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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7.08.03 벽안금조(碧眼金雕)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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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16.08.08 벽안금조(碧眼金雕) 4-9

벽안금조(碧眼金雕) 5-2

碧眼金雕 2017. 8. 3. 17:54 Posted by 비천호리

호기심이 일자 그냥 이곳을 떠나버리면 안될 것 같은 생각에 홍마를 끌고 시냇물을 따라 나아갔다. 한참을 가자 눈앞에 소나무가 주욱 늘어서 있는데 청록색 나무들이 높이 솟아 있고, 군데군데 키 작은 꽃나무 숲이 있어 제각기 모양으로 시냇가에 펼쳐져 있었다.
작은 호수에 물이 모여들 듯이 물소리가 점차 커져 갔고 양쪽으로 절벽이 높이 솟아 이미 산골짜기에 들어섰던 것이다.
그가 홍마를 끌고 꽃밭 속으로 걸어 들어가자 수면에 푸른 하늘과, 흰 구름, 기이한 꽃들이 거꾸로 비쳐 한 폭의 현란하게 아름다운 그림이 펼쳐져 있었고, 그윽한 향기가 전해와 사람을 취하게 하였다.
그는 자기가 지금 선경(仙境)에 들어와 있는 것 같고 눈앞의 뭇꽃들은 미소를 머금고 있어 모두 살아 있는 예쁜 소녀처럼 느껴졌다. 꽃밭 뒤쪽으로 푸른 송림 뒤쪽을 바라보니 눈처럼 하얀 대리석으로 쌓아 올린 높고 큰 궁전이 보였다. 그 건축물과 그 장식물은 눈부시게 화려하였고 붉은 색 처마에 푸른 기와를 인 고루거각(高樓巨閣)들이 겹쳐져 곧바로 소나무 숲 깊은 곳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는 일시에 눈을 크게 뜨고 뚫어지게 쳐다보며 입을 벌린 채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놀라 얼이 빠져 자기도 모르게 그 대리석 궁전 쪽으로 걸어갔다.
그러나 몇 걸음 걷다가 걸음을 멈추고 혼잣말을 했다.
“오늘은 내가 어째서 이렇게 머리가 맑지 못할까, 이건 분명히 화림(花林)을 이용해 만들어낸 진법인데”
그는 집안에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학문을 익혔기 때문에 진법(陣法)에 관해서는 이미 등봉조극(登峰造極)의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이번에는 정신을 차리고 대략 살펴보자 진의 중추를 알아낼 수 있었다. 그가 왼쪽으로 꺾고 오른쪽으로 돌아 모퉁이를 두 번 돌자 바로 흰 돌이 깔린 길 위에 도달하였고 길을 따라 몇 걸음 걸어가기도 전에 한 가운데 커다란 호수를 볼 수 있었다. 호면(湖面)에는 꽃잎이 가볍게 떠있어 맑은 향기를 사방으로 뿌리고 있었고 호수 가에는 수양버들이 바람에 한들거리며 물속에 거꾸로 비쳐 그 풍경이 매우 아름다웠다.
그는 연일(連日) 황량한 지역만 달려왔는데 여기서 이처럼 그림 같은 풍경을 보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해 넋을 잃고 천천히 무성한 푸른 풀밭에 앉았다.
“이런 세외도원(世外桃源) 같은 곳에 평생 머물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미풍이 산골짜기에서 불어오니 버드나무 잔가지가 호면(湖面)에 가볍게 스치면서 동그란 물결을 일으켰다. 그때 갑자기 물소리가 일더니 물속에서 한 사람이 머리를 불쑥 내밀었다.
석지중이 깜짝 놀라면서 바라보니 그 사람은 검은 머리카락을 어깨까지 늘어뜨렸고 흠뻑 젖어 옥처럼 새하얀 어깨를 드러냈다.
그 사람은 다른 사람이 풀밭에 나타날 줄을 전혀 생각하지 않은 듯 놀라 소리를 지르며 물밑으로 잠수했다.
석지중이 일어나 호숫가로 걸어가서는 소리쳐 물었다.
“누구냐?”
호수에서 물소리가 한 번 나더니 버드나무가지 사이에서 매우 아름다운 얼굴이 탐색하듯 고개를 내미는데 검고 긴 머리카락에는 투명하게 반짝이는 물방울이 묻어 있었다. 주위의 분홍색 꽃잎들이 그녀의 옥 같은 피부가 돋보이게 하니 참으로 보는 사람의 눈이 어지럽고 심신이 흔들릴 정도 놀라웠다.
