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 작품집 대만 원류판(遠流版) 서문

金庸 2004. 12. 30. 19:20 Posted by 비천호리

소설은 사람들에게 읽혀지기 위해 쓰여진다.
소설에는 사람에 관한 내용이 담겨있다.
소설은 한 사람, 몇 사람, 한 무리의 사람들 혹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의 성격과 감정을 묘사한다.
그들의 성격과 감정은 횡으로는 그들이 처한 환경에서, 종으로는 그들이 겪어온 일들에서 영향을 받는 것이며 사람과 사람간의 교류와 관계를 반영하는 것이다.
장편소설 가운데 '로빈슨 표류기'만이 단지 한 사람에 대해 그리고 그와 자연간의 관계에 대해 묘사한 것 같지만 뒷부분으로 가면 결국은 하인인 '프라이데이'를 등장시키고 있다.
한 사람에 대해서만 쓴 단편소설은 많은데 그 사람이 환경에 접하는 과정에서 그의 외부에 표현되는 세계와 내심의 세계를 묘사하고 있고 특히 내심의 세계를 많이 그리고 있다.
서양의 전통적인 소설이론은 환경, 인물, 줄거리의 세 요소로 구별하여 작품을 분석한다. 소설 작가들은 각기 개성과 재능이 같지 않기 때문에 중점을 두는 부분도 다르다.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해서 쓴다는 점에서 무협소설은 다른 소설과 똑 같다.
다만 시대배경이 고대이고 무공을 가진 인물이 등장하며 격렬한 싸움에 줄거리가 치우쳐 있을 뿐이다. 어떤 소설이든 특별히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애정소설은 남녀간의 기질과 관련된 감정을 묘사하고 사실소설(寫實小說)은 특정한 시대의 환경을 그려낸다.
'삼국연의(三國演義)', '수호전(水滸傳)' 같은 소설은 큰 무리의 사람들의 투쟁과정을 서술하고 현대소설은 곧잘 등장인물의 심리과정을 중점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소설은 예술의 일종이며 예술이 기본적으로 담고 있는 내용은 사람의 감정이고, 주요 형식은 넓은 의미에서의 미(美), 미학적인 의미에서의 미(美)이다.
소설에서는 그것이 문장이 아름답거나 구성이 멋지거나 간에 관건은 등장인물의 내면세계를 어떤 형식을 통해 어떻게 표현해 내느냐 하는데 있다.
어떤 방법이든 좋다. 작자가 주관적으로 분석하든 혹은 객관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든 간에 인물의 행동과 말에서 객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독자는 소설을 읽으면서 소설의 내용과 독자 자신의 심리상태를 결합시키기 시작한다.
같은 소설을 읽더라도 어떤 사람은 강한 감동을 받는 반면 어떤 사람은 지루해하고 싫증을 내기도 한다.
독자의 개성과 감정이 소설 속에 묘사된 개성과 감정에 접촉하면서 '화학반응'이 생기기 때문이다.
무협소설은 인정(人情)을 표현하는 특정한 형식에 지나지 않는다.
마치 작곡가가 자신의 어떤 정서(情緖)를 표현하기 위해 피아노라든가 바이올린, 교향악 혹은 노래의 형식 등을 사용할 수 있고, 화가가 유화, 수채화, 수묵화 또는 만화 중에서 자신에게 적합한 형식을 선택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어떤 형식을 취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표현솜씨의 좋음과 나쁨 그리고 독자와 청자(聽者), 관람자의 마음과 통하여 공명(共鳴)을 일으킬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중요한 점이다.

