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안금조(碧眼金雕) 5-8

碧眼金雕 2024. 10. 9. 13:53 Posted by 비천호리

석지중은 아침 햇살을 맞으며 우뚝 서 있다가 막 돌아서려고 하는데 돌연 사막 저 멀리 백마 한 필이 쏜살같이 달려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침 햇살을 따라오는 준마는 용처럼 출중했고 사람은 옥같이 아름다웠다.
그는 마음이 격동되었고, 놀라서 생각했다.
"동방평 아닌가? 그녀가 어떻게 나올 수 있지? ”
한 가지 생각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지평선 위에 열 기의 말이 동시에 나는 듯이 뒤쫓아 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황사가 자욱하고 발굽 소리가 울리는 가운데 모래가 흩날리다가 바람을 따라 사라졌다.
동방평은 석지중을 보고 매우 놀란 모양새로 말머리를 돌려 서북쪽으로 향했고 그렇게 되자 분산된 기마대에 의해 포위되고 말았다.

그가 입술을 오므려 휘파람을 불자 홍마가 머리를 쳐들고 천막에서 뛰쳐나왔다. 길게 우는 소리가 나자 석지중이 단번에 뛰어 올라탔다. 홍마가 네 발굽을 나는 듯이 움직여 모래 위를 밟으며 쫓아 달려갔다.
그의 두 다리는 말의 배를 조이고 홍마는 불꽃처럼 공중에서 번쩍이며 눈 깜짝할 사이에 측면에서 동방평을 막아섰다.
그는 그녀의 풀어 헤쳐친 검은 머리카락이 푸른색 댕기로 묶였고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리는 것을 보았다. 아리따운 얼굴은 붉으스럼하고, 앵두같은 입술을 약간 벌리고, 분홍색 바람막이가 백마의 갈기 위에서 날리며 온몸에는 사람을 취하게 만드는 아름다움이 넘쳐 흐르고 있었다.

동방평은 갑자기 한 줄기 붉은 빛이 멀리서 번개처럼 쏘아져오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석지중이라는 것이 똑똑히 보였을 때 크게 기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의 얼굴에 보조개가 생기며 활짝 웃음짓자 마치 막 피어나는 꽃고 같았다. 기쁨의 눈빛을 반짝이며, 백옥같이 하얗고 가지런한 이를 드러내며 그녀가 말했다.
"이봐요! 석지중."
석지중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째서 천룡곡을 나왔어요?"
그는 뒤에 있는 사람들을 가리키켜 말했다.
"이들은 당신의 아버지가 당신을 잡아오라고 보낸 사람들이요?"
동방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들은 모두 사막의 강도들이고, 내가 가진 진주를 빼앗으려고 한거예요."

그녀가 수줍게 미소지었다.
"난 그대가 내상을 입은 걸 알았기 때문에 금오환 몇 알을 가지고 천룡곡에서 뛰쳐나와 그대를 찾으려고…”
석지중이 말했다.
"내상은 이미 스스로 치료했으니 겁내지 말아요. 이 강도들은 내가 처리하겠소!"
그는 말머리를 한 번 쳐 갑자기 말을 멈춘 후 천천히 방향을 돌려 급히 달려오는 열 마리의 말을 맞이했다.
"어!" 그러자 앞장선, 온 머리가 다 헝클어지고 수염이 더부룩한 대한이 오른손을 치켜들며 말을 멈추자 동시에 다른 아홉 필의 말도 모두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멈추었다.
석지중은 이 열 명의 난폭한 대한들을 차갑게 쳐다보고는 소리쳤다.
"누가 우두머리냐?"
한바탕 미친 듯한 웃음소리와 함께 그 수염이 얼굴에 가득난 대한이 거칠고 투박한 목소리로 말했다.
"허! 알고보니 햇병아리였구나, 어이! 희멀건 얼굴의 토끼 새끼야, 이 반천운(半天云) 마호자(马胡子) 어르신이 10년 넘게 사막을 종횡무진 누볐는데, 사막을 왕래하는 사람 가운데 나를 몰라보는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 너 어린 놈은 어디서 튀어 나왔느냐? 흐흐! 제발로 걸어 들어온 살찐 양이로구나."

석지중은 코웃음을 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이미 살기가 얼굴에 차올라 있었다.
자칭 반천운이라고 했던 마적이 손을 한번 휘두르며 말했다.
"여섯째, 일곱째, 이 살찐 양을 잡아라. 흐흐! 멋진 적토마다. 어르신이 이번에  복이 많구나."
짙은 눈썹의 두 대한이 이를 드러내고 찢어질듯이 입을벌리며 소매를 걷어붙여 굵고 튼튼한 팔을 드러내고는 말을 달려와 석지중과 동방평을 잡으려고 했다.
석지중이 차갑게 코웃음쳣고 미간에 살기가 짙어졌다. 그의 어깨가 약간 움직이면서 한 줄기 차디찬 빛이 하늘로 치솟았다.
"악!"
비명소리와 함께 두 개의 굵고 튼튼한 팔이 잘려 핏물이 튀며 황사 위으로 떨어졌다.
검광이 언뜻 번쩍인 후 사라지자 그 두 대한은 몸을 비틀거리며 뒤로 뛰어올랐고 그들의 양미간에서 약간의 핏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석지중이 동방평을 돌아보았는데 그녀는  이 장면을 보고 이미 놀라서 얼굴색이 창백해져 있었다. 그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
"두려워하지 말아요. 내가 여기 있으니까."
동방평은 놀라 고개를 끄덕이고는 석지중 곁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 두 대한은 눈빛이 굳어지고 양미간에 피를 흘리며 잠시 서 있다가 곧 뒤로 쓰러져 숨이 끊어져 버렸다.
반천운 마호자가 두 눈을 부릅뜨고 브르짖었다.
"이놈, 감히 사람을 죽였느냐? 형제들, 다 같이 덤벼라!"
그가 손에 든 팔환대도(八环大刀)를 흔들자 '쨍그랑' 소리가 났고 도광(刀光)이 빠르게 번쩍이며 석지중을 베어갔다.
석지중이 분노에 차 고함을 지르며 두 손가락을 나란히 세워 찔러갔다. 그 빠르기가 번개같다아 이미 상대방이 쪼개 온 도신(刀身)에 닿았다.

그가 대갈일성하며 두 손가락으로 도에 붙은 강철고리를 붙잡아 몸쪽으로 힘껏 당기며 별안간 우장(右掌)을 쳐냈다.
"퍽!"하는 소리가 나며 두 손가락으로 도를 붙잡은 채 왼손 다섯손가락을 일제히 날려 마호자의 가슴팍을 쓸었다.
우지직 소리와 함께 마호자는 갈비뼈가 모조리 부러져 말 위에서 거꾸로 날아가 땅에 쳐박히면서 땅바닥 여기 저기에 선혈을 뿌렸고 바로 숨을 거뒀다.
석지중은 이런 참혹한 모습을 보고 어리둥절한 듯 했지만, 동방평이 소리치는 것을 듣고 황급히 고개를 돌리자 두 명의 마적이 그녀를 끌고 막 도망치려고 하는 것을 보았다.

'碧眼金雕'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벽안금조(碧眼金雕) 6-1  (0) 2024.10.09
벽안금조(碧眼金雕) 5-9  (0) 2024.10.09
벽안금조(碧眼金雕) 5-7  (3) 2024.10.08
벽안금조(碧眼金雕) 5-6  (1) 2024.10.07
벽안금조(碧眼金雕) 5-5  (1) 2024.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