석지중은 놀라 바라보면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를 알지 못했다.
그 소녀가 미소를 지었다. 새하얗고 가지런한 이를 드러내면서 맑고 깨끗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대는 누구인가요?”
석지중은 자기 얼굴이 후끈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면서 한동안 그녀의 그 성결무사(聖潔無邪)한 웃는 얼굴에 사로잡혀 어떤 대답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그 소녀가 석지중의 이런 모양을 보고는 한번 피식 웃는다. 그리고는 물속에서 걸어 나오자 투명하고 깨끗한 옥체(玉體)가 햇빛 아래에서 성결(聖潔)한 빛을 발산했다.
석지중이 대경실색(大驚失色)하였으니 그 소녀가 아무 것도 모르는 것이 마치 천진한 어린애와 마찬가지라는 걸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는 놀라서 급히 고개를 돌렸다.
물소리가 한 번 나더니 그 소녀가 풀밭으로 올라와 버드나무 가지에 걸쳐 놓았던 비단옷을 들어 몸에 걸치고는 천천히 석지중 쪽으로 걸어왔다.
석지중의 심장이 갑자기 쿵쾅거렸다.
그는 그 소녀가 이미 가까이 온 줄 알고는 있었지만 여전히 감히 얼굴을 돌리지 못했다.
그윽한 향기를 풍기며 눈팡의 그 아름다운 얼굴이 영리하고 약은 눈빛을 반짝이며 호기심에 차서 그를 바라바고 있었다.
석지중은 그 소녀를 바라보니 일신에 남색 비단옷을 걸쳤는데, 검은 머리카락을 구름처럼 드리우고, 빛나는 눈동자와 새하얀 이(明眸皓齒)에, 참으로 폐월수화(閉月羞花), 침어낙안(沉漁落雁)의 용모였다.
그는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에 놀라 저도 모르게 한 걸음 물러서서 그녀의 꽃처럼 아름다운 웃는 얼굴에 시선을 고정했다.
소녀가 물었다.
“이봐요. 당신은 누구예요?”
석지중이 입술을 한 번 움찔거렸지만 말을 꺼내지 못했다.
소녀가 말했다.
“아! 알고보니 그대는 벙어리였군요! 정말 가련해요!”
석지중이 검미를 찌푸리며 말했다.
“내가 벙어리라고 누가 그래요? 나는 석지중이라고 하오.”
소녀가 기뻐하며 박수를 쳤다.
“원래 그대는 벙어리가 아니었네요! 이러면 너무 좋아요. 이봐요, 석지중, 그대는 내가 누군지 알아요?”
석지중은 상대방이 이렇게도 천진난만한 것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그대가 알려주지 않았는데 내가 어찌 알겠소?”
그 소녀는 수려한 눈썹을 찡그리며 속눈썹을 두 차례 깜박이고는 웃으며 말했다.
“나는 동방평(東方萍)이라고 해요. 이봐요! 석지중, 그대는 어떻게 이곳에 들어왔지요?
아빠가 전에 천하의 어떤 사람도 아빠 허락 없이는 감히 이 화원에 들어올 수 없다고 했는데, 그대는 아빠 허락을 받았나요?“
석지중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나는 저 시냇물을 건너온 거요. 아! 그대의 집 앞쪽으로 길이 나 있소? 혹시 그 궁전 앞쪽의 골짜기가 길인가?”
동방평이 고개를 끄덕이고 눈을 두 번 깜박이더니 미소를 띠며 말했다.
“우리 아빠는 동방강(東方剛)이라 하고 오빠는 동방옥(東方玉)이라고 해요.
오빠는 오른쪽 산위에 살고 있어요, 이봐요! 그대는 우리 오빠를 알아요?“
석지중이 고개를 젓고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나는 강호에 나가지 않아서 그 분들을 모르오. 아! 여긴 정말 좋소, 그 궁전의 건물은 내가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소이다.”
동방평이 손뼉을 치며 미소를 지었다.
“정말 좋아요! 그대도 이 건물이 좋다고 말하다니. 이봐요! 그대는 이 건물을 누가 구상했는지 아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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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안금조(碧眼金雕) 5-1