소설은 예술형식중 한 가지이다.
좋은 예술이 있는가 하면 좋지 않은 예술도 있다.
좋고 나쁘고 하는 것은 예술에서는 미의 범주에 속하고 진실이나 선(善)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
미를 판단하는 기준은 아름다움과 느낌이지 과학상의 진실이나 거짓이 아니며 도덕상의 선악(善惡)도 아닐 뿐 아니라 경제적인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 정치적으로 통치자에게 유리하냐 불리하냐도 아니다.
당연히 어떤 예술작품이라도 사회에 영향을 끼치며 그것으로 가치를 판단할 수 있으나 그것은 일종의 다른 평가방법일 뿐이다.
중세 유럽에서는 기독교의 힘이 모든 것에 미치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들이 유럽의 박물관에 가서 관람해보면 중세기의 회화(繪畵) 모두가 성경을 소재로 하고 있고, 여체의 미를 표현할 때도 반드시 성모의 이미지에 따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르네상스 이후에야 비로소 일반인의 형상이 회화와 문학에서 표현되기 시작하는데 르네상스라고 하는 것은 문예상으로 그리스, 로마시대의 '사람'에 대한 묘사를 부활시킨 것으로 더 이상 집중적으로 신과 성인에 대해 묘사하지 않게 된 것이다.
중국인의 문예관은 오랫동안 '문이재도'(文以載道: 문장으로 성현의 도를 밝히는 것)였으므로 중세 유럽 암흑시대 당시의 문예사상과 똑같이 '선(善) 또는 불선(不善)'을 문예의 가치판단 기준으로 삼아왔었다.
그렇기 때문에 '시경'에 있는 연가(戀歌)를 임금을 풍자하거나 비빈(妃嬪)을 찬미하는 것이라고 견강부회((牽强附會)하였다.
도연명의 '한정부(閒情賦)', 사마광, 구양수, 안수 등의 그리움이 가득한 애련(愛戀)의 시들을 혹자는 옥의 티라고도 하고 혹자는 달리 가리키는 바가 있을 것이라고 호의적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그들은 문예에 의해 표현되는 것이 감정이라는 것을 믿지 않았고 문자의 유일한 기능은 단지 정치적이나 사회적인 가치를 위해 이용되는 것이라고 여겼다.
나는 무협소설에서 단지 약간의 인물들을 형상화하고 그들이 특정한 무협환경(고대사회이고 法治가 아니라 무력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사회) 가운데서 겪게되는 일들을 묘사했을 뿐이다.
그 당시의 사회와 현대사회는 많이 다르지만 사람의 성격과 감정은 그다지 변화가 없다.
고대인의 슬픔과 기쁨, 이별과 만남, 희노애락(喜怒哀樂)은 여전히 현대 독자들의 심령(心靈)에 상응하는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물론 독자들은 표현수법이 졸렬하고 기교가 미숙하며 묘사가 깊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고 미학의 관점에서 보면 저급한 예술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떻든 간에 나는 무슨 도(道)에 관한 내용을 쓰고 싶지는 않다.
나는 무협소설을 쓰면서 동시에 정치평론도 쓰고 철학, 종교와 관련된 글도 써왔다.
사상에 관련된 글은 독자들의 이성에 호소하는 것으로 이런 글에 대해서는 옳고 그름이나 진실, 거짓의 판단이 있을 수 있으며 독자들은 완전히 동의할 수도 있고 일부분에 대해서만 동의할 수도 있고 혹은 완전히 반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소설에 대해서는 나는 독자들이 단지 '좋아한다 ' 또는 '좋아하지 않는다'라든지 '감동을 받았다' 또는 '지루하다'라고만 말하기를 바란다.
내가 가장 기분이 좋은 것은 독자들이 내 소설에 나오는 어떤 인물들을 좋아한다거나 증오한다는 것이며 그러한 감정이 있다는 것은 내 소설 속의 인물이 이미 독자의 심령과 서로 연계가 생겼다는 것이다.
소설을 쓰는 사람의 가장 큰 바램은 약간의 인물들을 창조하여 그들이 독자의 마음속에 생생하게 살아있는, 피와 살이 있는 사람으로 변하도록 하는 것보다 더한 것은 없다.
예술은 창조이다. 음악은 아름다운 소리를, 회화는 아름다운 시각적 이미지를 창조하는 것이고 소설은 인물을 창조하려고 하는 것이다.
만일 현실 그대로만을 표현한다고 하면 녹음기나 사진기가 있는데 구태여 음악이 필요하고 회화가 더 필요하겠는가?
신문, 역사서적, 다큐멘터리 방송, 사회조사통계, 의사의 병력(病歷)기록, 당과 경찰국의 인사문서가 있는데 거기에 더하여 굳이 소설이 있을 필요가 있을까?

