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패방이 차갑게 웃었다. 비록 그의 일검은 허탕을 쳤지만 오른발로는 언사군의 발끝을 밟아갔다. 그때 언사군이 오른발 끝을 튕기자 신형이 날아오르며 곧바로 5층 탑 위에 내려섰다. 묘패방이 몸을 날려 쫓아가는데 언사군이 반쯤 신형을 뽑아 올려 공중에서 한 번 발길질을 하고는 비스듬히 날아 두 발로 쓸어가자 마침맞게 묘패방의 가슴을 차게 되었다.
묘패방은 언사군에게 이런 일초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크게 놀라 곧이어 검을 휘둘러 언사군을 베었다. 언사군이 웃으면서 4층으로 떨어져 내렸으나 묘패방은 전력을 다해 검을 휘두르느라 몸은 이미 탑 바깥에 나와 발이 허공을 딛게 되었는데 이때 그는 30장 이상의 공중에 떠 있었다.
그의 몸이 쏜살같이 떨어져 내리는데 만약 이대로 지면에 떨어지면 그건 너무 체면을 구기는 일이었다. 게다가 이렇게 높은 곳이라 진기를 끌어올려 몸을 안정시키려면 검을 버려야만 비로소 가능했다.
그는 매우 화가 났지만 전력을 다해 바깥으로 이장(二掌)을 쳐냈다. 그렇게 해도 발을 딛게 되었을 때는 이미 2층 탑의 가장자리가 되었다. 그러나 언사군의 신형은 섬전처럼 탑 꼭대기로 곧바로 치솟았다.
묘패방이 노기를 머금은 채 다시 몸을 날려 쫓아 올라갔다.
묘패방이 바짝 뒤쫓아오자 언사군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탑꼭대기에 올라서면 즉시 성고만리(聲翱萬里)의 절정 경공신법으로 탑 아래로 뛰어내려 묘패방이 자기와 동시에 떨어져 내릴 수 있는지를 보려고 했다.
그가 숨을 들이마시고 정신을 집중해서 진기를 끌어올려 탑 꼭대기로 곧장 올라서자마자 그림자 하나가 번뜩 움직였다. 언제인지 몰라도 위남우가 몰래 탑 꼭대기에 올라와 있는 것을 보고 그는 깜짝 놀랐다.
위남우가 언사군을 바라보며 차갑게 웃었다. 그와 동시에 묘패방도 도달했는데 그는 이번에는 언사군을 뒤쫓지 않고 공중에서 아래를 공격하는 방법으로 바꿔서 장감으로 일장 남짓이나 되는 긴 무지개를 일으키며 세차게 언사군을 공격했다.
언사군은 위남우가 탑 꼭대기에서 나타난 것을 보자 많이 놀라서 자기도 모르게 진기가 살짝 흩어졌다. 운청지도 위남우가 예상치 못한 틈을 타 장춘탑에 오를 줄 모르고 있다 크게 놀랐다. 그녀는 지금 쫓아가도 이미 늦었다는 걸 알았지만, 그래도 탑 꼭대기로 몸을 솟구쳐 올라가는 수밖에는 없었다.
언사군은 위험한 상황에 처하자 도리어 진정되었다. 그가 고개를 들어 보니 위남우는 마치 개입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처럼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그는 두 눈썹을 약간 찡그리며 위험을 무릅쓰고 몸을 뒤집어 탑 아래로 뛰어내렸다.
위남우는 언사군이 이렇게까지 담이 클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가 앞쪽으로 2척을 나아가 눈을 들어 언사군이 떨어져 내린 곳을 바라보았다.
장춘탑은 높이가 50장에 달해 언사군이 이런 상황에서 떨어지면 죽지는 않는다고 해도 중상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묘패방은 본래 검으로 아래쪽을 공격하려고 했으나 이때는 언사군이 탑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그도 위험을 무릅쓰고 공격할 생각은 없어서 할 수 없이 검을 거둬들이고 탑 꼭대기에서 뛰어내렸다.
언사군의 몸이 떨어져 6층에 이르렀는데 탑 안에서 한바탕 큰 웃음소리가 들리면서 한 인영(人影)이 불쑥 나타나 단번에 언사군의 배심(背心)을 붙잡더니 탑 꼭대기 쪽으로 던지고는 그 뒤를 따라 올라간다.
위남우는 마음속으로 약간 놀랐다. 탑 안에 아직도 어떤 사람이 숨어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언사군은 탑 꼭대기로 던져지자 예상하지 못한 이 시각, 이 장소에서 한 사람이 끼어드는 것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가 몸을 돌려 탑 꼭대기에 내려선 사람을 보니 백발에 하얗게 센 수염을 한, 키가 크고 여윈 사람으로 차갑운 인상이었는데 얼음처럼 차가운 두 눈은 위남우와 묘패방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묘패방이 두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누구신가 했더니 원래 묘강일수(苗疆一叟) 개자영(介子嬰) 형(兄)이었구려!, 개 형께서 무슨 일이 있어서 묘강에서 여기까지 달려오셨소이까?”