碧眼金雕 2017. 8. 3. 17:53 Posted by 비천호리

제5장. 천룡대제(天龍大帝)
양주(凉州)는 지금의 감숙성(甘肅省) 무위현(武威縣)으로 만리장성이 구불구불 뻗어 있는데 고풍스럽고 수수한 성벽은 사막의 모래와 자갈에 부딪혀 어두운 회색으로 거칠게 변하였다.
가을바람에 하얀 억새가 흔들리고 푸른 구름은 시든 풀 위에 잇닿아 있는데 무리에서 떨어진 외로운 기러기가 슬피 운다. 지금은 쓸쓸한 가을이다.
찬바람이 휙휙 소리를 내며 스쳐간다.
황량한 옛길에 바로 이때 붉은색 준마 한 필이 달려온다.
말 위 기사(騎士)의 청의(青衣)가 펄럭이는데 옥수가 바람을 맞듯(玉樹臨風) 멋들어지고 수려(秀麗)한 모습이다.
그가 말을 장성(長城) 아래로 몰아 와 고개를 들어 성벽 위 성가퀴(雉堞)을 슬쩍 바라보고는 몇 걸음 뒤로 말을 물리더니 갑자기 치달으며 말고삐를 채자 한혈마가 길게 울며 성벽 위로 올라섰다.
석지중이 보마를 가볍게 두드려 주고는 천천히 성 위를 몇 걸음 둘러본다.
성벽 위에는 돌로 만든 난간이 있고 가운데는 통로가 있다. 매 30여 장 마다 망루 하나씩이 세워져 있는데 이는 옛날에 봉화를 올리는데 쓰이던 망루였다.
그가 눈길 닿는 데까지 멀리 바라보니 누런 사막은 햇빛 아래 금빛을 띠고 있고 높고 푸른 하늘과 잇닿아 있는 곳이 너무나 광활하여 끝없이 아득하고 멀다.
구름을 뚫고 허공에 떠있는 것처럼 높이 솟은 기련산(祁連山)의 아득히 높은 하늘, 한없이 넓은 시든 풀밭을 생각하니 문득 천지는 고요하고 대지는 무한하여 인간은 이미 한 알의 모래알처럼 미미한 존재에 불과하였다.
그가 낮게 읊조린다.
“황하의 물줄기 멀리 흰 구름 사이에 흐르고, 변방의 외로운 성은 만 길 산 위에 있구 나(黃河遠上白雲間,一片孤城萬仞山)
西戎의 피리는 하필 절양류(折楊柳)를 부는가, 봄바람이 옥문관을 넘지도 못하는데.
(羌笛何須怨楊柳,春風不度玉門關)
가을이 깊어 쓸쓸하고 석지중은 가슴 속의 울적함이 풀리지 않아 한차례 길게 휘파람을 불고는 말을 몰아 장성에서 뛰어내렸다.
장성을 넘으면 바로 영하성(寧夏省) 관내다. 급히 말을 달리자 눈 깜짝할 새에 사막 가운데 이르렀다. 옅은 누런색 모래언덕 무더기가 곳곳에 서있는데 어떤 것은 1장이 넘는 것도 있고, 어떤 것은 몇 척(尺) 정도인 것도 있다. 홍마는 마치 자기 고향에 돌아와 재주를 발휘할 곳을 찾은 듯이 갈기를 세우고 전속력으로 급히 달려갔다.
이런 한혈보마는 대완(大宛) 궁궐에서 길러지던 말로서 발굽에 섬세한 융털 돌기가 나 있어 그것을 수평으로 곧게 뻗어 네 발굽을 모으면 부사(浮沙)를 밟아도 발이 빠지지 않아 마치 평탄한 사면(沙面)처럼 아주 빠르게 갈 수 있어 참으로 하루에 천리를 달릴 수 있는 신구(神駒) 였다.
해 그림자가 점차 이동하자 말은 더 급히 달리니 하늘 높이 공중으로 날아 가듯이 사막 위를 전속력을 달려갔다. 날이 점차 더워지고 해가 하늘 한 가운데 걸리자 뜨거운 기운이 사막 위에 뿜어져 나와 석지중의 온몸이 벌써 흠뻑 젖어버렸고, 한혈마의 몸에서도 한 방울 한 방울 붉은 땀방울이 솟아났다.
그가 사랑스럽게 말목을 가벼이 치면서 말했다.
“어이! 이렇게 빨리 달릴 필요 없어, 좀 천천히 가자!”
홍마는 신준(神駿)하여 과연 속도를 늦추자 석지중이 흰 비단손수건을 품에서 꺼내 말 등을 몇 차례 문지르니 손수건이 온통 붉게 물들어 버렸다.
그는 매우 목이 말라 장소를 찾아 좀 쉬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였지만 사방을 둘러봐도 망망(茫茫) 하고 눈앞에는 온통 모래언덕뿐이라 하는 수 없이 커다란 모래언덕 뒤쪽 그늘진 곳으로 달려가 물주머니를 열고 몇 모금을 마셨다.
말을 내려 홍마에게도 몇 모금을 마시게 한 후 물주머니를 보니 반 정도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생각했다.
“서쪽으로 가려면 아마도 2백리는 더 가야 백정해(白亭海)에 도착할텐데 이렇게 태양이 내리쬐는 중에 물주머니의 물이 충분할까?”
그는 등에 메고 있던 장검을 뽑아 땅위의 모래를 파헤쳤다. 대략 1장 정도를 팠지만 젖어있는 모래알마저도 나오지 않자 장검을 거둬들인 후 눈을 감고 가부좌를 틀어 심신을 편안히 하고 피로를 풀었다.
한 시진을 쉰 후 그는 말에 올라 다시 서쪽으로 출발했다.
이번에는 두 시진 정도를 계속해서 나아갔지만 도시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석지중은 저도 모르게 탄식을 하며 자기는 한 모금만 마시고 나머지 물주머니의 물을 전부 홍마가 마시도록 하였다.
그는 쓴 웃음을 지었다.
“이번에는 공교롭게도 물이 한 방울도 남지 않았구나”
몽롱해진 머리를 만져보고는 말 등을 툭툭 쳐서 다시 앞으로 달려 나갔다.
이번에는 대략 수 십리를 나아갔는데, 갑자기 홍마가 공중으로 고개를 쳐들고 몇 번 냄새를 맡더니 길게 한번 울고는 갈기를 떨치며 북쪽으로 나아갔다.
석지중은 정신을 가다듬은 후 홍마가 수원(水源)이 있는 곳을 발견했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홍마가 북쪽으로 달려가도록 맡겨 두었다.
한참을 달려가고 나서 비로소 약간의 새카만 어린 풀이 모래언덕에 자라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다시 한동안 달려가자 모래알이 점점 적어지고 지세(地勢)는 더욱 평탄해지더니 푸른 풀도 많아지기 시작했다.
석지중은 크게 기뻐하였다. 과연 앞쪽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홍마가 네 발굽으로 나는 듯이 달렸다. 눈 깜짝할 새에 한 무더기 작은 나무들을 뛰어넘어 작은 시냇가에 이르렀다.
석지중이 밝게 웃으며 말에서 뛰어내려 물가로 다가가 두 손으로 물을 퍼서 마시니 답답했던 마음이 뻥 뚫린 것처럼 시원해졌다. 머리를 물속에 담가 씻고 나서야 비로소 물주머니를 가득 채우고는 일어섰다.
홍마는 석지중이 일어나는 것을 보자 비로소 가볍게 울며 물속으로 뛰어내려 목을 늘이고 실컷 마시기 시작했다.
석지중이 머리와 얼굴을 닦고 심호흡을 한 후 고개를 돌려 사방을 살펴봤다. 시냇물 양쪽으로 작은 산언덕이 구불구불 뻗어 있는데 갈수록 높아져서 멀리 하늘 끝까지 이어져 있었다.
그는 어떻게 이곳 대막에 이런 세외도원이 있는지 놀랍고 의아하였다.
빽빽한 꽃나무와 붉은색, 흰색 꽃 사이로 푸른 풀밭이 펼쳐져 있고 나무와 꽃들 사이로는 시냇물이 졸졸 흐르고 있었다.
꽃잎 몇 조각이 수면(水面)에 떨어져 내리고 맑고 찬 시냇물은 짙은 향기를 뿌리며 느리게 흐르고 있었다.
석지중이 생각했다.
“지금은 이미 늦가을이 되었는데 이곳은 어찌 봄날처럼 따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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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안금조(碧眼金雕) 4-10