1986. 2. 6 홍콩에서
김 용

金庸 작품집 광주판(廣州版) 새 서문(序文)

金庸 2004. 12. 23. 23:42 Posted by 비천호리

내소설은 여러 가지 판본으로 출판되었다.
홍콩의 명하판(明河版), 싱가폴과 말레이시아의 명하판 간체판본, 대만에서 선후로 발행된 원경판(遠景版)과 원류판(遠流版), 중국 내지의 천진(天津) 백화문예판(百花文藝版), 삼련서점판(三聯書店版) 등이 나에게서 정식으로 권한을 받아 출판된 것이다.

(北京의 文化藝術社는 원래 정식으로 출판권을 받았으나제3자에게 넘기는 과정에서 분쟁이 생겨 소송으로 까지 가고 말았다.)
백화판은 진작에 출판권이 종료되었고 삼련서점과 문예사의 출판권도 2001년 말에 모두 끝난 후 계약을 다시 연장하지 않았으며 2002년부터는 광주출판사(廣州出版社)가 독점출판 할 수 있도록 출판권을 주었다.
이번 광주 신판(新版)에서는 적지 않은 오자(誤字), 탈자(脫字)를 바로 잡았다.
현재 나는 세 번째 교정을 하고 있는 중인데 그 주요한 것은 독자들이 잘못을 지적해 준 것을 받아 들여 반영하는 것이며 몇 군데 긴 단락에 걸쳐 개작하는 것은 평론자들의 의견과 토론회에서 토론된 내용에 따른 것이다.
수정 후의 판본 역시 광주출판사에서 출판될 것이다.
광주출판사에 출판권을 준 것은 광주와 홍콩이 거리상 가까워 출판 실무상의 연락이 쉬울 뿐 아니라 출판사에서 내게 여러 가지 협력과 특혜를 주었기 때문인데 그것은 책의 품질보증, 해적판 단속, 판권보호 등 작가의 마음을 흡족하게 하는 많은 노력들이었으며 그로 인하여 우리들이 협력해 나갈 앞길에 매우 좋은 전망을 가질 수 있었다.
독자 여러분들의 계속적인 비평과 가르침을 환영하며 그것은 광주출판사를 통해 나에게 전달될 수 있을 것이다.

金庸
2001. 11. 13

1. 칠언시(七言詩)의 조상(老祖宗)
秋風蕭瑟天氣凉   草木搖落露爲霜.  
群燕辭歸鵠南翔    念君客遊多思腸.  
慊慊思歸戀故鄕    君何淹留寄他方 
賤妾耿耿守空房   憂來思君不敢忘
不覺淚下沾衣裳    援琴鳴絃發淸商  
短歌微吟不能長    明月皎皎照我床  
星漢西流夜未央    牽牛織女遙相望  
爾獨何辜限河梁


가을바람 소슬(蕭瑟)하고 날씨 서늘하니
초목은 흔들려 잎이 지고 이슬은 서리가 되네.
제비 떼 작별하여 귀로에 오르고 기러기는 남쪽으로 날개를 젓는다.
객지에 떠도는 그대를 생각하니 애가 끓는구나
고향에 돌아가기를 못내 바라면서도
그대는 타향 어느 땅에서 그리 오래 머무르시나
나 홀로 외로이 빈 방을 지키자니 (근심이 일며) 그대 생각 차마 잊을 수 없어
나도 몰래 옷자락이 눈물에 젖네
거문고의 현을 퉁겨 청상곡(淸商曲)을 연주해봐도
짧은 노래 가냘픈 소리 오래가지 못하네
밝은 달빛 내 침상을 환하게 비추고
은하수 서편에 기우는데 밤은 아직 다하지 않는구나
견우 직녀가 멀리서 서로 바라보기만 하듯이
무슨 죄를 지었기에 그대 홀로 하량(河粱)에 서 있나요?

