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장 취기성홍(聚氣成虹)
운청지(雲靑芝)가 웃으며 말했다.
”원래 그대는 사부 을목도주의 행방을 물으려고 했던 거군요.“
그녀의 말이 막 끝났는데 홀연 높아졌다 낮아졌다 하는 웃음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운청지가 두 눈썹을 찡그리며 언사군에게 말했다.
”먼저 가서 내가 그를 한 차례 막을 때까지 기다려요“
언사군이 잠깐 주저하다 급히 말했다.
”가사의 행방이 어떻게 되는지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청운지가 말했다.
”이 일은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 우선은 가세요!“
언사군이 눈썹을 치켜뜨며 말했다.
”이건 맞지 않소, 나도 남아 있겠소!“
운청지가 발을 구르며 말했다.
"우리 같이 가는 것이 좋겠어요!”
말하면서 몸을 날려 곧바로 남쪽으로 달려갔다.
언사군은 어쩔 수 없이 운청지의 뒤를 따르면서 자신도 모르게 괴로워하고 있었다.
운청지는 분명 그를 붙잡아 두려고 했지만 이루어지지 못했고, 그의 두 손 열 손가락은 굳어버려 지금은 결국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게 되었다.
두 사람이 앞뒤로 유성이 달을 쫓듯(流星趕月) 빠르게 남쪽으로 곧장 달아났다.
웃음소리가 연이어 두 사람의 귀에 들려오는 것이 조금도 뒤처진 것 같지 않았다.
운청지가 방향을 바꿔 서쪽으로 달려갔고 언사군이 눈을 들어 보니 앞쪽에 높은 탑 하나가 우뚝 솟아 있었다.
운청지가 언사군에게 말했다.
“우리 잠시 장춘탑에 먼저 들어가서 피해요!”
언사군은 속으로 가벼운 충격을 받았다.
자기가 뜻밖에도 장춘탑에 오게 되다니, 어쩌면 자신이 또 이 해천검급(海天劍笈)의 일에 말려들지도 모른다.
두 사람의 신형이 날 듯이 탑 안으로 들어가자 긴 웃음소리가 갑자기 그치며 위남우(魏南羽)의 목소리가 바깥에서 들려왔다.
“두 분이 기왕 장춘탑에 도착했으면 어찌 얼굴 한 번도 안보여 주려고 하는가?”
“흥”
운청지가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번뜩 몸을 날려 밖으로 나가 위남우에게 말했다.
“그것도 좋지! 우리 오늘 승부를 내는 것도 좋고!”
언사군도 옆으로 나서자 위남우가 웃음을 머금고 우뚝 서 있고 표패방(苗佩方)은 위남우 뒤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위남우가 웃으며 언사군에게 말했다.
“알고 보니 너도 이 해천검급의 일에 끼어들 뜻이 있었구나, 나는 누나가 너를 놓아주는데 동의했었다. 그런데 네가 다시 장춘탑에 왔으니 이제는 나를 탓할 수 없을 거다.”
운청지는 위남우가 말을 더 이어가기 전에 몸을 날려 짓쳐들어가며 쌍장으로 위남우를 쳤다. 위남우가 크게 웃으며 몸을 약간 쪼그리고 앉으며 쌍장을 뒤집어 운청지의 장세를 맞이했다.
두 사람의 경기(勁氣)가 맞부딪히자 바로 푸르고 붉은 두 줄기 기주(氣柱)로 변해 서로 꼬이면서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쾅”
소리와 함께 세찬 바람이 일며 일시에 모래가 날리고 돌멩이가 굴렀다.
모래와 돌이 떨어져 내리고 위남우가 무거운 안색으로 날아내렸는데 옷소매가 날리면서 소맷자락이 조금 찢어진 흔적이 드러났다.
운청지는 두 다리를 땅에 끌며 반 장(丈) 바깥으로 움직였는데 그녀 역시 안색이 무거웠고 얼굴을 가린 검은색 면사는 이미 떨어져 나가 새하얀 피부색이 그대로 드러났다.