碧眼金雕 2016. 8. 30. 19:51 Posted by 비천호리

그가 일검을 쳐내자 상대방의 신영이 한번 기울어지며 번개같이 빠르게 예측할 수 없이 궤이(詭異)한 양검을 공격해올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이 양검은 추호의 징조도 없이 「마치 영양(羚羊)이 나무에 뿔을 걸어 매달린 것처럼 전혀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宛如羚羊掛角沒有絲毫痕迹可尋)」.

 

역자 ) 羚羊掛角無跡可尋

전설 중의 영양이 밤에 잠을 잘 때 침범 받는 것을 막기 위해 뿔로 나무에 매달려 발이 땅에 닿지 않도록 하였다고 하며 나쁜 마음을 가진 자는 그 행방을 찾기 어려웠다고 한다. 옛날에는 시의 정취가 초탈(

超脫)

한 것을 비유하는데 많이 쓰였고, 후에는 문학 창작에 전용(

轉用)되어 창작은 번뜩이는 영감에 의지하므로 이성적인 설명을 할 수 없다는 뜻으로 쓰인다.

 

그가 머릿속으로 생각을 굴렸지만 끝내 막을 수 있는 어떠한 일초도 없었다. 그가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발을 미끄러뜨려 다섯 걸음을 물러났다. 그러나 그가 비록 날듯이 빠르긴 했어도 석지중의 검끝은 여전히 그가 걸친 팔괘도포에 기다란 검 자국을 남기고 말았다.

 

옥허진인이 언제 다른 사람의 단 삼검 만에 밀려난 적이 있었던가, 그가 울화통이 치밀어 거의 땅에 쓰러질 지경이 되고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큰소리로 물었다.

“이건 또 무슨 검술이냐?”

석지중이 웃으며 말했다. “이건 천독랑군의 쌍척검술(雙尺劍術)

이외다!”

옥허진인이 놀라 말했다.

“쌍척검술? 세상에 그런 검술이 있었던가?”

그가 혼잣말을 하다가 갑자기 이제삼군(二帝三君)에게 생각이 미치자 자기도 모르게 크게 놀랐다.

“뭣이? 네가 또 천독랑군의 제자라는 거냐?”