조비(曹丕)의 <연가행 燕歌行> 두 수(首)중 하나

 
2. 함께 백량체(柏梁體) 시를 읊다독자는 혹시 '위문제(魏文帝) 조비(曹丕)의 시(詩)가 김용소설에 나왔던가?' 하는 의문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답은 당연히 '나오지 않았다'이다.

오히려 황용(黃蓉)이 죽었다는 영지상인(靈智上人)의 말에 속은 황노사(黃老邪)가 울다가 웃다가 하면서 조비의 친동생인 조식(曹植)의 애도사(哀悼辭) 두 수(首)를 노래하는 장면이 나오는데(射雕英雄傳 제24회 '기사오유(騎鯊敖遊: 상어를 타고 놀다)*'를 보라), 완안홍렬(完顔洪烈)의 일행 중에서는 양강(楊康) 만이 미쳐버린것 같은황노사가 무엇을 노래하는지 알아본다.

그렇다면 현존하는 가장 초기의 칠언시(七言詩)인 조비의 이 한 수의 시가 김용의 무협소설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기억력이 좋은 독자는 이 시를 한 두 번 낭송해 보면 <의천도룡기 倚天屠龍記>의 회목시와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사실 알고 보면 둘 다 백량대체(柏梁臺體)이고 사용하였고 운각(韻脚) 또한 칠양운(七陽韻)이다.
조비의 이 <연가행>은 모두 합쳐 15구(句)로 여성의 어조로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진솔하게 표현했다.

<의천도룡기> 회목 40구는 백량대체시인데, <연가행>과는 10구가 운각이 똑같아 김용이 작품을 쓸 때 조비의 시에서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대략적으로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天涯思君不可忘 세상을 아무리 떠돌아도 그대 생각 잊을 수 없네 <의천도룡기 제1회>
憂來思君不敢忘 (근심이 일며) 그대 생각 차마 잊을 수 없네 <연가행 제8구>
조비의 시 중의 여성은 차마 잊을 수 없다(不敢忘)고 하지만, 그것은 단지 근심이 일자 비로소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소동사(小東邪) 곽양(郭襄)은 잊을 수 없어서 천하를 떠돌지만 그렇게 해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武當山頂松柏長 무당산 정상에는 송백(松柏)이 자라네 <의천도룡기 제2회>
短歌微吟不能長 짧은 노래 가냘픈 소리 오래가지 못하네 <연가행 제11구>조비 시의 長은 길고 짧다 할 때의 長이고 김용 시의 長은 자라다(生長)는 뜻의 長이다.
송백(松柏)은 장삼봉을 가리킨다.

誰送氷來仙鄕 누가 얼음배를 선향(仙鄕)으로 보냈나? <의천도룡기 제7회>
慊慊思歸戀故鄕 고향에 돌아가기를 못내 바라면서도 <연가행 제5구>조비의 시 전체는 여성이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을 묘사했는데 '겸겸(慊慊)'은 마음이 흡족하지 못한 상태를 말한다.

김용의 시는 소설의 내용과 조화를 이루어 그려낸 인물들의 정경(情景)을 더욱 다양하게 만든다. 선향(仙鄕)은 북극권 안 활화산이 있는 작은 섬을 가리키는 것으로 장교주(張敎主)가 태어난 곳이다.

七俠聚會樂未央 칠협(七俠)이 모두 모이니 기쁨이 다하지 않는구나
<의천도룡기 제9회>
星漢西流夜未央 은하수 서편에 기우는데 밤은 아직 다하지 않는구나
<연가행 제13구>
미앙(未)은 시경(詩經) 소아(小雅) 정료(庭燎) 편의 전고(典故)를 인용한 것이며 전체 시는 다음과 같다.