언사군이 그 백발노인을 한번 보고 속으로는 놀랐다. 나타난 자는 묘강일수 개자영으로 오랫동안 묘강에 거주하고 있었는데 오늘 중원에 들어온 것을 보니, 사방의 마두들이 모두 중원에 들어왔다는 조승지(趙勝之)의 말이 결코 허튼소리가 아니었구나!
이때 운청지도 이미 탑 꼭대기에 도착해서 노기를 품고 위남우를 노려보았다.
개자영이 코웃음을 치며 묘패방에게 말했다.
“오랫동안 묘형(苗兄)을 남해패왕으로 여겼는데 지금 일개 어린애의 명을 따르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소”
묘패방의 안색이 살짝 변하고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
“수 십년 동안 보지 못한 사이에 개 형의 백독금사장(百毒金沙掌)이 크게 진전되었나 보오, 나 묘패방이 가르침을 좀 받아봐야겠소”
그 말과 함께 그의 신형이 벌써 움직역 쌍장을 가슴 높이로 밀어내 개자영을 곧바로 공격했다. 개자영이 냉랭하게 장소(長笑)하며 몸을 왼쪽으로 번뜩 기울이며 단장(單掌)으로 묘패방의 공세를 맞이했다.
쌍방의 장세가 부딪히자 즉시 금색과 홍색의 두 줄기 기주(氣柱)가 서로 말리면서 하늘로 치솟았고 두 사람의 신형이 섬전처럼 움직이는 사이에 서로 위치가 바뀌었다.
개자영의 눈빛이 번뜩이며 약간의 움직임이 있었다.
묘패방의 공력이 자기 아래가 아닌데 뜻밖에도 일개 소년의 명령을 받는 것을 생각하면 필시 그 사람에게 뛰어난 무공이 있겠지!
그가 숨을 들이마시며 곁눈질로 위남우를 바라봤다.
위남우는 뒷짐을 지고 서 있었다.
조금 전 개자영이 묘패방에게 한 말은 그를 깔보는 것이어서 그는 묘패방에게 냉랭하게 말했다.
“패방! 좀 쉬어라, 내가 이 남강(南疆)에서 온 고수를 만나볼 테니!”
묘패방이 살짝 몸을 굽히며 말했다.
“예, 사숙님!”
하고는 그 말을 따라 뒤로 물러났다.
위남우가 뒷짐지고 있던 손을 풀고 개자영을 쳐다봤다.
개자영은 두 눈이 위남우의 눈빛을 마주치자 저도 모르게 오싹한 기운을 느꼈다.
위남우의 두 눈에 살기가 가득했던 것이다.
그는 묘패방이 위남우를 사숙이라고 부르는 것을 듣고 속으로 이미 반쯤은 기가 죽었다.
묘패방과 그는 나란히 명성을 떨치고 있는 사람인데 묘패방이 일개 소년의 명을 따른다는 것을 듣고는 묘패방이 조금은 허명을 가진 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막상 맞붙어 싸워보니 묘패방의 공력은 자기보다 못하지 않았다.
위남우가 개자영을 향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당신이 기왕 이곳에 왔으니 내가 보기에 굳이 묘강으로 돌아갈 필요가 없겠소. 중원의 경치가 묘강보다 훨씬 나으니 여기 머물러야지!”
개자영이 눈썹을 찡그리며 아직 입을 열기도 전에 옆에 있던 운청지가 냉랭히 말했다.
“위남우, 우리 둘 사이의 일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먼저 끝을 내고 나서 다른 것을 얘기하시지!”
위남우의 눈빛이 번뜩이더니 고개도 돌리지 않고 묘패방에게 말했다.
“패방!, 네가 운청지의 백초를 먼저 받고, 내가 이 묘강 사람을 해결한 후 다시 얘기하자”
묘패방이 나지막하게 대답하고 몸을 옆으로 하여 운청지를 마주했다.
운청지가 담담히 웃으면서도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위남우! 그를 써서 나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시오, 당신은 먼저 조수를 잃을거요!”
위남우는 비록 속으로 묘패방이 운청지의 검에 다치는 것이 부담스럽기는 해도 개자영이 이렇게 우쭐대는 것을 보자 이미 개자영과 고하를 가리기로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그는 백초 이내에 개자영을 장춘탑에서 떨어뜨릴 수 있다고 계산하고 곁눈으로 운청지를 보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