 

석지중이 낭랑하게 웃으며 한혈보마에 뛰어올라 고삐를 한번 당기자 보마의 네 다리가 허공으로 날아올라 옥허진인의 머리를 뛰어넘어 산 위로 달려갔다. 옥허진인이 사납게 부르짖으며 쌍장을 하나로 합쳐 전신의 힘을 모아 한 가닥 경기(

勁氣)를 쳐냈다. 기경(氣勁)

이 공중에서 선회하며 거세게 출렁였다. 우르릉하는 소리와 함께 석지중에게 짓쳐 들어갔다.

석지중이 말 위에서 그 미친 듯이 강한 기경을 느낄 수 있었다. 장풍이 아직 이르지 않았는데도 그의 옷이 벌써 날리기 시작했다.

준마가 길게 울부짖자 그의 전신 의복이 확 부풀어 올랐다. 몸을 기울이며 단장(

單掌)을 밀어내 불문의 반야진기(般若眞氣)를 쏟아냈다.

 

눈덩어리가 강한 바람에 말려 올라 사방으로 비산하고, 경천동지할 정도로 큰 소리가 한번 났다. 옥허진인이 두 눈을 부릅뜨고 잇달아 네 걸음을 물러나는데 걸음 걸음이 땅 속으로 3촌(

三寸)

이나 빠져들어갔다. 그가 몸을 똑바로 세웠을 때에는 진흙이 벌써 그의 복사뼈를 덮고 있었다.

그는 턱수염이 토막토막 잘려져 바람에 날아가고 짧은 수염 한줌만 남게 되자 눈이 휘둥그레지고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놀라고 말았다. 그가 공중으로 뛰어넘던 홍마는 단지 약간 멈칫했을 뿐 여전히 날듯이 훌쩍 위쪽으로 달리는 것을 눈으로 보고는 중얼거렸다.

“불문의 반야진기!”

말을 채 마치지도 못하고 한 입 가득 피 화살을 뿜으며 땅에 쓰러져 정신을 잃어갔다.

 

한편, 석지중이 적토한혈보마를 타고 산위로 달려간 것은 눈석자를 찾기 위해서였다. 당일 야강성 밖에서 그는 하마터면 공동삼자에게 죽임을 당할 뻔했었고 그때부터 눈석자가 제멋대로 날뛰는 모양이 뇌리에 깊이 새겨져 있었기 때문에 이 순간 반드시 눈석자를 찾아내 그날의 원수를 갚으려는 것이었다.

준마는 날 듯이 산을 넘어 빠르게 산꼭대기의 상청관(上淸觀) 앞에 다다랐다.상청관 앞에는 검을 굳게 쥔 도인들이 한 줄로 서 있다가 석지중이 뜻밖에도 말을 탄 채로 산 위로 올라온 것을 보자 자신들도 모르게 놀라고 의아한 빛을 얼굴에 드러냈다. 석지중이 물었다.

“당신들 뭐하려고 이러고 있소?”

앞에 선 한 도인이 석지중의 기백이 범상치 않은 것을 보고는 감히 태만하지 못하고 대답했다.

“장문인께서 우리들에게 여기서 검진을 펼치고 있다가 산 위로 침범해 오는 사람이 오면 막으라고 분부했소이다.”

석지중이 말했다.

“오, 그러면 당신들은 눈석자를 보았소?”

그 도인이 대답했다.

“눈석자 사형은 이제 막 산 옆 지름길로 산을 내려갔소이다. 저기 보시오. 저 사람 아니요?”

석지중이 그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자 막 한사람이 산허리를 날 듯이 빠르게 달려가는 것이 보였다.

그가 시원스럽게 웃으며 “도장은 도호가 어떻게 되시오?”

그 도인이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뭔가 불안해하며 대답했다.“빈도는 현법(玄法)...석지중이 짐짓 숙연하게 말했다.

“오, 알고 보니 현법도장이셨구려, 실례했소이다. 실례했소이다.”

현법이 몸을 굽히며 말했다.

 

“천만에, 별말씀을. 소협이 너무 예를 차리시는구려.”

석지중이 말했다.

“그렇지만, 소생 생각에 도장은 우둔도인으로 이름을 바꾸는 것이 맞을 것 같소이다”

현법도인의 안색이 확 바뀌며 소리쳤다.

“그 말이 무슨 뜻이오?”

석지중이 폭소하며 크게 말했다.

“당신은 내가 바로 산위에 올라와 큰 소동을 일으킨 석지중이라는 것을 아는가? 하하, 옥허 늙은이가 문규에 따라 당신을 처리하도록 해야겠구나”

 

그가 말을 몰아 내달리며 눈석자에게 달려갔다.네 다리가 바람처럼 자잘한 돌들과 시든 풀 사이를 지나 빠르게 그 도인을 쫒아갔다.

