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잔칠정 중권 8

천잔칠정(天殘七鼎) 2023. 3. 27. 07:59 Posted by 비천호리

그가 몸을 날려 직격(直擊)하는데 한 손바닥(單掌)으로 언사군을 쳤다!
언사군은 왼발이 흰 돌을 밟자마자 몸을 날려 회전하면서 뒤쪽으로 검을 뻗어 사도화의 미간(眉間) 찔러 갔다.
사도화는 언사군의 검초가 이처럼 매서운 것을 보며 저절로 크게 놀랐다.
그는 언사군의 장검을 옆으로 제치고 급히 흰 돌 위에 올라섰다.
언사군의 왼발이 아직 흰 돌 위에 닿지 않은 채 몸을 비트는 힘을 빌려 날 듯이 빠르게 일곱 번의 발길질을 했다.
사도화는 두렵지는 않아도 언사군의 무공이 이렇게까지 정진한데 대해서는 놀랐다.
‘선비가 헤어진 지 사흘이 지나면 마땅히 눈을 비비고 상대를 다시 보아야 한다’는 말이 결코 허언(虛言)이 아니었다!
그는 전력을 다해 연속 팔장(八掌)을 공격했다.
언사군은 크게 놀라 사도화의 적수가 아님을 알게 되었고 비서유사(飛絮遊絲)의 경공신법을 펼쳐내 날리듯 사도화의 그 팔장을 피해 돌기둥 위에 내려섰다.
사도화는 동굴에 들어서자마자 이것은 바로 그가 오랫동안 들어왔던 한천냉무라는 것을 알아차렸고 이 한천냉무가 훼손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에 몸을 날리며 연이어 장(掌)으로 언사군을 쳐갔다.
언사군은 한쪽 다리로 돌기둥 위에 섰다. 한 달 남짓 만에 그의 공력이 이미 크게 증가하였고 지니고 있는 천둔경의 도움도 적지 않았고 그의 자질 역시 보통 사람이 미칠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사도화가 펼쳐낸 건 바로 낙엽장(落葉掌)이었고, 언사군은 동굴 벽 그림에서 본 적이 있어서 바로 알아보고는 장검을 살짝 떨쳐 거꾸로 팔검을 공격했는데 바로 이화검법(離火劍法) 가운데 절묘한 초식이었다.
그의 이 몇 초 공격은 마침 낙엽장법의 상극이어서 사도화의 공력이 그보다 높아도 어쩔수 없이 흰 돌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언사군은 일초에 승리를 얻자 오른손에 든 장검을 빠르게 열화융금(烈火融金), 영운홍일(嶺雲烘日), 삼복융일(三伏融日) 초식을 잇달아 펼쳤는데 모두 오행검법 가운데 남화극서금(南火剋西金)의 절초(絶招)였다.
사도화는 창졸간(倉卒間)에 매우 놀랐다. 언사군도 이화검법을 익혔을 줄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비록 그의 공력이 높다고는 해도 당년 단죽군의 총명과 재지(才智)에 어찌 미치겠는가? 일물(一物)에는 자연히 극성이 되는 일물(一物)이 있는 법이다.
그는 단죽군이 전수해준 무공에 수 십년 동안 침음(浸淫) 했지만 일단 극성을 만나자 미리 알지 못했고 또 조금은 당황하기도 하여 하마터면 흰 돌 위에서 밀려날 뻔했다.
그는 한 걸음을 밀려나게 되자 심상치 않음을 알았다. 언사군은 대전구식에 대한 숙달 정도가 그를 뛰어넘었는데 그는 당년에 익혔던 무공을 이때 펼쳐낼 수 없었고 단지 혼원장(混元掌)만 사용할 수 있었다.
사도화의 마음이 조금씩 움직였다 그도 오직 혼원장법을 써야만 비로소 빠르게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가 쌍장을 잇달아 쳐내니 순간적으로 강해졌다 약해졌다 하는 장경(掌勁)이 언사군을 엄습했다.
언사군이 장검을 들어 맞받았지만 엄습해온 장경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해 장검이 날아가고 말았다. 언사군이 깜짝 놀랐는데 홀연 첫 번째 사도화를 만났을 때 그의 그 기이했던 장력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돌연간 사교랑의 외마디 놀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도화는 본래 언사군이 검초를 받아 내지 못하도록 막으려고 하다가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제갈자운이 장을 휘둘러 급공을 하고 있다.
