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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안금조(碧眼金雕) 5-6

碧眼金雕 2024. 10. 7. 11:36 Posted by 비천호리

하늘에는 흰 구름이 유유히 떠 있고, 거센 바람이 사막 저편에서 불어와 희뿌연 모래 먼지를 흩날린다.
끝이 없는 사막, 셀 수 없이 많은 모래언덕, 끝없이 펼쳐진 황사 가운데 석지중은 고삐를 당겨 한혈보마가 서북쪽으로 질주하도록 한 뒤 내버려 두었다.
그의 귓가에 바람소리가 휙휙 소리를 내는데 눈을 굳게 감았고 눈가에는 마르지 않은 눈물이 있다.
지금 자신이 모든 것으로부터 버려졌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의 무공은 결국 천룡대제의 일식에 파해되었고, 지금은 내상을 입고 있어 열 시진을 넘길 수 없다… …
"열 시진?
그가 눈을 뜨고 날리듯이 뒤로 밀려나는 무수한 모래언덕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제 몇 시진이나 남았을까? 살아있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일까? 이렇게 막막하고 알 수 없는가? ”
쓸쓸한 느낌이 마음속에 떠올라 그는 저도 모르게 "천지는 유유한데, 홀로 슬픔에 차 눈물을 흘린다(天地悠悠, 沧然泣下)"는 감개를 떠올렸다.
그는 말머리를 토닥이며 속삭였다.
"이제 너만 나와 함께 있구나."
홍마를 통해 칠절신군에게 생각이 미치고, 또 그로 하여금 동해 멸신도와 본문의 풀기 어려운 분란(纷乱)을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만약 내 공력이 천룡대제에게 격파되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 분명히 멸신도에 쫓아가서 그들과 싸우고 있을 것이다."
차례로 잇따라 떠오르는 생각들이 전광석화처럼 그의 뇌리를 스치자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 내가 해야 할 일이 이렇게 많은데, 어찌 이대로 죽을 수 있을까? 난 반드시 방도를 찾아서 내상을 치유할 것이다."
그는 몸에 걸친 두루마기를 끌어당기고 손으로 옷 보따리를 툭툭쳤다. 하지만 낙담하여 생각했다.
"금과옥극(金戈玉戟)을 가지고 있은들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 있나?
거기에 새겨진 글씨를 하나도 모르겠는데. 허!"
그는 갑자기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가슴에서 기혈이 용솟음쳐 하마터면 말에서 떨어질뻔했다.