눈석자는 뒤쪽에서 휘-익 바람소리가 들리자마자 바로 머리 위에 다가온 것을 느끼고 급히 고개를 돌렸다. 피처럼 붉은 홍마가 찌를 듯이 눈부신데, 눈 깜빡할 사이에 머리를 뛰어넘어 그의 앞으로 떨어졌다.

석지중이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눈석자, 나를 알아보겠느냐?”

 

눈석자가 걸음을 멈추고 마음을 가라앉힌 후 한번 보고는 말했다.

“허허! 나는 또 누구라고, 알고 보니 너 어린놈이었구나. 흐흐! 네놈이 어디서 이런 말을 훔쳐왔는지 몰라도 정말 괜찮은 말이구나”

석지중이 담담하게 웃었다.

“네가 달아나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고 생각해 내 보마를 빌려 더 빨리 도망치려고?”

눈석자가 거짓웃음을 얼굴에 띄우며 말했다.

“소노제, 곤륜산에 올라갔다가 어찌 이렇게 빨리 하산했는가? 허허! 그날 야강성 밖에서는 실로 미안했네. 그건 창송자가...”

석지중은 눈석자가 이렇게까지 부끄러움을 모를 줄은 생각 못했기에 경멸하는 투로 말했다.

“네놈이 아직 그날 일을 기억하고 있었더냐? 흥! 내가 바로 네 은혜에 보답하러 온 것이다. 왜 검을 뽑지 않느냐?”

 

돌연 눈석자가 장검을 뽑아 번갯불처럼 빠르게 석지중의 가슴을 찔러왔다.석지중이 미처 그 일검을 피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는 섬뜩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놈, 목숨을 내놔라!”

석지중이 코웃음을 치며 상체를 약간 기울이고 다섯 손가락을 나란히 뻗쳤다. 그리고는 상대방이 베어온 검세를 따라 가며 눈석자의 장검을 빼앗아 버렸다.

 

눈석자의 장검을 베어낸 손목이 한번 저리더니 상대방이 어떻게 손을 썼는지 똑똑히 보지도 못했는데 자기의 장검은 이미 손을 벗어났다.

 

석지중이 말했다.“네놈 같은 인간은 세상에 남겨도 쓸모가 없다”그가 장검을 들어 힘껏 던졌다.

“슈-욱”

번쩍거리는 검날(劍刃)이 공중을 가르고 유성이 떨어지듯 눈석자의 등에 꽂혔다.

“아-악...”

눈석자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두 손으로는 힘없이 공중을 몇 번 잡더니 그 장검과 함께 땅에 박혀 버렸다.“

검자루에 달린 술이 바람에 나부끼고 하얀 눈 위에 바로 검붉은 선혈이 스며들었다. 홍마는 핏빛처럼 허공을 갈랐다.

긴 휘파람 소리 속에 공동의 종소리가 급하게 울리기 시작했다.마치 산들바람을 탄 것처럼 종소리가 온 산에 퍼져 나갔다.

 

(제4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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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안금조(碧眼金雕) 4-9

碧眼金雕 2016. 8. 8. 20:54 Posted by 비천호리

준마가 길게 울며 날아 내리자 옥허진인이 한 걸음 물러서며 놀라 물었다.

너는 누구냐?”

말 위의 기사는 청삼(靑衫)을 걸쳤고, 옥 같은 얼굴에 붉은 입술, 끝이 날카롭게 위로 올라간 눈썹을 가졌다. 이때 그가 눈썹을 치켜 올리며 말했다.

나는 석지중이오!”

옥허진인이 말했다.

너는 어느 파의 문인이냐, 왜 그녀를 위해 증언하려고 하느냐?”

석지중이 한번 밝게 웃으며 말했다.

그날 내가 직접 그 일을 보았기 때문이오!”

그가 눈에 신광(神光)이 번뜩이다 바로 거두고는 손가락을 뻗으며 말했다.

이쪽은 공동삼자 중 창송자, 하하, 이쪽은 비운자구나

그가 옥 같은 얼굴에 약간의 노기를 띠며 말했다.

그런데, 눈석자는 어디로 갔느냐?”

옥허진인이 고개를 돌려 물었다.

, 이 사람을 아느냐?”

비운자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사형께 아룁니다. 그날 야강성 밖에서 그가 우리들을 막는 바람에 홍월(洪越)이 도망치게 되었습니다.”

그가 몸을 굽히며 말했다.

당시 그는 곤륜 영목대사(靈木大師)가 이끌고 갔습니다.”

옥허진인이 흐흐 냉소하며 말했다.

알고 보니 넌 곤륜제자였구나, 뜻밖에도 곤륜이 언제 서량파와 결탁했었나!”

석지중은 공동장문이 시비(是非)를 가리지 못하고, 흐리멍텅하기 짝이 없는 것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노하여 소리쳤다.

