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는 흰 구름이 유유히 떠 있고, 거센 바람이 사막 저편에서 불어와 희뿌연 모래 먼지를 흩날린다.
끝이 없는 사막, 셀 수 없이 많은 모래언덕, 끝없이 펼쳐진 황사 가운데 석지중은 고삐를 당겨 한혈보마가 서북쪽으로 질주하도록 한 뒤 내버려 두었다.
그의 귓가에 바람소리가 휙휙 소리를 내는데 눈을 굳게 감았고 눈가에는 마르지 않은 눈물이 있다.
지금 자신이 모든 것으로부터 버려졌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의 무공은 결국 천룡대제의 일식에 파해되었고, 지금은 내상을 입고 있어 열 시진을 넘길 수 없다… …
"열 시진?
그가 눈을 뜨고 날리듯이 뒤로 밀려나는 무수한 모래언덕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제 몇 시진이나 남았을까? 살아있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일까? 이렇게 막막하고 알 수 없는가? ”
쓸쓸한 느낌이 마음속에 떠올라 그는 저도 모르게 "천지는 유유한데, 홀로 슬픔에 차 눈물을 흘린다(天地悠悠, 沧然泣下)"는 감개를 떠올렸다.
그는 말머리를 토닥이며 속삭였다.
"이제 너만 나와 함께 있구나."
홍마를 통해 칠절신군에게 생각이 미치고, 또 그로 하여금 동해 멸신도와 본문의 풀기 어려운 분란(纷乱)을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만약 내 공력이 천룡대제에게 격파되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 분명히 멸신도에 쫓아가서 그들과 싸우고 있을 것이다."
차례로 잇따라 떠오르는 생각들이 전광석화처럼 그의 뇌리를 스치자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 내가 해야 할 일이 이렇게 많은데, 어찌 이대로 죽을 수 있을까? 난 반드시 방도를 찾아서 내상을 치유할 것이다."
그는 몸에 걸친 두루마기를 끌어당기고 손으로 옷 보따리를 툭툭쳤다. 하지만 낙담하여 생각했다.
"금과옥극(金戈玉戟)을 가지고 있은들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 있나?
거기에 새겨진 글씨를 하나도 모르겠는데. 허!"
그는 갑자기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가슴에서 기혈이 용솟음쳐 하마터면 말에서 떨어질뻔했다.
그는 신음소리를 내며 서둘러 고삐를 흔들었고, 홍마는 속도를 늦추며 천천히 걸어 갔다.
귓가에 큰 물이 출렁이는 급류 소리가 울려퍼져 그가 눈을 떠보니 누렇고 탁한 강물이 서쪽에서 끊임없이 흘러오는데 물살이 세차게 흘러 양안의 진흙과 모래를 싣고 하류로 흘러가는 것이 보였다.
그가 물살을 따라 곧바로 올라가자 물살이 점점 느려지고 점차 맑아져 짙은 녹색의 강물이 잔잔하게 흘러내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갑자기 흰매 한 마리가 허공을 스쳐 북쪽에서 날아와 이 넓은 강을 건너려고 하는데, 막 수면 위로 날아오자마자 두 날개가 움츠러들더니 비명을 지르며 수면에 떨어졌고 순식간에 가라앉아 버렸다.
"약수(弱水)! 이건 약수다. 그가 놀라서 말했다.
"날아다니는 새도 건너지 못하고 거위털도 뜨지 않는, 이건 약수다…”
그의 눈빛은 잔잔히 흐르는 물줄기에서 건너편 기슭으로 옮겨졌다. 약 10장 밖에서 인영(人影) 하나가 비틀거리며 달려왔기 때문이었다.
그 사람의 몸에는 은색 화살(银箭)이 꽂혀 있고, 은화살 깃털이 반짝이고 있다. 화살대가 꽂힌 등에서 흘러나온 선혈에 옷이 흠뻑 젖어 있었고 이때 그 사람의 움직임을 따라 모래 위에 방울방울 떨어지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고통스럽기 짝이 없는 기색이 역력했고 근육이 이따금 경련을 일으키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정한 걸음으로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마치 약수에 도달하기만 하면 그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석지중은 놀라서 그 사람이 강기슭으로 달려간 후 땅에 엎드려 손을 뒤로 돌려서 등뒤에 깊숙이 박힌 화살촉을 뽑아내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아!"
그 남자가 비명을 지르자 머리에 땀이 솟아났다. 그는 긴 화살(长箭)을 뽑아 강물에 던지고는 절망적인 몸짓으로 일어섰다.
그 사람이 강에 던진 은화살은 뜻밖에도 짙푸른 물줄기에 즉시 한 무더기 검은색 거품을 일으켰다.
석지중은 오싹해져 생각했다.
"이 은화살에는 독이 있었구나, 어쩐지 그 사람이 그렇게 절망하더라니. 알고 보니 중독이 심해서 치유할 수 없었구나. 그런데 왜 약수를 보자 얼굴에 희색이 돌았을까? 이 물이 상처를 치료하거나 그가 약수를 건너면 목숨을 건질 수 있는걸까?
그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그 사람이 그를 보고는 소리쳤다.
"이보시오! 나 대신 일을 좀 해 줄 수 있겠소?
석지중은 그 사람이 중독된 후에도 이렇게 오랫동안 버틸 수 있을 줄은 몰라서 깜짝 놀랐다. 보아하니 정말 내가고수가 틀림없는 것 같다.
그가 물었다.
"무슨 일이요? ”
그 사람은 땀을 닦으며 말했다.
"나는 유령대제 수하로 십이순사사(十二巡查使) 중 한 명인 단일구(断日钩) 오부(吴斧)요. 내가 이번에...”
그는 고통스러운 신음소리를 내며 주머니에서 검고 윤기나는 비단 주머니(锦囊)를 꺼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것은 석년(昔年)의 상패장군(常败将军) 공손무기(公孫無忌)가 지은 장군기사(將軍記事)요. 당신이…”
그는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새까만 피를 토해내고 한바탕 몸을 흔들며 땅에 넘어졌다.
석지중은 놀랍기도 하고 의아하기도 했다. 서량파(西凉派)의 멸망과 공동파(崆峒派)가 분쟁의 실마리를 만든 장군기사가 유령대제 수하의 손에 들에 들어갔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보아하니 단일구는 은전에 맞아 중독된 것 같았다.
도깨비같이 생긴 오부가 발버둥을 치며 일어나 대갈일성(大喝一声)하며 손에 든 금낭을 약수 너머로 던졌다.
검은 색 금낭이 번쩍거리는 빛을 띠고 석지중의 발 앞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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