그는 신음소리를 내며 서둘러 고삐를 흔들었고, 홍마는 속도를 늦추며 천천히 걸어 갔다.
귓가에 큰 물이 출렁이는 급류 소리가 울려퍼져 그가 눈을 떠보니 누렇고 탁한 강물이 서쪽에서 끊임없이 흘러오는데 물살이 세차게 흘러 양안의 진흙과 모래를 싣고 하류로 흘러가는 것이 보였다.
그가 물살을 따라 곧바로 올라가자 물살이 점점 느려지고 점차 맑아져 짙은 녹색의 강물이 잔잔하게 흘러내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갑자기 흰매 한 마리가 허공을 스쳐 북쪽에서 날아와 이 넓은 강을 건너려고 하는데, 막 수면 위로 날아오자마자 두 날개가 움츠러들더니 비명을 지르며 수면에 떨어졌고 순식간에 가라앉아 버렸다.
"약수(弱水)! 이건 약수다. 그가 놀라서 말했다.
"날아다니는 새도 건너지 못하고 거위털도 뜨지 않는, 이건 약수다…”
그의 눈빛은 잔잔히 흐르는 물줄기에서 건너편 기슭으로 옮겨졌다. 약 10장 밖에서 인영(人影) 하나가 비틀거리며 달려왔기 때문이었다.
그 사람의 몸에는 은색 화살(银箭)이 꽂혀 있고, 은화살 깃털이 반짝이고 있다. 화살대가 꽂힌 등에서 흘러나온 선혈에 옷이 흠뻑 젖어 있었고 이때 그 사람의 움직임을 따라 모래 위에 방울방울 떨어지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고통스럽기 짝이 없는 기색이 역력했고 근육이 이따금 경련을 일으키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정한 걸음으로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마치 약수에 도달하기만 하면 그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석지중은 놀라서 그 사람이 강기슭으로 달려간 후 땅에 엎드려 손을 뒤로 돌려서 등뒤에 깊숙이 박힌 화살촉을 뽑아내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아!"
그 남자가 비명을 지르자 머리에 땀이 솟아났다. 그는 긴 화살(长箭)을 뽑아 강물에 던지고는 절망적인 몸짓으로 일어섰다.
그 사람이 강에 던진 은화살은 뜻밖에도 짙푸른 물줄기에 즉시 한 무더기 검은색 거품을 일으켰다.
석지중은 오싹해져 생각했다.
"이 은화살에는 독이 있었구나, 어쩐지 그 사람이 그렇게 절망하더라니. 알고 보니 중독이 심해서 치유할 수 없었구나. 그런데 왜 약수를 보자 얼굴에 희색이 돌았을까? 이 물이 상처를 치료하거나 그가 약수를 건너면 목숨을 건질 수 있는걸까?
그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그 사람이 그를 보고는 소리쳤다.
"이보시오! 나 대신 일을 좀 해 줄 수 있겠소?
석지중은 그 사람이 중독된 후에도 이렇게 오랫동안 버틸 수 있을 줄은 몰라서 깜짝 놀랐다. 보아하니 정말 내가고수가 틀림없는 것 같다.
그가 물었다.
"무슨 일이요? ”
그 사람은 땀을 닦으며 말했다.
"나는 유령대제 수하로 십이순사사(十二巡查使) 중 한 명인 단일구(断日钩) 오부(吴斧)요. 내가 이번에...”
그는 고통스러운 신음소리를 내며 주머니에서 검고 윤기나는 비단 주머니(锦囊)를 꺼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것은 석년(昔年)의 상패장군(常败将军) 공손무기(公孫無忌)가 지은 장군기사(將軍記事)요. 당신이…”
그는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새까만 피를 토해내고 한바탕 몸을 흔들며 땅에 넘어졌다.
석지중은 놀랍기도 하고 의아하기도 했다. 서량파(西凉派)의 멸망과 공동파(崆峒派)가 분쟁의 실마리를 만든 장군기사가 유령대제 수하의 손에 들에 들어갔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보아하니 단일구는 은전에 맞아 중독된 것 같았다.
도깨비같이 생긴 오부가 발버둥을 치며 일어나 대갈일성(大喝一声)하며 손에 든 금낭을 약수 너머로 던졌다.
검은 색 금낭이 번쩍거리는 빛을 띠고 석지중의 발 앞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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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안금조(碧眼金雕) 5-5

碧眼金雕 2024. 10. 5. 22:08 Posted by 비천호리

그는 상대가 젊은 나이에 거의 30년 이상 수위의 이렇게 심후한 공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 마음 속으로 생각했다.
"곤륜에서 언제 이런 고수를 배출했을까? 뜻밖에도 각 대문파의 장문인들을 넘어서다니!"
그가 자세히 한번 살펴보니 석지중의 가슴 앞에 선홍색의 큰 점 일곱 개가 드러나 있다. 그는 문득 속으로 짐작했다.
"그가 칠성조원(七星朝元)의 사람일 줄은 생각 못했구나. 고서의 기재에 따르면 이런 사람은 대단히 총명하여 한눈에 열 줄씩 읽고(一目十行), 한 번 보면 잊어버리지 않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선악에 대한 관념이 매우 완고해서 원한을 마음에 매우 강하게 새긴다고 했지."
석지중이 원독(怨毒)한 시선으로 그를 주시하자 그는 뜻밖에도 한기를 느꼈다. 이것은 그에게 있어서 그야말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종래 아무도 감히 그런 눈빛으로 그를 노려본 적이 없었고, 그도 누구도 두려워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 아이는 일신(一身)의 무학이 잡다하고, 살기가 너무 중하구나!"라고 생각했다.