헛소리, 당신은 일파의 장문인이면서도 시비와 진위를 가리지 못하다니, ! 눈석자는 왜 숨겼느냐?”

옥허진인은 지독하게 욕을 먹게 되자 저절로 크게 노하여 말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놈이 감히 공동에 와서 소란을 피우다니, 내 본무대사(本無大師)에게 좀 물어봐야겠다. 그의 제자 모두가 이렇게 어른에게 불경(不敬)스러운지, 이놈! 아직도 말에서 굴러 내리지 못하겠느냐?”

옥명도인이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은 채 일검을 날려  석지중을 쳐가는데, 쏴쏴하는 검풍(劍風)이  극히 악랄하여 그를 사지(死地)에 몰아넣으려 한다.

석지중이 냉소하며 고삐를 한번 당기자 한혈보마가 공중으로 날아올라 번개처럼 뒷발질을 했다.

!”

두 쇠발굽이 옥명도인의 가슴을 치자 그는 아무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가슴의 늑골이 모조리 부러져 넘어져 죽어 버렸다.

옥허진인이 크게 놀라 소리쳤다.

적토한혈마, 이건 칠절신군의 말이다!

석지중이 땅에 내리면서 말했다.

당신이 이제야 비로소 한혈보마를 알아보느냐, ! 빨리 눈석자를 나오게 해라

칠절신군은 무림에서 절정의 고수 중 하나로서 절예(絶藝)가 사람들을 떨게 하였다. 그런 까닭에 공동장문은 순간 안색이 크게 변해 말했다.

본문 제자와 신군 사이에 어떤...”

석지중이 달갑지 않은 어투로 말했다.

나는 절대로 칠절신군의 제자가 아니니 당신이 두려워할 필요가 없소. 이번에 온 것은 다만 공동삼자가 그날 포위 공격한 덕()을 갚으려는 것일 뿐이오

그가 말에서 뛰어내리면서 몸을 약간 움직여 다섯 손가락을 갈고리처럼 펼쳐 비운자를 덮쳐갔다.

옥허진인은 석지중의 몸이 눈 앞에서 스치는 것을 보자 대갈일성하며 손에 쥔 불진을 한 번 털어 진력을 주입해 천 가닥의 은침처럼 석지중의 요혈을 쳐갔다.

석지중은 몸도 돌리지 않고 손바닥을 뒤집어 마치 번갯불이 치고 유성이 떨어지듯 한 묶음 말총을 붙잡고는 한번 진동시키고 한번 끌어당기는 사이에 가닥 가닥 말총을 모조리 끊어 버렸다.

그는 오른손 다섯 손가락을 키처럼 펼쳐서 비운자가 빠져 나가지 못하도록 한 후, 맥문을 붙잡아 비운자의 온 몸을 공중에 들어 올려서는 큰 원을 그리도록 휘둘러 덮쳐오는 도인을 막아냈다.

옥허진인은 불진이 상대방에 의해 끊기자 저도 모르게 크게 놀라고 약간은 얼이 빠져서 불진 자루로 여섯 초를 연달아 쳐내니 선풍(旋风)이 질풍같이 일었다.

석지중이 오른손으로 비운자를 붙잡은 채 왼손으로는 기이하고 변화무쌍하게 사장(四掌)을 쪼개내니 장()과 장()이 겹치되, 서로 이어지지 않았다. 순식간에 옥허진인의 공세를 봉쇄하고 두 걸음 물러나게 만들었다.

그의 이 몇 수는 곤륜의 수법이 아니라 바로 천독랑군과 칠절신군이 필사적으로 싸울 당시 기억해 놓은 초식이었다.

그는 비할 데 없이 총명하여 바로 이때 그가 격출해 낸 사장은 그 정도나 보법에 있어서 매우 정확하여 옥허진인의 초식을 막아낼 수 있었다.

옥허진인은 자기가 일개 풋내 나는 청년에게 두 걸음이나 밀려난 것을 전혀 믿을 수 없었다. 다만 상대방의 그 기이하고 변화무쌍한 장식(掌式)은 위력이 확실히 적지 않아 조그마한 파해법도 찾을 수 없었다.

그가 대갈일성 했다.

너는 도대체 누구의 제자냐?”

석지중이 밝게 웃으며 손바닥 가장자리(掌緣)을 한 번 끌자 몸이 빠른 화살처럼 뚫어 나가며 장(掌)을 평평하게 쳐내 한 가닥 강맹한 장력으로 창송자가 공격해 오는 검을 때렸다.

창송자는 원래 석지중이 공동에 오르는 것을 보고 어리둥절했었지만, 후에 석지중이 일초만에 비운자를 붙잡는 것을 보고는 이 젊은이가 단지 두 달 못 만난 사이에 이렇게 고강한 무예를 연성한 것에 크게 놀랐다.

