언사군은 그 한번 밟는 힘을 빌려 비서유사(飛絮游絲)의 절정 경공신법을 펼쳐 신형을 공중에서 꺾으며 똑바로 튕겨 가볍게 장춘탑의 두 번째 탑 가장자리에 내려섰다.
운청지와 위남우 두 사람은 그 모양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언사군의 두 손 경맥이 이미 끊어졌는데도 공중에서 여전히 이처럼 민첩하고 교묘하게 경공을 시전한다는 건 정말로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을목도주의 경공이 천하제일이라는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니었던 것이다.
언사군이 오른발로 탑 모서리를 밟고 선 그때 묘패방도 뒤를 추격해 왔는데 왼발로 섬전처럼 탑 가를 찍고는 오른손으로는 장검을 높이 들어 전력으로 언사군을 쳐갔다.
언사군은 벌써 준비가 돼 있었으니 장춘탑에 오른 이상 자신의 초인적인 경공신법으로 묘패방을 대적하면 최소한 지지는 않을 거라는 계산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갑자기 뒤쪽에서 나는 검풍(劍風)을 듣고는 몸을 한 바퀴 돌리며 왼발을 힘껏 내질렀다. 그의 몸이 뒤로 젖혀지며 묘패방의 일검을 딱맞게 피했고 왼발로는 묘패방의 아랫배를 강하게 찼다. 묘패방은 본래 적어도 언사군을 탑 가장자리에서 물러서게 할 줄 알았고, 그러면 그가 탑 가장자리에 안정적으로 서게 되어 우세를 차지한 상태에서 다시 승리를 구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전력을 다한 그의 일격은 이미 언사군의 예상 가운데 있었기 때문에 그는 어쩔 도리없이 검을 거두고 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언사군이 왼발을 갑자기 거둬들여 탑을 밟으며 오른발로 묘패방의 오른쪽 발목을 찼다.
묘패방은 혈마공을 장기(長技)로 삼고 있었지만 언사군이 이때 그의 장점인 경파칠약(鯨波七躍)의 퇴법(腿法)을 변식(變式)해서 시전(施展) 한데다 그중에 칠정강기의 경력(勁力)을 섞었기 때문에 묘패방은 창졸간에 방어할 수 없어서 오른발로 탑 가장자리를 한번 찍고 탑 아래로 떨어져 갔다.
언사군은 묘패방을 거들떠보지 않고 기세를 늦추어 다시 위쪽으로 솟구쳤다.
묘패방은 언사군에 의해 탑에서 떨어지게 되자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올라 오른발로 땅을 찍고 곧장 치솟았지만 그가 쫓아갈 때 언사군은 벌써 4층 탑 가장자리에 도달해 있었다.
언사군은 눈에 보이지 않았어도 미리 시간을 정확히 계산했다. 그의 오른발이 네 번째 층의 가장자리를 밟았을 때가 바로 묘패방이 쫓아온 시각이었다.
운청지와 위남우는 이때 이미 더 싸울 마음이 없어진지라 온 정신을 언사군과 묘패방 두 사람에게 쏟았다. 두 사람 다 절세고수이면서도 두 손을 사용하지 못하는 언사군이 이렇게나 교묘하고 민첩한데 대해 탄복을 금할 수 없었다.
만약 언사군의 두 손이 보통 사람같이 온전하다면 두 사람 가운데 하나도 언사군 앞에서 우세를 점할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언사군이 오른발로 탑 가장자리를 찍고 차면서 동시에 몸을 뒤집었다. 이때 묘패방의 왼발은 탑 가장자리를 디뎠고 오른손 장검은 기세를 모아 공격을 기다렸고 다시 주도적으로 선공에 나서지를 않았다.
언사군은 순식간에 좀 전의 수법을 다시 쓰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아채고 탑 오른쪽으로 물러났다. 묘패방은 언사군이 공격해 오지 않는 것을 보자 비록 의외의 일이기는 해도 이렇다면 그에게 좋은 점만 있고 나쁜 점은 없는지라 코웃음을 치며 언사군을 향해 날아들며 장검으로 찌르며 언사군의 등 뒤를 공격했다.
언사군은 묘패방과 경공을 겨뤄볼 생각이 있었기에 오른발로 탑 가장자리를 한번 찍었는데 몸의 대부분은 탑 바깥에 나와 있게 되었다.
묘패방의 검식이 마치 무지개처럼 언사군의 사방을 에워싸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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