순간 무수한 생각들이 전광석화처럼 그의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가 다가와 온화하게 말했다.
"원래 너는 곤륜의 제자였군. 그러니 이렇게 심후한 공력을 가지고 있지!"
그가 품에서 오동씨만한 금황색 환약을 꺼내어 말했다.
"너의 내장이 흔들려 상처를 입었으니 빨리 이 환약을 복용해라."
석지중은 잠시 놀랐지만 곧바로 냉소를 지으며 한혈마에 기어오른 후 방향을 틀어 꽃밭으로 갔다.
말발굽 소리가 울리고 꽃향기는 그윽하다. 그가 꽃그늘에 막 다다랐을 때 천룡대제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돌아와라!"
석지중이 움찔하여 저도 모르게 말머리를 돌렸다.
천룡대제가 말했다.
"네가 아무리 교만하더라도 목숨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을 아느냐? 너는 이미 나의 백옥관음수(白玉觀音手)에 임독양맥(任督两脉)이 상했다. 열 시진 안에 내 금오환(金梧丸)을 복용하지 않으면 전신의 혈맥이 끊어져 죽게 될 것이다!"
그가 잠깐 멈췄다 다시 말했다.
"네가 이렇게 젊은 나이에 죽는걸 차마 두고볼 수 없으니 금오환을 주마! 설마 내가 너한테 독약을 먹이겠느냐?"

석지중이 냉랭하게 말했다.
"천독랑군의 독조차 나를 죽이지 못했는데 어찌 죽음을 두려워하겠소? 흥! 죽으면 죽는거지 두려울 게 뭐요? 하지만 죽지 않으면 장차 돌아와 당신에게 백옥관음수(白玉觀音手)를 한 수 가르침을 청하겠소이다!"
천룡대제가 낭랑한 목소리로 크게 웃었다.
"정말 내가 너를 못 죽일 줄 아느냐?"
석지중이 신랄하게 말했다.
"당신이 날 죽일까봐 두려워할 줄 압니까?"
그러자 천룡대제의 안색이 변하며 말했다.
"가라. 내 20년 동안 이렇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이 환약을 가져가라! 난 네가 다시 오는 것이 무섭지 않다!”
석지중은 던져준 금오환을 받고서 한번 쳐다보지도 않고 다시 던지며 말했다.
"나 석지중은 이유없이 결코 남의 은혜를 입지 않소이다. 가져가시오."
그는 말을 몰아 급히 꽃 숲으로 들어간 후 숲 밖으로 날듯이 달려갔다.
천룡대제가 가볍게 탄식했다.
"저 불세출의 영재가 아깝구나. 아, 내가 왜 그의 눈에 원독스러운 빛이 번뜩이는걸 보고 갑자기 독수를 썼을까, 설마 그의 복수를 두려워했던 걸까?"

그가 고개를 돌리자 마침 동방평이 눈물을 머금고 한 무더기 꽃나무 앞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아리따운 얼굴에 떠올라 있는 동정과 슬픔의 표정이 그의 마음을 크게 놀라게 했다.
그의 마음 속에 자신의 딸은 사랑할줄 모르고 눈물도 흘리지 않으며 단지 웃을 줄만 알고 슬픔이 뭔지 모르는 순진무구한 아이였는데 지금 이렇게 상심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왜 그러느냐?"
동방평이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소리쳤다.
"아빠, 나빠요, 저는... 아빠가 원망스러워요."
그녀가 얼굴을 가리고 쏜살같이 달려갔다. 남겨진 천룡대제는 놀라 사라져가는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열일곱 살, 저 아이가 벌써 열일곱 살이 되었구나...”
그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는데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다. 그가 중얼거렸다.
"약평(若萍), 당신이 떠난 지 17년이나 되었구려. 당신, 평평이 이미 다 컸다는 것을 알고 있소? 그 아이가 이미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보일 줄 안다오, 그 아이가 이미 소녀의 감정을 가지게 되었소, 약평, 그거 알아요? 그거 알아요?"
그는 비틀거리며 궁궐 옆 소나무 숲길을 향했는데, 바람이 솔숲을 스치자 이따금 파도소리 같은 솔 바람 소리에 섞인 흐느낌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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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안금조(碧眼金雕) 5-4