그가 검을 뽑아 한복래지(恨福來遲) 한 초식을 격출해 낸 것은 원래 석지중을 잠깐 막아 장문인으로 하여금 그와 대항할 수 있도록 하려던 것인데 석지중이 검광이 쳐오는 것을 보고도 아예 피하지 않고 일장으로 창송자의 검을 쳐 갈줄 누가 알았겠는가?

!”하는 소리와 함께 장검이 세 조각으로 부러지고 창송자의 검을 쥔 오른손 손아귀가 찢어져 붉은 피가 흘러 나왔다.

그가 간담이 찢어질 듯이 크게 놀라 허겁지겁 쌍장을 한번 뒤집어 결사적으로 일장을 쳐내자 기경(氣勁)이 회오리쳐 석지중에게 부딪혀 갔다.

석지중이 냉소하며 말했다.

네가 아직도 어디로 도망가려고 하느냐?”

그가 눈빛을 쏘아내며 내력을 장()으로 쏟아내어 창송자를 맞이해 갔다.

!” 소리와 함께 창송자의 얼굴이 창백해지며 두 손목이 부러지고 비명을 지르며 혼절하였다.

석지중이 왼손을 끌어 창송자를 들어 올리더니 서우에게 던지며 말했다.

받으시오, 이 자가 그날 당신 남편을 포위 공격한 자 중 하나요

그의 이번 행동은 천둥소리에 미처 귀를 막지 못할 듯이 빨라서 창송자의 두 손목을 부러뜨리고 옥허진인이 경악에서 깨어나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이미 서우가 창송자를 넘겨받았다.

그가 대갈하며 말했다.

네가 감히 그의 솜털 하나라도 상하게 한다면 네가 죽어도 묻힐 곳이 없도록 하고야 말겠다

서우는 줄곧 석지중이 위풍을 크게 드러내는 것을 목도하였고 이번에 창송자를 넘겨받았는데 옥허진인의 이런 위협을 듣게 되자 처참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아직 죽음을 두려워할 것 같으냐?”

그녀가 이를 악물고 남아 있는 오른팔로 들고 있던 단검으로 가차 없이 창송자의 심장을 찔러버렸다.

옥리도인이 검을 곧추 세우고 !” “!” 연속 수차례 쪼개왔다.

석지중이 비스듬히 걸음을 옮겨 서우의 앞을 막아서고는 사람을 검으로 삼아 손으로 잡고 휘두르니 빗자루로 쓸어가는 것 같았다.

옥리도인이 미처 손을 거두지 못하고 장검으로 검풍을 몰아 그대로 비운자의 머리통을 베어 내렸다.

선혈이 날리는 가운데 얼이 빠진 옥리도인의 손목을 석지중이 발을 날려 차 손에 든 그의 장검을 날려 버렸다.

한줄기 검영이 공중으로 솟구쳤다.

석지중이 고개를 돌려 말했다.

당신들은 빨리 산을 내려가시오! 그렇지 않으면 나 혼자 돌볼 수가 없소이다!”

서우가 슬픈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내가 무서워할 것이 뭐가 있겠어요? 어차피 한번 죽는 건데!”

석지중이 대갈일성하며 공중에서 떨어지는 장검을 받아들고는 검신을 한번 떨쳐 용유대택(龍游大澤) 일초로 쳐오는 장검을 막아냈다.

석지중이 고개를 돌려 매섭게 쏘아보며 말했다.

당신은 당신네 서량파 전체를 생각하지 않는단 말이오? 빨리 가시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내가 움직이는데 방해만 되오

서우가 돌연 깨닫고는 말했다.

대협, 큰 은혜는 후에 갚겠습니다. 이만 떠나겠습니다!”

석지중이 소리쳤다.

잠깐만!”

그가 검신을 떨쳐 웅웅소리와 함께 신랄하고 괴이하게 검날을 옆으로 한번 그어 검인(劍刃)을 옥리도인의 장검에 얹어 잡아 당겨 또 옥리도인의 장검을 날려 버렸다.

그가 소리쳤다.

당신에게 이 한 팔을 보내오

검광이 원을 그리자 옥리도인의 오른팔이 잘려지고, 비명 소리에 서우가 씁쓸하게 한 번 웃고는 고개를 돌려 산 아래로 날듯이 달려갔다.

그녀의 뒤에 남아 어찌할 바를 모르던 두 명의 대한(大漢)도 그녀를 따라 산을 내려갔다.

옥허진인이 마치 비단이 찢어지는 것 같은 고함을 지르고, 도포를 끌며 손에는 장검을 들고 앞에 나서 뛰어왔다.

석지중이 검영을 부챗살처럼 휘들러 내어 매끄럽게 이검(二)을 공격했다.

옥허진인은 눈앞에 부챗살 같은 검영이 날아오자 몸을 낮추고 숨을 들여 마신 후 앞으로 뛰어가던 몸을 아래로 떨어뜨리고 검신을 돌려 검막(劍幕)을 평평하게 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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