사교랑 모자 두 사람은 맞서 싸우고 있지만 그녀의 머리카락은 벌써 산발(散髮)이 되어 있었다.
사도화는 깜짝 놀랐다.
무토신군 제갈자운은 장문 대제자로 본래 공력이 사도화와 백중지간(伯仲之間)이었으나 후에 사도화가 우연히 기연(奇緣)을 얻어 무공이 갑자기 크게 진전되어 제갈자운을 능가하게 되었었다. 그렇지만 제갈자운의 무공 역시 보통은 아니어서 사교랑 모자 두 사람이 합검(合劍)으로 맞서고 있어도 잇달아 위험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었다.
사도화는 언사군에게 신경 쓸 수 없어서 먼저 몸을 돌려 장력으로 제갈자운을 공격해 갔다. 제갈자운은 사도화의 공력이 고절(高絶) 한줄 아는지라 감히 장(掌)으로 맞받아치지 못하고 뒤로 손을 돌려 검을 뽑아 사도화가 어쩔 수 없이 물러나도록 핍박했다.
언사군이 검을 주워 든 후 몸을 날리며 한천의 돌기둥을 발로 차 부러뜨려 버렸다.
사도화가 돌아보니 비록 한천(寒泉)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냉무(冷霧)가 사라졌다. 그가 대노하여 언사군을 향해 몸을 날려 공격했다. 언사군도 몸을 날리며 장검을 비스듬히 찔러 거꾸로 사도화의 공격을 맞이했다. 사도화의 “흥”하는 비웃는 소리가 들리며 혼원장력이 격출되었다. 언사군이 장검을 거둬들이고 몸을 굽혀 잇달아 세법 공중제비를 돌아 사도화가 격출해낸 장경(掌勁) 바깥으로 물러났다.
제갈자운이 왼손을 확 당겨 언사군의 배심을 움켜쥐었고 언사군은 발길질로 사도화의 얼굴을 걷어찼다. 제갈자운의 장검도 사도화의 뒤통수를 찔러 오자 사도화는 왼손을 휘둘러 언사군으로 제갈자운의 장검에 맞부딪혀 갔다.
세 사람 모두 일류고수라 이런 동작들은 전광석화(電光石火) 같이 찰나 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언사군은 사도화에 의해 던져지는 순간 이미 대전구식 가운데 일초 영전성신(迎顚星辰)을 펼쳐 공중에서 조금 몸을 비틀었는데 그 미미한 비트는 힘을 빌려 오른발로 섬전처럼 사도화의 옆구리를 걷어찼다.
사도화가 옆으로 몸을 돌렸지만 그의 왼팔이 언사군의 오른발에 걸려버렸다. 언사군이 신형을 미미하게 뒤집자 사도화는 전신에 힘을 잃어 한천(寒泉)으로 내던져졌다.
언사군이 허리를 튕겨 똑바로 선 후 동굴 밖으로 달려가며 제갈자운에게 말했다.
“대사백님, 빨리 떠나야 합니다!”
사교랑은 언사군이 사도화의 손에 붙잡혔는데도 여전히 사도화를 떨쳐 던져버린 것을 보고는 놀라 일검을 찌르며 언사군을 막아섰다.
언사군은 이때 공력이 크게 진전되어 비록 사도화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해도 이미 사교량의 아래는 아니었다.
그는 검을 칼집에 꽂은 후 다섯 손가락을 활짝 펴 단번에 사교량 수중의 장검을 움켜잡았고 장(掌)을 치는 사이에 사교량 손안의 장검을 빼앗아 버렸다.
사교랑이 깜짝 놀랐다. 언사군의 조금 전 그 초식은 바로 이화우사(離火羽士)의 절초 열염노승(熱焰怒升)이었고 그녀의 무공은 온전히 서금(西金)에 속해 화극금(火剋金)의 극성(剋性)을 만난 데다 언사군의 공력이 갑자기 늘어나 그녀는 미처 막을 틈도 없이 단 일초 만에 언사군에게 장검을 빼앗겨 버린 것이다.
언사군이 섬전처럼 날아 나가자 사도화가 허리를 똑바로 펴고 노갈(怒喝)을 터뜨리며 언사군을 향해 돌진했다.
제갈자운도 언사군의 공력 진전 속도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두 사람이 좁은 틈을 달려 나오고 사도화, 사교랑과 사도홍 세 사람도 뒤를 쫓았다.