언사군이 숨을 한번 들이마셨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선천내가강기(先天內家罡氣)로 싸우는 상황이다. 그는 한눈에 위남우의 혈마공(血魔功)은 화(火)의 방위에 속하고 운청지의 선천강기는 을목(乙木) 방위에 속한다는 것을 알았다.
만약 두 손이 굳지만 않았다면 그의 현재 공력은 두 사람에 비해 조금 높을 거라고 자신했다. 비록 그가 더 늦게 배우기는 했어도 칠정강기(七政罡氣)는 선천강기의 공력이고, 그는 결코 두 사람 손에 패하지 않았을 것이다.
위남우와 운청지 두 사람의 신형이 멈추지 않고 왼쪽 오른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조금 전에는 두 사람 모두 서로 상대방의 공력을 시험해 봤을 뿐인데 장력을 교환하자마자 백중지간(伯仲之間)이거나 차이가 있다고 해도 극히 제한적이라 만약 전력으로 다하게 되면 한 사람은 죽고 한 사람은 중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위남우가 신형을 미끄러뜨렸다.
그는 빈손으로는 확실히 승리할 자신이 없다고 보고는 오른손을 한번 휘두르자 적홍검(赤虹劍)이 검집에서 빠져나왔다.
운청지가 오른발을 조금 물리며 손에 장검을 뽑아 들었다.
위남우가 한번 웃고는 말했다.
“내 지금까지 한 번도 그대와 검으로 겨뤄본 적이 없는데 이제야 밀종(密宗) 일문(一門)의 검술이 도대체 어떤지 좀 보게 되었소이다”
그 말을 듣고 언사군은 살짝 놀랐다. 알고 보니 뜻밖에도 운청지가 신비함으로 이름난 밀종문 일파였다니!
운청지가 냉소하며 장검을 손에 평평하게 올려 두자 위남우가 두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도 밀종문의 검술에 대해서는 들어 보기만 했을 뿐이라 감히 경솔하게 운청지가 선공(先攻)을 하도록 놔둘 수는 없었다. 두 사람이 처음 겨뤘을 때 검초마다 아주 생소해서 공격하는 쪽이 매우 유리했기 때문이다.
그가 몸을 튕겨 올리자 검광이 비단이 쏟아지듯 폭사(暴射) 되어 운청지에게 향했다.
운청지의 입꼬리가 약간 올라가며 한 오라기 경멸의 웃음을 짓고는 그녀의 신형이 갑자기 기이하게 움직이며 손안의 장검이 천 자루의 환영으로 변해 하늘로 솟아올라 위남우를 공격했다.
위남우는 사방에서 검영(劍影)이 나는 것만 볼 수 있고 운청지의 신형은 보이지 않았다.
그가 살짝 놀라 감히 소홀히 대하지 못하고 즉시 적홍검을 한번 거둬들여 검식을 퇴피삼사(退避三舍)의 세(勢)로 바꾸고는 검을 횡으로 하여 몸 앞을 봉쇄했다.
검영이 사라지자 운청지가 장검을 평평하게 들고 서 있는데 마치 공격한 적이 없는 것 같았다. 그녀가 경멸의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만약 내 손에 든 것이 보검이었다면 당신은 이미 졌을 거예요”
위남우가 두 눈썹을 약간 치켜올리며 밝은 목소리로 웃었다.
“아마 그리 간단하지는 않을 거요”
언사군은 옆에서 지켜보다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두 사람 검술의 고강함은 그가 평생 거의 드물게 보는 정도였으며 위남우 검술의 독랄함 및 운청지 검술의 기이함은 여태껏 본 적이 없었다.
운청지는 쌍방의 검이 교차할 때 검으로 위남우의 적홍검 검신을 맹렬하게 세 차례 쳤다.
만약 운청지 손에 든 것이 보검이었으면 위남우의 검은 손에서 빠져나갔을 터였다.
위남우는 너무 경솔하게 대했다가 열세에 처했다고 생각했지 당연히 검술이 운청지보다 못하다고는 인정하지 않았다. 그가 적홍검으로 원을 그리며 십면매목(十面埋伏)의 검세로 운청지를 공격했다.
적홍검이 큰 호형(弧形)을 그리며 운청지를 공격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