碧眼金雕 2024. 10. 5. 22:05 Posted by 비천호리

동방평이 놀라 허둥거리며 재빠르게 걸어왔다. 아름다운 얼굴에는 놀람과 두려움이 떠올라 있었다.
그녀의 검고 빛나는 눈동자가 석지중의 짙은 눈썹에 머물다가 스쳐 지나가며 천룡대제에게 말했다.
"아빠! 그는…."
천룡대제의 안색이 싸늘해지며 말했다.
"너, 이 자를 아느냐? ” 
동방평은 깜짝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억울해 하는투로 말했다.
"모르는 사람이예요! ”
천룡대제가 부드러워진 얼굴로 말했다.
"궁으로 돌아가거라, 더 이상 말할 것 없다."
동방평은 어쩔 수 없이 한 무리 채의(彩衣)를 입은 소녀들을 데리고 궁으로 걸어갔다.
순식간에 넓은 뜰에는 졸졸 흐르는 물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석지중은 상대의 기세등등한 위엄에 마음이 불편해서 말했다.
"전배(前辈)께서 별일 없으시다면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천룡대제가 코웃음을 치고 말했다.
"네 근골으로 보아 확실히 불세출의 영재인건 맞지만, 내가 정한 규칙을 어겼으니 죽는 길 밖에 없다. ”
석지중은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끼고 큰 소리로 물었다.
"당신은 무엇을 근거로 사람을 죽이려고 합니까? 당신은 또 무슨 까닭으로 이런 규칙을 정했습니까?”
천룡대제는 누군가 그에게 이런 말을 할 줄 생각지도 못한 듯 깜짝 놀랐다. 그는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이 질문에 대답할 말이 없었다.
그는 영준하지만 약간은 앳된 석지중의 얼굴을 주시하다가 돌연 광소를 터뜨렸다.
"바로 내 의지에 의해, 내 쌍장을 믿고 그런다!"
석지중이 코읏음치며 말했다.
"내 이제껏 이제삼군(二帝三君)이 천하에 최고라 반드시 남다른 점이 있을 줄 알았더니, 똑같이 힘으로 다른 사람을 내리 누르는 부류인 줄은 몰랐군. 흥! 당신 주먹으로 내 의지를 꺾을 수 있을까? 내 의지와 내 쌍장에 의지해 나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소."
"미친놈!"

천룡대제가 발을 움직이지 않은채 몸을 날리며 두 손가락을 세워 비스듬히 그었다.
"네가 죽음을 두려워하는지 안하는지 볼까?"
석지중의 눈앞이 흐릿해지고 상대방의 두 손가락이 귀를 찌르는 듯한 괴이한 소리를 내며 언뜻 나타났다. 조각조각의 지영(指影)이 예리한 바람을 몰고 얼굴을 베어오는데 전광석화처럼 빨랐다.
석지중이 놀라 안색이 바뀌며 양장(两掌) 을 뒤집고 몸을 흔들어 뒤로 펄쩍 뛰며 두 줄기 장풍을 처내 얼굴을 보호했다.
어찌 알았겠는가, 그가 막 일장 밖으로 뛰쳐나올 때, 천룡대제는 이미 그림자처럼 따라 따라 붙었고, 한 가닥 지풍으로 그가 쳐낸 장풍을 찢고 들어와 그의 옷에 기다랗게 찧어진 자국을 낼줄을.
"찌익" 소리와 함께 석지중이 분노에 차 고함을 지르며 두 팔을 휘둘러 기묘하게 일초를 공격해 상대의 지영을 막아냈다.
천룡대제는 의아해하며 말했다.
"아! 원래 너는 천독랑군의 제자였구나, 그렇다면 더더욱 살려둘 수 없지!”
석지중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쌍장을 천천히 들어 올리며 불문의 반야진기(般若真气)를 쌍장에 모았다.