벌써 날이 샜는가, 아직 한 밤중인데 뜰에서 화톳불이 활활 타오르네. 여러 제후들 조정에 드니 방울소리 딸랑 딸랑 (
夜如何其? 夜未央 庭燎之光 君子至止 鸞聲將將)   

벌써 날이 샜는가, 아직 날이 새려면 멀었는데 뜰에서 화톳불이 타고 있네. 여러 제후들 조정에 드니 방울소리 딸랑 딸랑 (夜如何其? 夜未艾庭燎晢晢* 君子至止,鸞聲哕哕)

벌써 날이 샜는가, 이제 막 날이 새려고 하는데 뜰에서 화톳불이 깜박이네. 여러 제후들 조정에 드니 그 깃발이 보이네 (夜如何其? 夜鄕晨 庭燎有煇 君子至止 言觀其旗)정료(庭燎)는 조정에 밝혀 놓은 큰 화톳불이다. 캄캄한 밤이 아직 반도 지나지 않았는데 온밤을 지새워야하니 괴롭구나!
시에서 일을 잘 해내지 못한 사람은 주선왕(周宣王)이고 이 성실 근면한 서주(西周) 중흥(中興)의 왕은 아들 주유왕(周幽王)을 잘 가르치지 못하였고 그 뒤의 일은 독자들 모두가 잘 알 것이다. 손자 평왕(平王) 때가 되어서 주 왕실은 동쪽으로 천도할 수 밖에 없었고 이로써 춘추시대가 시작된다.

성한(星漢)은 하늘의 은하(銀河)이고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여 너무나 지루한데 긴 밤은 끝나지 않으니 너무나 비참하구나!
서한(西漢)에 장락궁(長樂宮)과 미앙궁(未央宮)이 있었는데 합쳐서 「장락미앙(長樂未央)」이라 했다.
김용의 시에서는 장취산(張翠山)이 무당에 돌아옴으로써 모두가 잠깐동안 기쁨을 누리게 된 것을 낙미앙(樂未央)을 써서 형용한 것이다. 그러나 백일동안 고운 꽃이 없듯이 비극은 너무나 빨리 찾아온다.

百歲壽宴肝腸 백세 생일잔치가 간장이 끊어지듯 슬픈 자리로 변하네<의천도룡기 제10회>
念君客遊思斷腸 객지에 떠도는 그대를 생각하니 애가 끓는구나 <연가행 제4구>
 
비통함은 사람의 애가 끊어지게 만든다.
김용은 공동파의 <칠상권보 七傷拳譜> 총결(總訣)에서도 칠양운을 사용한다.
「오행(五行)의 기(氣)는 음양(陰陽)이 섞여 있어 심장을 손상시키고 폐를 상하게 하며 간장을 끊고, 원기를 소모시켜 정신이 흐려지게 하며 삼초(三焦)가 역류하여 혼백마저 날아오르게 한다」 (의천도룡기 제21회를 보라)

百尺高塔任回翔 백척 높은 탑에서 날아 내리다 <의천도룡기 제27회>
群燕辭歸雁南翔 제비 떼 작별하여 귀로에 오르고 기러기는 남쪽으로 날개를 젓네 <연가행 제3구>
같은 것은 난다(翔)는 것이며 조비의 시는 해마다 때를 놓치지 않고 남쪽으로 돌아가는 기러기의 본성-신의를 지키는-을 묘사했다.
김용의 시에서는 「하늘을 나는 사람(空中飛人)」을 그렸는데 이는 과장된 것이다.

육대 문파의 여러 사람들은 지구의 인력에서 자유롭지 않았고 멸절사태(滅絶師太)는 일부러 고집을 부려 목숨을 버린다.

四女同舟何所望 네 여자가 같은 배를 타고 바라는 바가 무엇인가? <의천도룡기 제27회>
牽牛織女遙相望 견우 직녀가 멀리서 서로 바라보기만 한다 <연가행 제14구>
견우와 직녀는 일년에 한번씩 만나지만, 무기(無忌) 오빠의 네 「어린 여자 친구」는 모두들 「장부인(張夫人)」이 되기를 바란다.

東西永隔如參商 삼(參)과 상(商)처럼 동서의 끝으로 영원히 헤어지다 <의천도룡기 제30회>
援琴鳴絃發淸商 거문고의 현을 퉁겨 청상곡(淸商曲)을 연주하다 <연가행 제10구>
 
조비 시의 상(商)은 5음 가운데 하나인 상(商)이다.
한 맺힌 규방의 여자가 스스로 거문고를 연주하여 자기에게 들려주지만 연주하면 할수록 우울한 기분이 나아지지 않는다.