언사군이 손을 뒤집어 빼앗은 장검을 뒤로 던져 세 사람을 엄습했지만, 사도화는 한 손으로 받아 사교랑에게 넘겨주고 다시 두 사람을 추격했다.
제갈자운이 협곡으로 뛰어들며 언사군에게 말했다.
“아이야! 먼저 가거라, 내가 막아 볼테니”
언사군이 빠르게 말했다.
“대사백님, 안됩니다. 함께 가야 합니다.”
그는 사도화의 공력이 너무 높아 제갈자운이 아니었다면 사도화는 주저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랬다면 자기는 벌써 그의 손에 죽고 말았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제갈자운은 장문 대제자인데 어찌 자기 사제에게 쫓겨 도망할 수 있겠는가?
그가 몸을 돌려 똑바로 서서 장검을 들고 사도화에게 차갑게 말했다.
“사도화! 20년이 지났다. 20년 전에는 사매가 간청해서 너를 놓아주었다. 그런데도 너는 여전히 뉘우쳐 고치지 않고 있구나!”
언사군도 걸음을 멈췄다.
제갈자운이 어찌 되었든지 대제자인지라 평일의 위엄이 여전히 남아 있어 사도화는 한동안 조용히 서 있다가 비로소 말했다.
“제갈자운, 이건 불가능한 것이다. 내가 당신 말을 들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말을 마치고 차갑게 웃었다.
“나는 평상시 사형제 가운데 당신 한 사람만 존경했었지만, 지금은 당신도 사사로이 사부님이 남긴 무공을 숨긴 비밀이 있지”
제갈자운이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너는 사부님이 임종 전에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 아느냐?”
사도화가 고개를 저었고, 제갈자운이 말했다.
“사부님은 너를 어려서부터 다 클 때까지 길러주셨다. 그 분께서는 내게 천잔수와의 싸움이 끝난 후 너를 데리고 동굴에 들어가 동굴 안 무공을 네게 전해주기를 바라셨다.”
사도화는 넋이 나가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단죽군은 생전에 확실히 지극정성으로 그를 대해주었다. 이건 모두 아주 오래전의 일이었지만, 그는 가끔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는 했었다.
제갈자운이 또 말했다.
“그렇지만 생각해봐라, 네가 이런 행위들을 하는데 내가 너를 데리고 동굴에 들어갈 수 있겠느냐?“
사도화는 이 동굴 안 무공이 원래는 그에게 남겨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었다. 기왕 이러하다면 오히려 제갈자운을 탓할 수 없는 일이다. 어떻든 간에 그가 사고운을 버린 것은 잘못된 일이었다.
제갈자운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너 스스로 생각해봐라, 나는 간다!“
사도화가 돌연 소리쳤다.
”잠깐만, 당신은 가도 되지만 언사군은 남겨둬야 한다!“
제갈자운이 한참을 크게 웃고는 말했다.
”사매의 도제를 네가 붙잡아 둔다고? 그렇게는 안되지, 너는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여전히 동굴 안 무공을 배우려고 하느냐?
사도화가 냉랭하게 말했다.
”나는 반드시 언사군을 붙잡아 둬야겠소. 그에게 물을 말이 있소이다. 솔직히 말해 당금 천하에 어떤 사람도 내 안중에 없지만, 그는 너무 두려워졌소. 당년의 나보다 더 무서워졌소이다.“
제갈자운이 차갑게 말했다.
”20년 이래 우리 사형제가 초식을 겨룬 적이 없었지, 지금 네가 흥취가 있다면 우리 다시 겨뤄 20년 동안 네 공력이 과연 얼마나 진전되었는지 보자!“
사도화가 냉소했다.
”아마도 내 상대가 안될 것이오“
제갈자운이 마음속으로 크게 노하여 막 입을 열려고 하는데 언사군이 미소하며 말했다.
”대사백님이 나설 필요 없습니다. 제가 한번 시험해 보겠습니다“
제갈자운이 그를 바라봤다. 그는 언사군이 사도화를 멀리 내던지는 것을 직접 목격했었기에 언사군의 공력이 얼마나 증진되었는지 좀 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게다가 사도화도 언사군 한 사람만을 두려워한다고 했지 않은가.
그는 언사군의 무공이 어떠한지 보고 싶어 머리를 끄덕였다.
(중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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