그의 얼굴이 붉어지고 걸치고 있는 옷이 바람이 불지 않는데도 저절로 움직이더니 한 가닥 커다란 기운이 터져나오는데 마치 큰 산봉우리가 무너져 내리는 것처럼 기세가 무섭기 짝이 없었다.
천룡대제의 귀밑머리까지 비스듬히 날리는 두 가닥 긴 눈썹이 높이 솟으며 천룡대제가 놀라 바라보며 외쳤다.
"반야진기(般若真气)!"
그가 넓은 두 소매로 마치 철판처럼 나란히 쳐내자 소매 밑에서 솟아나온 힘이 소용돌이치며 흔들렸고 소매 속의 쌍장이 불현듯 나타나 마치 백옥(白玉)으로 조각한 것처럼 햇빛에 반짝였다.
쾅'하는 굉음과 함께 풀과 흙이 흩날리고 진흙과 모래가 튀어 올랐고 석지중이  신음소리를 내며 일장 밖으로 떨어졌다.
그의 안색은 창백했고, 옷은 모두 그 날카로운 장경(掌劲)에 의해 조각조각 베어져날아가 버렸다. 그러자 그의 배 앞의 붉은 점 일곱 개가 마치 북두성이 밤하늘에 늘어선 것처럼 기이하고 신비로운 빛을 발했다.
그의 가슴에 기혈이 요동치며 '왁' 소리와 함께 땅에 선혈을 한모금 토해냈다.
그러나 그는 재빨리 일어나 두 눈을 부릅뜨고 전면을 응시했다.
천룡대제의 몸이 약간 기울어졌는데 상대가 발출한 반야진기에 흔들려 하마터면 똑바로 서지 못할뻔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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碧眼金雕 2017. 8. 3. 17:56 Posted by 비천호리