김용 시의 상(商)은 하늘의 별인데, 상(商)과 삼(參)은 하나가 뜨면 하나가 지기 때문에 영원히 서로 만나지 못한다.
김용은 소소(小昭)가 머나먼 페르시아에 가는 것으로 처리했지만 여운을 남겼다.
바람기 있고 은혜를 저버리는 무기(無忌) 오빠가 총교주(總敎主)를 맞아와 첩으로 삼을까?

잠시동안은 <사대협 (査大俠)이 새로 고친 세 번째 판(新三版)에서 바꾸었는지 어쨌는지 알 수 없으므로> 독자 스스로의 결정에 맡겨진 셈이다.

新婦素手裂紅裳 신부(新婦)의 희고 매끈한 손이 붉은 치마를 찢네 <의천도룡기 제34회>
不覺淚下沾衣裳 나도 몰래 옷자락이 눈물에 젖네 <연가행 제9구>
신부(新婦)의 부(婦 fu)는 월음(광동지방 발음)으로는 「抱 bao」이다.


주 장문인(周 掌門人)은 성사(成事)를 눈 앞에 두었다가 조씨(趙氏) 요녀(妖女)가 혼례장에서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실패하고 만다.

구판(舊版) <의천도룡기>에서 주 장문인에 대한 결말은 출가(出家)하여 비구니가 되고 무기 오빠가 아미파의 장문인 직을 이어 받는데, 이건 영호충(令狐沖)이 여승들의 두목,「뜨거운 몸(熱身)」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수정 2판(修訂二版)에서는 끝 부분에서 지약(芷若)이 다시 나타나 조민(趙敏)과 무기 오빠를 두고 다투자 무기 오빠가 「건곤대나이(乾坤大나移)」신공(神功)을 펼쳐 둘 사이를 조정함으로써 일부양처(一夫兩妻)의 상황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누가 언니가 되고 누가 동생이 될지는 다시 다투어야 할 것이다.
새로 고친 세 번째 판(新三版)에서는 어떻게 될까?

君子可欺之以方 군자는 인정에 맞는 방법으로는 속일 수 있다 <의천도룡기 제38회>
君何淹留寄他方 그대는 타향 어느 땅에서 그리 오래 머무르시나 <연가행 제6구>
의천도룡기의 方과 연가행의 方은 같지 않다.
조비 시의 方은 방향(方向), 지방(地方) 할 때의 방이고, 자기에게 묻지만 자기가 답할 수는 없어서 장래 「양심(良心)없는 사내」가 집에 돌아 왔을 때 직접 마주하고 묻는 것으로 남겨 두어야 한다.

김용 시에서는 맹자(孟子)에 나오는 전고(典故)를 썼는데 '인품이 방정(方正)하다' 할 때의 方이다.
* 어머니가 '아름다운 여자가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 속이더라도 군자는 믿어줘야 한다'(원문: 君子正宜被美貌女子所欺)고 임종시에 당부했지만 결국은 쓸모가 없었던 것이다.

출처: 詩詞金庸(http://jinyong.ylib.com.tw/works/v1.0/works/poem.htm)(역자 주)
마지막 부분은 제가 가지고 있는 의천도룡기 원문의 구판, 신판 어디에도 그런 내용이 나오지 않는데 이 글의 원작자가 다른 판본을 본 것이지 알 수 없습니다.

 
◇ 회목(回目)
장회소설(章回小說)의 매회마다 붙어 그 회의 내용을 개괄하는 표제
◇ 하량(河梁)
절친한 사이였던 한(漢)의 이릉(李陵)과 소무(蘇武)가 함께 흉노(匈奴) 땅에 십 여년간잡혀 있다가 소무가 먼저 귀국하게 되어 하량(河梁)이란 곳에서 헤어질 때 이릉이 지어준송별 5언시의 첫 구인 "手上河梁" 에서 온 말로 하량(河梁)이란 강가의 다리를 말함.
◇ 백량대(柏梁臺)중국의 한무제가 장안(長安)의 서북쪽에 지은 누대◇ 백량체(柏梁體)한무제가 백량대 위에서 군신을 모아 놓고 짓게 한 칠언련구(七言聯句)의 한시(漢詩)가하나의 체(體)로서 자리잡게 되었는데, 이것을 백량체(柏梁體)라고 함.◇ 연구(聯句)
두 사람 이상이 한 구씩 주고 받으면서 계속 써 내려간 시. 매 구마다 운을 사용한다.漢武帝와 신하들이 柏梁臺에서 唱和한데서 비롯함.