석지중은 그녀가 천진난만하게 웃는 얼굴을 보자 기이한 느낌이 들었다. 그가 답했다.
“이건 분명히 그대가 구상했겠지!”
동방평의 눈이 동그래지며, 의아해서 말했다.
“어!, 어떻게 알았어요?”
석지중이 생각했다.
“그대가 이러는 건 나한테 알려주는 거나 마찬가진데도 여전히 어떻게 알게 되었냐고 묻다니”
그는 단지 미소만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동방평이 늘어뜨린 검은 머리카락을 한 번 쓸어 올리며 윤기가 흐르는 붉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까맣게 빛나는 눈동자로 석지중을 똑바로 쳐다봤다.
그녀가 의아해하며 중얼거렸다.
“그가 어떻게 알고 있지? 설마 그가 정말로 아빠를 아는 걸까?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길을 알아서 꽃나무 숲을 뚫고 이곳으로 올 수 있을까?”
그녀는 납득이 되었는지 웃으며 말했다.
“나를 속이고 있는 걸 알아요, 그대는 분명히 아빠를 알고 있으면서!
오빠 말로는 천하에 우리 아빠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했어요. 천룡대제(天龍大帝)의 위명(威名)은 해가 중천에 떠 있는 것처럼 눈부시게 빛나...“
석지중이 온몸을 떨며 엉겁결에 소리쳤다.
“뭐라고? 천룡대제? 그대의 아빠가 바로 천룡대제라고?”
그는 이곳 대막에서 천룡대제의 궁전에 뛰어들게 된 줄 전혀 생각지 못했다. 몸시 방자하고 오만한 칠절신군에게 조차 흠모를 받던 천룡대제, 천하의 이제(二帝), 삼군(三君) 가운데 첫 번째 고수가 뜻밖에도 이곳에 살고 있고, 더구나 이렇게 아름다운 딸이 있다는 사실에 석지중은 저도 모르게 크게 놀랐던 것이다.
동방평의 아름다운 눈동자가 커지며 석지중을 바라보고는 놀라 말했다.
“그대는 설마 우리 아빠를 모른단 말예요?”
석지중이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아! 나는 천룡대제의 위명을 알고 있어요.”
동방평이 한 번 웃으며 말했다.
“그대의 홍마는 정말 근사해요! 온몸이 연지를 바른 것처럼 붉다니. 이봐요, 내가 한 번 타 봐도 괜찮겠어요?”
석지중이 말했다.
“이곳에 어떻게 한 사람도 없지요? 만약 그대가 말에서 떨어지면 난 책임질 수 없소이다! 그대에게 알려주는데 이 홍마는 성질이 사납소!”
동방평이 폭 넓은 소매자락 속에서 은피리(銀笛)를 꺼내 힘껏 한 번 불자 날카로운 소리가 퍼져 나왔다. 삽시간에 이곳 저곳에서 아름다운 목소리가 들리며 저쪽 소나무 숲가에서 화삼(花衫)을 입은 여남은 명의 소녀가 마치 나비가 나는 것처럼 달려왔다.
그녀들은 석지중을 발견하자 놀람에 찬 외마디를 지르며 뛰어들었다. 인영(人影)이 종횡으로 어지러이 달리자 눈깜짝할 새에 석지중을 포위했다.
석지중이 약간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데 벌써 옥장(玉掌)이 눈송이처럼 날아와 자신의 요혈(要穴)을 쳐오는 것이 보였다. 그가 반격을 해야 할지 아직 분명히 고려할 틈도 없이 무거운 경력(劲力)이 벌써 그의 옷자락에 닿았다.
그가 낮은 기합을 넣으며 왼발을 축으로 삼아 몸을 돌리며 장(掌)을 날리자 웃옷자락이 곧바로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팍!”, “팍!”
몇 번의 소리가 나며 그는 쌍장으로 그 쳐온 옥같은 수장(手掌)을 받아냈다.
그가 둔한 신음 소리를 냈다. 이 장경(掌劲)은 무겁기 그지없어 뜻밖에도 그의 몸을 미미하게 떨리게 하고서야 비로소 똑바로 설 수 있었다.
그가 대갈일성하며 한 줄기 내력을 장심(掌心)에서 쏟아내자 기경(氣勁)이 용솟음쳐 나와 몸 곁에 있던 소녀들을 일장 밖으로 몰아냈다.
그는 신위(神威)늠름하게 고개를 들고 우뚝 섰다.
그 소녀들은 일제히 눈앞이 아찔해지며 정신이 아득하고 얼이 빠져 각자 그 자리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고 얼굴에는 취한 사람처럼 홍조가 떠올랐다.
동방평이 시선을 고정하여 양쪽을 쳐다보더니 천천히 다가와 낮게 말했다.
“훌륭한 무공이군요! 그렇지만 그대는 빨리 돌아가야 할 거예요. 엄마가 곧 돌아올텐데 그대는 엄마를 이길 수 없어요.”
석지중이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녀들이 왜 이러는 거요?, 그대는 왜 그녀들을 막지 않았소?”
동방평이 말했다.
“우리 엄마는 유령대제(幽靈大帝) 서문웅(西門熊)의 누나예요. 요 며칠 엄마는...”
이때 멀리서 위엄있게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평평(萍萍), 너 어떻게 된거냐? 하염없이 놀기만 하고 돌아올 생각을 안하다니...”
동방평의 꽃같은 얼굴에 핏기가 사라졌다.
“빨리 가세요. 우리 아빠가 왔어요.”
그녀가 큰 소리로 대답했다.
“아빠, 나 여기 왔어요.”
석지중이 잠깐 머뭇거리는 사이에 소나무 숲 뒤에서 벌써 높은 관에 넓은 띠(高冠闊帶)를 두른 중년의 유생이 나타났다.
그 소녀들이 일제히 놀라며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빠르게 석지중을 포위했다.
그 고관을 쓴 유생이 저음의 목소리로 물었다.
“무엇을 하는 자냐? 멈춰라!”
석지중은 귀청이 울리며 은은하게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그 낮은 목소리는 마치 큰 쇠망치로 그의 몸에 일격을 가한 것 같았다.
천룡대제는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날아 와 눈 깜짝할 새에 석지중의 앞에 서 있었다.
석지중은 얼굴색이 변했지만 매우 빠르게 정상을 회복하고 오만하게 머리를 옆으로 기울이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는 이미 천룡대제의 그 오만하고 차가운, 모든 것을 무시하는 냉막한 표정을 봤기 때문이었다.
그는 오만한 사람에 대한 가장 강력한 반격은 더욱 오만한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천룡대제는 눈빛을 먼곳에서 거둬들이고는 냉랭하게 말했다.
“너는 어느 곳에서 왔느냐?”
석지중이 대답했다.
“저는 석지중이라 합니다. 길을 잃어 전배(前輩)의 궁원(宮院)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전배께서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천룡대제가 차갑게 코웃음 치며 말했다.
“너는 시륜(柴倫)의 제자냐?”
석지중은 시륜이 바로 칠절신군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머리를 저었다.
“칠절신군은 절대로 저의 스승이 아닙니다”
천룡대제가 차갑게 말했다.
“너는 이 천룡곡의 규칙을 알고 있겠지?”
그가 무쇠를 자르듯이 단호하게 말했다.
“골짜기에 들어온 자에게는 죽음뿐이다!(入谷者死).”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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