◇ 운각(韻脚)
시나 부(賦)의 끝 구(句)에 붙이는 운자(韻字)

<倚天屠龍記 新版 回目>
第01回 天涯思君不可忘
第02回 武當山頂松柏長
第03回 寶刀百煉生玄光
第04回 字作喪亂意彷徨
第05回 皓臂似玉梅花装
第06回 浮
北溟海茫茫

第07回 誰送氷舸來仙鄕
第08回 窮發十載泛歸航
第09回 七俠聚會樂未央
第10回
百歲壽宴肝腸
第11回 有女長舌如利槍
第12回 針其膏兮藥其肓

第13回 不悔仲子逾我墻
第14回 當道時見中山狼
第15回 奇謀妙計夢一場
第16回 剝極而復參九陽
第17回 靑翼出沒一笑揚
第18回 倚天長劍飛寒芒
第19回 禍起蕭墻破金湯
第20回 與子共穴相扶將
第21回 排難解紛當六强
第22回 群雄歸心約三章
第23回 靈芙醉客綠柳庄
第24回 太極初傳柔克剛
第25回 擧火燎天何煌煌
第26回 俊貌玉面甘損傷
第27回 百尺高塔任回翔
第28回 恩斷義絶紫衫王
第29回
四女同舟何所望
第30回 東西永隔如參商
第31回 刀劍齊失人云亡
第32回 寃蒙不白愁欲狂
第33回 簫長琴短衣流黃
第34回
新婦素手裂紅裳
第35回 屠獅有會孰爲殃
第36回 夭矯三松郁靑蒼
第37回 天下英雄莫能當
第38回
君子可欺之以方
第39回 秘兵書此中藏
第40回 不識張郎是張郎

(참고) 孟子 萬章章句上 二章故君子可欺以其方, 難罔以非其道. 彼以愛兄之道來, 故誠信而喜之, 奚僞焉?

군자는 인정 맞는 방법으로 속일 수는 있어도 도리에 어긋나는 거짓말로는 속일 수가 없는 것이다. 그가 형을 사랑하는 도리로써 대해왔기 때문에 참으로 믿고서 기뻐한 것이다. 어찌 거짓이 있었겠는가?

김용작품 대만판(1975년) 사진

金庸 2004. 9. 3. 09:19 Posted by 비천호리

                                                         金庸 親筆

 

神雕俠侶

 

                                 <長篇 武俠小說: 사진 우측 부분> 紅線俠侶(東方玉), 七禽掌(蕭逸), 毒手佛心(陳靑雲), 音容劫(陳靑雲), 死城(陳靑雲), 鐵笛震武林(陳靑雲), 血魔劫(陳靑雲), 鬼堡(陳靑雲), 醜劍客(陳靑雲), 血劍魔花(陳靑雲), 殘肢令(陳靑雲), 血屋記(田歌), 南北門(田歌),  心靈琏?(?), 鬼家(?),  武林末日記(田歌), 天下第二人(陳靑雲),  陰魔傳(田歌), 斷天烈火劍(田歌), 吊人樹(?), 靑年怪俠烈馬傳(履云生), 天星神劍(?), 毒龍谷(?), 魔鬼書生(?), 雷神傳(?), 劍影俠魂(陳靑雲), 碧島玉娃(?), 魔妓(田歌), 血帖亡魂記(陳靑雲), 殘人傳(陳靑雲) 당시 유행하던 무협소설 같은데, (?)로 표시한 소설을 제외하면 작가를 확인할 수 있군요.